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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이 파고든 자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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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31, 2013 16:55에 작성됨.

 “수고한거야!”
 “...수고하셨습니다.”
 이 시간이면 항상 어색한 고요가 감돌던 사무실은 웬일로 왁자지껄했다. 사무소 소파에는 하루카와 치하야가 코토리 씨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더 있는 것만으로도 시끌벅적해지는 사무소. 평소라면 참 좋다고 생각했겠지만, 솔직히 지금 내 상태에서는 이런 왁자지껄함이 달갑지만은 않다. 나는 지금 도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거울을 보는 것도 두려워서, 차에 타서 사무소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유리창도, 백미러도, 사이드 미러도 쳐다볼 수 없었다. 앞에서 운전하는 프로듀서와, 조수석에 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미키도 쳐다볼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피곤하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잠든 척을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미키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그런 일을 하고도.
 “앗, 미키. 마코토! 하루카쨩이 쿠키 구워왔는데, 어때?”
 “하루카의 쿠키! 미키 엄청 좋아하는 거야!”
 미키는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루카의 쿠키를 한 웅큼 집어다 먹으며, 치하야의 소소한 미소와 자신의 쿠키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져 헤실헤실한 표정이 된 하루카를 보며 또 웃는, 정말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아니라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샤워실을 채워가던 그녀의 숨결과, 내 혀를 며칠은 굶은 듯 갈구하는 그녀의 혓바닥의 감각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내 혀도, 하루카의 쿠키도 그저 한 끼 식사거리에 불과했다는 듯이, 그렇게 뇌리에서 잊혀져간 걸까.
 “저기, 프로듀서. 저, 다음 스케쥴 없나요?”
 “...마코토는 오늘 스케쥴은 끝인데. 내일도 오후까지는 비어 있어.”
 하루카의 쿠키를 경쾌하게 쪼개다 말고, 프로듀서는 스케쥴 보드를 한참을 쳐다보더니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저 한 숨 푹 자고 싶었다. 그러고 나면 지금보다는 좀 더 머리가 돌아갈 것 같았다.
 “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많이 피곤해?”
 프로듀서의 말에 하루카와 치하야도 걱정되는 듯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미키는 하루카가 준 쿠키에 정신이 팔려 이쪽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문다. 지금 내 표정은 어떨까.
 “죄송해요, 좀 쉬고 싶어서... 들어가 보겠습니다.”
 “마코토!” 
 하루카가 나를 불러 세운다. 손에는 작고 귀엽게 포장된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마 지금 그녀들이 먹고 있는 쿠키가 조금 들어있겠지.
 ”지, 집에서 먹을 쿠키라도 조금 가져가지 않을래?”
 하루카는 조심스레 내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의 내가 평소답지 않은데, 원래부터 다른 아이들을 배려할 줄 아는 하루카는 날 보면서 아마 마음 한편이 갑갑하게 죄여오겠지. 애써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손에 들린 봉투를 조심스레 챙겼다.
 “고마워, 하루카. 잘 먹을게.”
 “으, 응! 푹 쉬어, 마코토.”
 등 뒤에서 손을 흔드는 하루카를 뒤로 하고 사무소 문을 열었다. 미키는 내가 나가는 그 순간까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쿠키에만 열중할 뿐이었다. 왠지 모를 부아가 치밀어 문을 세게 닫고 나오는데, 계단을 걸어올라오던 유키호와 마주쳤다. 그녀는 깜짝 놀란 듯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마, 마코토쨩?”
 “...유키호.”
 내 맥 빠진 대답 탓이었을까, 아니면 지워지지 않은 어떤 표정 때문이었을까. 잠깐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그녀는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고 이곳저곳을 헤매던 손을 난간에 가져다 두었다. 그리고 평소의 유키호답지 않은, 흔들림이 너무 없어서 소름이 돋을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것 외에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기나긴 정적과 차가운 눈.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한편이 쥐어 짜이듯 아프다. 위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무슨 일 있지?”
 “아, 아니... 그냥 촬영이 좀 힘들었어.”
 그 차가운 눈이 나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기분이었다. 유키호가 무서워질 것 같았다.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며 그녀에게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나 먼저 들어갈게.”
 “...응.”
 그 정도 대화로 납득할 것 같진 않았지만, 그녀는 납득이 아니라 이해를 해 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보이지 않는 계단 위에서 차가운 한기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별로 신경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사무실의 온도보다는, 내 마음의 온도가 더 신경이 쓰였다.

 유키호는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쇼파에 앉은 네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책상에 앉아 업무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는 프로듀서는, 유키호가 들어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하기와라 씨, 어서...”
 치하야가 유키호에게 인사를 하려다 말고 마른침을 삼킨다. 쳐다보기만 해도 얼어붙을 듯한 그녀의 눈동자가, 네 사람을 딱딱하게 얼어붙게 하려는 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하루카와 코토리도 그런 공기를 눈치 챈 듯 숨을 죽인다. 다만 미키만이, 아직도 쿠키가 맛있다는 둥 어떻게 만드냐는 둥, 하루카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미키쨩, 잠깐 나 좀 볼 수 있을까?”
 “에, 미키를?”
 미키와 유키호 외에는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인 코토리조차도 어떤 저지의 말을 찾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미키는 여전히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건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쿠키를 씹으며 유키호를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 미키라면,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깐이면 돼. 코토리 씨, 잠깐 사장실 좀 빌릴게요.”
 “응? 으, 으응... 지금이라면 비어 있어.”
 코토리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유키호는 미키의 팔목을 잡아채 끌며 비어 있는 사장실로 향했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남아 있던 3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와라 씨, 무슨 일이었던 걸까...”
 “그, 글쎄?”
 침착하게 가장 먼저 입을 연 치하야의 의문에, 코토리는 이리저리 엇나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할 뿐이었다. 그나마도 그 대답은 의문에 전혀 해답을 주지 못한다.
 “저런 유키호, 처음 보는 것 같아.”
 “하루카는 뭔가 아는 거 없어?”
 “...없어. 치하야쨩은?”
 치하야도 고개를 살짝 저어 보인다. 세 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일인지 생각하고 있을 즈음, 통화를 끝낸 프로듀서가 쇼파 근처로 다가왔다.
 “어라, 미키는?”
 “...프로듀서. 정말이지, 너무 주변을 돌아보지 않으시는 거 아닌가요.”
 “엣, 치하야?”
 프로듀서는 영문도 모른 채 셋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볼일이란 게 뭐야? 미키, 하루카가 구워 온 쿠키가 더 먹고 싶은데.”
 “...마코토한테 뭔가 했어?”
 아까 사무소에 들어왔을 때보다 한층 더 차가워진 그녀의 눈이, 미키를 꿰뚫어버릴 듯 노려보고 있었다. 미키는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모른 채하며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유키호가 할 마음이 들었다라고, 그렇게 인지하고 있었다.
 “미키는 딱히 마코토 군한테 나쁜 짓을 한 게 아닌 거야.”
 “나쁜 짓이 아닌 뭔가를 했다는 말이야?”
 유키호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는 미키의 입은 지금 당장이라도 얼어붙고 갈라질 것만 같았다, 유키호의 등 뒤에 설녀라도 내려왔는지, 한기로 폭풍이 부는 기분을 미키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뭘 했는지 말해 주지 않을래?”
 유키호의 끈질김을 본 미키는, 대답하지 않으면 아마 이 자리를 계속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키호에게 들키지 않게 살짝 심호흡을 하고, 태연한 척을 하며 입을 열었다.
 “어른의 키스를 한 거야. 그리고 아주 약간의...”
 미키는 유키호가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에, 하던 말을 더는 이어갈 수 없었다. 애써 당당한 척을 하고 있던 미키도, 그 반응에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유키호의 눈은 그녀의 머리칼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아까보다도 한층 차가워졌을 것을, 미키는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밀릴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 미키는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아주 약간, 몸으로 대화를 나눴어.”
 유키호는 말이 없었다. 숙인 고개도 그대로였다. 미키는 뭔가 말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더 얘기할 것도 없이 진실을 이야기한데다가, 뭔가 조금이라도 저 진실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간 정말 이 자리에서 유키호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마코토가 싫어하잖아.”
 “...싫어하는 사람이 미키를 밀쳐내지 않고 혀를 감아 와?”
 “미키...!”
 미키의 말에 유키호가 고개를 든다. 미키의 생각대로, 유키호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약간의 절망감이 섞인 얼음장 같은 무표정. 미키의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은, 그녀의 셔츠를 서서히 젖어들게 만들고 있었다.
 “마코토를 가만히 놔 둬 줘.”
 “...유키호가 마코토 군을 원한다면, 이런 말을 할 시간에 마코토 군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거야.”
 미키도 이젠 될 대로 되라는 듯이 유키호를 자극하는 말을 뱉어대기 시작했다. 유키호는 냉기를 거두지 않은 채, 미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미키야말로, 마코토에게 신경을 써 줘. 방금 마코토의 표정에서 느끼는 게 없었니?”
 “그건 그냥 미키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당황한 것뿐인걸.”
 “지금 그게 말이라고...!”
 유키호의 입꼬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미키는 그런 그녀를 더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유키호가 혹시 마코토 군에게 어떤 감정이 있다면, 미키한테 이렇게 협박을 하는 것보다는, 마코토 군에게 잘 보일 방법부터 생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의도로 말하고 있는 게 아닌걸...!”
 유키호가 말끝을 흐렸다.
 “더 할 말 없으면, 미키는 나가볼게. 곧 스케쥴이 있어.”
 의자에서 일어나 사장실 밖을 향하던 그녀는, 아직 자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는 유키호를 돌아보았다.
 “앞으로 이런 걸로 미키를 불러내지 말아 줘. 마코토 군을 원한다면, 자기 힘으로 얻었으면 하는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장실의 문이 닫혔다. 유키호는 떨리는 입술로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릴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안색을 살피시는 부모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간신히 떨어진 입으로 오늘 촬영이 피곤했으니 좀 자겠다고 말했다. 저녁은 어쩌겠느냐고 등 뒤에서 묻는 어머니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계단을 걸어올라 내 방 침대에 쓰러졌다. 침대는 푹신하게 내 온몸을 감싼다. 자겠다고 말했지만,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솔직히 그런 일을 겪고 잠이 쉽게 올 리가 없었다. 눈을 감으려 하면 미키와 했던 일이 떠올라 다시 눈을 부릅뜨게 된다.
 “...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구나...”
 혼잣말을 한다. 입으로 뭔가 말하지 않으면 벙어리라도 될 것만 같았다. 당장 내일부터 미키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오늘은 피곤하다고 빠져나왔지만, 내일은? 모레는? 앞으로 이어질 기나긴 765 프로덕션 생활은? 차라리 사무소를 그만 두어야 할까. 아니, 사무소를 그만두더라도 이 업계에 있는 한 업계 최고의 스타인 그녀를 계속 마주치게 될 것이다. 아예 아이돌을 그만두어야 하나?
 베개에 얼굴을 깊게 파묻고 생각에 잠겼다. 아이돌을 그만두는 상상, 미키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상상, 다른 아이돌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상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렇게 침대 안에서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는 사이, 핸드폰이 울린다.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아채어 보니, 메일이 와 있었다. 수신자는, 호시이 미키.
 ‘깊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하는 거야. 미키는 마코토가 좋았을 뿐인걸. 혹시 그게 마코토에게 충격을 준 거라면 사과하고 싶은 거야. 정말 미안해.’
 조심스레 답장을 보내기 위해 손가락을 놀린다. 이리저리 키패드를 누른 끝에 완성된 문장은 생각보다 굉장히 짧았다.
 ‘좀 당황스러워.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이 이상 더 할 말은 없었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전송이 된 걸 확인하자마자 핸드폰을 멀찌감치 치워버린다. 배도 고프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언가 다른 것을 할 기분도 아니었다. 그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 이러다 지쳐 잠들겠거니 하는 생각뿐. 멍한 얼굴로 그렇게 시간을 하릴없이 흘러가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하루카가 준 쿠키가 생각났다. 봉투를 찾아 꺼낸 뒤 조심스레 끈을 풀어헤친다. 하트 모양의 쿠키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조심스레 하나를 꺼내 입에 물어본다. 쿠키는 경쾌한 파열음을 내며, 내 이빨 사이사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쿠키가 내 몸을 채워갈 때마다, 갑갑한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에 하루카에게 쿠키 만드는 법이나 가르쳐 달라고 해 볼까.”
 이런 걸 만들어주는 하루카가 새삼스레 고마워진다. 다음에 감사인사라도 해야겠다.

 “하기와라 씨, 집에 안 가?”
 “으, 응. 곧 갈게. 먼저 가도 돼. 하루카쨩, 치하야쨩.”
 “그럼 내일 봐, 유키호!”
 하루카와 치하야를 마지막으로, 사무실에는 유키호 이외의 아이돌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조심스레 찻물을 다시 우리며, 그녀는 코토리 씨와 프로듀서 쪽을 바라본다. 둘은 일에 열중하느라 그녀가 있는 쪽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쟁반에 차 두 잔을 우려서,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는 둘에게 나누어 주었다. 전화 때문에 고맙다는 말 대신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는 두 사람에게, 유키호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다시 탕비실로 향한 그녀는 열어두었던 찻잎 통을 닫아 자신이 챙기고, 다른 통을 열어 새로 차를 하나 우려내었다. 사무소 소파에 앉아 조심스레 한 모금을 입에 담았다. 입 속으로 차 향기가 아련하게 퍼져갔다.
 “그래, 미키쨩.”
 두 손으로 찻잔을 조심스레 움켜쥔 채, 그녀는 고개를 천장으로 치켜들었다. 이윽고 찻잔에 남아있던 차를 전부 마시고, 다기를 탕비실에 대충 쑤셔넣은 채, 그녀는 가방을 매고 두 사람에게 살짝 목례를 한 후 사무소 밖으로 나섰다. 아까 전의 차가운 표정과는 다르게, 뭔가 후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갖고 싶으면, 내 힘으로 가지라고. 분명히 말했지?”
 그녀는 잰걸음으로 사무소에서 멀어져갔다.








간만에 빠릿빠릿하게 써져서 다행입니다. 이제 반 정도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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