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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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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5, 2016 03:02에 작성됨.

*다소의 왜곡요소 포함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곳은 평일의 끝자락 금요일 밤, 평일 내내 일에 치여 살았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오늘은 어떤 헐벗고 굶주린 여자의 영상을 보면서 이 밤을 불태울지 궁리하던

보증금 500에 월세 50이었으나 보증금 700에 월세 30으로 들어온 내 자취방에서였다.

 

 

 

 

"아이돌을 한 명 그려줘."

"..................어떻게 들어온거냐. 이거 불법가택침입이다."

"괜찮아요. 아이돌을 한 명 그려주세요."

"아니 그 전에 여긴 내.........."

"어차피 빌려 사는 집이잖아요. 그러니 아이돌이나 한 명 그려주세요."

 

 

 

죽일까 이 새끼.

 

 

 

각설하고, 그려주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기본적인 법률지식이나 상식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상대였고,

흙수저 물고 태어나서 평생 있는 놈들에게 무시당했지만 그걸 이 녀석한테 풀고 싶지 않다.

더불어 이 녀석의 얼굴은 정확히 기억하나 귀찮으니 그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돌을 한 명 그렸다.

"안 돼요!! 이 아이돌은 벌써 병이 들었는걸요. 다른 아이돌을 그려주세요."

 

 

나는 다른 아이돌을 그려 주었다.

"저는 탈주닌자가 아니라 아이돌을 원하는데요."

 

"이 아이돌은 너무 늙었잖아요. 난 오래 살 수 있는 아이돌을 원해요."

 

나는 건강하고 탈주도 안하고 젊은 아이돌인 호시이 미키는 나만 빨 것이기 때문에

내 휴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초조함 때문에, 

그리고 어느 사이에 부탁이 아니라 갑질을 하는 이 미취학 아동에게 짜증이 나서

 

 

 

"이건 봉투야. 네가 원하는 아이돌은 그 안에 있어."

"와아!!! 내가 원하던 아이돌이예요!! 저기......"

"왜?"

"이 아이돌은 랭크가 높나요? 제 별은 너무 작아서 레슨이나 특훈을 많이 못 시켜주거든요."

"그래. 다른 프로듀서들이 질투가 나서 죽창을 장비할 정도로 높단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앗!! 보세요!! 의상을 갈아입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나는 어린 프로듀서를 알게 되었다.

 

 

 

그는 어느 작은 별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아마도 그 별의 이름은 소행성 AAA-72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그들은 아이돌에 대해 질문할 때 "그 아이는 무엇을 좋아하니? 그 아이의 꿈은 뭐니?"같은 것을

묻지 않는다. 그 대신 "그 아이는 앨범을 몇 장 팔았니? 쓰리 사이즈는 어떻게 되니? 

몸무게는 50킬로 이하겠지?"같은 질문을 한다.

그러니 당신은 "노래도 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지만 입만 열면 부장님 개그를 하는

술고래 아이돌을 보았어요." 라고 어른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총선거에서 항상 10등안에 드는데 1등은 한 번도 못 해본 아이돌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어른들은 "아~!! 참 좋은 아이돌이구나!!"라고 한다.

 

 

여하튼 이 AAA-72 소행성의 존재를 밝힌 과학자는 어떤 여성이었는데,

이 여성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AAA-72 소행성의 존재를 증명했으나 

초등학생보다 작은 사이즈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들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과정을 통해 사이즈가 커진 채로 다시 존재를 증명했고,

이번에는 모두가 그녀의 말을 믿었다.

 

 

 

"내 고향(AAA-72)는 아주 작은 별이예요. 내 발걸음으로 72번 걷기 시작하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지요. 아마 가장 작은 꽃들도 72송이도 다 심지 못할 거예요. 원한다면 의자를 뒤로

7.2cm물리는 것만으로도 해가 지는 모습을 72번도 넘게 볼 수 있어요.

물론 해가 뜨는 모습을 72번 보려면 의자를 72번을 앞으로 7.2cm씩 가져가야겠지만요.

나는 그 별에서 아주 작은 아이돌과 함께 했었어요. 키가 겨우 72cm밖에 되지 않는 아주아주

작은 아이돌이에요. 그녀의 손가락은 7.2cm밖에 되지 않아요."

 

 

그녀는 언젠가부터 하얀 봉투처럼 생긴 씨앗에서 나왔다고 했다.

 

"하아~? 저는 이 우주에서 가장 귀여운 아이돌이랍니다!! 당신은 그런 것도 모르고 있었나요?

실례로군요! 뭐 좋아요, 용서해드리죠! 그 대신 제가 귀엽다는 걸 증명하도록 도와주셔야겠어요!''

 

 

그래서 어린 프로듀서는 그렇게 했다.

낙하산 없이 우주 스카이다이빙, 우주 괴물과의 사투, X맛 우주 카레 먹기 도전,  

우주 바다에서 맨몸수영.... 그렇게 전 우주적으로 그녀가 귀엽다는 사실이 퍼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음 일거리 얻어왔어~~~~!!"

"히...히이익!! 귀신!! 악마!!! 다가오지 마세요!!! 저 귀엽지 않아도 좋으니까!!!"

"하? 귀엽지 않은 아이돌이라니 환멸했습니다. 미쿠냥 팬 그만둡니다. 난 여행을 떠난다."

"그............그러시든지요!! ㄱ.....귀여운 저는 ㅎ..........혼자라도 상관없다고요!!"

 

 

 

여러 별을 거쳐 어린 프로듀서가 도착한 지구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약 1천만명의 R아이돌, 약 2백만명의 SR아이돌, 약 3만명의 SSR아이돌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린 프로듀서가 정작 충격을 받은 곳은 따로 있었다.

 

 

  

"너.....너희들은 누구야?"

"응? 세계에서 제일 귀여운 아이돌인 코시미즈 사치코를 모르다니 식견이 좁군요!!!"

"........................................."

어린 프로듀서는 슬퍼졌다. 그가 있었던 AAA-72 행성에서는 단 하나의 아이돌만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귀엽다고 믿고 있으며,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일단 적당히 설득만 시키면 했다.

우주 괴물을 상대할 때 그녀가 바지에 오줌을 지린 영상은 어린 프로듀서의 보물 1호였다.

그러나 지구에서 그녀는 그저 코시미즈 사치코일 뿐이었다.

 

'나는 내 아이돌이 특별할 줄 알았어..... 내 프로듀스는 특별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녀는 이 지구에서는 그냥 몇만명이나 되는 코시미즈 사치코에 불과했어.......'

 

 

어린 프로듀서는 엎드린 채로 오래오래 울었다.

 

 

그런 어린 프로듀서 앞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누군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린 프로듀서도 공손하게 인사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참 예쁘게 생기셨네요."

"나는 치히로라고 해요."

"이리 와서 저와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지금 매우 슬프고 외롭거든요."

"나는 당신과 이야기할 수 없어요.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거든요."

"그렇군요...... 그런데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당신은 이쪽 사람이 아니군요."

"네. 그런데 길들인다는 뜻이 무언가요?"

"쉽게 말하면 [관계를 맺는다]라는 뜻일까요."

"관계?"

 

 

"네. 지금까지는 당신은 그냥 평범한 인간이고, 저도 평범한 사무원이랍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없어도 괜찮고, 당신도 제가 없어도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될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음. 우선 지갑을 여세요.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보석으로 바꾸어서 여러가지를 사세요.

내 생활은 아주 단조롭죠. 저는 보석을 받고 물건을 팔아요. 하지만 최근에는 좀 지루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내 삶이 달라지겠죠. 나는 당신이 드링크를 마시는 소리와

일반 사람들이 드링크를 마시는 소리를 구별하게 될 거예요. 이전까지는 당신을 먼지처럼

취급했지만 이제는 당신을 보면서 환하게 미소짓게 될 거예요. 가능한 가챠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돌려주세요. 당신이 오후 4시부터 가챠를 돌리기 시작하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질거랍니다.

그리고 마침내 4시가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되겠죠.

그러면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깨닫게 되지요. 4시가 되었는데도 가챠 돌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나는 아주 슬퍼질 거랍니다."

 

 

 

어린 프로듀서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나는 폭사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다시 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고요.

나쁜 어른들이 쫓아올 수 없는 곳으로. 나는 내가 길들였던 아이돌에게 책임을 다해야 해요."

"최대한 좋게 포장했지만 결국 먹튀하겠다는 소리잖아."

"이 몸은 그 곳까지 가기에는 너무 무거워요.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세요."

"그래, 거기 가서도 덕질 잘 하고."

 

그리고 그는 누가 봐도 봉투를 그린 것이 분명한 아이돌을 데리고 천천히 쓰러지듯 사라져갔다.

 

그리고 나는 혹시 그 녀석이 자기집 주소와 내 자취방 주소를 같이 써버린 불상사가 없길 바라며

다시 이 밤을 불태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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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 과금은 적당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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