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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단편선 4. 시오미 슈코 -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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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3, 2016 01:03에 작성됨.

◆ 시오미 슈코 ( 소속 없음)

 

하늘을 보는것은 얼마만인지 알 수 없었다. 기쁨에 가득찼다. 하지만, 그저 푸른 하늘을 다시 봤다는 것 만으로 그럴 수 없었다. 그래. 그랬다.

미야모토가의 아가씨. 그녀와 함께 나왔기에 기뻣던것이다. 같에 손에 손잡고 한참을 웃었던게 생각났다.

순진무구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그 어둡고 추운 곳에서 나와 함께 있어주었던 버팀목. 그 생지옥같은 실험장 안에서 그 아이는 무서워하는 내 손을 꼬옥 잡고 품어주면서 위로해줬다. 괜찮다고. 다 잘 될 거라고. 내게 실날같은 희망으로서 함께해줬다.

그리고, 최종 실험이라면서 나를 강제로 동면기기 안에다가 집어넣는 연구원들을 막으려다가....

도저히 10살 언저리의 여자아이에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우리를 인간으로서 보고있지 않았던 것 같다. 거의 확실했다.

납치된 초기에, 희미하게 보았던.. 쓰러져있던 아이들을 들것도 없이 양 팔다리를 잡고 끌고갔었을때도 어렴풋이 느꼈었다.

 

머리가 터진 것 처럼 보일정도로 맞은 프레데리카는, 어떠한 응급 처치도 없이 바로 내 옆의 동면기에 반쯤 던져졌었다.

이대로 잠들면 깨어날 수 있을까 ? 라는 불안감이, 새하얀 냉증기들과 함께 흐려졌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실제로, 나와 내 주변의 일부는 깨어났었다.

우리를 깨운 사람은 왕국의 새로운 왕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깨어났다고 모든것이 좋게 흘러가진 않았다.

 

" 슈코, 기분 좋아보여! 프레도 기분 너무 좋아! "

 

그녀는 나를 감싼 댓가로 뇌조직 일부가 괴사하여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자폐증 비슷무리한것으로 살게 되었다.

뇌가 맛이 갔음에도 깨어난 것 자체가 기적이라면 기적이지만, 반쪽짜리 기적이었던 것이다. 

 

이후, 나는 왕으로부터 50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한 새로운 가족이 필요하냐는 물음을 받았었다.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그 당시의 어린 꼬마아이가 뭘 제대로 이해했던건지 모르겠지만.. 가족이 필요하다 했었다. 프레와 함께 의탁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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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프레는 왕국 외곽과 중심의 사이즈음에 있는 마을의 화과자집 양녀로 입양되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우리의 과거를 듣고서 꺼려하지 않았고, 오히려 따스하게 사랑으로 보살펴줬다. 이전 부모들.. 즉,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생부모들은 모두 세월이 흘러서 늙어죽어버렸다고 들은 것 같지만, 그저 다시 사람의 온기와 사랑을 받으면서 친한 친구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나 행복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런 탈도 없이....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서, 왕국은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세명과 그들의 프로듀서가 반역을 일으키려고 했더랍니다. "

" 뭐라구요 ? 에구머니나, 그게 무슨 무시무시한 일이랍니까... "

 

기사단 ? 재상 ? 반역 ? 나하고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당시의 나는, 흔히 말하는 평화에 찌들어 사는 일반인A 의 포지션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일히 왕국 전체에 걸친 대사건이라던가는 안중도 없었다. 그저, 우리의 평화에 직접적인 위해가 가는 일만 빼고.

그리고 몇 주 후에 비슷한 소문이 퍼졌다. 소문속의 주인공은 주객이 전도됬지만.

 

" 알고보니까, 타카가키 카에데 고년이 천하의 악녀였더랍디다 ! "

" 뭐라구요 ?! 에구구, 세상 참 무섭구만요.. "

" 지금은 우리 뉴제네레이션 기사단들이 전부 바로잡아서, 괜찮지요. "

" 역시 왕국의 수호기사들이구먼. "

 

날도 더운에 마을 사람들은 어디를 바삐 갔다와서 저런 소문을 챙겨오는지 몰라, 라고 중얼였었다.

그날은 유난히 날씨가 더워서, 평소보다 더 가벼운 차림으로 땡볕 아래를 걸어가고있었다. 이유는 즉슨, 프레데리카가 일기장을 잃어버린게 기억이 났다면서 뛰쳐나가서 찾으러 다녔던 것, 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일기를 안쓴지 10년이 됬는데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원.. 하면서 툴툴거렸었고.

 

" 슈코항, 뭐하시어요 ? "

" 아, 사에항. 프레가 일기장 줏으러 간다혀서 따라가고있제. "

" 그러면 아까 뛰가던게 그거구만예. 프레는 언제나 기운넘쳐서 부럽네예. "

 

코바야카와 사에. 이곳 마을 출신이면서, 동시에 왕국에서 우리 마을을 지키는 방위대 대장으로 임명받은 아이돌(능력자). 나랑은 거리가 좀 있는 너머의 사람인 줄 알았었지만 원래 이곳 출신이었다보니 주민친화력이 몹시 높아서 지금은 거의 마을의 마스코트 격 위치에 있었다.

용모가 수려하고, 나긋나긋하고 빠져드는 어투에, 마음씨도 고운 그런 여인을 거부하는 이가 누가 있단 말인가.

 

" 사에항은 마을순찰 ? 언제나 고생하네. "

" 마을을 위한 일이니께예. 오늘 저녁은 축제날이기도 하고. "

 

축제, 말 그대로 전통적인 축제를 열어 길거리에 가게가 늘어서고 볼거 놀거가 많아지는 연래행사.

프레와 내가 화과자집에 입양되고서 며칠 안지나 축제가 했었고, 나와 프레에게는 크나큰 컬쳐쇼크이자 행복이었기때문에 축제날 만큼은 꼭 챙기게 됬었다. 보나마나 전날에 냇가의 눕기 좋은 돌 위에서 자다가 두고 온거겠지, 어서 찾아주고 프레랑 잠 좀 자고 신나게 축제를 즐겨야 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우리 마을의 평화가 영원히 계속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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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에게 일기장을 찾아준 날 해질녘, 프레데리카는 여전히 몽중삼매경이었고, 나는 축제준비로 분주한 마을을 구경하며 기대하던 때.

 

 

하늘에게 불벼락이 쏟아져내렸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내가 바라보고있던 분주하고 아름다운 광경이 순식간에 비명과 불로 가득찬 악몽으로 변해버렸다. 경악스러움에 차마 발걸음도 때지 못한 채, 아수라장이 되는 광경을 보면서 스스로 혼란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상황이 현실임을 인지하고 얼마 안있어서, 가장 먼저 머리에 남는것은 하나였다.

 

" 가족들... 집으로 돌아가야... ! "

 

' 다 쓸어버리레이 ! 첫장부터 팍팍 밀어부러야 후환이 없는기라 ! '

' 넵 ! 들었지 !! 다 죽여라 - !! '

 

멀리서 여태까지 들어 본 적 없는 목소리들을 들었다. 들어본 적 없으니 마을사람이 아니었다. 지금와서는 그들이 제국군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평화에 찌든 일반인A 따위가 그런걸 일일이 듣고 누구겟군 하고 생각할 여유따위가 있었겠는가.... 내 발걸음은 바로 집으로 향했으나, 이미 화과집은 집이라는 흔적을 서서이 지워가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집 옆에 꼬챙이로 줄줄이 꿰어져 불타고 있는 사람의 형상들...

 

" 엄마.. 아빠... ! 그럴, 수가.... "

 

그리고 충격이 머리통을 후려치면서 동시에 한 사람이 더 떠올랐다.

 

" 프레데리카... !! "

 

꼬챙이에는 두 명 밖에 꿰어있지 않았다, 부모는 구하지 못했지만.. 제발 그녀만큼은, 나와 함께한 그녀 만큼은 이라고 빌면서 불길로 다가갔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아니, 애초에 하늘은 누구도 구할 생각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 아, 안돼 ... ! "

 

내가 불에 뛰어들 각오를 하기 무섭게 중심이 불타 무너져 집 전체가 가라앉아버렸다. 불과 수십분 전까지 세상물정 모르고 퍼질러 자고있던 행복한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깨울걸. 깨워서 같이 구경하자도 할 것을... 머리가 멍 해지며,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었다. 그것은 분노였고, 동시에 슬픔이었다.

내게 사랑은 준 사람들이, 모두 차례차례 없어져감에, 스스로를 주체 할 수 없었다.

머리가 핑핑 돌고, 온 몸에 힘이 쥐어진 채 풀리지 않고 떨림은 멈추지 않았고.

 

이후의 일은 기억에 별로 남아있지 않다.

 

확실한것은, 이유도 모른 채 기절해 있다가 깨어났고.. 이미 불씨도 모두 꺼져 잿더미가 되버린 마을폐허 속에서 햇살을 받아 깨어났다는 것.

어렸을 때 동면기기에서 깨어나 보던 햇살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찬란했지만, 거기에서 눈떠 바라보는 태양은, 너무나도 끔찍히 혐오스러웠다.

한 순간에 사랑의 손길과 평화를 모두 잃어버린 내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비춰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오열했다. 그랬었다.

 

" 슈코.. 항... "

 

잿더미 속에서, 힘겹게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 온 몸이 피로 붉게 물든 사에의 모습,

나는 반사적으로 이성을 붙잡고 곧장 쓰러질 뻔 한 사에의 몸을 붙들어 안았다.

 

" 사에항 ! "

" 지도.. 이제 틀렸서예... 쿨럭...! "

" 안된다 ! 그른 소리 마라 ! "

" ...슈코...항.. 이걸.... ! "

 

사에는 품 속에서 피가 잔뜩 뭍은 뭔가를 꺼내어 건넸다. 그러면서 숨소리는 점점 가파르고, 옅어졌다.

그것을 받으면, 품에 안겨있는 생명이 당장 꺼져버릴것이라는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사에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받아주길 원하고 있었다. 내가 마지못해서 파르르 떠는 손으로부터 받은 것은, 다름아닌 수첩이었다. 수첩의 스프링 안쪽에는 중지 손가락만한 인감이 끼워진 채 였다.

 

" 여기... 급하게, 적었으니, 부디... 부탁.. 드리어요.... 슈코항이... 유일한....희... "

" 사에....! "

 

말을 차마 마치지 못하고, 떨던 손이 푹 떨어졌다. 내가 이름을 부르려는 찰나에, 그녀의 생명은 꺼져버렸다.

떨던 몸은 정적으로 변해버리고, 동공이 풀린 두 눈은 허공을 응시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아무 말도 못하게 된 사에를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금 눈물샘이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차마 소리쳐 오열 할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그런 기분이 들었었다.

 

- 사람의 죽음. 잃는 슬픔. 꺼져버린 희망.

허무함과 괴로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애석하게도 새로운 내가 깨어났다. 아픔을 양분삼아서.

 

 

 

그 날을 기점으로, 나는 일반인A 에서 아이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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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미 슈코 

능력 - 푸른색의 처음 뜨는 별

물빠진 푸른 색 털을지닌 구미호과의 요괴, 혹은 특징을 반만 계승한 반수인의 형태로 변할 수 있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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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제가 썻던 다른 단편들과 다르게, 제국군이 침공해오기 직전까지의 슈코의 행적을 다루고있습니다.

프레데리카의 단편에서 슈코의 이후 행적이 어느정도 나옵니다. 그런 이유죠. 네(...)

아, 제국이 뭐냐구요? 럽라를 모티브로 만든 가상의 악의 국가입니다.

물론 순수하게 악역이 필요해서 만든거고, 까고자 하는 바는 없죠,

 

그리고 다른 립스의 멤버들 단편과 달리, 크툴미키미키(..)는 안나옵니다.

 

슈코는 카나데랑 더블로 특별취급(..) 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카나데만 남았네요. 카나데는 더 공들여서 잘 써봐야겟네요.

 

봐주시느라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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