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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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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6, 2016 18:11에 작성됨.

 

 


P 「마카베양… 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마카베양을 포함한 765 시어터조 일부를 담당하게 된 P라고 합니다.」
미즈키 「처음 뵙겠습니다. 마카베 미즈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댯…」

너무나도 긴장한 나머지, 혀를 씹어버렸습니다. 약간 창피합니다.

P 「많이 긴장하셨나 보네요, 마카베양. 마실 거라도 가져다드릴까요?」

창피함을 뒤로하고, 저는 프로듀서에게 조금 전부터 신경쓰였던 것을 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미즈키 「…….」
P 「……?」
미즈키 「…….」
P 「저, 저기…마카베양?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핫, 프로듀서의 당황하는 얼굴에 정신이 팔려 말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재밌는 표정. 그럼, 말해보겠습니다.

미즈키 「미즈키… 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부디.」
P 「아, 그런 건가. 응, 알았어, 미즈키. 그런 얼굴로 쳐다보기에, 난 또 내가 실수라도 한 줄 알았잖아.」

당황한 이유는, 역시 그것이었나요.

미즈키 「비슷한 소리, 자주 듣습니다. 감정 표현이… 서투르기 때문에…」

이 이후로는 앞으로의 프로듀스 방침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삼 제가 아이돌이 됐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합니다. …뭔가 오묘합니다. 이것은 앞으로 해야 할 아이돌로서의 일에 대한 긴장감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프로듀서와 저의 첫 만남. 그리고 저는 지금 열심히 아이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변한 거라고 하면 프로듀서와 저의 거리가 꽤나 줄어들었다는 것. 줄어들었다고 해도 여전히 아이돌과 프로듀서로서의 거리입니다만. 그리고… 무언가가, 처음에는 너무 조그만했기에 알아채지 못했던 감정이 프로듀서를 볼 때마다, 프로듀서를 생각할 때마다 자라났습니다. 이것은 제 마음을 파고들어가 구멍을 남겼고, 제가 프로듀서를 볼 때마다 제 마음에 생긴 구멍 속에서 무언가가 새어나와 제 마음을 따스하게 덮어주고, 때로는 날카롭게 제 마음을 헤집고, 때로는 잔혹하게 끓어오릅니다. 프로듀서를 볼 때마다 제 마음에 난 구멍들이 아우성칩니다. 프로듀서와 더 가까워진 것에 대한 만족 또한 이 구멍들의 짓이겠죠. 왜 프로듀서만 보면, 프로듀서만 생각하면 이 구멍들이 반응하는 걸까요? 이 구멍들은, 대체 정체가 뭘까요? 메워지지 않는 구멍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이 구멍들을 가득 채워, 온전한 마음으로 되돌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미즈키 「저기…」
P 「응? 미즈키?」
미즈키 「여깁니다. 프로듀서.」
P 「아니, 그러니까 대체 어디에…」

프로듀서와 평소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낸다면 이 구멍들이 조금이나마 채워질 것 같았기에, 오늘은 조금 일찍 나와서 프로듀서가 일하시는 곳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앗, 방금 프로듀서가 저를 찾아내신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의 눈이 제 눈과 마주쳤습니다. 놀라신 걸까요? 말을 잇지 못하시네요.

P 「」
미즈키 「프로듀서.」
P 「으, 으왓! 미즈키, 대체 왜 책상 밑에 있는 거야?」
미즈키 「프로듀서를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P 「그러면 평범하게 가까운 곳에서 보라고. 대체 왜 책상 밑에 있는 거야… 그리고, 미즈키 너 오늘 오프잖아? 왜 여기에 있는건데?」

아, 오늘은 오프였습니다. 잊고 있었네요……흠칫.

미즈키 「말했듯이… 프로듀서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기 때문에…」
P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이돌이 책상 밑에 있는 건 좀 그런데.」
미즈키 「프로듀서는, 알아주지 못하시는 겁니까…… 시무룩.」
P 「굳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알아주지 못 할 거라고.」
미즈키 「이럴 수가. 프로듀서와 저는 그런 단순한 사이였던 것입니까? 슬프네요… 훌쩍.」
P 「어째서 그렇게 해석되는건데? 자, 어서 나와.」


P 「미즈키, 지금은 또 뭐하는 거야?」
미즈키 「프로듀서가, 가까운 곳에서 보면 된다고 하셨기에…」
P 「그래도 뒤통수에 얼굴을 너무 가깝게 대지는 말아 줘. 너무 그러고 있으면 부끄러운데다가 신경쓰여서 일이 잘 안 된다고.」

부끄러운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못했습니다.
프로듀서의 뒤통수를 계속 쳐다보던 저는, 그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해, 프로듀서의 의자를 빙글- 하고 돌려 프로듀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그만 둘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P 「…….」
미즈키 「…….」
P 「…미즈키, 나는 이제 일을 해야 하는데 말야.」
미즈키 「시, 실례했슙니다.」

프로듀서의 말에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사과하다가 또 다시 혀를 씹어버렸습니다… 창피하네요.

P 「나 참, 너는 정말…」
따콩!
미즈키 「아우우우…」

프로듀서는 제 이마에 딱밤을 먹이신 후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미즈키 「푸, 프로듀셧?!」

연속으로 혀를 두번이나 씹어버렸습니다. 신기록이네요, 이거.
그와 동시에, 제 마음의 구멍 속에서 따스한 무언가가 피어올라, 창피함을 녹여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일까요, 이 따뜻한 감정은……?
일단 저는 프로듀서의 주변에 앉아, 일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방관자의 입장에서 프로듀서를 찾아온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하는 프로듀서를 보고 있자니, 그 분들에게 묘한 질투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제 마음을 공허하게 채우는 구멍 속에서 무언가가 휘몰아칩니다. 마치 제 물건을 빼앗겼을 때의 분노처럼. 어째서? 어째서 이런 감정이 생겨난 걸까요? 프로듀서는 이 감정이 뭔지 알고 있을까요?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요?

 


이 감정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 감정의 원인을 지켜본 것도 몇 시간 째, 드디어 프로듀서의 일이 끝났습니다.

 


P 「흐아아… 드디어 끝났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미즈키 「일, 드디어 끝내신 건가요.」
P 「어? 아직도 있었던 거야? 꽤나 늦은 시간인데, 집에 가야 하지 않아?」

피곤해 보이는 프로듀서를 보면서,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어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군요. 안마라도 해 드리면 좋겠지만… 그건 조금, 부끄럽습니다. 이럴 때는…

미즈키 「괜찮습니다. 그보다 프로듀서.」
P 「응?」
미즈키 「여기, 이 모자를 봐 주시겠습니까?」
P 「어, 응…」
미즈키 「여기 이 모자에 이 카드를 넣고 손수건으로 덮습니다. 그리고 이 손수건을 들춰내면……!」
P 「카드가 사라져있겠지?」
미즈키 「아뇨,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스페이드 6이 프로듀서가 생각하신 카드인가요?」
P 「잠깐만, 차례가 잘못되었어, 미즈키.」
미즈키 「…정신 제대로 차려주세요, 프로듀서. 가장 중요한 차례를 빼먹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P 「네가 빼먹은 거잖아?」
미즈키 「…라는 건 농담이고, 프로듀서의 귀 뒤쪽에서 동전을 꺼냅니다. 여기요.」
P 「어, 응.」
미즈키 「프로듀서의 지갑에서 꺼낸 동전이니 사양 말고 받으셔도 됩니다.」
P 「대체 언제 꺼내간 거야?!」

프로듀서, 조금은 피로가 풀리셨을까요.

P 「것보다 미즈키, 갑자기 웬 마술이야?」
미즈키 「취미니까요」
P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 마술 연습이라도 하는 거야?」
미즈키 「그게, 프로듀서가 피곤해 보이셔서… 피로를 풀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P 「마술을 본다고 해서 피로가 풀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무튼 고마워, 미즈키.」


프로듀서가 또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미즈키 「쓰담쓰담」

손가락 사이마다 프로듀서의 머리카락이 가득 채워집니다. 프로듀서, 머릿결 꽤 좋으시네요. 버릇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P 「뭐, 뭐야, 미즈키?」
미즈키 「저도 질 수는 없기에… 쓰담쓰담.」
P 「이건 경쟁거리가 아닌데 말이야...」

이 감정, 프로듀서도 느끼고 계실까요? 아니면… 저 혼자만 느끼는 감정일까요? 그렇다면… 조금 슬플 것 같습니다.
아, 프로듀서가 갈 준비를 하고 계시는군요. 왜일까요, 조금 더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해버렸습니다.

미즈키 「프로듀서.」
P 「왜?」
미즈키 「포커, 하시겠습니까.」
P 「그것도 피로를 풀기 위해서야?」
미즈키 「아뇨, 제가 심심해졌기 때문입니다.」
P 「심심하면 그냥 집에 가면 되잖아? 나도 가 봐야 한다고.」
미즈키 「……추욱」
P 「…….」
미즈키 「…….」
P 「그래도 한 판 정도라면 괜찮으려나?」
미즈키 「어서 하도록 하죠, 프로듀서.」
P 「태도가 너무 빨리 바뀌는 거 아냐? 그나저나, 판돈으로 뭘 걸려고?」
미즈키 「아, 영혼이라도 걸고 하시겠습니까, 프로듀서? ……저기, 농담입니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P 「네가 그렇게 말하면 전혀 농담같지 않아서 무섭다고!」

사실, 반쯤은 진담이었습니다. 카드를 몇 번 섞는 것으로 프로듀서를 가질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제 마음 속 구멍이 메워질 것 같았기 때문에……
그랬군요, 이것은… 무언가를 '원한다'는 감정이었습니다. 저는, 프로듀서를 원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니, 아닙니다. 이것은 단순한 소유욕이 아니라, 더 복잡한 감정입니다. 구멍 속에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 기어나온 감정들은 구멍과 함께 하나의 감정을 아루고 있었습니다. 제가 프로듀서에게 느끼는 이 감정, 이것은…

이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와 이야기가 말하는 사랑과는 다르게, 이 사랑은 저를 따스하게 해 줄 때도 있지만 저를 아프게 하고, 분노하게도 하지만 제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저는,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P 「퀴… 퀸 페어야.」
미즈키 「스트레이트입니다.」
P 「또 져버렸네...」
미즈키 「또 이겨버렸습니다…… 브이.」
P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는 거야?」
미즈키 「특기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한 판이 다섯 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프로듀서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것 같네요. 사실은 일부러 프로듀서가 질 수밖에 없게 카드를 섞었지만, 프로듀서는 알아채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미즈키, 승리.

P 「이제 포커는 그만하고, 슬슬 집에 가야지? 시간도 꽤 늦었으니 데려다 줄게, 미즈키.」
미즈키 「드라이빙입니까……? 두근두근」
P 「뭐, 그렇지.」

이 감정을 깨달아버린 지금 프로듀서가 베풀어준 자그만한 호의가, 평소라면 별로 신경쓰지 않았을 자그만한 호의가 지금은 저에게 매우 크게 느껴집니다. 행복해지네요.

P 「뭔가 즐거워 보이는데, 미즈키?」
미즈키 「기분 탓이 아닐까요.」

…어떻게 알아차리신 걸까요?
프로듀서는 운전만 하는 게 지루하셨는지 저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셨습니다.

P 「그래서, 아이돌 일은 즐거워?」
미즈키「네. 매우 즐겁다… 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P 「그래?」
미즈키 「그렇습니다. 정말로.」

프로듀서의 차 안, 프로듀서와 저만의 드라이빙, 단 둘만의 대화, 단 둘만의…… 시간. 이 소중한 시간 속에서 저는 프로듀서와 함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저는 프로듀서와 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둘만의 시간은 도착이 가까워짐에 따라 점점 퇴색되어 결국에는 스러져버렸고, 저는 프로듀서에게 인사를 한 뒤에, 아쉬움과 함께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깨달아 버린 소중한 감정, 사랑. 저는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깨닫고 보니 뭔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사랑이라고 진작 깨달았어야 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저는 왜 깨닫지 못했을까요? …이제는 상관없습니다. 알고 있으니까요.
프로듀서에 대한 저의 감정을 뒤돌아보며 프로듀서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보니 정말로 늦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슬슬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이 없었지만 내일은 일이 있으니까요.
프로듀서는 지금쯤 집에 도착했겠죠? 내일 프로듀서를 볼 것을 생각하며 저는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프로듀서.

 

아직은 일이 별로 없지만 하지만 프로듀서는 담당하는 아이돌이 조금 많기에 꽤나 바쁘시기 때문에, 일이 있는 날에는 프로듀서와 시간을 보내기 힘들기에, 일이 없는 날마다 프로듀서를 만나러 갔습니다. 처음에는 프로듀서가 잠깐 쉬실 때 잠깐씩 어울렸지만, 나중에는 프로듀서가 먼저 시간을 만들어 저를 상대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휴일마다 찾아오지는 말라는 것이 조건이었지만, 제가 일방적으로 어울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듀서가 먼저 저를 신경써주는 것이었고, 저는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아니,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일이 조금 빨리 끝나서 극장에 돌아와 사무실에 가 보니 프로듀서의 상태가 조금 안 좋은 것 같았습니다. 일이 힘드신지 흐늘흐늘한 상태가 되어 책상에 붙어계시네요. 아마 주무시는 것 같습니다. 커피라도 타드려야겠네요.

커피를 찾기 위해 탕비실로 가던 도중, 카스가양을 만났는데… 이야기를 들어달라면서 저를 붙잡아버리셨습니다. 프로듀서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는 것은 조금 나중에 해야겠네요.
그렇게 카스가양에게 붙들려서 카스가양이 하는 이야기-대부분은 모가미양과 우동에 대한 하소연이었지만-를 듣고 있으니, 조금 부러워집니다. 저도 카스가양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프로듀서에게 제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우동은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며 절규하는 카스가양을 모가미양이 억지로 끌고 간 후에야 저는 탕비실로 가서 커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으니, 프로듀서는 깨어나셨을까요? 저는 약간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사무실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P 「담당 아이돌에게 고백받는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일단 그 수첩은 놓고 이야기하시죠, 오토나시씨. 대체 뭘 적으려는 겁니까?」
P 「아무튼, 물론 거절이죠. 네? 이유요?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관계-」
코토리 「아이돌과 프로듀서라서 안 된다 이거죠? 왜 프로듀서씨들은 다들 똑같은 이유를 대시는 걸까… 그래도 은퇴한 톱 아이돌 중에서는 자신의 담당 프로듀서와 대놓고 사귀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P 「말 끊지 말아주세요, 오토나시씨. 제 말은……」

그 뒤에도 뭐라고 말을 하신 것 같지만, 정신이 없어 듣지 못했습니다. 저는 저의 마음을 전할 수… 없습니다. 가끔은 프로듀서와 아이돌이라는 관계 때문에 고민하기도 했지만, 혼자서 고민한 것과 다른 사람, 특히 프로듀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하기 싫었습니다. 저는…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집에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돌아오기 시작한 저의 사고는 자연스럽게 프로듀서에 대해 생각했고, 그것이 방아쇠가 되어 발사된 실연이라는 탄환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저의 사랑이라는 작품을 산산히 부서트렸습니다. 부서지고 남은 조각들은 사랑이라는 제 마음에 생긴 구멍으로 들어가 저의 마음을 안쪽에서부터 저며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제 마음은 프로듀서가 아니라 절망으로 채워졌습니다.

제가 큰 무대 위에서 빛나도, 프로듀서는 저를 봐주지 않으실 겁니다.
제가 아이돌이기 때문에, 프로듀서와 저는 이어질 수 없습니다.
제가 프로듀서에게 고백한다면 프로듀서는 거절하실테고, 저와 프로듀서의 거리는 자연스레 멀어지겠죠. 그것은 싫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 마음을 숨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슬픔 속에서 프로듀서가 봐주지 않는 세계 속에서 괴로워하던 도중, 무언가가 떠올랐습니다. 분명 오토나시씨가 은퇴한 전 톱 아이돌 중에서는 자신의 프로듀서와 연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만약 제가 톱 아이돌이 된다면, 저는 프로듀서와 이어질 수 있는 걸까요? 프로듀서가 저를 바라보게 될 수도 있는 걸까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아 마음을 꿰맨 저는, 결심했습니다. 톱 아이돌이 돼서, 프로듀서에게 고백하기로. 그 때까지는, 제 마음을 포커페이스 속에 숨기기로.
…포커페이스에는 자신있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아자아자, 미즈키.

 

……그런데, 톱 아이돌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미즈키입니다.
지금은 레슨이 끝나고 잠시 쉬는 중입니다. 톱 아이돌이 되기로 마음먹고 나서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인기도 예전보다 많이 늘었고, 길거리에서도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좀 더 위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프로듀서와는, 약간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분과 함께 있다 보면 무심코 감춰놓은 제 마음을 드러낼 것만 같았기에, 그분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로듀서와 함께하는 시간, 제 일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그 시간들을 잘라내고 빈 자리를 레슨과 일로 채우며,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정점에 서서 저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
그것을 위해 제가 프로듀서와 조금 거리를 가지기 위해 레슨과 일을 핑계로 프로듀서를 피하기 시작했을 때 프로듀서는,

P 「…그래. 하지만, 레슨도 적당히 하는 게 좋아. 요즘 다른 아이들 말을 들어 보니 조금 무리하고 있는 것 같던데? 무슨 일 있어?」
미즈키 「……」

제 얼굴을 바라보시던 프로듀서는 알겠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묻지 않으셨습니다. 저를 상대해주시던 시간을 다시 업무에 쓰기 시작하셨고, 그렇게 저의 행복한 시간은 사라져, 기억 속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런 걸 원했던 게 아닌데.

 

선배P 「……걔는 그렇다쳐도, 마카베는 요즘 좀 변한 것 같지 않아?」
P 「네, 선배. 본인 요청으로 예전보다 레슨도 많이 늘린 상태고, 아이돌 활동에도 그만큼 열심이죠. 팬들도 착실히 늘어가고 있고요.」
선배P 「…얌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P 「너무 노력하고 있다, 그거죠? …네, 확실히 과하게 노력하고 있어요. 저러다가 쓰러질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선배P 「네가 붙잡아줘야 하는 거 아냐? 네 담당 아이돌이잖아?」
P 「저도 그러고 싶지만, 저를 피하고 있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두려는건 절대 아닙니다.」
선배P 「당연히 그래야지. 각설하고, 이번 라이브 계획 말인데…」

우연히 엿들은 대화. 프로듀서는 저를 신경써주고 계신 듯 합니다. 심장은 제멋대로 반응해, 빠르게 뛰기 시작합니다. 튀어나오면 어쩌죠?

P 「오, 미즈키. 마침 잘 됐네.」
미즈키 「힉?!」

어느샌가 프로듀서가 와 있었습니다.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아서 조마조마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저는 변함없는 얼굴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미즈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저는 레슨 때문에 바쁘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사실은 같이 있고 싶은데.

P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사실은 붙잡아줬으면 하……

P 「…라고 말할 줄 알았어?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
미즈키 「저기, 프로듀서? 레슨이…」
P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따라오기나 해.」

…어라?
그렇게 프로듀서에게 이끌려, 차에 탔습니다. 화가 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러시는 걸까요?

P 「예. 죄송합니다. 네?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네. 감사합니다.」
미즈키 「…….」

아마 트레이너씨와 통화하시는 것이겠죠.

P 「…갑자기 데리고 와서 미안해.」
미즈키 「아뇨, 괜찮습니다… 정말로. 그것보다 프로듀서, 어디로 가는 건가요?」
P 「좋은 곳. 그것보다… 아이돌 활동은, 즐거워?」

왠지 익숙한 상황.

미즈키 「즐겁… 습니다.」
P 「……그래?」

정말로 즐거운지 물어보는 듯한 프로듀서의 대답.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저희 둘은 말이 없었습니다.

프로듀서와 저, 둘만의 드라이브. 원래는 기뻐해야 할 순간이지만, 기뻐할수만은 없네요. 프로듀서를 볼 때마다 무심코 속내를 말해버릴것만 같았기에 거리를 뒀으니까요. 게다가 좀 전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아마 설교를 하시겠죠. 하지만 저는…
드라이빙이 끝나고 도착한 곳은, 레스토랑.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신 프로듀서는 제가 주문하기도 전에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시네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그때, 프로듀서가 먼저 말을 꺼내셨습니다.

P 「미즈키, 너는 아이돌 활동이 즐겁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냐. 요즘 너는… 너무 무리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오늘은 어깨에 들어간 힘 좀 빼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갑자기 끌고와서 놀랐다면 미안해.」
미즈키 「갑자기 말을 거셨을 때는 정말로 놀랐습니다. 깜짝.」

오늘만은, 오늘 하루만은 거리를 두지 않아도 괜찮겠죠? 저도, 많이 참았습니다.

P 「그래? 그건 좀 미안해지네.」
미즈키 「표정도 조금 무서웠습니다. 도깨비같이.」
P 「도깨비라니, 그렇게 무서웠던거야?」
미즈키 「당연한 결과입니다.」
P 「…방금 그 말은 좀 심한데. 상처받을 것 같아.」

오랜만에 프로듀서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저희 둘은 밖으로 나와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미즈키 「이 목걸이, 귀여워…」
P 「그게……?」
미즈키 「상어, 귀엽지 않나요?」
P 「전혀 안 귀여워…」

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다니다 보니, 제 마음이 다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무표정 저편에 숨겨둔 감정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이래서 제가 거리를 두려고 했던 거였죠.

프로듀서와 저는 인적이 드문 한산한 곳에 도착했습니다.

P 「재밌었지, 미즈키?」
미즈키 「네.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방긋방긋.」
P 「그간 쌓인 긴장은 풀린 것 같네. 이걸로 빚은 갚았어.」

빚…? 예전에 제가 프로듀서의 긴장을 풀어 드리려고 한 것을 말하시는 걸까요?

P 「아무튼, 내가 오늘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무리하지 마. 너는, 나의 소중한 아이돌이니까.」

소중하다는 말을 하시다니, 치사하네요. 그런 말을 들어 버리면… 하지만 아이돌로서 소중한 것이겠죠. 제가 바라는 것은 한 명의 여성으로서 당신에게 소중해지는 것입니다.

P 「최근 너는 인기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고, 너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였어. 그래야 하는 무슨 이유라도… 있어?」
미즈키 「프로듀서.」
P 「응, 미즈키.」

단 둘만이 남았기 때문일까요? 지금까지 숨겨왔던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듀서가 저에게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제 마음을 뒤흔들어, 결국에는 너무 불어난 물에 댐이 무너지듯이 저의 포커페이스도 무너져버려, 더 이상 제 마음을 숨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즈키 「저는, 프로듀서를, 좋아합니다.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P 「…그게 이유라고?」
미즈키 「저는 아이돌이고 프로듀서는 제 담당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고백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톱 아이돌이라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P 「톱 아이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미즈키 「……그렇습니다.」

말해버렸습니다. 전해버렸습니다. 고백해버렸습니다.

미즈키 「프로듀서, 대답은… 예스입니까 노입니까?」
P 「……미안. 미안해, 미즈키.」

역시 거절인가요? 역시, 프로듀서와 아이돌이라서 안 되는 것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프로듀서는 저에게 다가와 저를 안아주시면서 속삭이셨습니다.

P 「내가 내 마음을 더 빨리 전했다면, 네가 마음고생할 일이 없었을 텐데. 미안.」
미즈키 「……?」
P 「나도 널 좋아하고 있거든, 미즈키.」
미즈키 「하, 하지만 프로듀서와 아이돌이잖아요?」

P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이게 무슨 일일까요? 제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죠? 프로듀서도 저를 좋아한다는게 정말 잘못 들은게 아닌거죠?

미즈키 「그렇다면 프로듀서와 아이돌이라서 안 된다는 오토나시씨와의 대화는…」
P 「뭐야, 들었던 거야? 엿들을 거면 조금만 더 엿듣지 그랬어?」
미즈키 「엿들은 게 아닙니다. 그저 우연히 들었을 뿐… 입니다.」
P 「예이예이. 아무튼 내 말은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관계는 사귀는 걸 들키지만 않으면 되니까 별 상관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에 거절한다는 게 내 대답이었어.」
미즈키 「그게… 저인가요?」
P 「응. 그리고 네가 갑자기 거리를 벌렸을 때는 진짜 철렁했다니까? 내 마음을 알아채고 멀어진 건줄 알았어. 그래서 네 생각을 존중해 매달리지 않고, 너를 만나지 않고 너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에 매달렸지. 그러다가 네가 무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준비를 했지. 그래도 고백을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좀 더 신경써줘야 했는데.」

뭔가 허탈합니다. 제가 해 온 노력은 필요없는 노력이었던걸까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저의 바램이 이루어졌고, 톱 아이돌이 되는 것은 그것을 위한 과정으로 생각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톱 아이돌이 된다고 프로듀서가 저를 좋아해주실거라는 보장도 없는 무모한 계획이었지만…

P 「내가 널 데리고 나온 이유는 단지 이유를 들어 보려던 거였는데, 고백을 받아버렸네. 그리고... 이거, 선물이야.」

프로듀서가 저에게 주신 것은 제가 조금 전 보고 있던 목걸이입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진짜 선물은, 제 눈앞에 있네요.

P 「언젠가는 네가 목표로 했던 톱 아이돌로 만들어 줄 테니까, 잘 부탁해.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아줘.」
미즈키「그렇다면 다시 한 번, 프로듀스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

 

 


그 날 이후, 무리하게 늘린 레슨이나 일을 정리하고 지금은 제 페이스에 맞게 일을 해나가는 중입니다. 팬의 수가 꽤 늘어났다는 것을 빼면, 예전과 변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프로듀서와의 연애도 들키게 되면 문제가 생기기에, 공적으로 만날 때는 서로가 서로의 포커페이스 속에 마음을 숨깁니다. 하지만…

P 「미즈키, 오늘은 같이 어디 좀 나가지 않을래?」
미즈키 「데이트 신청인가요? 기꺼이 같이 가 드리겠습니다, P씨. 두근두근」

 

단 둘만이 있을 때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저는 이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더 변하게 되겠죠?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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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흐아. 끝났다. 마카베양은 참 좋은데 저한테는 캐릭터를 살려내기가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네요.

마카베양 SS를 찾기 힘들어서 자급자족!

이런 글은 처음 써보네요. 뭔가 마지막이 허무하게 끝난 것 같다면, 착각이 아닙니다. 원래 저렇게 끝날 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중간에 마카베양의 과도한 노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도 넣으려고 했었는데... 귀차니즘이 재발해서 그냥 끝내버렸네요.

글에 살을 붙이는 재주나 사건을 꾸며내는 재주같은게 없기에 결과물은 지루하고 길기만 한 글이 되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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