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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tory -4- sid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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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4, 2013 02:49에 작성됨.

치하야:흐음, 여기는 어디지?

새하얀 세계, 사방이 새하얘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곳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하야!

치하야:누구지?

검은 양복을 입은 한 실루엣이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겁이 나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때였다.

P:나야,나! 프로듀서야!

치하야:프로듀서...?

난 발걸음을 멈추고 프로듀서를 기다렸다. 어느 샌가 검은 실루엣은 새하얀 양복을 입은 프로듀서로 바뀌었고 나는 그 사실에 안도했다.

P:휴우, 엄청 놀랐다고? 갑자기 도망치는 거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난 세상 물정을 모르는 듯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혹시...

그 순간, 프로듀서가 갑자기 내 뺨을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나는 저항하며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그, 그만해 주세요..

프로듀서는 내 말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뺨을 찔러댔다. 나는 성질을 부리며 말했다.

치하야:그만해줘요! 제발!

그 순간 눈앞이 새까매지며 얼마 뒤 눈에 다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게 다 꿈이었다. 나는 프로듀서를 노려본 뒤 그대로 샤워실로 들어갔다.

치하야:바보!

난 그렇게 크게 말하고 분에 넘치는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정리한 뒤 내 방에 들어갔다.

치하야:오늘도 역시 이걸로...

옷을 다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을 때 프로듀서는 나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반응에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삐진 척을 하고 있었다. 

P:치하야 씨, 혹시 화난거야?

프로듀서는 나를 보며 씨까지 붙여가면서 물어보았다. 나는 진지하게 프로듀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치하야:화 안났어요...으하암.

치하야:(아...앗! 하,하품이...우우...이래선 역시...)

P:치하야, 피곤해 보이는데...오늘은 그냥 쉴까?

내 걱정과는 다르게 프로듀서는 하품을 하는 나를 보며 오히려 걱정해주듯이 말했다. 

치하야:안돼요! 이 이상 쉬었다가는 오디션 일정에 못 맞출 거 에요!

난 손사래를 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P:어차피 오늘 네가 쓴 곡을 다시 편곡해서 곡을 받을 거라고 했으니까 상관없잖아?

그러자 프로듀서는 나의 말을 여유롭게 받아넘기며 대꾸했다. 

치하야:그래도 그렇지, 이번 주에만 2번이나 쉬는 거잖아요?

난 프로듀서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랬더니 프로듀서는

P:그럼 영 불만이 있으시다면 저와 같이 가시던가요, 공주님?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뭔지 모를 감정에 둘러싸여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프로듀서는 계속해서 장난을 치듯이 말했다.

P:왜 그러시나요, 공주님? 쉬는 게 싫으시다면 같이 가시면 되실 텐데. 

치하야:...같이 가죠...

난 부끄러운 감정을 숨기며 말했다. 그 후 프로듀서랑 같이 집을 나선 뒤 한참을 걷다가 내가 자주 들리는 편의점에 도착했다. 프로듀서는 주머니의 지갑을 꺼내 안을 확인한 후 나에게 말했다.

P:잠깐만, 아주 잠깐만 기다려줘. 녹차를 좀 마시고 싶어서 말이야 하핫. 

그렇게 말하고선 프로듀서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5분 정도 있다가 녹차 캔을 들고 나왔다. 이윽고 프로듀서는 캔의 뚜껑을 딴 뒤 데이지 않게 조심하며 마시기 시작했다. 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자 프로듀서는 무슨 일이 있냐는 듯이 나를 살짝 쳐다봤다.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P:흐음...치하야도 마시고 싶은 거야?

프로듀서는 고개를 한 번 기운 뒤 캔을 흔들며 말했다. 

치하야:아..니요.

부끄러워 하는 나를 보며 프로듀서는 나에게 녹차를 좋아하냐고 물어봤다. 나는 좋아한다고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프로듀서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정면에서 물어봤다.

P:아까부터 영 이상한걸. 왜 그렇게 우물쭈물 하는 거야?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른 곳을 쳐다보며 급하게 다른 화제를 꺼내려고 생각했다.

치하야:(도,도대체 무슨 주제를...아...)

치하야:혹시나... 혹시 만약...

내가 그렇게 말하자 프로듀서는 뭔가 이상한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아랑곳 않고 하던 말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치하야:제가 오디션에 떨어져서 데뷔를 못하게 된다면...

P: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갑자기? 그럴 리가 없잖아! 네가 준 곡을 가지고 오늘 작곡가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건데, 벌써부터 그런 나약한 소리나 하고 있고...걱정마! 어떻게든 되겠지!

그 때였다. 프로듀서는 큰 소리를 치며 나의 정면에서 반박했다. 

치하야:프로듀서...

P:자, 녹차 사올 테니까 여기서 가만히 있어야 돼?

프로듀서는 나에게 녹차 캔을 맡기고 아까 들어갔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얼마 뒤 프로듀서가 녹차 캔을 사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치하야:고마워요...하핫...

P:천만에 말씀. 고마운 건 어제 나를 재워주었던 치하야에게 해야 할 말이야. 자 마시면서 천천히 가자.

그 후 녹차를 마시며 가던 길을 가고 있을 때 프로듀서가 악보를 보며 갑작스레 나에게 질문했다.

P:이 곡에 대해서 조금 물어봐도 괜찮아?

치하야:뭐, 괜찮긴 하지만, 뭐가 궁금하신 거에요?

P:이 곡의 작곡시기를 좀 알고 싶어.

난 그 순간 마음속이 굳어져가는 기분이었다. 난 왠지 모르게 불안해서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치하야:그 곡이라면...아마...

치하야:(내가...지금 무슨 말을...)

말을 하지 않는 나를 보며 프로듀서가 이상한 듯이 가만히 쳐다봤다. 나는 머릿속을 쥐어짜내 새로운 말을 덧붙였다.

치하야:아 생각났어요. 그건 아마도 제 작년에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그냥 구상만 해둔 곡이었는데...

P:내가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좀 더 자세한 시기를 알려줄 수 없을까?

치하야:굳이 아셔야 할 필요가 있나요...?

P:어쩔 수 없지. 대답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상관없어.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하며 다 마신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 후 프로듀서는 나의 말을 듣고 포기했다는 듯이 말하고선 악보를 집어넣고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치하야:죄송해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난 프로듀서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다. 얼마 뒤 거의 도착할 무렵에 프로듀서가 나를 보며 상관없다는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P:뭐 상관없어. 나는 그냥 나에게 용길 북돋아준 이 곡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니까. 그건 그렇고 거의 다 도착한 듯 하네. 들어갈까?

치하야:네...

난 다시 한 번 프로듀서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스튜디오의 계단을 오를 때 프로듀서는 크게 웃으며 나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탁탁 쳤다.

P:왜 그렇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그냥 가볍게 물어본 것뿐이니까 그렇게 얼굴 구기지 않아도 되는데 하하핫.

나는 아팠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아팠기에 기뻐하기 보다는 프로듀서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

치하야:아야얏...아파요!

나의 말을 듣고 프로듀서는 금세 표정이 안 좋아졌다. 쓴웃음을 지으며 프로듀서가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P:아팠던 거야? 미안해.

치하야:후우...뭐 됐어요...일단은 들어가죠..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프로듀서의 사과를 대충이지만 받아주었다. 얼마 뒤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나와 프로듀서는 작곡가 선생님한테 인사를 했다.

P:나는 응접실에서 작곡가 선생님하고 얘기하고 있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멋진 곡을 반드시 만들어 올 테니까 기대해줘!

프로듀서의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해맑은 미소를 보며 마음 한편에는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굉장히 강하게 들었다. 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잠시 화장실로 갔다.

치하야:어째설까...난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걸까...

어제도 그랬다.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프로듀서를 거짓말로 속이면서 나는 위기를 버텨왔다. 그 때였다 눈가에서 눈물이 한줄기씩 흘러 내려왔다. 

치하야:죄송...해...흐윽...정말...죄송...흐윽...

나는 프로듀서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화장실에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리 힘도 풀려서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고 난 후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가 됐을 때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치하야:이대로...나 자신을...또한 프로듀서를 속여 가며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나는 울어서 부어있는 눈을 가라앉힌 뒤 다시 원래 있던 소파로 힘없이 갔다. 10분 뒤 프로듀서가 응접실에서 문을 박차고 나에게 다가왔다. 프로듀서는 나에게 악보를 눈앞에 내밀며 따지듯이 말했다.

P:치하야, 어제 한 말 거짓말이지?

치하야:무슨...말이죠?

나는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방금 후회했는데...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P:어제 이 곡이 미완성이라며? 반면에 작곡가 선생님은 네가 구상한 것에 음을 붙여 완성한 어엿한 완성곡이라고 말하시던데? 뭐가 맞는 말이야?

치하야:으음...죄송해요, 프로듀서...

프로듀서의 말은 하나 같이 전부 다 진실이었다. 나는 결국 거짓말을 한 걸 시인하고 프로듀서에게 사과했다. 그랬더니 프로듀서는 정색을 풀고 나를 보며 말했다.

P:역시 거짓말이었구나...하지만 오히려 기쁜걸, 하핫. 이렇게 솔직하면 얼마나 좋아? 거짓말 하는 것보다 백번 낫잖아? 아..아까 따지듯이 말한 건 미안했어.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몇 번 긁적인 뒤 크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프로듀서의 그 손길에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숙였다.

치하야:(미안해요...정말...다시는...)

P:그나저나 이미 완성된 곡이라니 믿기지 않는데? 가사도 엄청 좋고. 음도 좋고. 좋아! 이 곡을...

그 때였다. 프로듀서가 악보를 보며 아까 작곡가 선생님한테 들은 듯한 감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난 생각을 멈추고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치하야:그 곡은 당분간 부르지 않으면 안 될까요?

P:어째서?

치하야:그야...어찌됐건 지금은 말 못해요...

P:이 곡을 쓰기 싫어하는 이유를 알아야지 지금 이 곡을 쓸지 안 쓸지 결정할 수 있지 않겠어?

치하야:하지만...그 곡은 더 이상 부르기도 듣기도 싫으니까.

프로듀서의 살짝 짜증을 내는듯한 말투에 나도 살짝 짜증을 내며 말했다.

P:네,네 알겠습니다. 당장 부르기 싫어한다면 나도 안 말리겠어. 뭐 어차피 다른 곡들도 많으니까. 난 작곡가 선생님한테 인사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기분이 나쁜지 프로듀서는 아까보다 더욱 더 짜증이 나는지 그런 말을 하고 뒤돌아서 응접실로 향했다. 나는 프로듀서의 그 태도에 대해 무척이나 서러워서 책상에 엎드린 채 소릴 죽여서 울었다. 

치하야:이번에도일까...나를 버리는 거...더 이상은...흐윽...

한동안 울고 나니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가 아주 살짝은 풀려나간 것 같았다. 난 눈물을 닦고 손수건을 찬 물로 적신 뒤 부어있는 눈가에 눌렀다. 그 후, 15분 뒤 작곡가 선생님이 응접실에서 나왔다. 나는 프로듀서가 같이 나오지 않는 사실이 이상해서 작곡가 선생님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치하야:프로듀서는...?

작곡가:파랑새, 오늘 그 곡 때문에 온 거지?

일방적인 작곡가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치하야:네...그렇긴 한데...그건 프로듀서가 독단적으로...

작곡가:언제까지 자신을 숨기며 살 거야? 치하야는 이제 혼자가 아니야. 프로듀서도 들어올 땐 너에 대해 살짝 짜증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 곡에 대해서 듣고 나니까 금세 표정이 어두워져선 고개를 숙이더라. 그나저나 치하야, 프로듀서는 한동안 잠깐 내버려두지 않겠어? 지금 조금 우울해진 듯 해보이니까. 그럼 먼저 갈게. 아, 그리고 치하야. 그 곡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설명해뒀으니까 뒤는 부탁할게. 아 전에처럼 프로듀서에게는 모르는 척 해줘. 알겠지?

그렇게 말하고서 작곡가 선생님은 스튜디오 안에 있는 다른 직원에게 열쇠를 맡긴 뒤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치하야:프로듀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책상에 턱을 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계속해서 나오지 않는 프로듀서가 걱정이 돼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프로듀서가 있는 응접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살짝 연 문틈으로는 왠지 모르게 영혼이 빠진 듯한 모습을 한 프로듀서가 앉아있었다. 

치하야:무슨 일이신가요...프로듀서?

나는 프로듀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물론 아까 작곡가 선생님이 말한 대로 아까 이야기에 대한 건 모르는 척 했다.

P:.....응? 아,아무것도 아냐! 가,가자.

프로듀서는 당황한 듯이 응접실에서 빠르게 빠져나갔다. 나도 빠르게 프로듀서를 쫓아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치하야:(프로듀서, 정말로 괜찮은 걸까...)

스튜디오를 빠져나간 뒤 프로듀서는 줄곧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왠지 모르게 정신이 빠져나간 듯 해보였다. 프로듀서는 허둥지둥 가방 속에서 서류를 꺼내 나에게 보여줬다.

P:이 중에서 무슨 곡을 하고 싶은지 결정해주겠어?

그렇게 말하며 서류를 보여주는 손은 조금씩 불안한 듯이 떨려왔다. 나는 포지티브!란 곡을 선택했다. 프로듀서는 내 말을 듣고 서류를 집어넣었다. 그 후 프로듀서는...

P:내가 말이지 어제 마트에 가서...아 그게 아니라...그래, 그저께 마트에 가서...

말 그대로 뭔가 불안해보였다. 눈동자도 나를 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방으로 휘둘렸다. 20분 뒤 사무소에 도착해서 문 앞에 섰을 때 왠지 모르게 프로듀서는 힘에 부치는 듯 한 한숨을 쉬었다. 프로듀서가 문고리를 열고 문을 여는 순간.

쾅! 머리와 머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났다. 프로듀서와 머리를 부딪친 사람을 잘 보니 이오리였다. 이오리는 부딪친 이마가 아픈지 이마에 손을 댄 채 부벼댔다. 이윽고 한쪽 눈을 감고 프로듀서에게 짜증을 냈다.

??:아얏! 뭐,뭐야 넌! 사람 가는 길에 앞 좀 제대로 좀 보고 다니라고!

그런 이오리에게 타카츠키 씨가 달려왔다.

??:아, 이오리 괜찮아?

P:아야야...너야말로 제대로 좀 보고 다니라고! 아야얏..

이윽고 프로듀서도 이오리의 태도에 반박하며 말했다. 마치 아까 고민하던 표정이 완전히 녹아서 사라지듯이 말이다.

??:하아? 누가 누구보고 하는 소리야! 너야말로 제대로 앞을 보고 다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냐?

이오리가 프로듀서의 말을 듣고 또 화를 내자 타카츠키 씨는 이오리를 재차 말렸다.

??:이오리, 그만해.. 일하러 가야 하잖아.

??:아야야...야요이 알겠어. 쳇! 오늘 하루 운 한번 진짜 없네!

치하야:두 사람 다 기운이 넘치는걸.

나는 프로듀서 뒤에서 나와 두 사람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앗! 치하야도 있었던 거야? 그러면 그 사람은..

치하야:응, 내 프로듀서야. 프로듀서도 이오리한테 사과하세요.

나는 프로듀서와 이오리를 중재했다. 

P:미안, 그나저나 이름이 이오리구나. 알겠어, 자알 기억해두지.

프로듀서는 이름을 알고 나니 아까 고민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이오리를 보며 이를 박박 갈며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이오리:누가 할 소리를! 사과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가자 야요이.

이오리는 그런 프로듀서를 가볍게 무시하고 타카츠키 씨를 데리고 사무소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타카츠키 야요이라 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옆에 있는 여자애는 미나세 이오리에요. 그럼 저희 둘은 일하러 가야돼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프로듀서는 아까랑은 다르게 당황하며 타카츠키 씨와 이오리를 불러 세웠다.

P:자,잠깐만 미나세 라고?

야요이:네, 미나세 그룹의 여...뭐지 어찌됐건 딸이에요.

그 말을 듣고 프로듀서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미나세 그룹.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재벌그룹 중 하나다. 이오리는 이 사무소에 거의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채 오직 미나세 그룹의 뒤쪽 힘만 써서 이 사무소에 들어온 건 이 사무소에 들어온 지 꽤 되는 사람들이라면 잘 아는 일화다.

P:영애를 말하려고 한 건가...뭐 어찌됐건 이런 낡아빠진 사무소에 그런 재벌그룹의 따님이 여긴 무슨 일이야?

이오리:모두 톱 아이돌이 된 이 이오리 님을 존경하게 하려고 하는 거지! 다른 이유가 있겠어? 그건 그렇고 방해되니깐 얼른 비켜, 신참 프로듀서.

P:아,아아...알겠어.

그렇게 물어보는 프로듀서에게 이오리는 앞머리를 살짝 뒤로 넘기며 말했다. 프로듀서는 꼬리 내린 개처럼 나가는 이오리와 타카츠키 씨를 멍하니 쳐다봤다. 계단에서 두 사람이 사라지고 한참 뒤 사무소 내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나에게 이오리에 대해 물어봤다.

P:흐음...그나저나 이런 곳에 왜 그런 재벌그룹의 영애가...

치하야:듣자하니 이오리는 실제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어온 아이돌은 아니에요. 살짝 외부에서 압력을 가했다고 하던데..

실은 말 그대로 외부에서 압력을 가해 들어온 케이스지만 나는 살짝 말을 꼬아서 말했다.

P:그런데 그럴 거면 여기 말고도 다른 사무소도 많잖아? 저기 옆 동네에 뭐가 있더라...961프로인가?

치하야:....그 961프로란 건 여기서 말 안하시는 게 나아요. 사이가 안 좋거든요..

961프로...우리 765프로와는 완전한 천적...쿠로이 타카오 사장이 이끄는 비열한 아이돌 함대는 왠만한 실력이 없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게 손을 써놓는 사무소다. 프로듀서는 내 말을 듣고 이해를 못하는 듯한 말투로 나에게 다시 질문했다.

P:그래? 거기 인기도도 빵빵한 프로젝트 페어리라던가..뭐 많았잖아?

치하야:프로젝트 페어리라면 한참 전에 해체된 지 오래에요. 그 멤버들이 지금 여기서 활동하고 있는 호시이 미키, 시죠 타카네, 그리고 프로듀서랑 구면이었던 가나하 히비키. 이 세 명이었죠. 모르셨던 거 에요? 뭐 사무소에서 나간 뒤로는 완전히 신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얼마 전의 일만 같다. 프로젝트 페어리...1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어느 샌가 뒷소문을 무성하게 펼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유닛...한 때는 전설이라 불렸던 유닛이었지만 많고 많은 소문들 중에서 사람들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건 쿠로이 사장 앞에서 밉보일 짓을 했다는 소문뿐이다.

P:흐음...연예계 뉴스는 잘 안보니까...  

내 말을 듣고 프로듀서는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프로듀서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치하야:이제 프로듀서도 되었고 하루에 한 번이라도 신문이나 뉴스는 꼭 챙겨보셔야 돼요. 아시겠죠? 

P:알겠어..흐음...

치하야:그나저나 데뷔 오디션은 며칠 후에 시작하나요,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살짝 분위기를 바꾸어 진지한 척을 하며 말했다. 

P:3일후야.

나는 그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프로듀서에게 인사를 했다.

치하야:흐음...준비해둬야겠네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P:갑자기 왜 그래? 먼저 실례한다니..

프로듀서는 나를 불러세우며 질문했다.

치하야:레슨이라면 언제든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이렇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P:하지만 나도 같이 가..

치하야:괜찮아요. 프로듀서는 제가 실수하지 않게 그 3일 동안에 더욱 더 오디션에 관한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나는 불안해 하는 프로듀서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P:오디션은 그냥 보면 되는 거 아니었어?

프로듀서는 끝까지 나랑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한 말투로 다시 질문해왔다. 나는 침착하게 눈을 감고 답했다.

치하야:역시나...어제에 이어서 한 가지 더 알려드릴게요. 유행이란 게 오디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편인데...요새는 댄스와 비쥬얼이 유행이에요. 따라서 저같이 노래만 잘한다고 해서 오디션에 합격할 확률은 극히 적어요. 엄청나게 연습을 해서 모든 심사위원에게 제대로 어필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죠.

P:그,그렇구나...알겠어. 3일 동안 그럼 각자 열심히 해보자. 나는 정보를 치하야는 연습을!

프로듀서는 그 말을 듣고 뭔가 깨달은 듯한 얼굴을 하고 웃어줬다. 나는 살짝 안심하고 사무소를 빠져나갔다.

치하야:아직까지는 바람이 차구나...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댄스 레슨을 하러 댄스 스튜디오로 갔다. 아무 말 없이 레슨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집에 도착한 뒤 휴대전화를 열어봤다. 타카츠키 씨한테 한 통의 메일이 와있었다. 아마도 이오리의 휴대전화를 빌려 썼겠지. 내용을 확인하니 오늘 큰 싸움이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내용이었다. 난 그런 타카츠키 씨가 살짝 귀여워서 살짝 웃은 뒤 휴대전화를 닫았다.

치하야:그나저나 앞으로 이틀...휴우...오늘 프로듀서의 넘치는 자신감은 알겠지만 과연 잘될까...

나의 오디션에 대한 불안과 프로듀서가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난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샤워실로 들어갔다.

치하야:샤워라도 하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아마...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TV를 틀었다. TV에는 하루카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치하야: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턱을 괸 채 멍하니 TV를 보다보니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치하야:슬슬 잘까...

침실로 들어가 홀로 누웠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어릴 때의 나의 꿈들 말이다. 누구에게나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훌륭한 가수가 되겠다는 꿈... 지금은 그 목표에 대해 동기부여를 해준 사람이 지금 이 세상에는 없지만...하지만 한 번만 더...

치하야:한 번만 더 도전해보고 싶어...내 동생을 위해...이 세상에 없지만...

그 후 나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왠지 모를 그리움과 서러움에 복받쳐서...한동안 시간이 지난 뒤 어느새 새벽이 밝아왔다.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프로듀서의 집으로 향했다. 프로듀서와 만날 때는 왠지 모르게 내 고민이나 불안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다...비록 어제처럼 잘 못할 것 같은 불안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조금은 마음이 안심되는 듯 하기 때문이다. 나는 프로듀서 집의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P:...?

프로듀서는 이상한 듯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치하야:좋은 아침이에요, 프로듀서.

P:...?

치하야: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거 에요?

계속해서 날 이상하게 보고 있기에 나는 반대로 질문을 했다. 프로듀서는 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선 고개를 살짝 기울인 뒤 물어봤다.

P:왜 여기에...?

치하야:어제도! 표정이 안 좋았으니까요. 물론 저도 어제 그 파랑새 곡 때문에 기분은 그다지 안 좋았지만.

난 어제 있었던 일을 들먹이며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프로듀서는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P:으,응? 내 표정이 그렇게나 안 좋았어? 어제는 꽤나 자연스럽게 대했는데..

치하야:프로듀서야 말로 거짓말이 서툴러요. 어제 한동안 작곡가 선생님 방에서 안 나오길래 무슨 얘기를 또 들었나 궁금해서 오늘 찾아온 거 에요.

치하야:(사실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해달란 부탁을 받았으니...일단은 형식상 물어보기라도 해봐야지...)

P:어제...? 그 얘기라면...

프로듀서는 잠시 고개를 숙인 뒤 나에게 어제 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치하야:.....

나는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듣는 그 순간에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활짝 펴고 밝게 웃으며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괜찮아요, 뭐 어차피 몇 명 정도는 저를 감당하지 못한 채 떠나갔으니깐 저로써도 미련은 없어요. 단지 제가 작곡한 곡이 안 좋은 평을 받았다는 거에 대해서는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요. 하지만 그 곡은 당분간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한테도 별로 기분은 좋지는 않은 곡이니까.


P:알겠어. 그런데 의외인걸...난 치하야가 상처 받을 줄 알았는데.

프로듀서는 다소 신기한 듯이 날 쳐다보며 말했다. 아픈 추억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단 사실이 이상해서겠지..난 프로듀서를 가리키며 살짝 단호하게 말했다.

치하야:상처야 물론 받았죠. 하지만 지금은 저에게 어엿한 프로듀서도 있잖아요? 자신이 맡은 아이돌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한 채 도중 이탈한 프로듀서답지도 않은 프로듀서 보다는 백배 나아요.

P:그,그렇구나...그나저나 그 프로듀서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에 있냐니...그건 나도 잘 모르지만 일단 대충 둘러대기로 했다.

치하야:아마 사무소를 나갔을 걸요?

P:흐음...알겠어. 그럼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고! 치하야는 연습을...

프로듀서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는 도중에..

치하야:아뇨, 오늘은 머리를 좀 식히려고 이렇게 찾아온 거 에요.

난 그런 프로듀서의 말을 끊고 말했다. 프로듀서는 말이 끊긴 게 조금 황당했는지 나에게 되물었다.

P:레슨은?

치하야: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 하루는 쉬려고요. 몸이 안 좋을 때 억지로 연습을 해봤자 부상만 당하기 쉬우니까요.

사실상 하루 안에는 레슨을 한다 해도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둘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물론 어제 잠을 못잔 것 때문에 진짜로 컨디션이 안 좋기도 하고... 프로듀서는 내가 컨디션이 안 좋다고 말하자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밥을 먹는 시늉을 하며 나에게 물어봤다.

P:알겠어...그럼 아침은 먹었어? 

치하야:주먹밥 하나로 일단 해결했긴 했는데..

그런 나의 말을 듣고 난 뒤 바로 내 배에서 울리는 신호를 듣고 프로듀서는 가볍게 웃은 뒤에 고개를 좌우로 젓고선 나를 집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나를 소파에 앉히고 냉장고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치하야:열심이구나, 프로듀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냉장고를 뒤적이는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아줌마 같기도 했다. 

프로듀서:치하야?

치하야:네, 무슨 일 있으신 거에요?

P:먹을 게 마땅치 않아서...장이라도 봐야 될 거 같은데. 어떡할래, 집에 있을래?

왠지 내게 별로 잘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표정을 짓는 프로듀서를 보며 나도 도와줘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에 나는 집에 있지 않고 같이 따라나서겠다고 말했다. 밖으로 장을 보러 나갔을 때 나는 프로듀서의 옆에 팔짱을 낀 채 떨어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었기에 그랬다. 그런 나를 보며 당황한 듯이 손사래를 치며 프로듀서가 말했다.

P:저기 치하야...옆으로 조금만 떨어지면 안 될까?

그런 프로듀서를 보며 나는 살짝 화난 척을 하며 말했다.

치하야:제가 감기 걸려도 괜찮단 소리에요? 절대로 옆에서 안 떨어질 거에요.

P: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치하야: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요?

그리고 프로듀서가 안절부절 못하듯이 말하자 나는 다시 한 번 프로듀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P:누가 보면 오해하니깐 그렇지!

치하야:오해할 게 뭐가 있다고..치잇!

프로듀서가 살짝 내 태도가 짜증나듯이 말하자 나는 반격하며 오히려 더욱 더 깊게 파고들었다.

P:어쩔 수 없나...

프로듀서가 포기한 듯한 얼굴을 지었을 때 나는 오히려 기뻐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치하야:헤헤, 이로써 프로듀서는 내...

의식이 점점 멀어져갔다...깊은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치하야:어,라...?

이윽고 눈이 감기고 다시 한 번 잠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어느 샌가 내 볼에 어쩐지 굉장히 포근한 감촉이 느껴졌고 나는 그 감촉이 정말로 기분이 좋아서 더욱 더 졸음 속으로 깊게 빠져 들어갔다. 얼마만큼 잤을까...눈앞에는 새빨간 석양이 물들어있었고 나는 그 빛에 눈이 부셔 눈을 부비면서 깨어났다. 

P:일어났어? 으이구!

프로듀서는 다소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나를 마트 앞 벤치에 내려놓은 뒤 내 미간에 검지손가락으로 쿠욱하고 깊게 눌렀다.

나는 프로듀서가 찌른 미간을 손으로 감싸며 아프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프로듀서는

P:%$%#$##@^&^&$~~!@#@%^%&^&&*()&*&*^&^^%^%#%#너때문에...

뭔가 모를 암호 같은 혼잣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갑작스런 프로듀서의 행동에 화를 내며 말했다.

치하야: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P:됐네요! 으이구...정말이지. 잠꾸러기야,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고 프로듀서는 벤치에 짐을 내려놓았다.

치하야:제가 혹시...
 
실제로 잔 듯한 기분은 든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로 잠에 빠져서 프로듀서에게 이끌려 다녔다니...나는 왠지 모르게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숙이고 프로듀서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프로듀서는 내 이마를 쿡 찌르며

P:그래, 잠들었어! 옆에 딱 붙어서 말이지.

치하야:그,그랬었군요...폐를 끼친 것 같네요..프로듀서 죄송해요.

본의 아니게 또 프로듀서에게 신세를 져버렸다. 프로듀서는 아까 화내던 표정을 얼굴에서 지우고 웃으며 말했다.

P:뭐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즐거웠긴 했지만...역시 다음에는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고.

치하야:죄송해요...

프로듀서가 즐거웠다고는 하지만 내 입장에서 봤을 때 프로듀서에게 큰 폐를 끼친 셈이다. 나는 다시 한 번 프로듀서에게 사과를 했다. 프로듀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말투로 자기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P:뭐 이미 지나간 일이고, 이만 집에나 돌아가자. 자 업혀, 치하야.

치하야:네?

P:업히라니깐. 힘들까봐 도와주는 건데 사람 성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프로듀서는 살짝 삐진 것처럼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다급히 긍정의 의미를 표시하고 앉아있는 프로듀서의 등 위에 앉았다. 프로듀서는 등위에 앉은 나의 허리를 잡고 힘차게 일어섰다.

P:읏쌰! 어때, 특등석에 앉은 소감이?

치하야:왠지 새롭게 느껴지네요. 프로듀서의 어깨하고 등이 왠지 모르게 엄청 넓은 듯 해보여요.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의 뒷모습은 그다지 자주 볼 기회가 없었다..나는 프로듀서의 등 위에서 본 세계와 프로듀서의 뒷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모든 게 새롭다고 느꼈다. 프로듀서는 그런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P:막노동 짓을 많이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뭐 어찌됐건 꽉 붙잡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선 벤치에 있는 짐은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은 내 허리를 잡고서 천천히 집을 향해 갔다. 프로듀서의 등 위에서 바라본 주홍빛 석양과 왠지 모르게 기뻐 보이는 프로듀서의 표정을 보며 나는 왠지 모를 불안 하나를 덜어낸 것과도 같이 크게 안심이 됐다. 나는 다시 한 번 프로듀서의 넓은 등위에서 고개를 파묻고 양손은 프로듀서의 어깨를 꽉 잡은 채 집까지 돌아갔다.

치하야:(이런 때가 계속된다면...정말 좋을 텐데...)

얼마 뒤 프로듀서의 집에 도착했다. 프로듀서는 안에까지 나를 업고 가 소파에 나를 내려주며 걱정된다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P:피곤하면 언제든지 내 침대에 가서 쉬어도 상관없으니까 몸이 안 좋다 싶으면 쉬어도 상관없어. 일단은 밥부터 먹어야 하니까...저기 있는 소파에 앉아 TV라도 보고 있으면 되겠네.

그렇게 말하고선 프로듀서는 짐을 들고 재료를 손질하러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는 프로듀서가 말한 대로 TV를 켜서 보고 있었다. TV에는 타카츠키 씨와 이오리가 특별 게스트인 미키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그 세 명이 추는 댄스를 보며 부럽단 생각을 하며 천천히 의식이 멀어져 갔다. 얼마 뒤 프로듀서의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나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것 같은 손길이 살짝 느껴졌다. 나는 그 손길에 기분이 좋아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치하야, 일어나야지. 밥 다됐어.

한참 달콤하게 자고 있을 때 뭔가가 내 볼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나는 그 뭔가의 손을 살짝 쳐대며 몸을 배배 꼬았다.

P:역시나, 치하야는 어째보면 잘 때만큼은 세상 걱정을 모두 잊어버린 것 같은 얼굴을 하네..하핫..

치하야:(이 목소리는...프로듀서인가...?)

치하야:으...음...음...여긴 어디...후아암...

나는 아까 마트에서처럼 눈을 부비며 피곤한 눈으로 흐릿한 형상의 프로듀서를 보며 말했다. 

P:일어났구나, 치하야. 밥 다 됐으니깐 먹자.

치하야:프로듀서...! 

나는 그제서야 프로듀서인 줄 알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P:놀란거야? 하핫.. 미안해, 밥이 다 돼서 깨우려고 했는데 좀체 일어나질 않아서 말이야.

치하야:그랬던 거군요...또 폐를 끼친 것 같네요. 죄송해요, 프로듀서.

P:치하야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프로듀서는 크게 웃으며 나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뒤 나를 이끌고 식탁으로 갔다. 식탁에는 2개의 오므라이스가 각각의 그릇에 담겨있었다. 프로듀서는 나를 앉히고 자기도 내 앞에 앉고서 오므라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P:맛있겠지? 자 얼른 먹자!

그렇게 말하고선 옆에 있던 왠지 모를 미묘한 색상을 가진 소스를 오므라이스에 부어서 숟가락으로 먹기 시작했다. 

P:역시 이 맛이야...! 치하야는 어때?

나도 소스를 부어 한 입 먹었을 때.

치하야:(매,매워...!)

엄청 매웠다. 나는 눈을 찡그리며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치하야:매,매워...프...로듀,서...무...울!

P:으...응? 이게 그렇게 매웠던가...? 어찌됐건 자 물 여기 있어. 그나저나 치하야는 매운 거 못 먹는 거야?

난 프로듀서가 건네준 물을 빠르게 마시고 난 뒤 화를 내며 말했다.

치하야:저는 매운 걸 잘 못 먹는 편이에요! 만날 편의점에서 음식을 때우다 보니 되도록 덜 자극적인 음식만 먹게 돼서...

P:미안한걸...다음엔 이러지 않도록 주의할게. 일단 다 먹을 수는 있겠어? 영 뭣하다면 하나 더 만들어줄게.

내가 화내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프로듀서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말했다. 

치하야:괘,괜찮아요! 새로운 맛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다시 한 번 잘 먹겠습니다!

나는 아까 화낸 것도 잊은 채 프로듀서의 태도에 당황하며 급하게 오므라이스를 먹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먹고 있을 때 프로듀서가 먹는 걸 잠시 멈추고 내가 먹는 걸 보더니 가볍게 웃어주었다. 나는 목에 오므라이스가 걸려 기침을 하며 물어봤다.
치하야:으...읍! 무,무슨 일이시...읍!

P:일단 먹고 나서 말해...

물을 마시고 입안에 있는 오므라이스를 전부 삼키고 다시 프로듀서에게 질문해봤다.

치하야:무슨 일이기에 갑자기 웃었어요?

P:응? 아, 그게 말이지. 치하야가 나를 위해서 최대한 맞춰 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무심코 웃어버렸어.

치하야(.......방금 뭐라고 한 거에요...? 프로듀서...)

그 말을 듣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P: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치하야:아,아무 것도 아니에요...

머릿속이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프로듀서의 질문에 사실상 정신이 없는 채로 대답해버렸다. 나는 그런 나 자신이 조금 한심해서 아무 말 않고 밥만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 프로듀서도 그런 나를 보더니 살짝 멋쩍은 듯 나와 마찬가지로 밥만 묵묵히 먹었다. 그릇을 다 비웠을 때 프로듀서가 나에게 질문했다.

P:아까 만든 오므라이스가 맛이 없었던 거야? 왜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계속 말도 없고..뭔가 이상하다고?

치하야:....바보...!

P:지금 뭐라고 했어....?

난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프로듀서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나와 자기 자신의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고 말했다.

P:휴우...어쩔 수 없지...난 먼저 들어가 있을게. 마음 풀리면 언제든지 내 방에 와. 

그렇게 말하고서 프로듀서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까 그 질문 때문에 마음이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난 소파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도 듣지 못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치하야:우우, 정말이지...휴우...프로듀서...하아...

이것저것 생각해도 나오는 건 결국 한숨뿐이었다. 난 소파위에 있는 방석을 집어던지고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치하야:(바보, 바보! 멍청이! 둔탱이 프로듀서! 아이돌 마음 하나 몰라주는 멍청이 프로듀서...)흐흐흑...

마음속으로는 실컷 욕을 하고 있었지만...입으로는 차마 그 말들을 꺼낼 수가 없었다. 내 마음 속의 안 좋은 말들로 인해 프로듀서가 상처받는 게 싫으니까...난 그저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들을 감추고서 울기만 할 뿐이었다. 얼만큼 울었을까 나는 울다 지쳐 결국 잠이 들고 말았다. 잠을 자고 있다 보니 내 곁에서 오늘 느꼈던 어떠한 온기보다 따뜻한 감촉이 나의 몸에 전해져오는 걸 느꼈기에 잠깐 눈을 떠보았다. 거기엔 침대에서 나를 꼭 안은 채 잠든 프로듀서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편안해 보이는 미소, 여태동안 본 적도 없는 꾸밈없는 미소가 거기 있었다.

치하야:프로듀...흐윽...

난 프로듀서에게 너무나도 미안했기에 몰래 눈물을 흘리며 다시 눈을 감고 억지로나마 잠을 청했다. 아까 울었던 탓인지 금세 피곤해져서 다시 잠이 들고 말았다. 한동안 잔 후에 어느 샌가 온기는 사라지고 갑자기 한기가 내 몸에 감돌기 시작했다. 또 다시 뭔가가 내 얼굴을 자꾸 찌르는 느낌도 계속 들었다. 난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치하야:적당히 좀 하세요! 응...?

눈을 뜬 그곳에는 프로듀서 이외에도 아미와 마미가 있었다. 난 이상하게 여기며 프로듀서를 쳐다봤다.

P:일어났어, 치하야?

치하야:프로듀서, 어째서 아미와 마미가...

프로듀서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얼버무리듯이 말했다.

P:흐음...으윽...뭐 여차저차 해서..만나게 된 걸지도...

아미,마미:오빠야는 너무 솔직하지 못한 거 아냐?

그러자 아미와 마미는 프로듀서에게 태클을 걸며 말을 끊었다. 

P:누,누가 솔직하지 못하단 거야! 난 단순히 치하야를 데려다 주려고 한 것뿐이건만! 너희들이 멋대로 따라온 거잖아?!

아미:피잇!

마미:마미 엄청 삐졌어! 그냥 솔직하게 우리가 몰래 따라가다 우연히 만났다고 하면 될 것을!

프로듀서는 아까와는 다르게 성질을 내며 아미와 마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아미와 마미도 그런 프로듀서에게 성질을 부리며 반론했다. 나는 열쇠를 사용하여 문을 연 뒤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치하야:뭐 어찌됐건, 고마워요 모두. 아미,마미도 수고 많았어. 프로듀서도 고마워요. 정말 따뜻했어요....

아미,마미,P:방금 끝에 뭐라고 한 거야?

난 시죠 씨처럼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비밀이라 말하고 문을 닫았다.

치하야:다행이다....

난 속으로 안심하며 샤워실로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하기로 했다. 옷을 벗고 목욕타월로 몸을 가린 그 순간 오늘 하루 쌓인 피로가 많았는지 코에서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휴지를 찾아 코를 막았다.

치하야:이렇게 되면 역시 샤워는 무리 일려나...하기야 오늘 많이 피곤하기도 했고...

나는 코에서 휴지가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목욕타월에서 간단한 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치하야:TV나 보면서 코피가 멎길 기다려봐야겠다...

TV를 트니 시죠 씨와 가나하 씨가 만담 콤비를 짜서 국내 최강 만담 콤비!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었다. 나는 코타츠에 들어간 뒤 느긋이 그 프로를 시청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코에 끼워놨던 휴지를 빼니 코피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나는 살짝 안심하고 휴지통에 코피가 묻은 휴지를 버리고 그 후 간단히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잠자리에 들어갔다.

치하야:언젠가는 분명 알아주겠지...?

커피 광고에서 들은 노래 가사가 인상 깊었기에 한 번 읊조려 본 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잠들었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다사다난한 날이 끝나가고 있었다. 


========잡설공간=================

아 피곤합니다...ㅠ;
대학생활 시러시러...피곤 ㅇㅁㅇ;
일단 구상은 다 해놨으니 그에 맞춰 시나리오만 틀어지지 않으면 되겠네요 아마;
히비키 에피소드도 일단은 구상이 끝났습니다 ㅎㅎ;
처음 꿈 얘기는 그냥 덧붙이기...; 빼고 봐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카페인이 모자라 피로에 미쳐 폭주하는 필자가 돼버렸습니다; 아아 저에게 자양강장제를...쿨럭;
참고로 이번 화를 날로 먹는 거 같지만 전혀 안 그렇답니다; 한글 에디터로 17줄(...) 
그나저나 치하야는 자버리면 쉽사리 깨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죠 ㅎㅎ; 덤으로 귀여움도 서비스~서비스~

그나저나 포인트를 빨리 벌어야겠습니다 히비키 알림을 사고 싶슴다...!
무척이나 피로한 상태에서 쓴지라 이것저것 빗나가는 부분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ㄷ;
요새는 새벽에만 쓰는 편이라서 ㅠ; 많이 피곤하답니다 ㅎㅎ;

그럼 다음화에서 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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