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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마스/마유] 운명이었을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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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6, 2016 16:38에 작성됨.

정신을 못 차리고 집에 들어갔던 것에 비해 켄은 의외로 멀쩡하게 출근했다.

 

그는 침착하게 언제나처럼 업무를 수행했다. 연습생들을 검토하고, 평가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연습생이나 신입을 직접 담당하여 기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재능은 있어도 경력은 짧은 일부에 한하는 업무였다.

 

그 외에 그는 타 프로듀서들의 업무를 도와주기도 했다. 요직에 앉지도 못하고 신입 담당만 하고 있었지만,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그의 경력은 무시할 수 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고해도 상위 프로듀서들에게는 무시당하는게 일상이었지만.

 

그렇게 그는 하루종일 묵묵히 일했다. 연습생들의 평가서를 전부 작성하고 남은 잔업과 사무싱 정리마저 거의 끝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치히로에게 연락을 넣었다.

 

[센카와 씨?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시나요? 지난번에 약속한 밥을 아직 못 사드렸잖아요.]

 

답장이 바로 오지는 않았다. 어차피 아카이의 전속 사무원이니 엄청 바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그는 사무실에서 일처리를 검토해가며 답장을 기다렸다.

 

[어제 그렇게 달리시고도요?]

 

[남자랑 먹는 거랑 미인 사무원이랑 먹는 건 다르거든요]

 

[어머 웬일로 입 발린 말을 하세요? 안 바쁘긴 한데말이죠]

 

[센카와 씨. =_= ]

 

[알았어요. 잠시뒤에 뵐게요.]

 

만족스러운 답을 얻고서 그는 다시 마무리에 들어갔다.

 

.....

 

"센카와 씨!"

 

몇 시간 뒤, 빌딩 앞에서 먼저 기다리던 켄이 치히로를 맞았다.

 

"어라?"

 

켄은 뭔가 찾듯이 고개를 기웃거렸다.

 

"뭘 찾으세요?"

 

"...혼자 나오셨네요?"

 

"제가 그런 여자로 보이나요?"

 

"솔직히 단 둘이 먹어서 오해받을 바에야, 여럿 데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걱정마세요. 오해받을 일 없을 테니까."

 

"이런, 저 차인거에요?"

 

"글쎄요?"

 

둘은 장난스럽게 말을 주고받으며 치히로의 단골집으로 발을 옮겼다.

 

"휠씬 낫네요."

 

자리에 앉으면서 켄은 여유로운 얼굴로 말했다.

 

"뭐가 말이에요?"

 

"아카이랑 간 곳은 너무 부담스러워서요. 술을 목으로 마셨는 지, 귀로 마셨는지도 기억도 안 나요."

 

"그건 취해서 그런 건 같은데요?"

 

"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뭐, 어쨌든 주문하세요. 제가 사는 거니까, 부담갖지마시고."

 

"'아메데프랑수와프레지에프라가니아아나나사' 시켜도 되요?"

 

"그건 안 되요!"/'그거 여기도 있어?!'

 

"왜 그러세요? 마셔보고싶었는데"

 

치히로는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살짝 삐죽거렸다.

 

"아...아니 그냥, 그냥..."

 

"알아요. 이건 너무 비싸거든요. 농담해본거에요. 모듬튀김이랑 준마이슈 하나요."

 

"아, 아뇨 다이긴슈로 주세요, 튀김하나 추가해서."

 

"다이긴슈요? 뭘 그렇게 비싼 걸 시키세요?"

 

"선물이에요. 연말 크리스마스 말고도 다이긴슈 먹는 날 있으면 좋잖아요?"

 

"읏...! 언제 본 거에요?"

 

치히로의 얼굴은 비밀을 들킨 어린이처럼 살짝 붉게 상기되었다.

 

"글쎄요"

 

켄은 웃으면서 알려주지 않았지만,

 

"켄 씌이, 머 하나만 물허봐도 되혀어?" 홀짝

 

음식이 나오고 나서 한창 물이 오르자, 치히로의 말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술을 즐기않는 켄은 비교적 멀쩡했지만

 

"뭔가요?" 냠냠

 

"괜차흐세요?"

 

"네?"

 

"저듀효, 그 빨강이(아카이) 미테서 눈치 어흐청 보는 데효. 켄 씌이 지금 어으청 무리하고있죠오~?" 홀짝

 

"많이 취하신 것 같네요."

 

켄은 웃으면서 넘기려고 했지만 치히로에게는 이미 들리지않았다.

 

"저도 어르은 인드에~ 왜 안 아려주시 고야요?~ 마유쨩 일."

 

'이제 듣지도 않네요.'

 

"켄 씌이도 기대그나 소지케 지세요. 히드자나요~?"

 

".....그럼 치히로,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

 

어차피 취중이니 들어도 기억하지 못 할 거라는 생각에 켄은 입을 열었다.

 

"먼데헤요오~?"

 

"마유랑 린, 그리고 아냐. 그 아이들을 잘 부탁해."

 

"....재미없게..음냥...."

 

"이젠, 내가 있어줄 수도 없으니까. 걱정되서."

 

"ZZZZZ..."

 

"자는 건가...."

 

이후에, 켄이 자면서 주사 겸 잠꼬대를 하는 치히로를 바래다 주느니라 정신이 없던 건 덤이다.

사실 술값 영수증 덕에 이미 정신 없었지만

그래도 켄은 쓴웃음으로 모든 걸 넘겼다. 내일을 생각하면서.

 

치히로를 집에 넣고 나온 후, 켄은 집으로 가지 않았다. 그가 도착한 건 며칠 전 왔던 병원. 아직도 소녀가 잠들어있는 병원이었다.

 

"아직도 주무시네요. 사쿠마 양."

 

마유의 손목에는 아직도 흉터가 깊이 자리 잡고있었다. 단순한 리스트컷이 아니라 진짜 자살시도였기 때문에 상처가 매우 깊은 탓이었다.

 

"그 흉터는 좀 오래갈 것 같아요."

 

켄은 마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다만 그 얼굴에는 더이상 고민이나 답답함 따윈 없었다. 뭔가 아쉬지만 시원한 얼굴이었다.

 

"사쿠마 양이 눈을 뜨고 흉터까지 사라지는 걸 보고깊지만 그러진 못 할 것 같네요."

 

그 말과 동시에 그는 마유의 손목을 잡았다. 마유가 일어났더라면 꿈도 못 꿀 일 이었다.

 

"사쿠마 양, 그래서 여기 무언가를 좀 두고 갈게요. 일어나도 당황하지않게, 그리고 치히로 씨가 있으니 잘 해줄 겁니다."

 

켄은 편지 한 장을 내려놓았다.

 

"뭔가 선물이라도 주고싶지만, 사쿠마 양은 비밀이 너무 많더군요. 저에게는 말이죠. 그래서 두고 갈 만한 걸 못 찾았어요. 편지만 두고 갈게요."

 

말을 전부 마무리한 그는 다시 손목을 곱게 내려놓은 후 병실을 나섰다.

 

"잘 자요, 좋은 꿈 꾸세요. 사쿠마 양"

 

켄이 뒤로하고 나간 마유의 왼쪽 손목에는 분홍색 아름다운 리본이 흉터를 가리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이케다 저택

 

아카이는 누군가의 앞에 서있었다.

 

"내일이냐, 아니 곧 이군."

 

"네"

 

아카이 앞에 앉은 노인은 아카이를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준비는 완벽하겠지?"

 

"네"

 

아카이 답지 않게 공손한 모습으로 보아 높은 상사가 아닐까 싶은 노인이었다.

 

"이제 눈앞이다. 아카이"

 

"......"

 

"내가 만들었던 이 모든 것을 네가 물려받는 게다."

 

"......"

 

"그리고 계속 이어나가는 게다."

 

"....."

 

"이제와서 다른 생각을 품진 않았겠지?"

 

"그런 생각 따윈 없습니다."

 

"음, 알았다. 나가보도록."

 

"예, 사장님"

 

아카이가 뒤로한 노인의 책상 위에는 '이케다 자비'라는 명패가 반짝였다.

 

어제와 같은 밤이 그렇게 오늘과 같은 내일을 맞이할 것 처럼 흐르고 있었다.

 

 

-아침

 

"아우우... 너무 많이 마셨나..."

 

아침부터 치히로는 숙취로 고생중이었다. 어제 켄과 달린 것을 생각해보면 무리도 아니었지만.

 

"빨강이(아카이)가 뭐라고 할텐데...."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켠 TV의 뉴스가 그런 걱정이나 숙취를 깔끔하게 날려주었다.

 

[아이돌 사쿠마 마유에 대한 성추행 및 폭행 혐의로 미시로 소속 프로듀서 노아 켄 씨가 오늘 아침 구속되었습니다.]

 

"에?"

 

어제처럼 맞이한 아침은 어제처럼 맞이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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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사실 어제 올린 라디오쇼의 반응이 너무 처참해서 운명이었을까 집필 속도가 빨라진 건 안 자랑입니다.(그런데 둘다 거기서 거기인것도 안 자랑입니다)

 

그동안 숨겨왔던 (이라고 쓰고 저질 필력으로 읽는다) 그 거래의 전말!

 

그 와중에 재미도 없는 데 우려먹는 길고 긴 술이름

 

이케다 자비는 미시로 프로덕션 사장 검 아카이 아버지입니다. 설마 눈치 못 챘을까.

 

 전 분명히 말한 대로 치히로 씨와의 술자리를 썼습니다(거짓말을 하지않는다. / 후다닥)

 

아직 완결까지는 한참입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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