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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주의?)왜곡된 미시로 프로덕션 ~로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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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2, 2016 14:32에 작성됨.

햇살은 맑고, 바람은 살랑거린다.

오늘도 미시로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을 축복해주는 아침의 공기가 소녀들을 기품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소녀의 정원 속, 기쁨을 알리는 소녀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울려퍼져야 하는데

 

 

 

 

 

"HELL YEAAAAAAAAAA! 라이브다! 그분들께서 라이브를 한다고오오오오!!! FUCCCCCCCCCCCCCCCCCCCCCCCCK!"

 

아침부터 쇼코가 시끄럽다. 헤비메탈 퀸 모드의 쇼코는 도쿄타워를 겁탈할 만큼 시끄럽긴 하지만, 오늘은 한층 더 시끄러웠다. 그 마리오가 버섯에 꽃에 별까지 먹은 다음 쿠파를 찾아가서 피치공주의 납치관광 종료를 알리는 소리보다 더 시끄럽다.

 

"시끄러워......"

 

평상시엔 책상 구석에 쳐박혀서 버섯과 쎄쎄쎄 짝짜쿵 영심이를 외치며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는 소심한 버섯덕후 히키코모리가 오늘은 사무소에서부터 풀 스로틀이다.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난 친구의 발작에 코우메가 두 귀를 막자, 료는 웃으며 쇼코를 두둔하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솔직히 나도 지금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라고."

 

콘서트를 위해서 목을 아끼고 있을 뿐이라는 료의 설명에, 코우메는 새삼스럽게도 그녀의 취미를 다시 한 번 인식하고야 말았다. 코우메가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것 처럼, 료 역시 음악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쇼코 역시 그러리라.

 

"오, 역시 쇼코도 보러 가는 거야?"

 

"당연하지! 이 기회를 놓칠까보냐!!! 라이브라고!!!! 그분들께서.... 그분들께서 일본에 오신다고!!! 안 갈 수가 있겠냐아아아아아!!!!!"

 

호시 쇼코 자신이 라이브를 하는 것도 아닌데, 온타케산이랑 러브호텔에서 만리장성을 쌓을 듯 한 기세로 날뛰는 쇼코를 보며 키무라 나츠키가 쓰게 웃었다. 사실 나츠키 역시 쇼코처럼 날뛰고 싶은 기분이었다. 체면도 뭣도 다 내던지고 소녀팬처럼 꺆꺆꺆꺆하고 싶은 마음은 미시로 프로덕션의 록커 셋 중 키무라 나츠키가 가장 강했다. 록커의 자질에 자제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지만, 그녀는 자제심이라는 훌륭한 인간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것도! 그분의 라이브라고! 그 이름도 드높은 아--" "미안한데, 무슨 이야기 하고 있던 거야?"

 

쇼코의 말을 끊고서 타다 리이나가 끼어들어왔다. 오래 전에 꺼진 헤드셋을 벗으며 '별로 관심없지만 시끄러우니까 어울려줄께라는 록한 어필'을 하는 걸 잊지 않았다. 똥폼이니 헛지랄이니 했다간 지잘난 로꾸맛에 사는 타다 리이나의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겨줄 게 분명하니까 정당하고 올바른 비판은 지향해야 한다. 아무튼, 타다 리이나는 그 멋진 키무라 나츠키를 저렇게까지 들뜨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아아, 리이나. 너도 이야기 들었지?"

 

"이야기? 무슨 이야기?"

 

"무슨 이야기냐니.... 그것밖에 없잖아. 그것밖에. 콘서트."

 

키무라 나츠키를 들뜨게 만드는 콘서트라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오는 것인가. 타다 리이나의 눈에 호기심의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츠키치가 기대하는 콘서트.......?"

 

 

여기서 타다 리이나의 머리 속에서 어떠한 사고의 흐름이 이루어지는지 공개하도록 하겠다. 키무라 나츠키는 로꾸하다. 키무라 나츠키는 콘서트를 기대하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콘서트가 로꾸하지 않을 리가 없다! 타다 리이나는 자신의 무결점 논리에서 오류를 찾을 수 없었다! 록은 감성인 것이다! 생각아 멈추어라! 귀납추리인지 연역추리인지 너 참 로꾸하구나!

 

"헤에.....!!"

 

"아, 리이나도 보러 가는 거지? 티켓 예약했어? 못했으면 연줄로 받은 거 한 장 줄 수도 있는데."

 

"나, 나도 갈래!"

 

리이나의 대답에 키무라 나츠키가 웃었다. 타다 리이나의 이런 순수한 면을 볼 때마다 나츠키는 리이나의 귀여움에 홀릴 것 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만일 둘만 있었다면 홀려버렸을 게 분명하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오, 다리나도 가는 거야? 이제 다리나도 락알못 록무새 졸업이구나....."

 

"누, 누가 록무새인 거야?!"

 

팔다리를 파닥파닥거리며 화 내는 모습 또한 얼마나 귀여운가. 이 얼빵한 면이 키무라 나츠키의 심장에 퀸 3집과 6집이 시어 하트 어택을 더블로 갈겨버렸다. 나츠키가 오따꾸미소를 필사적으로 눌러 참고 있는 사이, 료와 리이나는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안돼지 안 돼, 키무라 나츠키는 고개를 살짝 흔들어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둘의 대화를 듣기 시작했다.

 

"나, 나도 이젠 퀸이 여성밴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고!! "

 

"오, 제법인데? 하하하. 그럼 오늘 오는 밴드가 누구인지도 알아?"

 

"에? 그, 그게..... 그거야! 콘서트 이야기를 방금 들어가지고! 누가 오는 건데?"

 

위기를 멋지게 모면한 타다 리이나였다. 기지를 발휘한 훌륭한 임기응변이었다. 록무새니 록알못이니 록찔이니 소리를 들어가며 멍청이 취급받는 경우가 하도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기술이었다. 사실 그녀는 록에 대해 무지할 뿐이지, 바보멍청이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소질과 재능, 마음가짐 등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프로 이상이었다.

 

"아, 듣고 놀라지 마. 오늘 오는 분들은 그 이름도 드높으신...... 드림 시어터라고!"

 

"드림 시어터? 신데렐라 걸스 극장 꿈색 하모니 부를 것 같은 이름이네. 다른 회사 아이돌그룹이야?"

 

하지만 락알못이었다.

 

"다리나 이 록찔이가아아아아!!! FUCCCCCCCCKK 해주마! RAPE 해주마! 후지산 꼭대기에 알몸으로 묶어놓고 니 XX에 도쿄타워를 울트라 피스톤으로 들락날락시켜주마!!"

 

"에, 에엑?! 잠깐만 기다려! 무슨 소리야 그게?!?!?!?!?!"

 

"문답무용! 락찔이의 전생은 전부 다 암퇘지! 하반신을 내놓으라고!! 네년한텐 존나 과분한 송이버섯을 꽂아주마!!"

 

쇼코의 정신은 호시 쇼코와 크라우저의 사이를 방황하고 있었다. 확실한 건, 둘 다 이성은 오래 전에 던져 내버렸다는 거다.

 

"드림 시어터가 아이도올?! 말라붙은 메탈계에 빛과 소금이 되어 내려와주신 메탈의 신에게 무슨 망언을 지껄이는 거냐!! 니 그 싸구려 하반신으론 올려다보지도 못할 분들이란 말이다! 그런데 뭐가 어쩌구 저째에에에에에에?!?!"

 

"자자, 리이나가 이러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잖아. 쇼코도 잠깐 진정하고....."

 

슬슬 쇼코를 말리기 위해 키무라 나츠키가 끼어들었다. 겁먹은 듯 한 리이나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진짜로 두려움을 느끼는 건 그녀로서도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미쿠! 나 좀 살려줘어!!!!!!"

 

하지만 교육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악마가 되어야 하는 법이라고 키무라 나츠키는 생각했다. 절대로 질투해서가 아니다. 리이나가 위기 상황에서 자기 이름이 아닌 미쿠 이름을 부른 게 싫어서가 아니다. 나츠키치가 그런 추잡한 질투를 할 리가 없다. 나츠키는 록하다고!

료가 어이없다는 듯, 하지만 다 이해한다는 듯 나츠키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애써 주위의 시선을 무시했다. 이건 록한 교육이라고 마음속으로 자기 최면을 거는 것도 록이라면 록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아Q록은 일본의 소녀에게 지대한 영감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여기서 찌질하다고 했다간 나츠키가 침몰할 테니 자제해주도록 하자.

 

그래도 미쿠냥 팬을 관두는 건 용서해주자.

 

 

----

 

 

"그, 그럼 문제 1번...... 앨리스 인 체인스의 장르와 활동 시기는?"

 

쇼코는 타다 리이나의 락에 관한 지식을 알아보기 위한 문제를 출제했다. 이 모든 의사결정의 과정은 나츠키가 이치노세 시키를 불러오고 시키가 쇼코의 목덜미에 뭔가 이상한 주사를 꽂고 난 후에야 진행되었다. 무슨 진정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시키가 준 약은 대단했다. 고마워요 약쟁이 언니 이 약 존나 쩔어요.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미시로의 락커들이 타다 리이나를 테스트하기 위해 문제를 내기로 한 것이다. 첫 출제자는 쇼코였다. 문제를 들은 리이나는 정말 자신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답! 이건 알고 있어! 장르는 동화책이고 제작 년도는 1865년! 원래는 루이스 캐럴이 실존 인물인 앨리스 플레전스 리델을 위해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를....."

 

쇼코는 초월한 듯, 체념한 듯 리이나를 쳐다보고선 곧바로 뭔가 위험해보이는 색깔의 버섯을 먹었다. 정확한 형태를 묘사하자면, 새햐얀 대에 시뻘건 색 갓이 달려있고, 갓 위에 새햐얀 반점들이 우둘투둘하게 박혀있는 위험해보이는 버섯이었다. 아마 광대버섯류의 독버섯으로, 섭취 시 감정의 기복 및 환각 효과를 일으키는 위험한 버섯이다. 것보다 그냥 독버섯이다. 마리오도 입에 안 대는 독버섯이다!

 

"로니 제임스 디오께서 신탁을 내리셨다!! 사형! 사형이다아아아앍!"

 

"시키." "예스맴~" "앍앍앍앍앍앍아갸앍..... 후, 후히?"

 

버섯을 뜯어먹고선 폭주하는 쇼코의 모가지에 왠지 위험해 보이는 일회용 주사기가 꽃혔다. 시키가 꽂아버린 것이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서 이치노세 시키를 데려와서 다행이었다고 키무라 나츠키는 생각했다. 이독치독, 이이제이. 광기는 광기로서 제압해야 한다. 제압 끝나면 어떻게 하냐고? 토사구팽 각은 어떻게든 나올 것이다. 약물 부작용 같은 걸로 적당히 밀어버리지 뭐.

 

"에.... 에에....."

 

"하아..... 첫 문제부터 이거냐....."

 

료가 한숨을 쉬며 불평했다. 록무새 타다 리이나가 사실은 록알못 재능충인 건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록과 메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엉뚱한 건 잘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이름과 모델이 된 어린아이의 이름과 그에 얽힌 이야기 같은 건 료도 몰랐다.

 

"루이스 캐럴이 로리콘인지 아닌지는 전혀 록하지 않잖아...... 이 중에 로리콘 같은 건 없다고. 아무튼 다음 문제는 내가 출제할께."

 

본래는 쇼코에게 맡기려 했지만, 광대버섯과 물질 이치노세X의 길항작용이 쇼코의 몸 속에서 피버 파티놔잇 이예모드여서 말을 시킬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튼 저 약이랑 버섯은 나중에 코우메의 '그 아이'에게 부탁해서 몰래 폐기하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음 문제를 출제했다.

 

"다음 문...... 응? 다들 왜 그래?"

 

출제하려 했다.

 

"아니, 로리콘 입에서 로리콘 같은 건 없다는 소리가 나올 줄은 몰라서."

 

시키가 왠일인지 정색하고선 말했다.

 

"하, 하아?! 내가 로리콘이라고? 무슨 소리야, 미카라면 또 모를까 내가?"

 

"코우메한테 하앍대는 료리콘. 게다가 집착 레벨은 죠리콘보다 훨씬 더 위잖아."

 

키무라 나츠키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죠리콘보다 더 한 여자 취급하다니..... 나츠키 너야말로 진성 레즈잖아!"

 

"내, 내가?! 무슨 소리 하는" "동성애란 거 왠지 로꾸하지 않아?" "훗, 나란 여자는 참 죄많은 여자야....."

 

키무라 나츠키는 스스로를 변호하려 했다! 하지만 리이나의 한마디에 포기해 버렸다. '최소한 숨기는 척이라도 해라' 라고 료가 마음 속으로 태클을 걸었다. 물론 자각이 없다는 점에서 료는 어찌 보면 나츠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일지도 몰랐다. 아마 자각해도 스스로 부정할 것이리라. 인정할 때 즈음엔 이미 코우메의 마수에 걸려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일 테지만.

 

"저기저기, 슬슬 다음 문제 내주면 안돼? 시키쨩 심심해~"

 

"알았어. 그럼 다음 문제. 이번 문제는 더 쉬워. 너바나는 어느 나라의 밴드일까요?"

 

"정답! 인도! 너바나는 다른 말로 니르바나라고도 하는데 이건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이라는 뜻으로......"

 

"역시 리이나. 똑똑하네." "에헤헤......" "거기 둘! 싱글벙글대면서 웃고 있지만 완전히 오답이거든?! 너바나는 미국 밴드거든?! 애초에 락커를 자칭하는 것들이 종교 이야기로 헤헤실실 거리지 마! 돈 안되는 사탄숭배 같은 거 하라는 말은 안 하겠지만 적어도 록이 가지는 이미지를 생각하라고! 그리고 과도한 동성애 어필은 자중하라고!"

 

애초에 사탄이니 뭐니 하는 게 다 팔아먹기 위한 이미지고, 어쩌다 보니 종교랑 척을 지게 된 것 뿐이지만 그런 인과관계는 어찌 되든 좋았다. 종교인 대다수가 반대하는 동성애도 록하지 않아? 라는 이야기는 료에게 먹히지 않을 게 분명했다.

 

"에에..... 왠지 오늘 료, 태클 거는 게 미쿠보다 더 격한데?"

 

"마에카와 씨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딴죽 거는 역할을 뺏어서 죄송하지만 여기 태클 걸 역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제가 대신 하고 있슴다! 팬 관둡니다!"

 

"아.... 혹시 '그날'인 거야?!"

 

"그건..... 아니야..... 아직... 6일.. 남았어.... 그리고.... 료는 생리...... 통... 안 심해....."

 

시라사카 코우메는 타다 리이나의 잘못된 추측을 바로잡아주었다. 평소엔 멋지고 바지런한 료가 평소엔 잘 떠맡지 않는 태클역을 맡고서 붕괴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지만, 이 이상 내버려뒀다간 콘서트 때 목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코우메는 리이나의 잘못을 지적해준 것이다.

 

"코우메.... 나 힘들어....."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결국 료는 코우메를 끌어안고서 한탄하기 시작했다. 문법도 발음도 엉망진창으로 뭔갈 계속 기분나쁘게 중얼거렸지만 코우메는 '착하지, 착해'만을 연호하며 료의 얼굴을 꼭 껴안아주었다. 료가 자기 품 안에서 코를 킁킁대는 걸 느끼자 코우메의 입가에 무서운 미소가 걸렸다. 노트로 신세계의 신(자칭)이 된 남자가 '계획대로' 라는 표정을 지을 때와 매우 닮아있었다.

 

"그래서, 이건 오답인 거 맞지?"

 

"아아... 시키가 정상적으로 보여...."

 

시키의 재촉을 듣고 진정한 료가 코우메에게서 떨어졌다. 코우메는 좋은 시간을 방해한 이치노세 시키를 원념을 담아 노려보았다. 시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혀를 빼물고 귀엽게 웃었다. 그 아이가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다.

 

"각설하고, 3번 문제. 이번 문제의 출제자는 키무라 나츠키니까 잘 풀어야 해. 나츠키, 읽어줘."

 

"나츠키가 낸 문제......!!"

 

혼돈과 파괴를 넘나드는 분위기 속에서 휩쓸려다니기만 하던 리이나가 갑자기 성녀나 공주를 구하러 가는 용사 같은 느낌으로 결연히 일어섰다. 관객인 시키와 코우메가 '오오~'하는 소리를 냈다. 밀레니엄 문제에 도전하는 수학자와도 같은 결의와 집념에 찬 리이나의 눈빛을 보며, 키무라 나츠키는 역시 리이나는 최고야! 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소리칠 뻔 했다.

 

"그럼, 문제 나갑니다."

 

리이나가 입을 꽉 다물고 키무라 나츠키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마치 신의 계시를 직접 듣는 듯 한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에 좌중이 순식간에 긴장감에 잠겼다. 어느 새 깨어난 쇼코가 목 너머로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모두의 긴장을 타고서 고막을 넘어 뇌에 어느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은 로꾸하지 못한 짓이리라.

그리고 어느 의미에서, 키무라 나츠키는 가장 록한, 록의 본질을 꿰뚫는 문제를 내었다.

 

"록의 정의는?"

 

".......자신이 록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번만큼은 그 누구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 다른 의견은 있을 수 없었다. 완벽한 정답이었다.

 

 

 

----

 

 

 

"록의 역사는 너무 길고 장대하고, 록의 범위는 너무 넓고, 록의 경계는 이미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지. 록이란 것은 자신이 록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러니까 로꾸하다는 것 또한 정답이야.

정통 하드 록도, 헤비메탈도, 그런지도, 브릿팝도, 비쥬얼계도, 뉴웨이브, 코어, 프로그래시브까지 전부 다 록인 것 처럼. 이 중 다른 음악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다른 음악에 영향을 주지 않고, 서로 섞이지 않은 게 있다면 한 번 듣고 싶어질 정도야. 그러니까, 결국 록은 록인거야."

 

"음...... 아스카가 너무 록한 곡을 들고와서 삐진 건 아니야? 아니지, 혹시 이번 생존본능 발큐리아가 록한 노래여서 나 대신 들어가고 싶다는 거라던지...."

 

"아니야! 내 로꾸는 그런 게 아니라고!"

 

무언가를 깨달은 현자처럼 잘난 듯이 말하긴 했지만 역시 락알못은 타다 리이나였다. 일렉기타와 베이스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락알못을 벗어나는 건 아니다. 애초에 고작 3문제, 개중 맞춘 1문제 가지고 지잘난 듯 말해봤자다.

 

"미나미, 너무 괴롭히지 마. 귀여워서 덮.... 크흠, 불쌍하잖아."

 

"그, 그렇네요.... 아하하...."

 

드림 시어터의 공연을 보러 갈 사람이 더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방문한 키무라 나츠키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상한 걸 말해버렸다. 물론 닛타 미나미는 키무라 나츠키가 무슨 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정정했는지 다 듣고 있었다. 하지만 뭐, 그녀도 그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다. 미나미 역시, 아냐를 볼 때마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추잡하고 불결한 절정을 알고 있었다. 물론 닛타 미나미는 그런 걸 내색하지 않을 정도로 똑부러진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욕망에 지배당하는 건 어디까지나 아냐와 단둘이 있을 때 뿐이다.

참고로 타다 리이나는 갑작스런 발작성 난청.... '에난닷떼병' 때문에 나츠키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

 

타다 리이나는 방금 자신을 노리고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린 욕망이 새어나온 걸 전혀 알지 못하고 귀엽게 불평했다. 한 순간 알려줄까 말까를 고민하던 닛타 미나미였지만, 아냐를 안 노린다면 어찌되든 좋다는 생각에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큰언니 겸 상식인인 그녀는 의외로 계산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었다.

 

"아무튼, 전원 보러 간다는 걸로 OK?"

 

"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경쓰지 마. 그쪽 프로듀서한테는 빛이 남아있었으니까."

 

키무라 나츠키가 웃으며 말했다. 왜곡된 성욕이니 레즈니 뭐니 해도 그녀는 기본적으로 시원스럽고 당당하고 멋진 여성이었다. 미나미는 로꾸를 추종하는 타다 리이나가 나츠키를 그렇게 숭배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그냥 밴드도 아닌 그 드림 시어터니까. 이걸로 그쪽에도 록의 바람이 좀 불었으면 하는데."

 

"푸른 바람이라면 자주 불고 있지만요."

 

괴인들의 집합소인 미시로 프로덕션 내에서도 강력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그것'의 이야기에, 키무라 나츠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올라이트 블루가 그녀를 '잠재적 위험요소'로 판단하고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기에 낼 수 있는 웃음이었다.

 

"아, 그리고 이건 확정사항은 아닌데.... 드림 시어터 말고도 3, 4개 밴드가 더 올 지도 몰라."

 

"정말요? 어떤 밴드에요?"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닌데 말이야, 우선 건스 앤드 로지스랑 린킨파크, 그리고 콜드플레이랑 뮤즈."

 

"에에에에에에엣?!?!?!?!? 그 거물들이요?!?!?!?!? 록페스티벌 같은 것도 아닌데?!?!?!?!?"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말이야, 갑자기 아저씨들이 모에니 뭐니 하면서....."

 

왜곡된 성욕이 갑자기 사라졌다.

지금 이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두 멋진 여성은, 현대 음악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세계구급 거물 밴드들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는 기회다. 록이나 메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새 청아한 음악의 결계가 두 멋진 여성을 감싸안았다.

오늘도 미시로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을 축복해주는 아침의 공기가 소녀들을 기품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소녀의 정원 속, 기쁨을 알리는 소녀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한 락부심만 쩌는 록무새 락알못 록찔이 타다 리이나가 삐져버렸다.

 

"두, 둘만 이야기하고! 역시 나 놀리는 거지?!"

 

"에? 아, 리이나, 그게 아니라....."

 

"몰라! 안들려! 나츠키 바보! 난 미쿠랑 같이 로꾸하러 갈 거야!"

 

우다다다다다다다다거리며 고양이 달려가는 효과음과 함께 타다 리이나가 엄청난 속도로 멀어졌다.

 

"자, 잠깐만 기다려! 리이나! 오해야!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멈춰! 아니, 안 멈춰도 되니까 미쿠는 안돼!!"

 

키무라 나츠키가 급박하게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타다 리이나는 로꾸한 이케멘이 자신을 쫓아오는 상황이 로꾸하다는 것을 깨닫자 달리면서 실실 쪼개기 시작했다. 물론 나츠키가 그녀의 값싼 기분을 알 리 없었다. 그리고 둘 다 갑작스레 홀로 남겨져 뒷정리를 해야 하는 닛타 미나미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아......."

 

그녀는 어질러진 프로젝트 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스트레스를 오늘 밤 아냐에게 잔뜩 해소당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 미나미는 수(受)였던 것이다. 참고로 상당히 하드하다.

 

그리고 미쿠가 리이나를 생각하며 혼자서 로꾸하고 있을 때 약과 버섯의 상각작용으로 늠름한 바벨탑을 지니게 된 쇼코가 그곳을 습격했다가 마침 달려온 리이나와 나츠키에게 격퇴당하게 되지만 그건 사족이겠지. 아무튼 록은 로꾸하고 록무새는 록알못이다.

 

 

 

----

 

 

 

뒤틀린 욕망의 공주님들이 계시는 성 미시로 프로덕션에 요코소. 성욕 말고 다른 것도 여러가지 뒤틀려 있습니다. 가끔씩은 개그물을 쓰면서 욕망을 분출해야 하죠. 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웃긴지 안 웃긴지는 장담못합니다.

.....아 이거 더 쓰다가 성인창작판으로 가 볼까..... 

 

그리고 록무새는 록알못이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록의 본질을 꿰뚫고 있습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그런데 난 처음엔 건전한 로맨스나 백합물을 쓰려 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

 

p.s 혹시 몰라서 제목에 백합주의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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