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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단편선 5. 하야미 카나데 - 창(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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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4, 2016 17:34에 작성됨.

나는 두껍고 투박한 철문 앞에 서있었다. 문 뿐만이 아니라, 벽과 천장, 심지어 바닥도 거친 금속질로 된 딱딱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철문 위에 붙어있던 구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실험체 07-34번. 실험장으로 이동해라. '

 

그게 나를 부르는 명칭이었다. 철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들어왔던 곳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봉쇄됬다.

실험장 안은 완전한 암흑이었고, 특수한 장비를 장착하고 있는 연구원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수 미터 앞조차 볼 수 없었다.하지만, 나는 이 시설에서 몇 년동안을 지내왔었다.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 대략적인 정도를 알 수 있었다.

건너편에서 작은 발걸음이 셋, 그리고 당당하고 시끄러운 발걸음.

 

" 07-34번. 새로운 실험이다. "
" ...네. "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 그는 아마도 이 실험장에서 가장 높은 사내였을 것이다.

 

" 완전히 암흑에 적응 한 듯 하군. 그러면 실험내용은 간단하다. "

 

실험장은 보통 하나에서 둘의 아이들이 들어가고 실험하는 경우가 잦다. 예외로, 셋 이상이 실험장에 들어오게 되는 경우는 단 하나였다.
나는 몇 번이고 겪어왔던 것. 나도, 연구하는 이들도 무감각해진 것.

 

" 3 대 1. 서로 교전으로, 생명활동을 정지시켜라. "

 

" 에 ?! "
" ...잠시만.. "

 

보이지는 않지만, 동요하는 어린 목소리들이 느껴졌다. 나는 그들의 징징거리는 목소리가 듣기 싫을 정도로 짜증났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큼지막한 발걸음은 빠른 속도로 멀어져서.. 이윽고 거대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공간은 조용해졌다.

가녀린 숨소리들과, 두려워하는 신음소리만이 들려오는 실험장 내부로.. 울리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 교전을 개시해라. '

 

" 잠깐만요.. ! 이런건 너무하... "

" ..시끄러워. "

 

'핏!' 하는.. 살가죽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 하나가 가래끓는 소리를 내면서 점점 낮아졌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시끄러운걸 질색하게 됬기에,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여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꺽꺽거리던 소리가 작아지다가, 완전히 침묵하게 되니 아마도 옆에 있던 또다른 한명이 겁에 질렸던 것 같았다.

 

" 시노.. 시노짱 !! "
" 너도 시끄러워. "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해서 내 위치를 알린다.. 그리고 적의 행동을 유도한다. 그래, 어둠속에서 대치하는 세명은 '적' 이라고 인식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적'으로서 인식하게 했다.

 

" 잘도.. 잘도 시노짱을 !! "

 

분노에 가득 받친 목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정확히는 화가난 그 아이의 능력이었다. 화가난 건 이해했지만,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내 몸은 망설임 없이 그 아이의 뒤쪽으로 파고들어 양 날개뼈 사이의 척추부분에 손을 쑤셔넣었다. 쑤셔넣는 일순간, 손은 푸른 화염으로 휘감겼었다.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아마도 각혈.

 

" 잘가. "
" 끄..아...시..ㄴ.. "

 

'팍' 하는, 후려치는 소리와 같이 둔탁한게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대로 손만 뽑았어도 숨은 끊겼겠지만, 말하는게 거슬려서 쳐내버렸다. 나는 시끄러운게 정말 싫었었으니까. 불쾌하게 끈적거리는 손의 느낌을 애써 신경쓰지 않으며, 나머지 한 명을 찾아봤다. 아마도, 바로 옆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 너는, 안 올거야 ? "

 

일부러 위치를 알려줬다. 공격이 오기 직전, 발걸음은 빨라지고 숨소리는 가파르게 되니, 그것으로 나는 '적'의 위치를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조금 기대했던것과는 별개의 반응이 튀어나왔다.

 

" 대체, 왜 이런 심한 짓을 하는거야 ? 어째서... "
" ... "
" 다들 의지하면서 겨우 버티고 있는데, 너는 ! "

 

' 07-34 번. 어서 교전을 끝내라. '

 

매정한 하늘로부터의 목소리. 라고 해야하나. 그 '명령'을 들은 내 몸은 재빨리 반응했다. 질질 짜는 목소리를 향해 수도를 힘껏 꽃아넣었다. 갈비뼈와 허파를 부수고, 심장을 일그러뜨리는 감촉이 전해졌다.

 

" 아... "

 

손날이 파고든 생명은, 제대로 된 유언조차 없이 부질없이 스러져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칠흑같이 어두운 실험장 안에 불빛이 들어왔다. 완전히 암흑속에 적응되있던 지라 급작스럽게 비춰지는 새하얀 불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 실험 종료. 07-34번, 어지른 잔해를 모아두고 돌아가라. '
" ..네. "

 

눈이 다시 빛에 적응하자 보이는것은, 회색 바닥을 빨갛게 적시고있는 세 명의 유해. 하나는 예상대로 목이 깊게 파여서 고통스러워 하던 얼굴인 채로, 다른 한명은 등에 커다란 바람구멍이 나서, 목 아래와 위가 분리. 마지막 하나는 도끼로 찍어버린것으로 보일 정도로 커다랗게 파인 궤적을 가슴팍에 남긴 채 쓰러져있었다.

셋 다 나이는 나보다 많아보였다. 대략적으로 열두어살 정도 ?
당시의 나는, 다행스럽게도 몸에서 내용물이 많이 나오지 않아 손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일반인은 하기 힘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야, 거기에서의 내 일상이 그것이었으니까.

 

 

 


------------------------
약물투여와 부분적인 시술과 같은 별다른 실험이 없는 날, 실험체들이 모이는 약 20평 정도 되는 넓은 방의 구석에 앉아서 바닥에 손가락이나 긋고있었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그 때 당시에 그 누구도 나랑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었다. 괜시리 시비가 붙었다가 실험도 아닌데 몇명을 죽여버린 적이 있었으니까, 당연한 거였겠지만.

 

[ 쟤 오늘도 죽이고 온걸까 ? ]
[ 무서워... 쟤랑 있는거 무서워.. ]
[ 괜찮아. 내가 같이 있잖아. ]

 

완전히 악의 화신 취급. 당시 여덟살이었지만, 별다른 충격은 없었다. 애초에, 납치되어서 이곳에 왔을 시절부터.. 감정은 거의 다 메말라버렸었다고 생각했었고 그런걸 일일이 신경쓰지 않는게 좋다는것도 그나이에 벌써 깨달아버렸었으니까 당연한거다.

하지만 한도 끝도 없이 뒷담화 하는 다른아이들을 보고있으면 저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유는 몰랐다.

 

" ...하아. "
" 후웅. "

 

그렇게 한숨을 쉬는 찰나, 누군가 나한테 다가왔다.
아이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적당히 길다 만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나이는 아마도, 나보다 어렸으니 여섯 살? 정도.

 

" 당시니 여기...여기..우웅. 아무튼 머, 나쁘지 않네. "
" ... "

 

어이가 없어서, 차마 말도 나오지 않은 채 그 애를 주시하고있었다.
놀랍도록 당당하고, 아름다운 아이.

 

" 나는 린이야. "
" ... "
" 린이야. 이름 알려줘. "
" ..07-34. "
" 이름 ? "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관심을 가지는 아이는, 내가 막 그 지옥에 들어왔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여자아이는 어디서 본 게 있던것이었나, 어리숙하게 도도한 척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와 별개로, 그 애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푸르고 아름다웠다.

 

" 후-웅. 숫자가 이름인건 조금 신기해. 조금. "
" ...그래. 이제 저리 가..안그러면.. "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낌새를, 저쪽에서 눈치 챈 한명이 빠르게 뛰어왔다.

 

" 리인 ! "
" 아, 나오쟝이다 ! 가 아니라... 후-웅. 무슨 일이야? "
" 일루 와아 ! "
" 우우우 ! 나오쟝! 그렇게 끌어당기지..담에 또 봐. "

 

인사는 나를 보고 하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당시에는 아무것도 할 생각을 못했다.
내게 그렇게 거리낌없이 다가온 아이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구원들조차도 내게 가까이 올 때에는 중무장을 한 병사 서너명을 달고왔었다. 그런데, 그 애는 달랐다.

 

"..린. "

 

나도 모르게, 알려준 이름을 중얼였었다. 린. 좋은 울림이라고 생각하면서.

 

 

 

 

----------------------------

그 린 이라는 아이는 몸의 상태나 입고있던 누더기의 상태로 보아, 온지 별로 안된 신입같았다. 특이한것은 실험이 있을 때에 어째서인지 항상 나와 같이 불려나왔고.. 실험이 없어 공동에서 앉아있을 때애도 성가시게 계속 내게 말을 걸어왔었다는 것이다.

 

" 이름 뜻이 모야 ? "
" 몰라. "
" 정말로 ? "
" 정말. "
" 좋아하는 색 있어 ?"
" ...파랑. "
" 후-웅. 너도 파랑이? 머, 나쁘지 않네. "

 

대략 이런 대화가 오갔던게 기억에 남아있었다. 대화가 계속 오가고.. 처음에는 신경에 거슬리고 짜증나는 아이였으나, 어거지로 대답을 하던 것이 수십일이 되자, 점점 익숙해져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서, 이야기를 하는데에 이제 거부감이 사라져갈 무렵이었다.

 

여느 때 처럼, 연구원 한명이 무장한 병사 두 명과 같이 공동 안으로 들어왔고, 그 순간만큼은 거기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불안에 떨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내게는 너무나도 좋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연구원은 출입구에서 한걸음만 들어와서 차례차례 번호를 호명한다. 실험체 번호.
지옥속에 있는 불쌍한 아이들에게 붙여진 인식번호들이었다. 번호가 빗나가는 아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호명된 아이들은 울상이 되었었다. 그리고 열뎃명을 부르고 거의 호명이 끝나갈 즈음.

 

" ... 07 - 34번. 10 - 01번. 이상. "

 

10- 01 번.. 린의 번호였다. 그리고 앞의 번호는 내 인식번호.
...아니냐 다를까. 옆에 앉아있던 린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자기 양 팔을 부둥켜 안고있었다.

 

" 아픈거 싫어.. 아픈거 싫어 아픈거 싫어 아픈거 싫어... "
" ... 싫다고 해서 피할 순 없어. "
"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
" .. 가자. 끌려나가기 전에. "

 

그렇게 말하며, 나는 쭈그려 앉아있는 린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빠득빠득 버티며 싫어, 놔줘. 하는 소리치는 얼굴을 보자, 짜증이 솟구쳤다. 무심코 손아귀에 힘이 세게 들어가면서 팔을 붙든 곳에서 작게 '뿌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홧김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 아아아..!! "
" ... ! "

 

고통을 호소하는 린의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황급히 잡던 팔을 놓았다. 잡혀있던 린의 손목부분은, 검푸른 멍과 함께, 조금 움푹 들어가있었다. 연구원의 눈초리와, 고통스러워 하는 린의 사이에서, 나는 반사적으로 린의 다치지 않은 팔쪽을 잡아서 다시 그녀를 끌고갔다.

나와 린이 나가는것이 행렬의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나가는 길에 호명되지 않은 이들의 매서운 눈길과, 속삭이는 소리가 모두 들려왔다.

 

[ 끌려나간 애, 손목 부러진거 아냐 ? 어떻게 저럴 수 있지? ]
[ 연구하는 저 사람들하고 다른게 없어. ]
[ 마녀... ]

 

마음대로 지껄이라지, 하며 가볍게 무시했다.
그래. 이렇게 욕먹는게 일상이니까.

 

 


-----------------------------

 

" 너는 여기서 참관해라. "
" 네? "
" 오늘 너에게 할 실험은 없었다. "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 그러면 저... "
" 하지만, 너와 비슷한 특이체질의 아이가 들어와서 말이지. 이미 만났을지도 모르겠지만. "

 

5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다소 높은지위인 것 같은 연구원이 손가락으로 강화글라스 너머를 가리켰다. 여러 아이들이, 복잡하게 얽힌 코드들의 끝에 모조리 연결되어 60도 각도로 세로로 세워진 철판에 고정되있었다. 그 중에는, 린도 있었다. 그래, 연구원은 손가락은 정확히는 린을 가리키고 있던 것이다.

 

" 아. "
" 저 아이는 말이지. 정말 풍부한 잠재력의 바다란다. 아마도 너조차 재치고 역대 최고야. 저 아이의 능력을 개화시켜 아이돌로 만든다면,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지. "
" ...네. "
" 물론, 너를 버리겠다는건 아니란다. 너는 이 실험시설안에서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이거든. "

 

그 뒤를 이어서 중년은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시끄러운 구동소리가 글라스 안팎을 빽빽하게 매우면서 울려퍼졌다. 호스들을 따라서 온갖 색의 액체물질들이 아이돌의 몸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그것은 나도 당했던 것이자, 이 시설에 들어와서 반드시 겪게되는 일종의 의식.

 

" 아, '강제 개화'가 시작됬구나. "

아이돌로서 잠재되있는 힘을 약물의 힘으로 강제적으로 깨워내버리는, 인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무자비하고 가학적인 과정. 대부분은 과정에서 어린아이의 나약함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소각로에 버려진다. 그리고 살아남아 아이돌로서 눈을 뜬 소수는.. 이후로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을 반복했다. 그것이 매일 매일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일어난다.

 

약물이 주입되는 순서에 따라, 마침내 린이 묶여있는 곳에도 호스색이 알록달록 변화한다.
고작 여섯 살 짜리의, 작고 여린 몸 속으로 무지막지한 양의 약물들이 투여됬다. 몸 속에 이물질이 소용돌이치는 고통, 머리가 핑핑 돌면서 두개골이 깨질 것 같은 느낌. 괴롭지만 또다른 약물의 작용으로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게되어 괴로움은 한층 더 깊어지는, 실로 악마같은 과정이었다.

 

' 아, ! 아아아! 으...아아..! '

 

빠져나가려고 미친듯이 발악하는 린의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어째서였을까. 가학심에 눈이 뜬 것은 아녔다. 가슴속에 갑갑함이 점점 차올랐다. 그래, 그건...

 

" 이제 그만둬주세요 ! "

 

아파하는 것 외에.. 처음으로, 큰 소리로 외쳤었다. 소리침에 반응하여, 뒤에 서있던 병사들의 창끝이 일제히 내 등을 향하는 것을 느꼈었다. 연구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장 순종적이면서 개처럼 잘 따랐던 실험체가 갑자기 그런 반응을 보였으니, 당연한 모습이었다.

 

" 고작 '가축' 주제에. 뭐? 그만둬주세요 ? "

 

방금 전까지 나긋나긋하게 말하던 노년 연구원의 말투가 험악해지며 표정도 일그러졌다.

 

" 미시로 여왕님이 성공적인 실험체에게는 괜찮은 대우를 해달라고 명하셨다만... 병사들 ! "
" 뭐든지, 더 잘하겠습니다 ! 그러니까 제발...! "
" 팔다리만 떼어내서 유전자 샘플로 만들어 ! 왕국에서 추궁하거든 인격에 결함이 있었다 하고 ! "

 

" 놔줘.. ! 린을... "


" 이치노세 박사님 ! 위험합니다 ! "

 

" 놔줘 !!! "

 

 

 

온 몸에서, 푸른 불길이 뿜어져나왔다. 그렇게 거칠게 힘을 다뤘던 적은 그 때 당시엔 그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온 몸에서 나온 불길은 생명을 가진 것 처럼 병사들과 연구원들을 불살라버렸다.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 일렁거리며 린과 나를 막고있던 글라스도, 날카로운 창과 두터운 갑옷도 액체처럼 노골노골 녹여버리고 불살랐다. 그리고, 어느정도 정신을 가다듬은 뒤 주변을 둘러보니.. 멀쩡한것이 하나도 없었다. 글라스 안쪽에 있던 모든 연구원들과 병사들.. 극소수를 빼곤 대부분 숯덩이가 되있었다.
머리가 핑그르르 돌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모두 죽여 없앤다는 생각 하나만이 가득차있었다.

 


" 커억?! "

 

거세게 손을 뱃속으로 쑤셔넣었다. 그리고 좌우로 벌리고 사방으로 흩어놓으면서 소리질렀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노년의 연구원은 사람이라는 흔적을 찾기 어려운정도로 분리되서 흩어져있었고.. 더 이상 분해 할 게 없어지자 내 머릿속에 우선순위가 바로 하나 떠올랐다.

 

" 린 !! "

 

녹아버린 글라스를 처부수고 도약해 린 앞으로 착지했다.
다행히도 아까 전 내뿜은 불길이 장치들을 망가뜨렸는지 약물의 주입은 더 이상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부담의 한계를 충분이 넘어버려서 숨이 모두 끊어져있었다.

 

" 아..으으.. "

 

그녀만 빼고.

 

" 괜찮아 ?! 지금 꺼내줄게 !! "

 


' 경고! 경고! 제 3개화 실험장에 비상사태 발생! 즉시 모든 아이돌과 병사들은 해당 위치로 이동하라 ! '

 

 

린의 몸을 구속하고있는 질긴 밸트들을 거칠게 끊어내고, 몸에 꽃혀있던 호스와의 연결부위를 모두 빼내어 내던졌다. 온 몸에 얼룩덜룩하게 진 멍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어떻게 됬을지 상상조차 못했겠으리라. 한 편에는 린을 구했다는 안도감에, 다른 편으로는 어떻게 이 시설에서 탈출해서 나갈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 고작 여덟살 짜리가...그런 생각을 하고있었다.

 

당시에, 너무 어려서 차마 탈출방법을 다 떠올리지 못했을 수도 있었으나 그 때에 내가 떠올렸던 방법은..
'없었다.' 탈출 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예전, 나와 비슷하게 문제를 일으켰던 실험체 아이들이 몇 있었다. 그들은 이곳을 탈출하겠다는 생각으로 실험을 받는 척 하며 연구원들을 죽이고 난동을 부리다가 붙잡혔다. 이 후, '동면' 되었다. 어째서 사살이 아니라 동면이었던건지는 지금에 와서도 모를 일이었지만, 욕심에 가득 찬 미시로 여왕의 종들이었으니 분명히 공적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였겠지.

 

그렇다면 그들의 욕심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판단이 섰던 나는 작은 몸체를 끌어안고 실험대상이 아닌 아이들이 모여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아니냐 다를까, 그곳의 분위기는 아까의 경고알림 때문에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 리, 리인 !! 너, 린에게 무슨짓을 한거야 ! "

 

나오.. 라고 린이 부르던 곱슬머리의 아이가 내게서 린을 확 채간 뒤 보듬어 안았다.

 

" 나는 도망칠거야. "
" 뭐 ? "
" 너희들은, 여기 남아. 아마도 죽을거야. 나오면. "
" 너, 혼자 여기 탈출하겠다는거야 ?! "

 

본의가 아니지만, 아이들의 나를 향했던 증오도.. 이용해먹자고 생각했었다.

 

" 맞아. 혼자 나가서, 가족들하고 만날거야. 그리고 너희는 죽었다고 알려줄게. "

 

" 무슨... "
" 마녀 !! 저리 꺼져버려 !! 흑흑...! "
" 린, 괜찮아 ?! 쿨럭..! "
" 카렌.. 무리하지 말라니까..! "

 

거기있는 모두가, 기절해있는 린을 제외한 모두가 내게 원망의 눈초리를 쏘아붙였다.

 

... 이걸로 된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저들은 동면상태가 되겠지만, 당장 죽임을 당하는 것 보다는 나을것이다. 운이 좋으면 누군가가 깨워 줄 수도 있을거고... 라고.

시끄러운건 질색이었기 때문에, 나는 나갔다. 모두와 분단하는 철문을 굳게 닫았다. 그들은 열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날려버렸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었다.
아니냐 다를까, 눈짐작으로만 100명이 넘는 '아이돌'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 실험체 ! 순순히 투항하라 ! '


" 나는 실험체가 아니야. "

 

대답했다. 그들이 들을 리 없었지만, 대답했다.

 


" 하야미 카나데. 그게 내 이름이야. "

 

그래, 내 이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던 '진짜 이름'.

린과 다시 만나게 되면, 알려줘야지.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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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데의 시간대는 완전한 과거 !

어린아이들을 잔혹하게 굴리는걸 묘사하는게 거부감이 느껴지셧던 분들은 읽는데에 불편하셧을 수 있겠습니다.

그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튼 !

단편선이 모두 끝났습니다 !!

단편선들을 다 써보고 느낀것은, 역시 글쓰는분들은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

읽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 본편은 아마 시간이 되면 만화로 찾아뵙겟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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