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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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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7, 2016 16:39에 작성됨.

"상무 씨, 댁은 감정표현이 너무 빙 돌아서 귀찮다는 거 아는교?"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군, 우에다. 그리고 난 이제 상무가 아니라 전무다."

 

"마~ 그런 거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긴데...남바 녀석, 재밌었제?"

 

"......"

 

실실거리며 웃는 스즈호. 전무는 표정 변화 없이 그녀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 거라면 만족하는가?"

 

"호오...내도 노력해야 하겠지만, 남바 그 아도 빡세게 해야겠구만."

 

머리를 잠시 빙글빙글 돌리고, 스즈호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전무 씨. 댁도 알고 있겠지만, 지금 이 프로덕션의 아이돌들, 두 패로 쫙 갈라섰어. 뭐, 지난번 대형 라이브 이후 조금 잠잠해지기는 했고, 댁의 방침이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아서 전보다는 쬐~금 나아졌기는 했는데...이거, 장기간 방치하면 곤란하데이?"

 

한순간 번뜩인 것 같은 눈빛. 전무는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즉, 내가 무언가 행동을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로군. 유감이지만 나는 지금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다. 슬슬 안정화 되어 가는데 이제와서 또 갑자기 바꾸면 이전 프로젝트 백지화 사태를 재현할 뿐이라고 생각한다만?"

 

"그것도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니나라든가, 적당히 뒤에 빠져있는 안즈라던가, 몇몇 어른들은 침묵하며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서도...내는 나가 몸을 담그고 있는 호수가 탁해지는 건 바라지 않는당께. 이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겄어?"

 

"...나보고 무릎을 꿇으라는 건가?"

 

"생각하는게 와 그리 극단적인겨?! 대충 타협 좀 하자는 기다. 대표적으로 CP 애들과 대립하는 것도 겉보기에 영 좋지 못 한 거 알지? 갸들이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으니 적당히 봐주고 있는 것 같지만...내부에 잡음이 많은 것이 밖으로 흘러나가면 귀찮아진다 아이가. 내는 그런 건 조용히 덮어두고 싶은 심정인기라."

 

그러자, 전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아까 전에 네가 말했었지. 현재 아이돌들이 두 패로 쫙 갈라섰다고. 한쪽은 나, 다른 한쪽은 CP인가. 아니, CP에게는 그렇다는 자각은 없겠지. 오히려 얼굴마담 정도의 위치...뒤에서 이 상황을 조장하는 이가 있다는 건가?"

 

"상황 이용하려는 놈들이야 언제는 없었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원래 세 그룹으로 나뉘었어야 할 아이돌들이 두 패로 나뉘어 졌다는 이야기여. 가운데서 중재를 해야 할 그룹이 없으니 남은 두 그룹끼리 허구한 날 부딪히고 지들끼리 내부결속이니 뭐니 하며 고인 물이 되어 썩어가는게 긍정적인 일은 아니제."

 

특히 아직 어린 아이돌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하다. 사춘기 소녀 특유의 흔들리기 쉬움이라던가, 배척성이라던가, 음습함이라던가. 방치하기에는 사정이 심각하다. 여기는 학교가 아니라 이윤을 내는게 최우선 목적 사항인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니까.

 

"원래 전무 씨가 오기 전에는 말이여, 쿨, 큐트, 패션. 이 세 부류로 나뉘어 있었당께. 그 중에서도 대체적으로 쿨은 음악, 패션은 예능, 큐트는 CF나 연기에 집중하고 있었단 말이여...헌데 전무 씨가 어느날 갑자기 내려와 쿨 쪽의 애들만 편애하는데 잡음이 안 생기면 이상한 거지. 뭐, 전무 씨가 거느리고 있는 첨병들 중에는 큐트하고 패션도 있지만 쿨의 비중이 더 높지?"

 

"......CP하고 연계해서 생각했을 때, 패션이 큐트와 붙었다는 이야기로군?"

 

"그렇제. 조금 생각이라는게 가능한 아들이나 몇몇 어른들은 지금 중립의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그래봐야 소수라는 기다. 다수가 분위기에 휩쓸리면 중립이 목소리를 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긴데. 여기서 높으신 분들 밥그릇 쌈박질이라도 벌어지면 그냥 개판이라는 거 아인교. 뭐, 전무 씨가 그건 막고 있는 모양이지만서도."

 

스즈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이 문제의 가장 큰 발화점이 뭔지 아나? 그건 전무 씨가 CP에서 시부야와 아냐스타샤를 데려갔다는 것이여. 뭐, 원래부터 그룹이 아닌 유닛이니 언제든지 새로운 유닛을 만들어 이것저것 해 볼 수 있지만서도 쿨을 편애하는 상황 속에서 그 두 사람이 빠져나가면 외부에서 어떻게 보는지 아나? 밑장빼기여, 밑장빼기. 각자 자신들만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여기까지 왔는데, 선의의 경쟁도 아닌데다가 대놓고 편애가 있는 상황 속에서 애들이 얼마나 허탈하겠어?"

 

물론 회사가 그녀들의 편의를 모두 봐 줄 수는 없다. 이곳은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고, 아이돌은 상품. 아이돌들에게 스테이지 위에 세워주는 것만으로도 회사는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한 것과 다름 없을지도 모른다.

 

"우에다.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군. 지금 네가 나에게 간언을 하는 이유는 뭐지? 자기자신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회사를 위해서인가?"

 

"둘 다. 내 목표는 모두를 웃게 해주는 것. 그러니, 그 모두를 웃게 해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큰 물에서 놀 필요가 있다는 기다. 확실한 목적 없이 그냥 아이돌이 하고 싶어서 하거나, 얼떨결에 길거리 캐스팅 되어서 아이돌 일을 하고있는 아들하고 비교하면 곤란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거다.

 

"전무 씨 입장에서도, 나가의 입장에서도 이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못 한당께. 그러니, 내게 힘을 좀 빌려주셔. 여우가 호랭이 위세도 못 빌려서야 어디 목소리 크게 낼 수는 있겠어?"

 

"호가호위인가...오히려 그게 회사를 더 어지럽힐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나?"

 

"줄타기는 사원들의 영역이지 아이돌의 영역은 아니여. 단, 이대로 가면 아이돌과 사원의 경계선이 희미해져 가겠지. 그러니,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기다. 총대 매고 나서서 상황 정리해야지."

 

쓴웃음을 짓는 스즈호. 전무도 보기 드물게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14살 소녀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것 같다만?"

 

"피차 마찬가지제. 이야기에는 미움 받는 악역이 있어야 한당께. 그래야 주인공이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서 마지막에 악역을 쓰러뜨린 뒤 모두가 해피 엔딩을 맞이하니까. 나를 너무 얕보지 않는게 좋을거여. 예능은 캐릭터야. 미움받는 역할이라면, 오히려 더 웃으며 받아주갔어. 악역도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주연이니께."

 

자신의 손으로 기회를 잡는다. 비록 그 과정이 힘들어 진다고 해도,

 

"──그러니, 뒤는 부탁해."

 

"──그 의지,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고 약속하지."

 

스즈호는 씨익 미소지었다.

 

"그거면 충분해.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전무 씨."

 

끼익─탕! 전무의 집무실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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