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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마스/마유] 운명이었을까-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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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9, 2016 21:29에 작성됨.

띡-띡-

"........"

하얀 색 방. 정확하고 감정없는 기계음만이 무심하게 울리는 방 안, 그 안에는 두명의 사람이 있었지만 누구도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두 사람이 병실의 분위기를 한층더 무겁게 하고 있었다.
남자는 착잡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침대 위에 누운 소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칼부터 슈트까지 그의 어지러운 심정이 온몸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소녀는 죽은 듯 누워있을 뿐이었다. 다만, 소녀의 모습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헝클어지고 퍼석해진 머리칼, 어딘가 창백해보이는 피부, 지워지지도 않은 눈물자국, 수척하게 마른 얼굴,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목 위에 날카롭게 내리 그어진 한 줄 흉터가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후우우...."

그녀의 이름은 사쿠마 마유. 아이돌이고 사랑에 빠진 소녀이다. 아니 사랑에 빠졌던 소녀이다. 지금은 부서진 채 삶마저 내던지려한 안타까운 아이에 불과하다.

"뭡니까 이게..."

그 모습을 한없이 지켜보던 남자는 한 마디를 내뱉었지만, 답할 사람 따윈 없었다.
아니, 어쩌면 자기자신을 향한 말일지도 모른다. 다 알면서도 그녀를 방치하고 이런 상황까지 만든 자신에 대한 자조. 그 말에는 그런 자조 또한 들어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노아 켄. 그녀가 처음 만났던 프로듀서였다.

"...."

제대로 된 말 하나도 못하고 한숨만 쉬며 바라보기를 몇 분. 그는 결국 병실에서 나왔다. 이런 식으로 망가진 그녀의 모습을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런 그녀 모습에 그 과거또한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것 같기에, 더 이상 계속했다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병실에서 나온 그는 본능적으로 자판기로 다가갔다.

'....마실 것....'

목마르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덜컹-

단지 그냥 뭐라도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었다. 신경을 분산시켜 놓지않으면 눈 앞에 어른거렸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부서져버린 소녀가 어른거려서 괴로워 죽을 것 같았다.

'그런 것도 삼켜졌으면 좋겠군.'

말도 안 되는 상상까지하고 있었다. 그 만큼 그에게는 이 상황이 괴롭고 마주치고싶지않은 것이었다.

"크흡!, 카! 커억!"

그러나 그는 그 음료조차 삼킬 수 없었다. 썼다. 분명히 코코아라고 뽑은게 썼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자판기에서 뽑아 마신 음료는 켄을 놀라게했다.

"뭐야...?"

입 안에 들이닥친 쓴 맛에 놀란 그는 땅에서 굴러다니는 캔을 재차 확인했다.
[에스프레소, 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그러게, 쓰긴 엄청 쓰네'

코코아라고 생각하며 뽑은 것은 에스프레소. 평생 커피는 입에 대지 않은 켄에게는 절대 맞지않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정말 한 방울까지 뽑았는지 무척이나 쓴 물건이었다.
떨어져 내용을 흘리는 캔을 주울 생각도 않은 채 그는 무너지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더이상 서있을 힘도 없었다.

"엉망이군. 전부 다."

그는 그 말을 신음소리처럼 내뱉었다.
확실히 엉망이었다. 큰 것부터 이런 사소한 일까지 모조리 엉망이었다.
아이돌은 자살시도를 했다. 그 원인이 된 남자는 코빼기도 보이지않는다. 시작부터 이 순간까지 전부 원인도 알고 있는, 그러면서도 그걸 방조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없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뽑았던 음료수 하나마저 잘못되었다.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마치 켄이 마유와 처음 만난 날처럼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것 하나 서로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않았고 어느 것 하나 서로 맞지않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막막하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 날이나 지금이나 모두 그랬다.

 ["사쿠마 마유, 사쿠마로 불러주세요. 이름은 사절이에요."]

 ["뭘 그렇게 빤히 보시나요?"]

처음부터 맞지않았다.

 ["자꾸 그렇게 보지말아주세요. 당신한테는 별로 보이고 싶지않아요."]

어느 것 하나 서로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않았다

 ["아이돌에게 좀 더 섬세하게 대하세요. 조금 더 거리를 두려고 하시는 게 어떠세요? 아이돌은 그런 것에는 민감하니까요."]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후...어쩌다가 마유가 이런 분이랑..."]

 ["아아....이케다 씨는 어디 계신지..마유의 프로듀서는 당신 뿐인데."]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다.

그래도,

 ["사쿠마 양,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잖습니까. 겨우 저라는 사람에서 끝날 생각은 없잖습니까. 조금 더 웃어보죠. 좀 더 해보죠. '그 남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를 위해서라도."]

 ["...맞는 말이지만요. 당신, 이케다 씨를 너무 그렇게 들먹이지 말아주세요. 역겨우니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때는 포기하지않았는데 말이죠."

켄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붙잡았다. 생각이 막혀버렸을 때 그가 하는 행동이었다.

"으...아..아...아흐아...아..."

막힌 얼굴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가 그의 표정을 짐작하게했다.

"....이제는 어떻게....해야할까요?......사쿠마 양,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쿠마 양은 이제 뭘하고 싶나요?"

그는 그 질문의 답을 기원했다.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자신을 매도하고 거부하던 그 쌀쌀맞은 답변이 그는 너무나도 간절했다.
그러나 답해줄리 없고 들을 사람도 없는 이 병원에서 질문은 메아리도 되지 못하고 흩어졌다.
그런 병원에서 홀로 앉아있는 어른은 가슴 속으로 기도했다. 기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상관없으니까, 이 상황을 모조리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군.'

다만, 그는 곧 자신이 얼마나 이상해졌는지 깨달았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그럴 일 따윈 없으니까. 이런 상황에 누가 달려들까. 회사차원에서 부터 덮어버리려 할텐데 누가 그럴까. 이런 명백한 상황에서 기도라니, 미친 것이다. 드디어 나도 미친 것이다.
남은 건 하나, 켄은 괴로워하고 그녀는 버려진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마유를 만나러온 다음 손님이 오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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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아아 안녕하십니까 신입 '얀모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으로 글을 써보네요. 처음이라 그런지 에피소드 별 절단에 집착하는 탓인지 7kb가 꽤 버겁네요. 쓰면서 늘리고 늘리다보니 초기 기획이 저멀리... 후기로 7kb채우고 있는 게 한심하네요. 다음부터는 넉넉히 써보겠습니다

여러분들께도 재밌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마마유가 쌀쌀맞은 걸 쓰려니 가슴이 아픕니다.
+7kb가 채워지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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