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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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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1, 2013 13:13에 작성됨.

*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이 소설의 리카는 신데마스의 리카가 아닌 소설 오리지날 캐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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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와 리카는 P의 고향에 간지 거의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리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P는 리카를 먼저 부축해 집으로 데려온 후 다시 1층으로 짐을 가지러 갔다. 리카의 집은 따로 있지만, 지금의 리카는 혼자 지내기 힘든데다, 거의 동거 형식으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집에도 리카의 짐이 있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리카의 손은 붕대로 감겨 있었다. 심하게 다친 손은 다 나아서 붕대를 풀어도 계속 떨림이 있거나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을 지도 모를 정도였다. 리카는 거실 소파에 앉아 P의 고향집에서 치하야를 만날 때를 회상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어깨를 감쌌다.
대체 자신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일까?
거기다 치하야가 붕대를 풀었을 때가 생각났다. 심하게 망가진 손. 병원에서 치료할 때 흉터가 남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얼마나 심할지 다칠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생각을 못했지만, 치하야가 풀어서 보니 그 흉터는 흉측하게 남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들자 다 낫는다 해도 붕대를 풀고 싶지 않았다. 그런 흉측한 손을 P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 P의 방으로 들어갔다. 비닐에 쌓인 후 플라스틱 상자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는 싸인 CD두개가 보였다. 

-약속! 리카가.

그와 두 번째로 만나 그가 나의 프로듀서가 되었을 때 쓴 사인이었다.

-영원히 내 팬 1호 남아줘. 그리고 키스해줘! 리카가.

그와 연인이 되고 데이트를 하며 추억의 매장에 갔을 때 해준 사인이었다.
싸인 CD는 이 두개 뿐이었다.
원래는 더 있었어야 한다. 

-P씨이게 리카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와 처음 만난 추억의 CD. 남은 두 개 보다도 더욱 소중한 추억을 담은 CD였다. 하지만 그 CD는……. 

[웃기지마.]

부서졌다. 자신과 P의 소중한 추억은 박살나고, 밟히고 강에 버려졌다. 그것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이렇게 손이 망가지면서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CD는 그거 말고도 또 있어야 했다.

-이제 나와 결혼해줘! 리카가!

보지 못한 사인. 사용되지 못한 사인. 아이돌 일을 계속 했으면 마지막 앨범이 나오고, 은퇴식 날 그 마지막 앨범에 이렇게 사인을 해 P에게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아이돌로서의 행복이자, 아내로서 시작될 행복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신은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니었다. 거기다 손이 이래서는 다시 아이돌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하나는 사라졌고, 하나는 쓰지도 못했다.
바닥에 무너지고 말았다. 시야가 흐려지고 눈물이 나오려 했다. 억지로 참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괜찮아 리카.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 내가 계속 곁에 있어줄테니깐.”

그 때 어느 사이엔가 돌아온 P가 뒤에서 주저앉은 리카를 끌어안아 주며 말했다. 그 상냥함에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리고 만다.

“나, 지키고 싶었어……. 계속 아이돌 일을 하면서 마지막 앨범에 결혼해달라고 사인을 하며 당신과 ‘아이돌’이 아닌 ‘리카’로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어! 그런데, 그런데…….”

리카의 목소리는 울음소리에 잠기고 말았다. P는 리카를 가슴에 안으며 아이를 위로하듯 머리를 매만졌다. 
울고 있는 리카가 보던 곳을 보았다. 3개였던 CD는 2개 밖에 없었다. 거기다 리카의 계획대로라면 4개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존재하는 것은 2개.
하나는 사라졌다. 아니, 아마 박살났을 것이다. 지키지 못했다는 말과, 리카의 손에 박혔던 플라스틱 파편들. 그리고 다친 손으로 강으로 가 어떻게든 찾으려 했던 소중한 것.
아마 그것이 소중한 첫 번째 사인CD었을 것이다.
그것은 단 하나의 사실을 알려준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리카를 괴롭히고 노리고 있다는 것을. 리카가 이렇게 망가진 것은 결코 사고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그리 한 것이다.
처음에는 리카의 사고가 불행한 우연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쯤 되니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범인은 믿고 싶지 않지만 리카의 반응으로 보자면 765의 누군가. 아직 확신은 아니지만, 만일 그렇다면 자신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대체 왜 리카를? 765의 사람들 중 누구인지 모르지만, 모두 믿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중 누군가가 리카를 이리 만들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괴로워졌다.
리카는 한동안 자신의 품에서 울었다. 그러다가 이내 지쳐서 잠든 것을 침대에 눕혀주었다. 
잠든 리카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면서 그 고운 얼굴을 보았다.
늦은 나이에 데뷔한 아이돌. 처음에는 인기가 없어 의기소침했던 아이돌. 하지만 톱아이돌이 되어 자신을 프로듀서로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순수한 여인.
미국에서 최초로 성공하고 온 일본 최고의 톱 아이돌. 부족한 것 없고, 무서울 것 없는 최고로 당차고 용감한 여자.
하지만 그 여자는 지금 이렇게 약해지고, 무너져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니게 되었다.
손은 너덜너덜 해줘 더 이상 예전처럼 움직이지 못할 지도 모른다.
정신도 너덜너덜해줘 늘 두려워하며, 아이처럼 자신만을 찾는다.
당당 톱 아이돌의 리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더 이상 그 때로는 돌아갈 수 없다.
붕대로 감긴 부분 중 쇠로 받치고 있는 약지가 보였다.
자신과의 커플링이 끼어줘 있던 손가락. 그 손가락은 꺾이고 반지를 뺏겨버렸다.
반지, CD, 명성, 꿈. 그 소중한 모든 것을 리카는 서서히 뺏기고 있었다. 악질적인 누군가에 의해서.

“용서 못해.”

용서할 수 없었다. 그 누구라해도, 설사 아무리 친한 765의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있어 제일 소중한 사람은 리카였다.
리카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붕대의 감촉너머로 따스함이 느껴졌다. 

“P…….”

리카가 눈물이 고였던 눈으로 자면서 작게 자신을 불렀다. 

“괜찮아. 난 계속 곁에 있으니깐.”

상냥하게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자신의 소중한 연인은 자신이 지킬 것이다.

  
 
식사를 한 후 P는 리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같이 베란다로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다. 여성으로서 키가 큰 리카와 P의 키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도시는 잠겨가고 있었다. 희미한 저녁 소리. 퇴근시간에 맞추어 번져 가는 야트막한 노을빛의 선을 따라 경적소리가 나고, 장보러 다니는 사람들의 소리도 들려오는 듯 했다. P의 집은 고층에 위치해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단지 그런 소리가 들려온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 생각하니 어디선가 끓이고 있을 국과 찌개, 반찬 냄새도 희미하게 나는 것 같았다.
모두 노을빛에서 퍼져 나온 환상과 같은 착각이겠지만 곤침이 돌았다.

“같이 장보러 가지 않으래?”

P는 리카의 어깨를 살짝 당겨 자신을 보게 하며 물었다. 시골에 내려가 있다가 온 바람에 냉장고에는 먹을 만한 음식이 없던 것이다.
그 제의에 리카는 P를 보며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P는 씁쓸하게 웃었다. 아련한 노을의 색이 리카의 긴 갈색머리를 빛내고 있었다.  
역시 지금의 리카에게 외출은 무리인가 보다. 손까지 저리 망가져서는 시골에 가기보다도 더 밖에 나가기가 겁날 것이다. P는 시선을 돌린 리카의 볼에 살며시 입을 맞춰주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장을 못 보니 시켜먹어야겠지만.”

P가 결론을 내리고 묻자 리카는 노을빛 때문인지 모르지만 발그레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갈래. P랑 같이 장보러 갈래. 시골에서 기껏 어머님께 음식을 배웠는데도 해보지 못했고…….”

거기까지 힘내서 말하다가 이내 리카는 우울해진 목소리로 끝을 맺으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말하고서 서글픈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의 자신의 손으로는 P에게 기껏 배운 요리도 해줄 수 없다.
그것을 알고 P는 안타깝게 쳐다보다가 이내 살며시 한 손으로 리카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거친 붕대의 감촉이 느껴졌다. 리카는 슬그머니 손을 빼려 했지만 P가 놓아주지 않았다. 부드러운 저녁바람이 둘에게 불어왔다.

“아파?”

P가 부드럽게 웃으며 묻자 리카는 고개를 저었다.

“흉측해.”
“그렇지 않아.”  
“지금 붕대로 감겨서 P는 몰라. 다 나아도 예전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거기다 붕대를 풀면 흉측하게 변해 있을 거야. 의사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 흉터가 심하게 남겠지. 예전의 그 손으로는 돌아가지 않아.”

말하면서 리카의 목소리는 떨려오고 있었다. 아이돌에게 있어 외모는 얼굴만이 아닌 보이는 모든 부분을 말한다. 손이 심하게 망가졌다는 것은 아이돌로서는 치명적이다. 물론, 이제는 거의 은퇴형식이 된 리카라해도 그 사실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아이돌이 아니라도 연인이 있는, 아니 연인이 아니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여성으로서 그 사실은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한 것이었다.
P는 리카를 보았다. 울지 않고 참으려는 쪽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최근의 리카는 우는 모습이 많았다. 그것을 본인 스스로도 잘 알아 저리 참아보려 하지만, 참아보려 하면 할수록 보이지 않는 곳의 어디가 찢어져 심한 상처가 나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평생 이대로 붕대로 감고 있을까봐.”

리카의 눈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축축한 눈동자는 노을빛에 바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지만 동시에 더욱 애처롭게 보이게 했다. 
P가 잡고 있는 리카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떨린다. 가벼운 수전증. 의사말로는 손이 다 나아도 이 수전증은 계속 있을 거라 했다. 
P는 고민했다. 이리도 망가지고 약해진, 금이 간 얼음판 같이 섬세하고 약해진 연인을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P는 생각나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을 리카에게 속삭였다.

“나에게는 숨기지 않아도 돼.”
“이런 모습은 보여주기 싫어.”

기어코 손을 빼내며 리카는 어깨를 안아 준 P에게서 벗어나 거실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슬픈 눈을 하며 이내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미안…….”
“리카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P도 따라 들어오며 베란다 문을 닫았다. 그것만으로 소리가 차단되어 둘의 사이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럼 장보러 갈까?”

P는 할 말을 고르다가 이내 아까 하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리카는 그 말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고 손으로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려 했지만, 양손에 감긴 붕대 때문에 제대로 닦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P가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행위로 인해 잠시 둘의 시선은 마주쳤다. 
자신과도 키 차이는 별로 나지 않지만 리카는 굉장히 왜소했다. 그 왜소함은 최근의 사건들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 때는 강한여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프로듀서 없이 자신의 실력만으로 톱 아이돌의 자리에 오르고, 자신을 프로듀서로 데려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 때는 왜 그런 착각을 했던 것일까. 이리도 왜소하고 약한 여자인데.
P는 감정이 복받쳐 옴을 느끼며 리카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 행동에 리카는 자신 쪽에서도 P의 허리를 안았다. 
조용한 거실에서 이러고 있자니 서로의 심장소리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서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거실의 창을 통해 들어오던 노을빛을 통한 둘의 그림자는 점점 짧아져만 갔다. 이내 둘은 서로 몸을 떼어놓았다. 언제까지고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P와 리카는 같이 방으로 들어갔다. 리카의 손이 그래서 혼자 옷을 갈아입을 수 없었다.
방에서 리카가 입고 있던 셔츠를 벗겨주고, 짧은 면바지도 벗겨주었다. 벗길 때마다 스륵하는 부드러운 천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은 리카의 옷을 갈아입혀주는 것이 서툴렀다. 거기다 연인이고, 몇 번이고 서로의 몸을 봤다고 해도 부끄러운 기분에 감싸이기도 했다. 그것은 리카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옷을 갈아입혀줄 때면 시선을 피하며 얼굴을 붉히고만 있었다.
P의 시선에 다시 붕대로 감긴 리카의 손이 들어왔다. 그러다가 리카의 몸을 보았다. 흰 속옷들이 가려지지 않은 고운 피부. 손을 가져가 만져보았다. 곱고 매끄럽다. 상처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갑자기 P가 손을 데자 리카가 움찔 거리며 놀랐다.

“에, P?”

리카가 불렀지만 P는 말없이 리카의 손을 잡았다. 역시 피부의 촉감이 아닌 붕대의 감촉만이 느껴졌다. 

“갑자기 왜그래?”

리카가 이해를 못하고 물었지만 P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붕대를 만지다가 손을 올려 팔을 만진다. 바로 부드러운 피부가 느껴졌다. 리카는 P의 갑작스런 행동에 어찌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거리기만 했다. 
P의 손이 다시 붕대로 옮겨졌다. 그러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붕대를 유지하고 있는 테이프로 손을 옮겨갔다.

“아, 안 돼!”

리카가 당황하며 손을 빼내려 했지만 그 손목을 P의 다른 한 손이 잡고 있었다. 찌직 하는 테이프 뜯어지는 소리가 나자 리카는 당황해 고개를 저으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 말아줘, 하지 마 P! 보여주고 싶지 않아!”

리카가 바둥 거리 다가 침대에 걸려 침대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그 손목을 잡고 있던 P도 같이 넘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P는 그 손목을 놓지 않고 한 손에 감겨 있는 붕대를 서서히 풀어갔다.

“욱, 제발, 제발 그만해줘 P.”

리카는 전력을 다해 반항하면서 울었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미 못 볼꼴을 많이 연인에게 보여주었지만, 이 흉칙한 모습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 애원에 P는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이내 얼굴을 움직여 리카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미안 리카, 울지 말아줘.”

리카의 얼굴을 웃으며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 손은 여전히 리카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리카는 붕대가 풀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불안해 했다.

“P, 제발 부탁이야. 붕대는 풀지 말아줘. 아직, 아직은 보여주고 싶지 않아.”

리카가 그리 애원했지만 P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지금 봐야겠어.”
“대체 왜? 부탁이야, 날 괴롭히지 말아줘. 제발,”
“괴롭히는 거 아니야.”
“당신이 이러는 거 너무 괴롭고 무서워. 제발 비켜줘. 보지 말아줘.”
“미안 리카.”

P는 그 애원을 거절하며 리카의 뺨에 입을 맞추고서 이내 붕대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리카는 계속 버둥거리며 반항을 했지만 쇠약해진 몸으로는 P의 힘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내 붕대가 모두 풀어지고 말았다. 
여기저기 상처를 꼬맨 실밥이 손 여기저기에 보였다. 실밥이 없는 곳에는 붉은 생채기의 흔적이난 상처자국들이 있고, 벌써 흉터가 될 것 같은 흔적도 보였다.
P는 그 손을 보더니 이내 자신의 두 손으로 소중히 감쌌다. 
리카는 붕대가 감긴 다른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결국 울었다.

“너무해, 너무해…….”
“미안해 리카.”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왜? 나에게 화난 거야?”
“그런거 아니야.”
“그럼 어째서…….”

리카가 원망 섞인 목소리로 울며 말했다. P는 자신이 감싸고 있던 리카의 상처투성이인 손을 끌어당겨 거기에 입을 맞추었다.

“봐두고 싶었어.”
“뭐를?”

리카가 눈을 가리고 울며 물어보자 P는 그 손을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내가 짊어지고 갈 너의 모든 걸 보고 싶었어.”

리카는 흐느끼면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흉측해도 괜찮아. 흉측하더라고 그것이 리카의 한 부분이라면 난 그것도 책임지고 같이 짊어지고 갈 거야.”

그러고 손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리카는 급히 손을 빼내어 몸을 일으켜 풀어진 붕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붕대감긴 손으로 붕대를 감으려 했다. 하지만 한 손, 그것도 다친 손으로는 붕대를 감을 수 없었다.
P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장에 가더니 새 붕대와 가위, 흰 테이프를 갖고 왔다.

“내가 감아줄게.”
“필요 없어.”
“리카…….”
“필요 없다고 했잖아! 내가 할 거야!”

리카는 울면서 P를 울려다보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좀 기다려줘도 좋았잖아! 왜, 왜 기다려주지 않는 거야?”

리카는 원망하는 눈으로 P를 향해 소리쳤다.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굴욕감, 창피함, 서운함, 배신감 등 모든 감정이 흘러나왔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못 보여줄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이런 거라도 숨기고 싶었다. 늦었더라고 흉측한 모습 하나 정도는 숨기고 싶었다.

“아무리 연인이라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거야! 당신도 알잖아! 왜, 왜 갑자기 그러는 거야? 평소에 그러지 않더니 왜 그러는 거야?”
“…….”

P는 말없이 리카의 앞에 앉았다. 

“정말, 왜 P까지 이러는 거야 왜…….”

감기지 않는 붕대를 놓고 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P까지 그러면 난 정말 살 수 없어…….”

P는 그런 리카를 쳐다보다가 이내 물었다.

“나까지?”

그 말에 리카는 움찔 떨었다.

“그 말은 결국 알고 있는 거지? 누가 이렇게 했는지를.”

그 차가운 추궁에 리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P?”

P의 얼굴이 차가웠다. 아니, 어딘가 화를 내고 있었다.

“알려줬으면 좋겠어. 누가 그런 거야?”

그 질문에 리카는 울음도 멈췄다. 리카는 앉아 있는 자세 그대로 침대 구석으로 물러났다. 

“모, 몰라.”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지만 P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거짓말하지마. 알고 있잖아.”
“몰라. 난 몰라. P에게 말해줄 수 없어.”
“리카!”
“몰라!”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흔들었다.

“몰라, 모른단 말이야. 몰라서 P에게 말할 수 없어.”

P는 리카에게 다가가 그 두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누가 괴롭히고 있는 건지 말해줘.”
“말할 수 없어, P에게만은 말할 수 없어!”
“리카!”

다시 P가 소리를 치자 리카는 덜덜 떨었다.

“화내지 말아줘, 미안해. 화내지 말아줘.”

고개를 숙이며 그리 부탁했지만 P는 이번에만은 물러나지 않았다.

“알지 못하면 널 지켜줄 수 없어. 제발 알려줘 리카. 그렇지 않으면 너를 지켜줄 수 없어.”
“안 돼, 말 못해.”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야?”
“아니야, 아니야.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765프로의 누군가야?”

그 말에 리카는 대답하지 못했다. 단지 몸이 더욱 떨렸다.

“아, 아니…….”

하지만 이미 행동부터 틀렸다. 목소리가 더욱 떨리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몸은 심하게 떨며 눈에는 공포감이 어려 있었다.
하루카의 미소.
치하야의 폭력.
이오리의 협박.
리카의 행동을 보며 이내 P는 리카의 손목을 놓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용서 못해.”    
“아니야, 765의 사람들이 아니야!”

리카는 즉시 P에게 매달려 부정했다. 말해줄 수 없었다. 

“아즈사씨야? 타카네? 하루카? 치하야? 유키호? 마코토? 히비키? 미키? 이오리? 야요이? 아미? 마미?”

P가 물을 때마다 리카는 몸을 떨었다. 그 반응을 보던 P는 이내 무너질 것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 설마 하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물었다.

“설마 한 사람이 아닌 거야……?”
“아, 아니…….”

리카는 부정하려 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눈물과 울음소리가 터져버렸다.

“으흑, 아니, 흐윽, 아니야.”

리카가 고개를 마구 저으며 부정했지만 P는 그것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명인지, 누구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리카를 괴롭힌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님을.
P는 발작하듯 부정하는 리카를 안아주었다.

“미안해 리카, 괴롭히고 심한 짓을 해서.”
“P 아니야, 그 사람들이 아니야. 그러니 P가 그 사람들을 미워해서는…….”

리카가 계속 그 말을 부정하려 했지만 P는 차갑게 리카에게 고했다.

“그럼 알아보면 되겠지. 만일 정말 765의 사람들이라면, 설사 내가 담당했던 소중한 아이돌이었다 해도 난.”

P는 차가워진 표정을 지었다.

“절대 용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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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점점 사건은 커져갈 겁니다.
생각해보니 직접적으로 P에게 미움받게 되면 그 아이돌은 어떻게 나올지 저도 모르겠군요.
누가 먼저 들킬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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