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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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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1, 2016 22:42에 작성됨.

번역판에 있는 '냥빈'님의 번역작 '안심'을 보고 쓴 글입니다.

 

*

 

화창한 날씨. 그 아래에서 걷고 있던 도중. 삐리리리─하고 전화가 울린다.

 

'무슨 일이지?'

 

전화를 건 대상은 프로듀서. 지금 막 회사로 가고 있는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걸려온 전화.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카미야입니다.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

 

[나오! 큰일났다! 카렌이...!]

 

"...!"

 

프로듀서의 다급한 어조. 게다가 대상은 카렌. 병약한 친구. 어린시절부터 잔병치레를 자주 한, 그런데도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항상 무리하게 일하는 바보 같은 소녀. 그래도, 그런 바보를 따라서 아이돌이 된 카미야 나오에게 그녀에 대한 화제는──

 

"카렌, 지금 어디있어?"

 

[자주 가는 병원이야. 일단 병실은 XXX호실인데──]

 

"지금, 바로 갈게."

 

전화를 끊고 전속력으로 달린다. 더 참을 수 없었다. 나부끼는 치맛자락 같은 건 신경쓰이지 않았다.

 

청소차 직원이 떨어뜨린 쓰레기봉지를 뛰어넘고, 전봇대를 붙잡으며 꺾인 길을 돈다. 인도의 돌을 뛰어넘고서 양 팔을 펼치고 균형을 잡으며 달려간다.

 

녹색신호가 깜빡이는 교차점을 미끌어지듯 달려가며, 횡단보도를 질주한다. 뒤에서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려오지만 무시한다. 또 도보로 돌아오자 눈앞을 자전거가 지나갔다. 하마터면 충돌할 뻔해서 급정지. 빙글 몸을 회전시키며 자전거를 보내고는 다시 달린다.

 

나타난 하얀 벽을 따라 뛰다보니, 금방 병원의 정문에 도착했다

 

"헉...! 헉...!"

 

무릎에 양 손을 대고 거친 숨을 몰아쉰다.

 

심장이 찣어질 듯 뛰었다. 폐가 산소를 찾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목이 타는데다, 눈가엔 눈물마저 맺혔다. 그래도,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빠르게 도착했다. 오늘만큼 전력으로 달릴 일이 많아봐야 얼마나 될까 싶다.

 

"그래도...가야 해!"

 

병실 안을 달린다. 복도에서 뛰지 말라는 간호사의 잔소리 따윈 가볍게 무시했다. XXX호실. 찾았다. 벌컥, 거칠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이닥친다

 

"괜찮은거냐, 카레...엔..."

 

뒤로 갈수록 목소리에 힘이 빠지고 허털함이 전신에 몰려온다. 침대 위에서 상반신만 일으키고 있는 카렌. 어디 아픈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혈색도 나쁘지 않다. 즉, 평범한 상태.

 

"왜 그래?"

 

태연하게 카렌이 물어온다. 심호흡을 하며 긴장감을 가라앉히고 몸을 진정시킨다. 무리였다.

 

"프, 프로듀서에게 카렌이 쓰러졌다고 들어서...그래서, 나..."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바로 카렌에게 달려가야 한다고. 머릿 속에는 그 생각 하나만이 남았고 몸은 그대로 따랐다. 여전히 흥분으로 인해 심장은 쿵쾅쿵쾅 거리고 있으며 숨도 거칠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카렌이 쓴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야단스러운 일도 아닌데."

 

그렇다. 병약한 그녀에게 있어서 잔병치레나 병실 침대에 몸을 맡기는 건 평범한 일상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친구로서 걱정이 된다. 그것 하나만은 알아주었으면 했다.

 

"정말로 괜찮은거야?"

 

다시 한 번 더 묻는다. 카렌은 의외로 고집이 강해, 무리하고 있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카렌은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응. 문제 없어. 정말로 별 일 아니야. 연습에 너무 열을 올려서 그런거니까, 걱정하지마."

 

"그, 그래...?"

 

카렌도 바보는 아니다. 다음도 오늘과 같은 무리는 하지 않겠지. 그래도, 불안감은 남아 있다. 카렌을 믿고 싶지 않은 것 아니다. 불신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걱정된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약한 그녀의 육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하고서.

 

'아─아. 나오한테는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는데...바보 프로듀서. 봐, 굉장히 불안한 듯한 얼굴이잖아.'

 

결심을 한 듯, 카렌이 나오를 부른다. 나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가자 카렌이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는다.

 

"자, 잠깐, 카렌...!"

 

"느껴지지? 내 심장의 고동소리. 얇은 옷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

 

"......"

 

심장 박동, 정상. 체온, 정상. 전문기구가 없어도 알 수 있다. 그만큼 자주 붙어다닌 동료니까.

 

"나오는 자주 날 끌어안고는 했지? 내 상태를 체크해두기 위해서.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나오가 생각하고 있는 건, 다 꿰뚫어보고 있다는 말씀."

 

"......그렇다면, 알고 있다면, 내가 걱정하지 않게 해달라고. 언제나 신경쓰인단 말이야."

 

우울한 목소리로, 카렌의 품 안에서 중얼거리는 나오. 카렌은 쓴웃음을 지으며, 나오의 등을 토닥거리고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걱정하지마, 나오. 내가 나오를 내버려두고 혼자 가는 일은 없을거야."

 

무리하게 바란 아이돌의 꿈. 남들이 무모하다고 해도, 결국 끝까지 함께 따라와 준 건 나오 한 사람 뿐. 린과 만나 트라이어드 프리머스라는 유닛으로 데뷔까지 성공했다. 이미 바라던 건 거의 다 이뤘다. 이 이상 지나친 욕심을 부릴 생각도 없다. 그저, 지금 이대로의 일상을 지키고 싶을 뿐.

 

"나오야 말로, 어느날 갑자기 흥이 식었다면서 날 버리고 가지나 말라고. 그랬다간, 나...정말로 울어버릴 거니까. 충격으로 죽어버릴지도 몰라?"

 

"......그런 일, 절대로 없어."

 

진지하고 무거운 음성. 이 부끄럼쟁이는 가끔씩 바보 같을 정도로 우직해,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못 할 진심을 꺼내고는 한다. 그 진심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알 때마다, 느슨해지는 이 입가를 다잡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이 녀석은 알고는 있을까?

 

"어라─."

 

발소리가 하나 더. 시선을 돌려보면 같은 아이돌 동료인 린이 있었다. 그녀는 미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응시하더니,

 

"미안, 방해한거야? 어떤지 보러 온건데."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나오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진다. 문득, 장난기가 솟아오른다. 나오가 벗어나지 못 하게 꽉 끌어안으며, 장난기 넘치는 미소로,

 

"에~ 전혀♥"

 

"잇, 이─ 거─ 놔─ 아! 카레─엔!!"

 

소리 지르며 발버둥치는 나오. 놓치지 않게 꾹 붙들어 둔다. 장난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부끄러움을 잘 타는 나오는 잠시 반항하다가 결국 포기한 것인지 축 늘어진다. 후훗, 하고 자그마하게 짓는 미소.

 

린도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며 벽에 기댄다.

 

"...나오..."

 

"......뭐야."

 

삐진것인지, 아까보다는 퉁명스러운 어조로,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하는 나오. 연상이면서 이런 때는 자기보다 연하처럼 느껴져 귀엽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당연하잖아."

 

키득키득 하고 웃는다. 아아─. 정말로 좋은 친구를 만났구나, 하고.

 

열려있는 창문 쪽에서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이 커튼을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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