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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Y] 유키호「하늘 위에서 마주친 낯선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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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8, 2016 19:34에 작성됨.

「… 와아…」


옆에서 유키호가 나지막히 탄성을 질렀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해졌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유키호를 감탄시킨 것을, 나 역시도 목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단하다고 듣기는 했고, 사진으로도 미리 봤지만… 이건, 그러니까…」
「굉장하네요…」
「그렇네…」


유키호도 나도 멍하니 서서 얼빠진 대화를 주고받을 뿐이다. 옆에서 보면 꽤나 우스운 모습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게밖엔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눈앞의 경관에 시선을 빼앗겨 있었으니까. 안내역으로 따라붙은 가이드가 익히 본 광경인 듯 가볍게 웃으며 말을 건네자 그제서야 주위로 신경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스태프들이 촬영감독의 지시에 따라 분주하게 세트를 조성하는 중이었다. 개중에도 주변 풍경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선 사람이 몇 명인가 눈에 띄었다.
그 때까지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유키호가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꼭… 하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그 말대로다. 한 차례 심호흡을 한 후 허리에 손을 짚고 둘러본 사방은 장애물 하나 없이 탁 트여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디까지고 이어질 것만 같은 순백의 모래사장─사실 깔려 있는 것은 모래가 아니라 소금이지만─위에 얕게 차 있는 수면에는 깃털이 엉킨 듯한 구름과 물빛의 하늘이 반사되고 있다. 유키호의 말대로 또 하나의 하늘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두 하늘이 서로 맞닿은 수평선은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미술품과도 닮아 있었다.
아름답다.
장관이라는 것은, 분명히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유키호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이곳의 하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눈부시게 흰 피부의 얼굴이 가벼운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다. 챙이 넓은 밀짚모자에 프릴로 장식된 새하얀 원피스 차림의 유키호는, 등 뒤로 깍지를 낀 채 수줍게 웃어 보였다.


「정말 예뻐요, 프로듀서.」
「그렇구나, 유키호.」


하늘 건너편까지도 들여다보일 것 같은 화창한 날씨의 어느 날.
나는 유키호와 함께 볼리비아에 와 있었다.

 

***

 

이번 로케이션 촬영지가 정해진 것은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OUR SPECI@L VISIT'. 유명 여행사와 계약을 맺어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 전원의 이미지에 맞는 세계 각지의 명소에 찾아가 방송을 한다는 컨셉으로 시작된 특집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이윽고 유키호의 차례가 돌아왔다. 최초에 제안된 촬영지는 평범하게 유키호와 잘 어울리는 추운 지방이었지만, 여행사 측의 관계자가 새로운 선택지로 제안한 곳이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었다. 누구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선택지였음에도 막상 나오고 보니 기존의 이미지를 재사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신선하다고 생각된 것인지 시원스러울 정도로 거침없이 결정되었다. 청정하고 우아한 배경이 주는 몽환적인 자연의 모습이 유키호의 단아한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이라며 열의에 차 설명하는 관계자의 모습도 좋은 인상을 주었기에, 일은 아무 문제도 없이 추진되었다.
우유니 사막이라고 하면 꽤나 유명한 곳인지, 아직 방송이 진행되지 않은 아이들이 '자신이 가 보고 싶다'며 앞다투어 자원하는 소동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미 정해진 사안을 변경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듯 난처한 표정으로 쩔쩔매던 유키호였지만, 사진을 보여주자 '저, 정말 이런 곳에 가는 건가요!?' 라며 크게 놀라고는 이내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역시 잘 한 선택이다. 유키호의 모습을 보며 어렴풋한 보람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반쯤은 여행을 가는 기분으로, 우리는 촬영지에 도착했다.


「보세요, 프로듀서! 저랑 프로듀서가 비치고 있어요!」
「하하… 뭐, 우리라기보단 모든 게 다 비치고 있지만.」
「대단해요…!」


유키호는 발밑의 정경에 푹 빠진 듯 쪼그려 앉아 수면에 손을 담그고 있었다. 아이 같이 천진난만한 모습이다. 단순히 기뻐하는 모습은 평소에도 자주 보고 있지만, 이렇게 순수함과 호기심을 가득 담아 기뻐하는 유키호는 역시 신선했다. 주변 풍경과 복장의 영향도 있어, 유키호의 모습에서는 어떤 의미로 신비함마저 느껴졌다. 분명히 처음 오는 장소임에도 유키호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주위에 녹아들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수려한 그림이 되리라고는 나 역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운이 좋네. 날씨도 이렇게 잘 따라줄 줄은 몰랐는걸.」


이렇게 깨끗하게 하늘이 비쳐 보이는 광경은 비가 온 후 날씨가 굉장히 맑을 때 볼 수 있다는 것 같다. 운도 적잖이 따라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 프로듀서.」


유키호가 나를 불렀다. 내려다본 유키호의 옆얼굴은 어쩐지 조금 곤란한 기색을 담고 있었다.


「전… 정말 와도 됐던 걸까요?」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
「그게… 사진으로 봤을 때도 엄청나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와 보니 훨씬 굉장한 곳이어서… 역시 다른 아이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다들 오고 싶어했는데….」


그것은, 뭐랄까, 지극히 유키호다운 고민이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매력을, 사실은 누구보다도 강한 마음을 지닌 이 유약한 소녀는─ 아무래도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직 데뷔도 하기 전의 견습생이었을 때나, 어엿하게 입지를 다진 한 명의 아이돌인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우유니 사막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면서도 자신이 아닌 두고 온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크건 작건, 타인의 소망을 저버리는 대가로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이 유키호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정작 본인들은 어디까지나 별 뜻 없이 한 말일 텐데도.
그것을 모른 척할 수 없는 것이, 유키호의 다정한 면이다.


「유키호가 그래서야 오히려 다들 화내지 않겠어? 이왕 간 거라면, 유키호의 매력을 100% 뽐내고 오지 않으면 아까워!… 같은 말 하면서.」
「그건… 그렇지만요.」
「모두들 인정했으니까 유키호가 여기 있는 거야.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돌은 하기와라 유키호라는 걸. 그리고 그건 나도 보증할 수 있어.」
「… 프로듀서?」


오른팔을 들어 가슴을 툭툭 두드려 보였다. 비단 유키호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만이 아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지금의 유키호는, 최고로 아름다워. 그러니까.」


자신을 가져.
그렇게 말하자,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유키호의 뺨이 단숨에 달아올랐다.


「아, 으… 아름답다니, 그, 그런… 안 어울리는 말이예요! 저 같은 거한테… 하우….」
「엑, 아니… 놀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디까지나 진심으로…」
「… 그, 네에. 과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어, 그래도…」


유키호가 몸을 일으키더니 모자를 고쳐 썼다. 모자에 둘러진 푸른 리본이 가벼운 바람에 살랑이며 흔들리고 있다. 나와 똑바로 마주보며 유키호는 수줍게 미소지었다.


「감사해요, 프로듀서.」
「… 뭘 감사까지. 그럼 이제 촬영 잘 할 수 있지?」
「그, 그건… 조금, 긴장될지도… 모르겠지만요.」
「하핫… 어쩔 수 없구나.」


그새 약간이지만 풀이 죽은 유키호의 어깨를 쓴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항상 불안해하면서도 할 때는 하는 아이가 유키호니까.


「하기와라 유키호 씨! 촬영 가이드 슬슬 시작합니다!」
「앗, 네! 지금 갈게요!… 그러면 프로듀서, 저, 열심히 할게요!」
「그래, 잘 하고 와.」


잔뜩 기합을 넣은 유키호가 꾸벅 고개를 숙인 후 세트를 향해 멀어졌다. 작지만 꼿꼿한 그 등을 신뢰를 담아 전송했다. 평소와 같이 '열심히 하는' 유키호를, 이렇게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내 역할이다.
뒤쪽으로 물러나 유키호 쪽을 멀찍이 바라보던 도중 신경쓰이는 것이 눈에 밟혔다. 감독의 지시를 주의깊게 듣고 있는 유키호의 얼굴이 조금 굳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지만, 역시 낯선 환경에서의 촬영에 긴장하고 있는 것일까. 좀 더 긴장을 풀어 주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조금 후회했지만 그렇다고 유키호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참견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다.


「… 잘 해, 유키호.」


유키호에겐 닿지 않을 응원을 조용히 입에 담았다.

 

이윽고 스태프들이 위치를 잡고, 유키호는 혼자 남았다. 카메라의 배치와 작동 이상 유무 따위를 최종적으로 체크한 감독이 손을 높이 들어 보였다. 손을 내리면 촬영을 시작한다는 사인일 것이다.
그것을 본 유키호가 호흡을 가다듬을는 것인지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켰다.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한 의식적인 행동이다. 들이마신 숨을 서서히 내쉰 유키호가 눈을 떴다. 바닥을 향하고 있는 유키호의 눈엔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이고 있을 터였다.


감독의 손이 내려갔다. 카메라가 돌아간다.
하지만.
유키호는 움직일 기미가 없다.


「… 어라.」


엉겁결에 의문이 외마디가 되어 튀어나왔다. 촬영감독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키호는 그것도 알아채지 못한 듯, 수면에 반사된 자신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 하기와라 씨?」
「… 아? … 앗, 네…!」


스태프의 부름에 유키호가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눈에 띄게 허둥대며 답했다. 묘한 광경이었다. 평소라면 저런 실수를 할 리가 없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보였다.
아니, 조금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특별한 근거도 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금의 유키호는 마치─ 무언가, 알아서는 안 될 것을 알아버린 듯한 표정을.


「…….」


착각인, 것일까.
일단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죄, 죄송합니다… 한 번 더, 부탁드릴게요…!」


유키호의 요청으로 재촬영이 시작되었다. 방송의 첫 부분은 간단한 자기소개에 이어지는 촬영지에 대한 소개다. 촬영 개시 사인이 떨어지자 유키호가 멘트를 읊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765 프로덕션의 하기와라 유키호예요! 순조롭게 진행 중인 OSV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번 방송엔 제가 참여햐게 됐어요. 지금 제가 있는 곳은 볼리비아의─」


말을 더듬고 있지도 않고, 진행도 자연스럽다. 역시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이대로만 간다면 큰 문제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아도 괜찮을 듯 싶었다.


「─ 라고 해요. 우기에는 사막 전체에 빗물이 고여서, 맑은 날에는 굉장히 예쁜 수면을─」


슬쩍 감독의 모습을 살폈지만, 감독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듯 가까이 있는 스태프와 뭔가를 의논하는 중이었다. 무슨 일일까. 유키호는 계획된 프로그램대로 잘 진행하고 있을 텐데.
그래, 문제 없다. 평소와 같은 유키호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유키호에게 눈을 돌렸지만,


「……!」


오래 걸리지 않아, 이상을 눈치챌 수 있었다.
굳어 있다.
무엇이, 라고 묻는다면─ 전부다.


표정도, 몸짓도, 눈빛도 딱딱하다. 뭔가를 크게 신경쓰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멘트대로 말하고는 있지만, 이래서야 감독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노골적인 부자연스러움은 아니지만, 유키호를 오랜 기간 보아 온 만큼 지금 유키호가 심하게 긴장해 있다는 것 정도는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유키호…」


일단은 한 번의 컷도 없이 첫 시퀸스의 촬영이 종료되었다. 감독은 잠시 간의 휴식을 선언하고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촬영한 영상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아마 재촬영하게 될 것이라고, 어렴풋이 예감할 수 있었다.
유키호에게 다가갔다. 휴식이라는 말도 듣지 못한 것인지 멍하니 서 있던 유키호는 나에게 손목을 붙잡히고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 아아, 프로… 듀서.」
「어떻게 된 거야, 유키호. 왜 그래?」
「…….」
「…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말을 잇지 못하는 유키호를 끌다시피 해 세트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데려갔다.


「잠시만 기다려, 의자 가져올게.」


간이용 의자를 두 개 들고 와 유키호를 앉힌 후 나도 앉았다. 유키호는 여전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가슴이 조금 답답해졌다.


「왜 그러는 거야, 유키호. 엄청 긴장한 것처럼 보였는데. 신경쓰이는 거라도 있어?」
「…… 거울」
「뭐…?」
「커다란, 거울… 같네요.」


유키호의 말에 덩달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모습이 수면에 반사되고 있다. 확실히 거울이라고 한다면 거울이다. 그렇지만 그게 어떻다는 건가.


「저, 처음엔 예쁘다고만 생각했어요. 하늘이 비쳐 보이고 있어, 굉장하다… 하고. 그런데, 촬영을 하게 되니까… 보이게… 되어 버려요」
「… 어떤 게 말이야?」
「제가 보여요.」


힘없이 미소를 띄우며, 유키호는 괴로움을 참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서, 카메라에 찍히기 위해서 밝게 웃고 있는 제가 보여요. 아이돌인 하기와라 유키호가요. 그건 어쩐지 어색하고, 멀게 느껴지는 저라서, 제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무서워요.
그렇게 말하며 유키호는 고개를 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과 자괴감으로 점철된 표정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시죠… 처음 하는 일도 아니고,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해 왔는데. 그렇지만 저도 몰랐어요. 보잘것없고 꼴사나운 제가, 아이돌 하기와라 유키호가 되어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본다는 게─ 아이돌인 저와 마주본 채로 웃고 말한다는 게.」
「유키호, 너…」
「이런 기분일 줄은… 몰랐어요….」


유키호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보고 싶지 않은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몰랐다.


「죄송해요, 프로듀서… 저 역시 오는 게 아니었어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평소대로 하면 된다고… 그렇게 계속 생각했는데도, 어쩐지 자꾸만 무서워져서」
「…….」
「자기 모습조차 두려워하는 저 같은 애는, 올 자격이 없었던 거예요.」


부조리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감이 부족한 유키호에게, 아이돌로서의 자신이란 또 하나의 분리된 자신이다. 무대 위에서, 카메라 안에서 밝게 빛나며 만인에게 사랑받는 하기와라 유키호. 자기비하와 체념에 익숙한 유키호에게는, 그런 자신이 자신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고 만 것이다.
분명 자신의 약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선택한 아이돌이었을 텐데.
이 어찌나, 얄궂은 일인가.


「… 죄송해요, 프로듀서. 이상한 소리만 하고… 아마 돌아가서 쉬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번 촬영은, 다른 애에게…」
「그건 안 돼.」
「… 프로듀서…」
「처음에 말했잖아. 이 장소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유키호야.」


유키호에게 다가가 몸을 굽혀 시선을 맞추었다. 어느샌가 유키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주눅이 들어 안쪽으로 숨어들려 하는 유키호의 눈동자를, 그저 똑바로 마주보며 전했다.


「유키호는 유키호야. 웃을 때도, 울 때도, 무대 위에서도, 사무소에서도, 전부 유키호야.」
「그… 치만, 훌쩍… 저… 이렇게, 한심한데…」
「너 자신을 다른 누군가로 취급하지 마. 기억나? 첫 오디션 때도, 랭크 업 페스에서 이겼을 때도, 아레나 라이브를 했을 때도, 유키호는 많이 울었고 몇 번이나 포기하자고 했지만 결국 해냈어. 나와 함께 그 시간들을 이겨내고 아름답게 빛났던 건─ 유키호 너 자신이야.」
「프로… 듀서어…」
「그냥, 유키호답게 하면 되는 거야.」


유키호의 머리를 끌어당겨 가볍게 포옹했다. 겁먹은 아이를 안심시키듯,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끌어안긴 유키호가 당황하여 꿈틀댔지만 개의치 않았다.


「앗, 우우… 프로듀서…?」
「… 난 유키호를 믿어. 유키호도 나를 믿어 줘.」


유키호의 움직임이 점차 잦아들었다. 꼬옥, 하고 앞섶을 강하게 쥐는 손짓이 느껴졌다. 유키호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것을 진정시키듯 유키호를 안은 팔에 힘을 넣었다.


「유키호는 언제나 내가 아는 유키호야. 강한 유키호도, 약한 유키호도. 그러니까 무서워할 건 아무 것도 없어.」
「…….」
「알겠지, 유키호.」


팔을 풀자 유키호가 천천히 품에서 떨어졌다. 아주 약간 젖어 있는 두 눈은, 그러나 더 이상 겁에 질려 있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나를 바라보던 유키호는, 이내 생긋 웃어 보였다.


「… 네.」


─ 안심해 준 것 같다. 안도감에 작게 한숨을 쉰 후 유키호의 모자를 바로잡아 주었다.


「자, 모자 비뚤어졌다.」
「하으… 프, 프로듀서가 계속 머리만 만지셔서 그렇다구요.」
「아, 그건 그렇네… 미안.」
「… 후훗. 괜찮아요, 덕분에 안심이 된 것 같으니까요」


유키호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옷을 툭툭 털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야말로 맡겨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저, 이번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로듀서.」
「… 그래, 다행이네. 그럼 다녀와!」
「… 네!」

 

***

 

「… 굉장하네요…」
「그렇네…」


어쩐지 처음이 아닌 것 같은 대화를 하며, 나와 유키호는 우유니 사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이 일몰 시간이라는 점이었다. 하늘과 땅이 모두 찬란한 주황빛으로 물든 우유니의 일몰은 각별하다며 관계자가 적극 추천해 왔기에, 숙소에 돌아가기 전에 유키호와 함께 석양을 구경하기로 한 것이다.


「촬영, 결국 잘 끝냈구나.」
「네. 프로듀서 덕분이예요.」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유키호가 노력한 덕분이야.」
「그, 그렇지 않은걸요. 저 혼자였으면 분명히 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드물게도 열띤 태도로 말하는 유키호의 모자 앞챙을 장난삼아 푹 눌렀다.


「꺄아! 프, 프로듀서어! 앞이 안 보여요오…….」
「하하핫, 유키호는 귀엽다니깐.」
「우으… 너, 너무 애 취급하지 마세요!」


모자를 붙잡고 새빨개진 얼굴로 항변하는 유키호에게서 눈을 돌려, 붉게 물들어 있는 하늘을 응시했다. 혼잣말을 하듯이,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하고 싶었던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려면 유키호가 더 성장해야지.」
「네? 성장… 말인가요?」
「정말로 오늘 촬영을 잘 해낸 게 내 덕이라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더라도 할 수 있게끔 성장하란 거야.」
「그, 그렇지만… 그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뭐, 지금대로 하다 보면 될 거야. 유키호는 강하니까.」
「… 하우.」


부정해 봐야 되풀이될 뿐이라고 생각했는지 유키호는 잠자코 고개를 숙였다. 그대로 나란히 앉아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틀림없이 유키호에게도 그랬겠지.


「… 저기, 프로듀서?」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유키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여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시겠어요?」
「사진? 그래봤자 폰카인데, 스태프들한테 부탁하는 게 낫지 않겠어?」
「저, 저는 프로듀서가 찍어 주셨으면 하는걸요.」
「… 그렇담 뭐.」


주섬주섬 휴대전화를 꺼내, 별다른 포즈를 취하지 않고 그저 서 있을 뿐인 유키호의 모습을 찍었다. 단지 그뿐인데도 눈이 의심될 정도로 아름다운 사진이 탄생했다. 명소란 괜히 명소가 아닌 것일까. 유키호가 듣는다면 조금 토라질지도 모르는 생각을 하던 중, 유키호가 옆에 가까이 붙어 왔다.


「어떤가요, 프로듀서? 잘 나왔나요?」
「아… 어어. 보는 대로. 엄청 잘 나왔어.」
「그런, 가요…. 다행이예요.」


무엇이 그렇게 기쁜지, 유키호는 휴대전화를 붙들고서 한참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프로듀서?」
「왜, 유키호?」
「제가, 찍혀 있네요.」


절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다른 누군가가 듣는다면 완전히 뚱딴지 같은 소리겠지.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있는 이상, 웃어넘길 수는 없었다.


「… 그래. 유키호 네 사진이야.」
「에헤헤….」
「이제 돌아가자, 해도 다 졌잖아. 유키호 너도 피곤할 테고」
「네. 돌아가요, 프로듀서.」


돌아서는 내 뒤를 유키호가 따랐다. 이제는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광활하게 펼쳐진 소금사막을 마지막으로 뒤돌아보았다.
우리들의 특별한 방문, 이란 말이지.
적어도 프로젝트의 이름값 정도는 하게 된 것일까.


「저기 프로듀서, 방금 그 사진 핸드폰 대기화면으로 해 주실 수 없나요?」
「그건… 좀… 곤란한데. 다른 애들이 따질걸.」
「… 헤헤, 농담이예요.」


또 하나의 기억이, 여기에 저물어 간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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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올 커뮤 시나리오 하나 짜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어째 변명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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