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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은 앞면과 뒷면, 둘 뿐.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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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1, 2016 04:06에 작성됨.

오후 3시 30분, 346 프로덕션 13층, 회의실.

 

미즈키 「그 쪽은 어때?」
사나에 「보시다시피 한가득......」

레나 「저도 그래요......」

 

세 명의 아이돌들은 각각 한뭉치의 서류들을 막 테이블 위에 '턱'하고 올려놓은 참이었다.

 

미즈키 「그렇다곤해도 P 군이 이렇게 신망 받는 사람이었다니.」

 

그녀들이 가져온 서류들은 모두 'P의 무죄방면을 요구하는 서명들'이었다.

 

타케우치와 치히로가 미시로에게 허락을 얻기도 전에 먼저 움직인 그녀들은 워드프로그램으로 간단하게 서류를 작성한 뒤,

사내에 위치한 사무실이란 사무실은 죄다 발품을 팔아가며 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그녀들은 서명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여겨, 각자 따로 서명을 받으러 다니기로 하고 지금 이 시각에 모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서명은 너무 순조롭게 이뤄져, 그녀들이 권유했었던 사무실 내의 모든 인원들이 동참하는 바람에 서류가 너무 쌓이는 불상사 아닌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레나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을 뿐, 실제로는 다들 P 씨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거에요.」

사나에 「그만큼 P 군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잘 대해줬는지 드러나는 대목 아니겠어?」

타케우치 「저도 그 사람에게는 잘못이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레나 「에?」

 

그녀들이 대화를 나누던 중, 문이 '찰칵'하고 열리더니 두 명의 남녀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사나에 「어라라? 타케우치 군이 여긴 어떻게...」

미즈키 「것보다 센카와 씨, 몸은 괜찮은거야?」

치히로 「전 괜찮아요. 그나저나 너무 빨리 움직이신거 아닌가요?」

 

치히로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수많은 종이더미들을 보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타케우치도 약간은 난감한 것 같은 표정으로 자신의 목 뒷부분을 한손으로 감싸쥐었다.

 

레나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요?」

미즈키 「그러게.」

타케우치 「실은 미시로 전무님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레나, 미즈키, 사나에는 동시에 '에엣?!'하는 외마디소리를 질렀지만, 이를 무시하고 타케우치는 자신의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타케우치 「곧, P 씨는 잘못이 없다는 회사입장을 발표하실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즈키 「뭐?」

타케우치 「그래서 서명운동을 사내에서 공식적으로 할 수 있게 허락을 받았습니다만......」

레나 「저희가 먼저 해버린거네요. 하하하......」

미즈키 「그럼 P를 신고한 아이들은?」

 

미즈키가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대뜸 자신의 궁금함을 물어보았지만, 그는 그저 목덜미를 만질 뿐이었다.

 

사나에 「그러고보니...... 신데렐라 프로젝트 인원들도 거기 포함된거잖아.」

레나 「설마 프로덕션이... 그럴리는 없겠죠?」

치히로 「그 아이들은 이미 끝난거에요.」

 

단호한 치히로의 말에 회의실 안의 공기가 단번에 얼어붙었다.

물론 P의 무죄를 주장하던 그녀들은 어렴풋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그걸 치히로의 입으로 듣자 가슴 한켠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사나에 「역시...... 방법은 없는거겠지?」

치히로 「아무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이건 도를 넘은거에요.」

레나 「......우즈키... 꽤나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치히로 「둘 중 하나에요. P 씨가 무죄이고 아이들이 무고하게 신고했던가, 아니면 정말로 P 씨가 성추행을 했고 아이들이 참지못해 신고를 했던가.」

미즈키 「양자택일이라면 난 P 군의 무죄야.」

 

미즈키는 회의실 의자에 털썩 앉으면서 모두를 향해 얘기했다.

그러나 그 얼굴은 평상시 허당이던 그녀의 얼굴과는 몹시 다른, 매우 침착하고 냉정한 얼굴이었다.

 

미즈키 「사무실을 돌면서 들었거든. 요 이틀 사이에 신고를 했다던 아이돌들의 P를 향한 태도가 매우 안 좋았다는거.」

치히로 「......」

사나에 「그랬었어?」

미즈키 「응. 심지어 린짱이 P 군에게 패션잡지를 던져서 팔에 피까지 뚝뚝 떨어지게 만들었다더라고.」

레나 「그럼 그 전에 P 씨가 뭔가를 잘못했다던가 그런건 아닐까요?」

미즈키 「그 때, 직접 목격한 직원이 말하기를 'P 씨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멍하게 서있었다'는 거야.」

타케우치 「대체 요 이틀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치히로 「분명 제가 출국하기 전날만 해도 괜찮았는데......」

 

치히로는 고개를 붕붕 휘젓고는 자신의 뺨을 몇차례 때려 정신이 들게 했다.

 

치히로 「이런걸 생각해봤자 지금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요. 몇번이나 얘기했지만, 이제 그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어요.」

 

그녀의 말에 모두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타케우치 「그래도...... 대화는 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사나에 「타케우치 군......」

타케우치 「분명 그 분들이 그렇게 된 원인이 있을겁니다. 저는 그걸 알고 싶습니다.」

미즈키 「확실히... 그 기분, 나도 알아.」

레나 「그럼 저희들이 직접 아이들의 집을 찾아가보는건 어떤가요?」

치히로 「아뇨, 미즈키 씨랑 사나에 씨, 그리고 레나 씨도 안되요.」

레나 「어째서?!」

타케우치 「센카와 씨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사나에 「기자들이 각 집 앞에 진을 치고 있을거라는거지?」

치히로 「네, 여기에 있어선 프로듀서 신분인 타케우치 씨가 가는게 맞아요. 섣불리 다른 아이돌분이 가셨다가는 루머가 돌거에요. 반면에 타케우치 씨라면 기자들에게 상담이라고 얘기하면 그만이니.」

미즈키 「하아... 그럼 우린 따분하게 프로덕션에 이렇게 앉아있어야 하는거야?」

치히로 「미시로 전무님이 서명 받은걸 자기 집무실에 가져다달라고 했어요.」

레나 「뭐랄까, 좀 더 흥분되는 일이 하고 싶은데요.」

미즈키 「적어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사나에 「뭣하면 센카와 씨처럼 시위대 앞에서 P 군의 무죄를 주장해도 된다구?」

레나 「열심히 서명을 받겠습니다.」

타케우치 「그럼 저는 준비되는대로 가정방문을 해보도록 하죠.」

치히로 「저는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검찰청에 찾아가서 P 씨와 면회를 한번 해보도록 할게요.」

 

두 명의 남녀는 가볍게 목례를 한 후에 곧바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덩그러니 남겨진 세 명은 의자에 앉아서 일단 한숨을 푹 쉬었다.

 

 

 

 

 

.

.

.

.

.

.

 

 

 

 

도쿄지방검찰청 내의 강력부장실.

 

거기에는 코마키 검사장과 P가 가운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쇼파에 앉아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수많은 서류들이 잔뜩 쌓여있었고,

코마키는 그 서류들을 하나씩 읽어보며 P와 일일히 대조하고 있었다.

 

코마키 「끄으응...... 모든 진술서들이 정확히 일치해.」

P 「......」

 

한때나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가며 일하게 해주었던 원동력인 아이돌들.

그런 그녀들의 진술서를 듣는 그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 쇼파에 앉아 묵묵히 코마키가 말하는 내용을 듣기만 했다.

 

코마키 「...... 그래, 좀 힘들지?」

 

코마키도 아까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P의 상태는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사건을 마무리 짓고 여론의 방향을 틀어서 P를 후보등록까지 시키기까지는 고작 4일이란 시간 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녀로서도 그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여유롭게 할 시간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코마키 「P 군.」

P 「예.」

코마키 「복수하게 해달라고 했던건 누구였어?」

P 「......」

코마키 「애시당초 이런 진술따위 하지 않았더라면, 넌 여기에 있지도 않았겠지.」

P 「...네.」

코마키 「지금 심적으로 많이 힘든건 알아. 하지만 네가 살려면 지금은 어쩔수 없어. 무슨 뜻인지 알겠지?」

P 「......」

 

P는 쇼파에 기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마치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나쁜 생각들을 다 보내는 것 같은 기분으로.

 

P 「후우...... 그럼 저도 진술서를 봐도 될까요?」

코마키 「물론이지! 이 진술서들에서 뭔가 반박할 건덕지가 있는지 체크해보렴.」

P 「알겠습니다.」

코마키 「그리고 여기서 있었던 일은-」

P 「모두 비밀이라는거죠? 저도 그정도 눈칫밥은 있습니다.」

코마키 「그래, 내일 아침쯤에는 무혐의가 나오도록 힘내자고?」

P 「예.」

 

그는 다시한번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었다.

 

허위진술을 한 것도 모자라, 언론에 나와서 선동까지하고 있는 아이돌들.

누명을 벗는 것은 시간문제.

내가 그녀들에게 복수를 해야한다.

 

이제 그녀들에게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

그녀들은 날 이지경까지 몰아간 사람들이다.

아니, 사람이 아니다.

 

악마, 그 자체.

그동안 신기루따위를 보면서 착각한거다.

 

이런 생각들로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 새겨두고 간직했었던 아이돌들과의 소중한 추억들을.

광부가 원석을 캐기 위해 곡갱이로 정확하게 돌을 깨부수듯이.

하나하나씩.

부숴나가는 것이었다.

 

그 때, '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부장실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코마키 「응? 코우사카 군, 무슨 일이야?」

수사관 「조금 귀찮게 됐습니다.」

코마키 「왜 그런데?」

수사관 「그... P 씨에 대한 면회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코마키 「흐음... P군의 부모님?」

수사관 「조금 귀찮게 됐습니다.」

코마키 「누구길래?」

 

정장을 입은 남성이 그녀를 향해 살짝 손짓을 하자, 코마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는 코마키에게 들릴 정도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해주었다.

 

코마키 「뭐어어?!」

수사관 「어떻게 할까요.」

코마키 「안그래도 시간 없는데......」

 

P는 대체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지 궁금하여 그들이 있는 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코마키 「하아... 준비하지.」

수사관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남성은 목례를 한 뒤, 문을 닫고 나갔다.

 

코마키 「P군. 면회요청이 들어온 모양이야.」

P 「누군데요?」

코마키 「아... 그게 말이지......」

P 「?」

코마키 「그, 네가 있던 프로덕션 사무원 씨...... 센카와 양인거 같은데.」

P 「센카와 치히로?」

코마키 「알고 있는 사이야?」

P 「그렇죠. 저랑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었는데요?」

코마키 「그래...? 그럼 너랑 알고 있는 사이?」

P 「직장동료니까 당연하겠죠... 랄까 지금은 미국에 있어야할텐데??」

코마키 「뭐, 자세한건 됐고. 내가 일단 구금은 해제해줬지만, 대외적으로 너는 구속된 상태거든?」

P 「네, 네에.」

코마키 「별 수 없지만 수갑차고 면회실로 가줘야겠어.」

P 「아, 어... 네.」

 

P는 잠시 고민했지만, 면회를 하기로 결정했다.

 

수갑을 차고 안 차고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치히로를 만나도 될지에 대한 고민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자신을 신고한 아이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면회실로 가서 그녀를 만나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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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쿠스가와 중의원 자택.

 

30평 정도 크기를 가진 자신의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2층 서재 발코니에서 흰머리가 희끗희끗 나있는 쿠스가와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성경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탁자 위에 올려져있던 작은 휴대폰 하나가 진동을 내면서 문자가 왔음을 알렸다.

 

성경을 읽던 그는 끼고있던 돋보기 안경을 벗고 책갈피를 끼워넣어 자신이 읽던 부분을 다시 펼칠 수 있도록 해놓은 후, 자신의 휴대폰이 수신한 문자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쿠스가와 「흠......」

 

고뇌에 찬 듯한 한숨을 내쉬던 그는 곧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비서관  (의원님, 무슨 일이십니까.)

쿠스가와 「자넨가. 그 건은 어떻게 됐나.」

비서관  (346 프로덕션이 오늘 저녁쯤에 기자회견을 할거라고 합니다.)

쿠스가와 「하하하. 역시 어쩔 수 없던가 보구먼.」

비서관  (그렇습니다.)

쿠스가와 「그나저나, 자네가 또 은밀히 해줘야 할게 있네.」

비서관  (무엇입니까?)

쿠스가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다 흐릴려고 하는구만.」

비서관  (비선을 움직이겠습니다.)

쿠스가와 「그러시게나.」

비서관  (일단 감시만 붙여놓을까요?)

쿠스가와 「귀찮겠지만...... 혹시라도 낌새가 보이면 그쪽에 연락해서 처리하게.」

비서관  (알겠습니다.)

 

짤막한 통화 후, 그는 다시 돋보기 안경을 끼고 성경책을 펼쳐 목소리를 내어 찬찬히 읽어보았다.

 

쿠스가와 「아모스 2장 2절 말씀...... 갈멜산 꼭대기에 숨을찌라도 내가 거기서 찾아낼 것이요, 내 눈을 피하여 바다 밑에 숨을찌라도 내가 거기서 뱀을 명하여 물게 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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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4시간 뒤에 출근인데 이렇게 글을 쓰다니, 전 미친게 분명합니다.

 

어? 치히로찡?

언제부터 내 옆에 서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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