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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X후미 [프로듀서 씨가 소개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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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6, 2016 21:34에 작성됨.

사랑하는 이의 곁에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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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 후미카는 평범한 소녀였다. 무난하게 초등, 중등,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다. 서점을 운영하는 숙부를 돕던 중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찾아왔다.

 

“아이돌에 흥미 없으십니까?”

 

후미카는 순진한 아이들을 꼬셔서 이상한 방송에 집어넣는 그런 인물이 아닐까 의심했다. 실례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남자의 인상은 그러고도 남을 듯 했다. 아이돌을 권유하는 남자를 좋은 말로 물리쳤다, 그런데 남자는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서점을 찾았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일주일.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남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후미카를 찾아왔다.

 

“적어도 명함만이라도.”

 

서점에 와서 하는 말은 딱 두 마디였다. ‘아이돌에 흥미 없으십니까.’와 ‘적어도 명함만이라도.’. 이 두 마디 모두에 거절을 하면 그 날은 그냥 간다. 그렇지만 다음날 또 온다. 결국 끈기에 진 후미카는 그가 준 명함을 받았다. 346프로덕션. 꽤 유명한 곳이다.

명함을 받은 이후, 이제 그 남자가 와서 하는 말은 변했다. ‘아이돌에 흥미 없으십니까?’라는 말은 처음에 오면 항상 했지만, ‘명함만이라도’라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당신의 가능성을 보고 싶습니다.”

“눈앞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아이돌이 되어서 당신이 감추고 있는 그 미소를 알리지 않겠습니까?”

 

이런저런 말을 했다. 물론 이것도 딱 한마디씩만 했다. 후미카는 생각한다. 너무 평범한 자신은 아이돌과 같은 눈에 띄는 일은 어울리지 않을거라고. 하지만 그 남자가 매일같이 찾아오며 하는 설득에, 조금씩 상상해본다. 아이돌이 된 자신을.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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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태풍이 분다고 한다. 심한 바람과 폭우는 길에 다니는 사람들조차 없게 만들 정도였다. 숙부께 전화를 드리니 오늘은 가게를 열지 못하겠다고 한다. 오늘은 쉬기로 했다. 그런데 후미카는 문득 그 남자 생각이 났다. 매일같이 오는 그 남자. 과연 이 비바람을 뚫고 올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후미카는 한번 나가보기로 했다. 거센 바람은 우산도 날려버려 우비를 대신 입고 나갔다.

 

“없네. …하긴 오늘 같은 날에.”

 

그 남자가 매일 오던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서점 앞에 도착했지만, 그 남자는 없었다. 이유모를 아쉬움이 든 후미카였지만, 이런 날씨에 나오는게 이상하다고 애써 달래가며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그대로 걸으려고 했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저… 오늘은 서점을 하지 않는겁니까?”

 

매일 이 시간에 듣던 목소리. 후미카는 바로 반응해서 몸을 돌렸다. 돌아보니 남자는 흠뻑 젖어있었다. 우산은 거의 뒤집혀져 있고, 꽤 값이 나가보이는 양복은 완전 더러워졌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또다시 후미카를 보았기 때문에 남자는 언제나처럼 말했다.

 

“아이돌에 흥미 없으십니까?”

 

피식. 후미카는 무심코 웃어버렸다. 태풍이 부는 이런 날씨에도 권유하러 온 남자가 너무 바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까지 자신을 원하는데 어떻게 물리치겠는가. 후미카는 미소를 지으며 답해주었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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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 후미카는 아이돌이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후미카를 스카웃 해준 그 남자는 후미카와 함께 일하지 못했다. 그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로 발탁되었기 때문이다. 함께 일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후미카는 이제 발을 디딘 새로운 세계에서 노력했다. CD도 발매하고, 이런저런 활동도 뛰고, 그러던 중, 스스로를 상무라 소개한 여자가 후미카를 프로젝트 크로네로 불러들였다.

 

후미카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것이 기뻤다.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기뻤다. 공연을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너무 과했다. 피로와 앞으로 있을 공연의 긴장감에 동시에 덮쳐진 후미카는 쓰러지고 말았다. 큰일이 날 뻔 했지만, 다행히 도움을 받았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프로젝트의 이름을 듣는 순간, 후미카는 멤버들 모르게 그 프로젝트의 프로듀서가 누군지 찾았다. 예상대로. 그 프로듀서는 자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그 남자였다. 다시 만나 인사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항상 엇갈렸다. 그리고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게 있었다. 다른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를 사사로이 만난다는 게.

 

말도 걸지 못한 채로 시간을 흘러갔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미시로 씨가 아직 정해두지 않았던 프로젝트 크로네의 프로듀서를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에게 겸임 시킨다고 했다. 22명이나 되는 아이돌을 한 사람에게 맡긴다는 건 너무 무리 시키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너무, 순수하게 기뻤다. 그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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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들은 일정이 없거나, 잠시 쉬는 시간에 자주 프로듀서의 사무실에 들리곤 한다. 후미카도 예외는 아니다. 사무실에 와서 한 구석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거나, 혹은 대화에 참가한다.

 

‘우우. 기껏 프로듀서 씨의 아이돌에 되었는데 말 걸 수가 없네요.’

 

그가 이끄는 두 프로젝트의 아이돌들은 너무 붙임성이 좋은 이들이 많았다. 이미 계속 이끌어온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아이돌들의 대부분이 그랬고, 크로네의 아이돌들도 아리스와 후미카를 제외하곤 모두 허물없이 프로듀서와 이야기 했다. 소심한 후미카는 도저히 먼저 다가가지를 못했다. 프로듀서와 대화하는 것은 오직 두 경우뿐, 프로듀서가 먼지 일 때문에 말을 걸거나, 혹은 이미 다른 아이돌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것.

 

오늘도 후미카는 사무실로 왔다. 오늘은 아이돌들이 몇 없다. 앉을만한 자리를 찾아 책을 읽었다. 가끔 프로듀서를 흘끗 쳐다보면서.

 

“치히로 씨, 혹시 내일 쉴 수 있겠습니까?”

“음. 프로듀서 씨가 내일 일도 끝내시면 당연히 쉴 수 있겠죠!”

“하하하……. 예.”

“근데 왜 내일 갑자기? 요즘 너무 피로하셔서 휴가라도 받고 싶으세요?”

“아뇨. 내일 일이 있어서.”

“호오~? 아이돌 일을 목숨처럼 여기시던 프로듀서씨가 그것을 제쳐둘만한 일이 있으시다구요?”

“아뇨. 제쳐둔다는 말은…”

“무슨 일이신데요? 무슨일인가요? 말씀해주지 않으시면 내일 일을 다 하셔도 모레 일을 드리겠습니다.”

“헉….”

“자자~ 말씀해주시죠. 어떤 일입니까!”

“그게… 소개팅때문에….”

“예~~~!?!? 소개티이이이이이이잉!?”

“치…치히로 씨!?”

프로듀서 딴엔 최대한 조용히 말하려고 했지만 그 말을 들은 치히로씨는 사무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그 자리의 모든 아이돌들이 듣게 되었다.

 

“에에~?”

“프로듀서 씨가?”

“뇨와! 충격발언이다니!”

“!!”

 

순식간에 사무실은 흥분에 도가니로 변했다. 유일하게 후미카만이 크게 놀라지 않고, 얌전한 척을 하려고 했지만,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부들거리기만 했다.

주위로 몰려든 아이돌들에게 프로듀서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세월은 흘러가는데 일에만 파묻혀 있는 모습이 그의 선배 눈에 불쌍하게 비쳤다고 한다. 아예 여자 소개시켜줄테니 나오라고 통보를 해버렸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선배였기 때문에 소개팅을 열어주겠다던 말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언제인데? 장소는?”

“내일. 2시쯤입니다. 장소는…죄송합니다.”

“프로듀서! 여자 만난다고 우리 일 소홀히 하면 안돼!”

“절대 그러지 않을테니 안심하시길.”

“꼭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맘에 드는 여자 만나면 완전 푹 빠진다던데.”

“!!”

 

다행히 지금 사무실에 프로듀서에게 믿음직한 동료 이상의 호감을 보이던 이는 없었다. 아니, 한명 있지만 다행히 얌전한 타입이다. 만약 그 이상 있었다면 이 사무실이 초토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후미카는 프로듀서와 함께 일하게 된 뒤로 계속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오늘 프로듀서의 소개팅 소식은 그 억누르던 감정을 폭발시켜 버렸다. 그 감정을 모두에게 보이기 싫었던 후미카는 얌전하게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에도 소리죽여 울었다.

 

프로듀서가 소개팅? 싫다. 너무 싫다. 무지무지 싫다. 그의 성실함을 알기 때문에 일이 방해받지는 않을 것이고, 본인을 대하는 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싫다. 프로듀서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게 너무 싫었다.

 

“나도… 프로듀서 씨랑 가깝게 지내고 싶어…….”

 

패션 속성의 동료들처럼 허물없이 다가가고 싶다. 쿨 속성의 동료들처럼 프로듀서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다. 큐트 속성의 동료들처럼 프로듀서에게 부담 없이 기대고 싶다. 하지만 후미카는 그러지 못했다. 다가가지도, 당당해지지도, 기대지도 못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이런 자신이 싫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지도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프로듀서 씨를 좋아한다고. 이미 먼저 그렇게 당당히 말한 동료들이나, 돌려서 표현하는 동료들처럼. 하지만 언제나 본인의 성격이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후미카는 또다시 결국 비뚤어진 도피처를 선택하기로 했다.

 

“프로듀서 씨가 행복하게 되도록 도와주는 것도 사랑의 한 방식이겠지?”

 

후미카는 또다시 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르기로 했다. 프로듀서 씨의 행복을 응원하자. 그런 사랑도 있다. 라는 되도 않는 변명으로 자신의 감정을 애써 누르고 또 눌렀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미카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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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났다. 프로듀서 씨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어제 사무실에 없었기 때문에 그의 부재에 대해 모르는 아이돌들에겐 외근이라고 얼버무렸다. 프로듀서를 사모하는 이들이 알았다간 폭주해서 맞선 장소를 어떻게든 알아내 훼방을 놓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아이돌들은 모두 비밀로 하기로 합의했다.

 

오후 2시. 프로듀서 씨가 말했던 시간이다. 후미카는 오늘도 자리에 앉아 책을 넘기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곁에 치히로가 다가갔다.

 

“지금쯤이면 맞선 시작했겠네요?”

“예.”

“신경 쓰이지 않으세요?”

“……제가 왜….”

“그야 후미카 양은 프로듀서 씨를 좋아하잖아요?”

“!!”

“나가서 얘기하실래요?”

 

그말을 하고 치히로가 문으로 향했다. 후미카도 그녀를 따라갔다. 사내 여성용 휴게실. 그곳에 도착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치히로가 입을 열었다.

 

“후후 제 눈은 속일 수 없어요. 후미카 양을 보고 있으면 시선을 계속 프로듀서 씨에게 옮긴다는 걸 알 수 있다고요.”

“그…그건.”

“프로듀서 씨가 이번에 만난다는 여자랑 잘 될지도 모르는데 끼어들고 싶지 않나요?”

“……프로듀서 씨가 그 여자 분을 만나고 좋다고 말씀하신다면 응원 해드릴거에요.”

“어째서요? 함께하고 싶지 않나요?”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관계는 주위에서 탐탁지 않게 생각할 거에요. 그리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주는 것도 사랑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아, 말해버렸네 사랑한다고. 라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어째서 치히로씨가 본인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대답은 평소에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했다.

 

“정말로요?”

“네. 전 정말로 프로듀서 씨를 좋아하니까요.”

“정말로요?”

“읽었던 어느 책에서 그러기도 했어요. [사랑하는 이의 곁에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라고.”

“그 책에서 그렇게 말한 사람은 행복해졌나요?”

“…….”

 

후미카는 대답하지 못했다. 행복해졌을 리가 없다. 그 책속의 인물은 영원히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있게 된다. 책의 표현에선 ‘그래도 행복했다’라고 표현했지만, 그 책을 읽었던 후미카의 생각은 달랐다.

 

“행복…해졌을꺼에요.”

“거짓말.”

“!!”

“그런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감추려 해도 소용없어요.”

“…… 프로듀서 씨에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제가 그것을 방해할 수는.”

“그럼 후미카 양에겐 그런 권리가 없나요?”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는 어디까지나 다른 이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하아… 프로덕션에서 동쪽으로 600M 거리의 카페. 프로듀서 씨가 말해준 장소에요. 전 말해줬어요. 갈지 안 갈지는 후미카 양이 정하세요. 프로듀서 씨가 그 상대 여자를 만나고, 사귀고, 결혼까지 한 뒤에도 그렇게 계속 응원만 해주실 수 있다면 안 가셔도 되요. 하지만 그럴 수 없겠다면 지금 당장 뛰어가세요.”

“……치사하세요. 그렇게까지 말해버리시면…….”

“화이팅.”

 

치히로가 주먹을 쥐고 아자!하는 포즈를 취하자, 후미카는 바로 몸을 돌려 달려갔다. 후미카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될 때쯤 휴게실 구석에서 아이돌 한명이 기어나왔다.

 

“에구구. 이제 나와도 되지?”

“네. 안즈 양. 죄송했어요, 숨어 있어달라고 부탁드려서.”

“그런데 치히로 씨. 왜 그렇게 후미카를 설득한거야?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서?는 아닐텐데.”

“프로듀서 씨가 여자를 만나면 필연적으로 일에 소홀해질지도 몰라요. 그럼 담당 아이돌들이 줄어들 수도 있고, 그럼 일도 줄어들지도 모르고, 그럼 제 몫도 줄어들지도 몰라요. 가장 얌전히 훼방을 놓아줄 아이돌은 소거법에 따르면 후미카 양밖에 없어서.”

“…….”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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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카는 달렸다. 치히로가 알려준 그 카페로. 600M 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달렸다. 원래 체력이 없는 그녀는 아이돌 활동을 하며 늘어난 체력에 감사하며 뛰었다. 눈 깜짝할 새에 카페의 앞에 도달했다. 자신의 신속함에 감탄한 새도 없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프로듀서를 찾았다. 앞의 어떤 여성과 대화중이었던 그가 고개를 들어 후미카를 알아봤다. 눈이 마주친 후미카는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프로듀서의 앞에 다가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의 몸에 머리를 박는 자세를 취했다.

 

“사기사와 양?!”

“어머나….”

후미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고 있기만 했다. 어차피 이건 소개팅이다. 소개팅 도중에 앞의 남자를 딴 여자가 안고 있기만 해도 정이 확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후미카는 판단했다. 프로듀서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후미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에겐 아직 이끌어야 할 아이돌 분들이 너무 많아서. 아까 말씀드린대로 교제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응? 아까 말씀드린대로?’

 

“하. 이번에 좀 멋진 남자 만났나 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하니 저 같은 건 눈에 안 들어오시겠죠.”

“아니…그런게 아니라.”

“농담이에요. 사실 저도 당신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업종에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터라. 그러니 아쉽지만 교제는 포기할게요. 대신 관계자로서 나중에 만나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알겠습니다.”

 

프로듀서의 소개팅 상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나갔다.

 

“그럼, 이제 일어나주시겠습니까. …사기사와양?”

 

프로듀서가 떼어내려고 하자, 오히려 포. 사실 후미카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방금의 짧은 대사만으로도 본인이 구태여 와서 이런 부끄러운 행동을 할 필요도 없이 프로듀서는 상대와 사귀는 일이 없었을 거란 것을 눈치채버려서 완전 홍당무처럼 돼버린 것이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라는 프로듀서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머리를 더 깊게 파묻었다. 결국 진정된 것은 몇 분이 지나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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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우여곡절이 지나고, 밤이 찾아왔다. 아이돌들도 시간이 돼서 퇴근하고, 다른 사무원들도 대부분 퇴근했다. 물론 업무량이 살인적인 두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는 오늘도 야근이다. 한창 일하던 도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십시오.”

“저….”

“사기사와양? 어째서 아직까지? 퇴근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저도 곧 갈거에요. 그전에 이 커피라도 좀 드시라고…,”

“아, 감사합니다. 답례로 프로덕션 입구까진 배웅해드리겠습니다.”

“그…그러실 필요는….”

“아뇨, 저도 어차피 잠시 쉬려고 생각했던 참이었습니다.”

 

프로듀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후미카와 함께 걸었다. 후미카는 입을 딱 다물고 걸었다. 프로듀서도 괜히 입을 열지 않았다. 1층에 도착해 건물의 입구가 보일때쯤, 후미카가 입을 열었다.

 

“아까 죄송했어요….”

“무엇을 말입니까.”

“아까…소개팅에서.”

“아아.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 말이 끊겼다. 곧 프로듀서와 헤어져야 한다. 후미카는 둘밖에 없는 지금이 마음을 전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저… 프로듀서 씨.”

“무슨일이십니까.”

“저…그게…그러니까….”

“??”

‘아아앗. 왜 말을 못 꺼내는거야! 바보바보!’

 

본인의 소심한 성격은 절호의 기회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말을 도저히 입밖으로 낼수가 없었다. 이러다간 죽도밥도 안된다!라고 판단한 후미카는 온 힘을 다해 말하려 했지만 결국 fail. 결국 좋아한다는 말을 대신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표현을 사용했다.

 

“다…달이 아름답네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보름달이군요.”

‘후에에엥! 전해지지 않았어. 이거 100% 전해지지 않았어!’

“그…그럼 이만. 감사했습니다. 프로듀서 씨.”

“예. 안녕히 가십시오.”

 

후미카는 손을 흔들고 황급히 뛰어갔다. 어두웠지만 혹시나 지금 붉어진 얼굴을 프로듀서에게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후미카를 보낸 프로듀서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아까 후미카에게 들은 말을 생각했다.

 

“사기사와양. 아까 하셨던 말은 나쓰메 소세키의…….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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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끄적거렸습니다. 쓰고 보니 타케X후미라면서 정작 둘이 함께하는 내용은 끝 빼고는 없군요 쿨럭쿨럭.

여기의 P가 어째서 타케우치인지는 앞부분 대사만 보셔도 아시겠죠 다들.

저번 아냐관련 팬픽과도 세계관은 연결되어 있어서 [아냐가 파파에게 전화걸어 타케우치 선배에게 경고시키는 것을 부탁드리는 내용]도 썼었지만 분위기를 흐트러뜨릴것 같아서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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