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시부야 린은 가벼운 사랑을 하고 있다 - 3

댓글: 23 / 조회: 1313 / 추천: 4


관련링크


본문 - 05-10, 2016 18:33에 작성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60392&sca=%EA%B8%80 - 1편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60575&sca=%EA%B8%80 - 전편

 

005


 「어떤 음료로 하실...」
 「아, 저는 커피로 부탁해요」

 

 어색해.
 벌써 15분째, 오고간 단어는 7개뿐이다.
 나로서는 이 모임을 주선한 그쪽에서 먼저 이 장황한 침묵을 꺠주길 바랄 수밖에 없는데... 모르는 사람을 허물없이 대하는건 누나만으로 충분하다고.
 내 경우에 대인 관련 스킬은 평균 이하니까.

 

 「...」

 

 아마도 이 타케우치 프로듀서라는 사람은 경찰과의 커넥션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게, 전화번호를 넘겨준 직후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으니.

 

 「...」

 

 그나저나 몸 진짜 크시네, 이 분.
 키가...190? 정도 될 것 같은데. 같이 서면 트라우마 걸릴 정도다. 열등감이 어깨를 넘어 정수리를 가격할 레벨이다.
 이런 사람이 낯을 가리는 건가. 의외라면 의외네.

 

 「...제가 오늘 이치노세 씨를 부른 것은...」

 

 오, 드디어 대화가 시작되는건가.
 기다리렸다고, 베넷.
 ...아니, 타케우치지만.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타케우치 씨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건 오늘 그 끔찍한 일에 대한 감사다.
 시부야 린의 프로듀서로서 담당 아이돌을 구해준...
 아니지, 이게 아니지.
 구해준 것은 어디까지나 경찰과 구급대원들이다. 나는 그저 발견했을 뿐이다.
 그래. 발견자로서.
 사건의 최초 발견자로서, 다른 사람들이 구해주는 것을 도와준 나에게 이렇게 감사를 표하러 온 것이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치노세 씨가 없었더라면 시부야 양은 지금 정상적으로 살아있을 수 없었을겁니다」

 

 나는 나 자신을 꽤 소인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옳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이정도의 감사 인사를 듣고 오글거려지는 사람은 그릇이 작다는 말에 참으로 어울리니까.

 

 「...딱히 제가 없었더라도 괜찮았을걸요. 어차피 누군가는 신고했을테니」

 

 거짓말이지만.
 그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 아니었을거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째서인가요?」

 

 머릿속에 남아있던 의문점이 벌써 돌파구를 찾은 모양이다.
 감사 인사를 듣는건 꽤나 싫은 일이지만, 정보는 얻고 싶다.

 

 우선 첫 번째.

 

 「그사람들은... 시부야 양의 팬이 아니었으니까요」

 

 '심화'된 이유.

 

 「...그 사람들, 스캔들 때문에 화난 팬들이 아니었던건가요?」
 「아니, 제가 말을 잘못했군요. 정확히는 그 사람들의 중심에 시부야 양의 팬이 아닌 사람이 섞여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폭제는 그 스캔들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름을 부은 사람은?
 방금 뉴스란을 돌아다니면서 안거지만, 기사 댓글에는 인신공격, 패드립, 온갖 심한 악플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돌려 말하자면.
 그것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익명성' 이란건 인터넷 안에서만 통한다. 그리고 시부야 린의 팬중에는, 아이돌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정보 매체를 통해 팬이된 사람들이 꽤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뿐이라면 이렇게 직접적으로 붕괴뜨리는 방법은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범죄라면 더더욱.
 ...아니, 이렇게 말해도 사람들 중에 미친 사람은 한 두 명쯤 있기 마련이라 기름이 없었다고 해도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거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규모는 이것보다는 훨씬 작았을거란 이야기다. 끽해야 한 두명이 작당을 해서 일을 벌인다던가.

 

 「이름은 모르겠지만, 연예계 종사자들 중에 그런 그룹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심판자들이라고 생각하는...그런, 쓰레기 같은 집단이」

 

 얼굴에 화난 빛이 역력한 채로 타케우치 씨가 이야기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예전부터 시부야 린같은 아이돌에게 같은 짓을 반복해 왔다고 한다. 정확히는 선동시킨거지만. 여기서 같은 짓이라는건 범죄를 의미한다.
 흐음.
 분노치가 다른 때와는 차원이 다른걸 이용해서, 이성이 남아있지 않을 때를 이용해서, 일을 진행시킨다는건가.
 좋은 생각이다. 전국시대였으면 신의 한 수가 됐을 정도다. 그렇지만.
 ...어째서?

 

 「어째서 그런 사람들이 안잡힌거죠? 몇 번이고 그런 짓을 반복했다면 당연히 경찰 같은데에 꼬투리가 잡힐텐데?」

 

 다수라면 하물며.
 다수라는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도 되지만, 그만큼 배신자가 나오기 쉽다는 이야기도 성립된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사람이 한 명도 없던걸까. 뭐, 그 상황을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발생된 사건 모두 미제로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잡힌다면...」

 

 ...이렇게 생긴 사람이 그런 표정을 짓는건 상당히 반칙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심으로, 죽여버리겠습니다」

 

 너무 무섭잖아.
 나는 이런 포스 일생에서 한 번도 못내겠지...

 

 「그 '어떻게' 했다는거, 범죄 수법을 뜻하는건가요? 아니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는 방법?」
 「전자는 이미 풀렸...아니죠, 수법 같은건 없었습니다」
 「그건 무슨...?」
 「상황에 맞춰서 범죄의 방향도, 방법도 모두 다르다는 겁니다. 이번 시부야 양의 납치는 그녀가 친구 분과 외출을 갔을 때에 벌어진 일입니다. 경비원도 거절한채로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끝까지 밀어부쳤어야 했지만...」 

 

 자, 여기서 2번째 해결.
 '어떻게' 했는가.
 뭐, 타케우치 씨 말대로 너무나도 어이없게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크게 터졌는데 문제의식이 요만큼도 없냐. 심각하잖아, 시부야.
 사람은 자기만은 사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런 묘한 자신감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데, 그런 류의 것일까? 뭐든지 간에 그것이 사태를 여기까지 이르게 한건 틀림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거기에 널부러져 있던 쇼핑백은 외출을 했기 때문인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같이 있던 친구는 괜찮은걸까? 자기 친구가 큰 사건에 휩싸였는데도 같이 놀러가준 그런 아이라면...

 

 ...생각해봤자 머리 아플 뿐이다. 그만하자.

 

 「아무튼,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런 늦은 시간에 약속을 청한 것은, 시부야 양의 목숨을 구해주신 분께 너무 늦게 인사드리는건 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구한게 아니...」
 「예?」
 「...저는 원래 야행성이니 딱히 신경 안쓰셔도 돼요. 그보다 타케우치 씨는 빨리 안돌아가셔도 되는건가요?」
 「저는 이미 오늘자 일은 전부 끝났고, 시부야 양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 들릴 예정입니다」
 「아, 예...」

 

 그렇게 대화는 끝났고, 약 5분간의 침묵을 다시 거친후 우리는 헤어졌다.
 지금와서 생각하지만, 침묵이 너무 길었던거 아냐, 우리?
 어쨌든.
 그대로 집으로 향한 나는 바로 침대 위에 쓰러져 잠들었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학교를 갔다. 딱히 변한 것 없는 일상이었고, 내가 걱정했던 보복 폭행이라던가 그런 종류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끝나면 좋았을 이야기지만.
 약 2달 후, 시부야 린에 대한 기사들이 식어갈 무렵 타케우치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녀가 나를 찾고 있다는 연락이었다.


 
006


 시부야 린이 입원하고 있던 병원은 의외로 외진 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시설이 좋은 큰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맞겠지만, 아이돌이라는 위치 때문일까? 안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복도당 거의 한 명 꼴로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전개대로라면 시부야 린이 개인 병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90%인데...
 아니, 이 수치는 내 희망사항일 뿐이고 실제로는 경비원들이라던가가 같이 있을테지만.

 

 「그러니까...여긴가?」

 

 여러 검문을 거쳐, 엘리베이터로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 기다란 복도를 걸었다.
 이 코너 하나만 돌면 시부야 린의 병실이다.
 ...솔직히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긴장해서 하나 좋을게 없으니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난 딱히 시부야 린에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를 추궁당하려고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니.
 그래서 곧바로 코너를 돌았다.
 코너를 돌았는...데?

 

 「아, 어서오세요!」

 

 뭐지, 이 신세계는?

 

 초록색 옷을 입은 미인을 시작으로 해서, 핑크색 머리의 갸루 미소녀, 중딩으로 보이는 노란 머리 미소녀, 귀여워서 무심코 안아벌릴 것 같은 초딩, 가슴 큰 짱구 눈썹 미소녀, 갈색 머리 미소녀, 체중 좀 나갈 것 같은 미소녀,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미소녀, 금발 트윈테일 미소녀, 은발 트윈테일 고딕 미소녀, 거대한 미소녀, 은발에 외국인 같은 느낌을 가진 미소녀, 색기 넘치는 미소녀, 고양이 머리띠 미소녀, 헤드폰을 낀 미소녀, 활발한 느낌의 미소녀, 그리고 평범한 미소녀.

 

 미소녀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미소녀 온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소녀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딜 둘러봐도 얼굴에서 빛이나는 사람들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2명 있기는 있다. 검은 양복을 입은 경비원들. 병실 문 앞쪽에 서 있는 그들의 우중충함도 이 엄청난 밝기를 감당해낼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열등감이 강해진다.
 아니, 나라고해서 그렇게까지 나쁜 얼굴은 아니라고 자신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뭐야, 이 열등감 증폭제들은!
 하나도 아니고 17개나 존재하다니...
 아마도, 아니 확실히 이 많은 소녀들은 아이돌이겠지. 이 소녀들을 한번 본 것만으로 나는 사람들이 그녀들에게 열광하고, 또 질투하는 이유를 조금은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야 끌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빛나는 곳에 다가가지 않는 벌레가 있기야 할까.
 아니, 나는 벌레가 아니지만.

 

 「이 사람이?」
 「네. 이 분이 린 양을 구해주신 분이에요」

 

 활발녀가 그렇게 묻자 초록색 미인이 그렇게 답했다.
 그러니까 구한게 아니라...

 

 「흐응...」

 

 부담스럽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나도 내가 얼마나 질이 낮은지는 잘 알고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활발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응?
 아, 맞다. 시부야 린도 아이돌이었지.
 다시 말해 이 사람들은 시부야 린의 직장 동료...정도 되는 건가?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치노세 씨가 없었더라면 시부린은...!」
 「아니아니,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위험해, 다시 짜증나기 시작했어. 이대로 가면 타케우치 씨 때의 그 느낌이 재발한다.

 

 「그런건 됐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안건이 있던 것 같...」
 「저, 저기!」
 「누구...」
 「미쿠는 린의 친구로서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냐. 정말로 고맙다냐!」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저도 감사드려요! 뭐라도 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오늘은 과자를 가져오지 않아서...」
 「먹는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 그보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리더로서 제대로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됐으니까 시부야 린은...」
 「Благодарю вас. 감사, 합니다」
 「이번엔 러시아어냐?!」

 

 벗어날 수가 없다.
 요즘 여자애들은 전부 스태미너가 꽉 차있구나... 

 

 「...거기까지 하는게 좋지 않아? 안즈로서는 저 사람이 곤란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말 고맙다, 금발 트윈테일」
 「사람을 그런 식으로 부르지마. 안즈는 안즈라는 번듯한 이름이 있다고」

 

 후타바 안즈야.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끌어내준 금발 트윈테일 로리는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나저나, 당신은 우리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 그 뭐랄까... 아이돌을 실물로 보는데도 딱히 놀라는 기색이 없길래」
 「아, 그런 얘기였나. 나는 아이돌 같은데는 전혀 관심없으니까. 신경쓰지마」
 「그거 저기 클로버 들고 있는 얘나 방금 당신에게 말을 건 사람한테는 절대로 말하지마. 뭔 일 벌어져도 난 모르니까」
 「? 알겠어. 새겨듣지」

 

 그나저나 저 쪽이 상당히 시끄러운 것 같은데...

 

 「안즈짱, 혼자서 데려가놓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야?」
 「치사해~ 리카도 이야기할래!」
 「미리아도 할래!」
 「아니, 딱히 아무 말도 안했어.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
 「어이?!」
 「자자 여러분, 그만하면 됐어요. 이치노세 씨가 부담스러우신 것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요」
 「조금 더 빨리 말해주실 수는 없었던 겁니까, 초록 미인 씨」
 「후훗, 사무원인 센카와 치히로에요. 치히로라고 불러주세요」
 「그래서 센카와 씨,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사람을 부르고」
 「완벽하게 무시당했네요...」

 

 딱히 상관없지만.
 센카와 씨는 그렇게 말하고선 병실 앞으로 나를 안내했다. 아이돌들은 그동안 상당히 조용해진 것 같았고, 문 앞에 서있던 경호원 2명도 자리를 비켜줬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는 말아주세요. 부탁드려요」
 「갑자기 그렇게 말하시면... 일단은 예스라고 하겠지만, 그리 저를 믿지 않는게 좋으실걸요」
 「해주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해요. 그럼 들어갈게요」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007


 「...프로듀서?」

 

 두번째로 들은 말은 그런 영문모를 단어였다.
 나는 학생이라고. 요즘은 상당히 벗어난 듯한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아직은.
 평범한, 단순한 학생일 뿐이다.

 

 「지나가던 학생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답했다.
 첫번째와 다를바 없는 대화.
 그러나 이번 경우는 아무래도 뒤가 더 남아있는 모양이다.

 

 「프로듀서, 프로듀서!」

 

 그렇게 외치며 시부야 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에게 달려들었다.
 ...
 응?

 

 「프로듀서, 기다렸어. 드디어 찾아와줬구나...!」
 「잠시만 잠시만. 진정을 하자, 심호흡을 하자. 나는 너의 프로듀서가 아니고, 처음 보았을 때에 무작정 달려들어 껴안길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야」
 「무슨 소리야, 프로듀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여기 내 눈앞에 똑똑히 있잖아?」
 「하?」
 「아무튼 왜 이렇게 늦은거야 프로듀서! 기다리느라 정말로 힘들었다고. 우즈키 미오, 친구들은 전부 있었지만 프로듀서만 없어서 너무나도 슬펐어. 너무나도 외로웠어」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네가 미쳤다는거 하나만은 확실히 알 것 같다」
 「프로듀서, 나는 미치지 않았어. 사랑하는 사람을 미쳤다고들 종종 표현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면 나는 미치지 않았어. 오히려 매우 정상이야. 너무 정상이어서 프로듀서에게 지금 당장 키스하고 싶어질 정도야」
 「잠깐, 내가 지금 넘길 수 없는 한마디를 들은 것 같은데」
 「프로듀서가 신경쓰는게 무슨 말이든지간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키스를 진행할거야. 그러니 반항은 용서치 않아, 가만히 있어. 최대한 빨리 끝낼테니」
 「저기요 센카와 씨?!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
 「...?」

 

 센카와 씨는 그저 고개를 숙인채 서있을 뿐이었다. 내려온 앞머리 너머로도 센카와 씨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왜 저렇게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
 그보다.

 

 「이건 어떻게 처리하지...」
 「프로듀서, 다 큰 여고생의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른채 그런 말을 하는건 상당히 위험한 행위같은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진짜로 해버릴 기세잖아. 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이녀석 머리?」
 「...」
 「센카와 씨」
 「...」
 「설명 안해주시면 이녀석 목 부러뜨릴 겁니다」
 「...그, 그건 곤란한데요...」
 「실례네, 프로듀서. 나는 프로듀서의 그런 면도 좋아하지만」
 「너는 입 닥치고 있어」
 「하응...」

 

  아, 실수로 거친 말을 해버렸네

 

 「미안, 방금 말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심했다」
 「처음 봤다니, 그럴리가 없잖아 프로듀서. 지난 1년 간의 빛나는 생활은 어디 간거야? 혹시 2달 지났다고 잊어버린건 아니지?」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센카와 씨」
 「...일단 다시 나가서 얘기할까요」

 

 센카와 씨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바로 풀리고 말았다.
 퍽.
 뼈가 울리는 소리를 내며 부딫힌 것은, 시부야 린의 주먹이었다.

 

 「악...」
 「...갑자기 무슨 짓이야, 너」
 「이 여자가 프로듀서를 건드렸어」

 

 시부야 린은 말한다.
 끔찍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 여자가 프로듀서를 건드렸어. 손을 잡았어. 깍지를 꼈어」
 「그게 뭐...」
 「쓰레기」

 

 병실 안에서 살과 살이 부딫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치히로 씨는 그대로 내 앞에 쓰러졌다.
 불에 타버린 나방처럼.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이 자식」

 

 그대로 환자복을 잡아 올렸다. 힘은 하나도 들지 않았고, 시부야 린도 저항할 생각 따위는 없는 것 같았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짓을 한걸까.
 ...아니다, 답은 이미 내줬다. 정보는 이미 건네졌다.
 손을 잡았기에...라고.

 

 「너, 내 질문에 대답해」
 「뭐든 물어봐 프로듀서」

 

 확인을 해야 한다. 검사를 해야 한다.
 이 녀석이 얼만큼 미쳐있는지, 정도를 재야 한다.

 

 「나는 프로듀서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를 수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이자리에서 주먹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이자리에서 멈춰서야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이자리에서 도망쳐야 할 수도 있다.

 

 「지금 여기는 어디지」
 「병실 안. 내가 입원하고 있는 곳」
 「들어온 이유는?」
 「이상한 사람들이 나를 데려가 죽일 듯이 팼기 때문에」
 「살아남은 이유는?」
 「프로듀서가 나를 구해 줬어. 히어로처럼, 왕자님처럼」
 「프로듀서는 지금 어디 있지?」
 「이 병실 안. 내 눈앞에」
 「너는 누구지」
 「시부야 린. 당신의 빛나는 아이돌. 당신이 키운 아이돌」
 「지금 당신에게 질문하는 사람은?」
 「그야 당연하잖아」

 

 시부야 린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나만의 프로듀서」

 

4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