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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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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2, 2016 00:13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A-1 Pictures

프로듀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프로듀서는 발걸음을 옮기려는 차에 무언가 떠올랐는지 멈춰 섰다.

“안즈, 오다이바 페스가 끝날 때까지 엄청나게 힘들어질 거야.”
“응, 그렇겠지…….”
“괜찮겠어?”
“안즈가 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으니까.”
“당분간은 느긋하게 뒹굴지 못할 텐데?”
“으윽…….”
안즈는 얼굴을 새파랗게 물들이곤 신음했다. 하지만……. 각오는 이미 했다!

“괘, 괜찮아! 그동안 뒹굴지 못한 만큼 나중에 뒹굴 거야. 마음 편하게!”
프로듀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곤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프로듀서가 자리를 비우자…….
안즈는 곧바로 소파로 다이빙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뒹굴자. 당분간은 그리워질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해놓게.

출근은 했지만 오전 10시까지 스케줄이 비어있다. 10시부터 미팅. 시간이 애매하게 비어서 자습 레슨을 하기도 좀 그렇다. 안즈는 프로듀서가 일하는 걸 구경하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서 지금은 미팅 30분 전. 프로듀서가 서류 작성을 마치고 축 늘어졌다. 죽은 생선처럼 축 늘어진 프로듀서의 허리가 의자 등받이를 삐걱삐걱 괴롭혔다. 프로듀서는 혼이라도 내뱉는지 한숨을 길게 푹푹 내뱉었다.

“죽을 것 같다…….”
“다 끝났어?”
“검토하고 올려야 해. 그건 이따가 할 거고.”
“미팅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그동안 조금 쉬는 게 어때?”
안즈는 소파를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안즈가 앉은 한 칸짜리 개인 소파 옆, 세 칸짜리 소파. 프로듀서는 터덜터덜 걸어와 소파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안즈가 보기엔 상태가 심각해 보여.”
“이 정도는 아직 괜찮아. 수면욕이 있는 건 몸이 멀쩡한 증거야. 진짜 최악의 상태는 잠을 잘 수 없는 상태지…….”
프로듀서는 건조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어째 겪어본 투로 말하네…….”
“있어. 일 때문에 겪은 건 아니지만. 정말……. 최악이지…….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와. 그렇다고 머리가 맑아지지도 않아. 머리가 점점 둔해져……. 그런데도 잘 수 없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조금씩 옅어진다. 프로듀서는 팔뚝을 머리에 올렸다. 프로듀서의 숨이 규칙적인 리듬을 탔다.

안즈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둘러보고, 인터넷 정보 사이트를 돌아보고, 소셜 게임을 잠깐 켜보고……. 그러다 핸드폰을 슬립 상태로 돌렸다.

미팅 시간 15분 전.

안즈는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앞으로 뺐다. 안즈는 그렇게 프로듀서를 유심히 관찰했다. 프로듀서는 잠들었으므로 계속 숨만 내쉬고 있다. 딱히 재밌는 변화도 없는데 안즈는 프로듀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문득 프로듀서의 셔츠가 평소보다 더 구겨져 있는 걸 발견하자 왠지 모를 미안한 감정이 올라왔다.

프로듀서에게 보답하자. 안즈는 그렇게 다짐했다.

노크 소리가 세 번 들렸다. 안즈는 순간 프로듀서를 깨울까 고민했지만 프로듀서의 숨소리가 여전히 고르게 들려오는 바람에 안즈가 대신 대답하고 말았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린다. 그리고 열리자마자
“안녕하세요! 시마무라 우즈키입니다! 오늘부터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의 바른 인상을 띈 아이가 공손하게 허리를 꾸벅 숙이고 나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정말 예의 바르고 귀염성 있고 사근사근한 인사였지만 소리가 너무 컸다. 안즈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프로듀서를 흘끔 봤다.

“으음…….”
프로듀서는 잠깐 몸을 뒤척였을 뿐, 잠에서 깨진 않았다.
“어라, 저기, 죄송합니다.”
들어온 아이, 우즈키라고 이름을 밝힌 아이가 당황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니, 괜찮아. 따지고 보면 근무 시간에 자는 거고.”
우즈키는 안즈의 대답을 듣고 안도했지만, 얼마 안 있어 사무실을 둘러보며 어색하게 쭈뼛거렸다. 뭘 해야 하는지 몰라서 저러는 것이리라.
“여기 앉지그래?”
안즈가 프로듀서 맞은편 소파를 가리켰다. 우즈키는 조심스럽게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소파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저기 그러니까……. 후타바 안즈 쨩……이지요?”
“응, 안즈를 알아?”
“아이돌 부서에서 앞으로 기대되는 신인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요.”
“그래? 왠지 실감이…….”
이 기획이 왜 생겼는지 원인을 짚어보자.
“나네. 아주 잘.”
우즈키의 말이 마음에 아주 잘 와 닿았다. 쇠꼬챙이로 쑤셔 박은 것처럼.
노크 소리가 또 들렸다.

“들어오세요.”
안즈의 대답과 함께 이번엔 문이 조용히 열렸다. 2명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한 명은 미쿠였고 다른 한 명은 안즈가 알고 있지만, 얼굴을 제대로 맞댄 적 없는 사람이었다. 아베 나나. 안즈는 나나를 예전에 TV에서 봤다. 얼마 전에는 사내 카페에서도 봤다. 나나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모양이었다.

나나는 카페 유니폼과는 다른 메이드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나나와 미쿠는 프로듀서가 자는 걸 보곤 쓴웃음 지었다. 그리곤 우즈키와 안즈에게 인사했다. 둘은 우즈키와 면식이 있는지 우즈키와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받다가 안즈에게 말을 걸었다.
미쿠가 나나를 안즈에게 소개한다.

“안즈 쨩, 이쪽은…….”
“TV에서 본 적 있어. 아베 나나…… 씨 맞지? 컨셉이 기억에 남았어. 그리고 전에 카페에서도 봤고.”
“아, 아하하 경칭은 안 쓰셔도 돼요! 안즈 쨩하고 동갑이니까요.”
“안즈가 나나 씨를 TV에서 본 건 작년이었는데……. 분명 작년에도 17세라고…….”
“나, 나이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하죠! 나나는 영원한 17세니까요!”
나나가 묘하게 당황한다. 아무래도 컨셉에 관한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안즈는 추궁하길 관뒀다. 나나와 미쿠가 우즈키 옆자리에 앉았다. 조금이나마 소란스러웠건만 프로듀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지간히도 곯아떨어진 모양이다.

“P쨩도 이런 데서 자지 말고 수면실에서 자는 게 나을 텐데.”
미쿠가 한 마디.
“프로듀서 씨께서 이렇게 주무시는 건 오랜만에 보네요.”
나나가 한 마디.
“어라, 프로듀서랑 아는 사이야?”
조금 의외였기에 안즈가 물어보자 나나가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설명했다.

“프로듀서 씨께서 나나를 스카우트하셨거든요. 나나는 언더그라운드 아이돌이었어요. 언더에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메인스트림으로 나가고 싶어서 상업 오디션에도 응모하면서 활동했었는데……. 별다른 수확이 없었죠. 그런데 그만둘까 고민하던 나나를 프로듀서 씨께서 발굴하셨어요.”
나나의 눈이 묘하게 반짝였다.

“나나가 프로듀서 씨와 함께 활동한 기간은 그리 길진 않았지만요.”
그러고 보니 전에 프로듀서가 과거에 관해 이야기한 것 중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프로듀서가 346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신인 아이돌을 인지도 있는 중견 아이돌로 키워 다른 프로듀서에게 인계하는 업무를 맡았었다고. 나나는 그 시절 프로듀서와 함께 일했던 아이돌인가 보다.

“프로듀서 씨도 피곤하신 것 같으니 차라도 타올까요? 여기 층은 탕비실이 어디에 있죠?”
안즈는 나나에게 탕비실 위치를 알려줬다.
“가깝네요. 바로 다녀올게요.”
나나가 자리를 뜨자 미팅 시작까지 10분 남았다.

사람이 하나 줄어드니 묘한 정적이 돌았다. 안즈와 미쿠는 딱히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 없는지 침묵했다. 둘은 사무실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옮기다 시선의 정착지를 프로듀서 쪽으로 옮겼다. 조용히 자는 프로듀서. 조용히 그걸 지켜보는 안즈와 미쿠.

“세 분이나 여기 프로듀서 씨하고 인연이 있네요?”
그러다 우즈키가 정적을 깼다.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려고 꺼낸 화제인가. 둘의 시선이 우즈키에게 쏠렸으니 성공이다.
“안즈의 담당 프로듀서니까.”
“미쿠의 예전 프로듀서니까냐.”
반만 성공. 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같이 일한 경험이 있으면 그 사람의 장점을 더 잘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 기준으로 뽑은 걸까요?”
우즈키가 화제를 수습하려 노력한다.
“프로듀서가 아까 알려준 건데 큐트를 중점으로 뽑은 멤버래.”
안즈가 답을 내놓았다.
“그렇군요!”
우즈키의 감상. 대화 끝.

다시 정적이 찾아오고 시간만이 지나간다.

그러나 우즈키는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노렸다. 우즈키는 머릿속으로 이야깃거리를 선별했다.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그래서 시간이 다 된 것도 몰랐다. 안즈와 미쿠는 시간이 다 된 걸 알았지만 프로듀서를 깨울지 고민만 하고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프로듀서가 너무 단잠을 자는 바람에 건드리기 힘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셋의 고민은 외부요인으로 인해 억지로 해결되었다.

미팅 시작 예정 시간이 5분 지난 시점.
문이 벌컥 열리면서 어떤 이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그 인물은 헐떡이는 숨소리와 발성이 7대 3으로 섞인 불안한 목소리를 최대한 쥐어짜 말했다.

“늦어서 흐엑 헤엑 죄, 죄송, 히엑 헤엑, 으헥 허억 합니다! 코히헤엑 흐윽 허억……. 나타 미호 히이 후우……. 우으…….입니다……. 후우…….”
안즈가 제대로 들은 게 맞으면 이름은 코히나타 미호. 안즈가 본 자료에도 실린 이름이다. 지각해서 헐레벌떡 뛰어온 모양이었다. 코히나타 미호는 무릎을 잡고 허리를 숙일 대로 숙인 채로 간신히 숨을 진정시켰다. 그 상태로 미호의 상체가 불규칙하게 들썩거린다.

“아, 우우……. 여, 여기 아이돌과 제3 사무실 맞죠?”
미호가 겨우겨우 얼굴을 들었다.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응, 맞아.”
미호의 물음에 안즈가 대표로 대답. 미호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다 긴장이 풀렸는지 조금 비틀거렸다.

“여러분, 재스민차가 있어서 타왔어요!”
마침 나나가 돌아왔다. 문이 열리고 쟁반을 든 나나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미호는 나나를 보고 놀라서 재빨리 다리를 움직였다. 나나가 지나갈 길을 비켜주려는 행동이다.

안즈는 이 시점에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귀를 막았다. 거리상 안즈가 뛰어봤자 늦을 테고 말로 말려도 소용없을 테니까.

“우왓, 죄송합…….”
미호의 다리가 꼬였다. 미호가 그대로 나나 쪽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이내 컵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미호와 나나가 뒤엉켜서 바닥에 쓰러졌다.

“괜찮아요?”
우즈키가 벌떡 일어나서 미호와 나나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둘 다 다친 데는 없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깨진 컵과 쟁반이 뒹군다. 근처 바닥은 차가 쏟아져 그대로 침수. 근처에 전기 배선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아, 으으……. 죄,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 아뇨, 괜찮아요. 나나도 제대로 못 봤으니까요. 나나야말로 죄송해요.”
미호와 나나가 일어나면서 서로에게 사과한다.
“우으……. 벌써 아침이야……?”
프로듀서가 괴롭게 신음하며 일어났다. 조금 전의 소란 때문에 깼나? 안즈는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프로듀서, 시간 됐어.”
“응……. 잠깐만 기다려줄래?”
프로듀서는 손바닥으로 눈을 압박하고 비볐다. 그러길 잠시. 프로듀서가 다시 눈을 떴다. 프로듀서의 눈에 핏줄이 빨갛게 떠올랐다. 피로가 여전히 녹진하게 남았나 보다. 프로듀서는 미호와 나나가 벌인 참상을 살펴보았다.

“둘 다 괜찮아?”
“아, 네. 괜찮아요!”
“괘,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다행이네.”
프로듀서는 입을 쩍 벌려 하품했다. 프로듀서는 기지개를 켜 관절을 풀고 나서야 넥타이를 제대로 매고 셔츠 깃을 접는 등 몸단장을 바르게 하고 풀어진 얼굴을 다듬었다.

“그럼, 서로 자기소개는 했나?”
프로듀서는 아이돌 아이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이돌 아이들은 서로 번갈아 보면서 시선을 교환했다. 서로 아는 사람도 있고,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다. 후자를 대하는 어색한 시선은 대부분 안즈를 거쳤다. 분위기를 감지한 프로듀서가 우선 자기소개를 했다. 프로듀서는 먼저 이름과 직급과 직책을 댔다.

“이번에 기간 한정으로 여러분의 프로듀스 및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업무시간에 잠깐 잤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어서 제가 여러분을 소개하는 식으로 통성명하는 게 낫겠죠?”
아이돌 아이들은 다 같이 존댓말로 대답했다. 이의 없음.
프로듀서는 아이돌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무난하게 소개했다.

“이쪽은 아베 나나 씨. 인생 경험이 풍부한 분이시니 배울 점이 많을 겁니다.”
“어, 어머나! 프로듀서 씨! 인생 경험이 풍부하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농담도 참~”
무난하게 소개했다. 소개가 끝나자 프로듀서는 손뼉을 쳤다.

“자, 그럼 우리 유닛의 첫 업무로 이것부터 치우도록 합시다. 깨진 유리는 제가 모을 테니까 다른 분들은 빗자루와 대걸레를 가져와 주세요.”
프로듀서는 깨진 컵 쪽으로 다가가 유리조각을 주웠다. 아이돌 아이들은 제각기 역할을 분담하여 움직였다. 우즈키와 나나가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미쿠가 대걸레, 미호가 신문지와 비닐 봉투를 가지러 움직였다. 안즈만 덩그러니 남았다.

안즈는 프로듀서 옆에 쪼그려 앉아 유리조각에 손을 뻗었다.
“안즈, 다치니까 다른 거 해.”
“괜찮아. 안 다쳐.”
프로듀서가 안즈를 제지했지만, 안즈가 프로듀서의 손을 두어 번 뿌리쳤기에 프로듀서는 단념했는지 안즈가 주울 몫까지 빨리 줍는 쪽으로 노선을 바꾸었다.

“유닛 결성 첫날부터 소란스럽네.”
“소란스러운 유닛일수록 재밌는 법이야.”
안즈가 퉁명스럽게 꺼낸 말을 프로듀서가 킥킥거리며 받았다.

“안즈.”
“왜?”
“네 동료들이야.”
“응. 그러네.”
“널 위해서 모은 동료들이야.”
다른 아이들이 제각기 도구를 가지고 모여든다.

안즈는 얼굴을 조금 붉히고는
“사람이 모이는 건 귀찮지만,”
다소 누그러진 투로 말했다.
“어디 한 번 어울려볼까.”

정리는 3분도 안 걸려 금방 끝났다. 프로듀서가 신문지와 봉투에 싼 유리 조각을 분리수거로 내놓은 후에 바로 본격적인 미팅이 시작되었다. 모두 소파에 앉아 프로듀서의 태블릿 PC를 주목했다. 프로듀서는 태블릿 PC를 조작하면서 말했다.

“오다이바 페스까지 시간이 없습니다. 저희 유닛은 오다이바 페스에 신곡 두 곡을 들고 나갈 예정인데, 그중 하나는 미발표 곡 중에서 뽑을 예정입니다. 여러분도 알고 계시죠? 작곡만 되고 가사와 제목이 없는 곡들. 그중에 유닛 이미지에 맞는 곡 몇 곡을 추렸습니다.”
태블릿 PC에서 곡이 순서대로 흘러나온다.

“오늘 미팅의 목적은 멤버들끼리 얼굴을 익히는 것과 미발표 곡을 하나 고르는 것, 그리고 유닛 명을 정하는 것. 이 세 가지입니다.”
재생이 완료되어 음악 플레이어가 멈췄다.

마음에 드는 곡이 있는지 프로듀서가 아이돌 아이들에게 물어보자
“세 번째, 네 번째, 그리고 여섯 번째가 좋을까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느낌이 오네. 냐.”
“어……. 세 번째와 네 번째, 근데 첫 번째 것도 좋고……. 우……. 다섯 번째도 좋았어요.”
“나나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여섯 번째가 좋은 것 같아요.”
“안즈 취향은 여섯 번째지만, 유닛을 생각하면 세 번째랑 네 번째 중에서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세 번째 곡과 네 번째 곡. 멤버 공통 의견으로 범위를 좁혔다.

세 번째 곡은 청량감 있는 멜로디를 중점으로 작성된 곡이고, 네 번째 곡은 경쾌하고 힘찬 곡이었다.

“둘 중 하나만 고르면 어느 쪽으로?”
프로듀서가 재차 멤버의 의견을 구했다. 다들 고민하길 잠시, 우즈키부터 말문을 열었다.
“전 네 번째 곡이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으니까요.”
다음 타자로 미쿠.
“미쿠도 네 번째 곡에 한 표. 냥. 전진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냐.”
그리고 나나와 미호를 거쳐
“나나도 네 번째 곡이요. 이쪽이 더 전파가 잘 통하네요! 삐삣!”
“저도 네 번째가 좋은 것 같아요! 기분이 밝아지는 좋은 곡이에요.”
안즈의 의견을 들을 차례.

“어, 이쯤 되면 그냥 네 번째로 가는 거 아니야? 딱히 안즈의 의견을 듣지 않아도…….”
“유닛 구성원 하나하나의 의견은 다 소중해. 냐. 소수 의견이라고 해서 소홀하게 대할 순 없지. 냥.”
유닛 활동 경험이 풍부한 미쿠가 분위기를 거든다. 안즈는 더는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음……. 안즈도 네 번째가 좋은 것 같아. 이유는…….”
이 자리의 모든 시선이 안즈에게 집중한다.

“저기, 부담스럽거든?”
“아앗! 안 볼게요!”
“저, 저도 눈 감을게요!”
우즈키가 자기 눈을 가렸고, 미호는 눈을 감았다.

“아……. 됐어. 말할게. 그러니까 눈 떠.”
안즈는 태클을 걸려다 포기했다. 우즈키와 미호의 눈길이 쓸데없이 반짝반짝해져서 돌아왔다. 안즈는 뺨을 긁적였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말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입을 열었다.
“의욕이 생기는 멜로디니까. 그래서 골랐어.”
우즈키를 시작으로 멤버 전원이 박수를 쳤다.

“아, 이러니까 말하기 싫었는데!”
안즈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투덜거렸다.

“좋아, 그럼 곡은 이걸로 하고. 작사와 제목, 그리고 안무는 의뢰를 보낼 예정입니다. 최대한 빨리 받을 생각이니까 늦어도 23일까지는 연습에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은 멤버 간에 여러 동작의 합을 맞춰보거나 발성을 맞추는 작업을 중점으로 레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프로듀서가 곡 선정에 관한 마무리를 지었다.

“으음, 역시 힘들어지려나.”
“안즈 쨩은 유닛 활동이 처음이지요?”
안즈가 중얼거린 걸 우즈키가 캐치.

“응, 안즈는 아직 신인이니까. 우즈키……쨩은 어때?”
“전 몇 번 해봤어요. 여기 미호 쨩이랑 같이 활동한 적도 있어요!”
“아, 그땐 재밌었지. 여러 가지 새로운 발견도 하고 좋은 경험이었어!”
미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유닛 활동이 어떤 점에서 재밌고 유익했는지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소심했던 첫인상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저 아이를 적극적으로 만들 정도로 유닛 경험이란 게 그렇게 좋은가……? 아직은 이해하기 힘들다. 안즈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은 안즈가 모르는 영역. 이제부터 발을 들이기 시작한 영역이므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계산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도,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안즈는 아직 노래하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된 풋내기니까. 잘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안즈는 스스로 그렇게 정의하고 입에 올렸다.
“다들 노래도 많이 불러봤을 거 아니야?”
이 자리에서는 안즈가 가장 후발주자다. 그것도 지금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었으면 여기에 낄 일이 없을 정도로 경험이 부족한 신인.

“그러고 보니……. 세어보면 나나는 공통 곡까지 해서 31곡 정도 불렀네요.”
“미쿠는 38곡이었던가? 냐.”
“와! 굉장해요! 전 아직 14곡밖에 못 불러봤는데!”
“저도 우즈키 쨩이랑 비슷해요. 12곡? 그 정도 불렀어요.”
안즈의 어깨가 조금 움츠러들었다.

“다들 대단하네.”
안즈는 부를 수 있는 곡이 3곡. 라이브에서 불러본 곡이 2곡.

안즈는 마음을 다잡았다. 기죽고 비틀리기보단 지금은 허세를 부리다 넘어지는 쪽을 택하겠다.
지금 느낀 감정도 밑거름으로 삼으리라. 이들과 같은 무대에 서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프로듀서가 헛기침했다. 순식간에 떠들썩한 분위기가 정리되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유닛 명을 정하는 것인데……. 이건 굳이 오늘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한은 앞으로 1주일. 아직 곡이 완전히 완성되지 않았으니까요. 의견 있나요?”
다들 선뜻 나서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갑자기 떠올리긴 힘들 테지.

“저기, 힘차게 달려가는 의미로 신칸소녀는 어떨까요? 신칸센처럼요!”
“그건 이미 있어. 냥…….”
우즈키가 침몰하는 걸 봐서 그런지 더더욱 다들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뭐, 이것에 관해선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요. 과제 형식으로 미루도록 하죠. 저도 틈틈이 생각해보겠습니다.”
안즈의 첫 유닛 활동, 오늘 미팅은 이렇게 끝났다.

6월 20일

개인 스케줄도 거의 다 소화하고 유닛 스케줄에 전념하기 시작한 시기. 안즈를 비롯한 유닛 멤버들은 레슨실을 거의 전세 내듯이 레슨에 매진하였다.

목소리 음정 맞추기, 체격을 고려한 포메이션 배치, 각 멤버 간 동작 맞추기.
아직 곡이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주된 작업은 이러했으며, 곡이 필요할 땐 다른 유닛 곡을 빌려서 연습했다.

안즈는 벽에 기대어 겨우 쭈그려 앉았다. 안즈의 숨이 상당히 거칠다. 그에 비해 우즈키, 미호, 미쿠는 지치지도 않는지 레슨실 바닥을 쉴 새 없이 스텝으로 두드렸다.
경험 차이가 곧 체력 차이로 나타났다. 안즈는 헉헉거리면서 혀를 내밀고 온몸의 열기를 식혔다.

“우……. 으으……. 허, 허리가…….”
안즈 옆에선 나나가 굴러다니고 있다. 조금 전에 허리 근육이 꼬여서 안즈와 나란히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참고로 안즈가 파스도 붙여줬다.

“나나도 10년 더 젊었으면……!”
“안즈랑 동갑 아니었어?”
“아앗! 그, 그게 말이죠옷! 아얏! 놀라서 허리가!”
나나가 물 밖으로 나온 지 1시간 된 물고기처럼 시들었다.

안즈는 연습하는 아이들을 관찰했다. 미쿠를 중심으로 우즈키와 미호가 스텝을 과감하게 밟으면서 주변을 돈다. 조금이라도 스텝이 어긋나면 바로 넘어질 거리. 그러나 셋은 동작을 완벽하게 해냈다.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계산이다. 안즈는 셋의 표정과 시선을 통해 그걸 유추했다. 그녀들에겐 춤을 추는 것 자체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익숙한 행동이다.

안즈가 끼어들었을 때와는 다르다. 안즈는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부딪치지 않게 자리를 잡는 것만 해도 벅찼는데……. 저 아이들은 그 이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아이들은 휴식을 취하려는지 동작을 마치고 안즈와 나나 곁으로 다가왔다. 가까이에서 보니 얼굴부터 목, 팔 등 피부가 드러난 곳은 전부 땀범벅이다. 안즈도 마찬가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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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후 5시에 올리려고 했는데 외출할 일이 생겨서 그냥 지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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