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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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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9, 2016 18:19에 작성됨.

카와즈님이 제공해주신 플롯을 바탕으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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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치하야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겨우겨우 얼굴을 들었다.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여긴 어디야? 설마, 또 꿈? 결국 바라지 않던 상황이 펼쳐지고 말았다. 빨리 깨길 바라며 치하야는 스스로를 점검해보았다. 온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다. 고개를 돌리는 것마저 몹시 힘이 든다.

 

"으윽."

 

목 아래로는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다. 주변은 온통 새까맣다. 어슴푸레한 형상조차 보이지 않는 완벽한 어둠.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좀 전에는 뭘 했었지. 치하야는 이전의 상황을 떠올려본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소파에 앉아서 그대로......

 

"아."

 

이것도 아마, 꿈. 그런 것치고는 무척이나 생생한 감각에 치하야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차피 감거나 뜨거나 똑같은 시야. 아예 두 눈을 꼭 감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봤다. 언젠가는 깨겠지, 그런 마음을 먹고서.

 

"......"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몸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다. 앞으로 얼마나 이러고 있어야하는 걸까. 분명 아주 잠깐의 시간일텐데, 마치 무척이나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다.

 

"빨리, 깨어줘. 제발."

 

일에 치여, 육체적인 피곤함에 밀려 한동안 멈췄던 그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숨이 저절로 가빠진다. 깊고 어두운 꿈 속 세계. 다시 눈을 뜨고 봐도 어둠. 그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자기 자신조차, 보이지 않아.

 

"으....."

 

치하야가 활동을 재개한 불안에 떠는 사이, 갑자기 새로운 무언가가 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나타났다. 그녀가 잘 알고 있는 사람. 단 혼자만이 빛나고 있는 사람.

 

"하, 하루....."

 

치하야는 그 사람의 이름을 다 부르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예상대로, 하루카는 치하야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는 듯 빙글 뒤로 돌았다.

 

터벅, 터벅.

 

살랑이는 리본. 소름끼칠 정도로 또박또박하게 울리는 발소리. 하루카가 멀어져 간다. 오직 치하야만을 혼자 놔두고. 지난 날 꿈 속에서 수없이 보던 죽은 동생처럼.

 

".....싫어, 가지마."

 

꿈이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치하야는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했다. 그렇지만 바닥에 못박힌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다.

 

터벅, 터벅.

 

점점 뒷모습이 작아진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하루카는 갈 수록 멀어져만 간다.

 

"하루카! 가면 안돼! 너마저 가버리고 나면, 나는!"

 

뒤늦게 소리쳐봤자, 하루카에게는 닿지 않는다. 사실 처음 모습을 나타냈을 때부터 외쳐도 결과는 똑같다. 그저 깨기를 기다려야 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오랜 경험은 그렇게 일러주고 있었지만, 마음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하루카!"

 

치하야는 수도 없이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제발, 이 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와줘! 그렇지만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하루....윽!?"

 

순간 전신이 크게 뒤흔들리더니, 희미한 말소리가 들렸다. 뭐지, 아무도 없을텐데. 치하야가 놀라는 순간, 다시 한 번 세게 흔들렸다. 이번에는 그녀뿐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까지도. 그러더니.....

 

"치하야쨩, 일어나봐. 치하야쨩!"

 

"으읏!"

 

치하야는 튀어나갈 듯이 몸을 일으켰다. 악몽에서 겨우 해방된 것이다.

 

"윽, 하아, 흐흡, 하아."

 

"치하야 언니!"

 

"어이, 괜찮아? 그,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건....."

 

난잡한 숨을 고르던 도중 여기저기서 와글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여긴 어디야. 어떻게 된 거야. 이제 막 잠에서 깬 상태로는 뭐가 뭔지 분간할 수 없었다.

 

"치하야! 뭐라도 대답 좀 해봐, 응?"

 

"너, 희.....뭐야."

 

"하아? 너 갑자기 왜....."

 

갑자기 쏟아지는 정보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치하야. 그 와중에 누군가 양 어깨를 붙잡고 있다는 건 인지했다.

 

"치하야쨩!"

 

"아."

 

하루카였다. 그녀가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달려가서 흔들어 깨운 것이다. 치하야는 말없이 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에, 어, 자, 잠깐만! 꺅!"

 

더 이상 어디에도 가지 못하도록. 두 팔로 허리를 단단히 옭아매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던가, 하루카가 싫어할지도 모른다 같은 건 전혀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온기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이 가득 차있었다.

 

"치, 치하야쨩!?"

 

"이, 이봐! 어이!"

 

"치하야 언니! 정신 좀 차려봐!"

 

"싫어.....그만해....."

 

"자, 잠깐! 둘 다 가만히 있어. 쓸데없이 자극하지마!"

 

놀라서 소리치는 두 사람을 이오리가 가로막았다. 함부로 건들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몰라. 그런데 저 상태로 그냥 놔뒀다간 또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고. 하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녀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얘, 얘들아!?"

 

커피 두 잔을 마시고도 모니터 앞에서 헤롱거리던 코토리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대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러니. 후다닥, 의자를 박차며 사건 현장으로 향하자 그 곳에는 그녀의 망상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었다.

 

"부탁이야. 떠나지 말아줘."

 

"그게, 그러니까......"

 

나, 나이스.....백합의 여신님 감사합니다!

 

아, 아니! 이럴 때가 아니야.

 

그대로 저 하늘로 탈출할 것만 같은 영혼을 겨우 붙잡으며, 코토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럴 때일 수록 최연장자인 자신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했다. 어찌할 바 모르는 사람들을 헤치며, 코토리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치하야쨩, 잠깐 이 쪽을 보렴."

 

"더 이상은, 싫어. 제발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줘. 혼자는 싫어."

 

".....하아....."

 

그 사이에 하루카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자기 허리를 가감없이 꽉 붙든 양 손이 아까부터 줄곧 떨려오고 있어서다.

 

"치하야쨩."

 

코토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치하야를 불렀다.

 

"으, 응.....?"

 

이제야 응답이 돌아왔다.

 

"괜찮아. 진정하렴."

 

"하루카는, 어디.....?"

 

"하루카쨩이라면 바로 곁에 있으니까 안심해."

 

"그, 그래. 나, 여기 있어. 걱정마. 어디에도 안 갈테니까."

 

하루카도 합세했다.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여기 있다고, 옆에 붙어있어주겠다고 타일렀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겨우 떨림이 잦아들었다.

 

".....어, 저기....."

 

잠시 후, 이제 겨우 패닉에서 벗어난 치하야가 흐리멍덩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

 

"정말, 깜짝 놀랐다구. 우흑, 흑."

 

사람들이 일제히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도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마미는 작게 훌쩍거리기까지 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지끈거리는 아픔과 함께 그동안 밀린 정보처리가 한꺼번에 처리되기 시작했다.

 

여기, 사무소. 아직 일이 남았고, 휴식하던 도중. 자다 일어났다.

 

지금 있는 사람은 오토나시씨, 마미, 마코토, 미나세씨.

 

그리고.....하루카.

 

나는 지금, 무슨 짓을.....?

 

"미, 미안해. 정말."

 

치하야는 황급히 둘렀던 팔을 빼며 새빨개진 얼굴로 웅크렸다. 내가 왜 그랬을까. 급하게 그 이유를 더듬어나가는 중에, 모두가 말을 걸었다.

 

"아하하, 괜찮아. 치하야쨩이야말로 그, 몸은 어때? 열 있는 건 아니지? 깜짝 놀랐어."

 

"맞아. 무진장 괴로워보였다고. 대체 무슨 꿈을 꿨길래 그런 거야?"

 

".....꿈?"

 

머릿속에서 다시 한 번 새까만 공간이 펼쳐졌다. 치하야는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핏기 가신 얼굴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그, 괜찮다면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하루카가 모두를 대표해서 진지한 눈빛을 보낸다. 이야기해봤자 무엇이 해결된단 말인가. 이건 자기만의 문제. 그 누구도 악몽을 지워버릴 수 없다. 안 꾸게 막아낼 수도 없다.

 

그렇지만 이제 속 안에만 담고 있을 여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치하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루카가, 멀리 가버리는 꿈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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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백합의여신님감사합니다(일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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