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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을 신지 않는 여자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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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0, 2016 22:59에 작성됨.

          출연진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개중에는 가와시마와 친분이 있는 이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녀를 누님으로 부르는 시라하라처럼 그녀와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으나 얼굴만 아는 이, 또는 처음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가와시마를 ‘누님’으로 칭하며 그녀와 살가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와시마 미즈키라는 여자의 인품이 아닐까.

          가와시마 미즈키가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이들은 대부분이 과거 573 프로덕션 소속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나카 케이스케’ 프로듀서의 프로듀스 하에 성장한 이들이었고 그 인원들 중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괴롭힌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이들 역시 어떤 식으로든 다나카 프로듀서와 접점이 있었다. 프로듀스를 받았던가, 과거 은혜를 입었던가 빚이 있던가. 그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런 식이다.

          갑작스레 걸려온 다나카 프로듀서의 전화. 자신이 기획한 행사가 있으며 자리가 있으니 참여하더라도 손해는 없을 것 이다. 여기서 거절할 수 없는 이들은 자신의 스케쥴을 변경하던가, 급한 스케쥴들 사이에서 겨우 시간을 내던가 하며 힘들게 이곳에 왔다. 그러나 정작 기획자는 보이지 않았으며 제대로 된 행사 기획도 무엇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체 자신들이 방치되어 있다. 가와시마에게 있어서도, 그녀의 심정과 처지를 이해하며 그녀를 돕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도 까마득히 먼 선배들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올때면 그녀뿐 아니라 다른 이들마저 함께 머리를 숙인다.

          “다른 스케쥴이 있어 언제까지고 이곳에 있을 수는 없다.”

          니시데라 고다의 비난은 물론 가와시마를 향하고 있지 않았으며 다나카 프로듀서에게 향하고 있지도 않았다. 사태를 만든 장본인은 다나카 프로듀서 이지만 그에게 은혜를 입은 이들이 어찌 그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그의 대리로 이곳에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고 있는 가와시마를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 출연진들은 약 10분의 짧은 회의를 거쳐 대략적인 스케쥴을 확정한다. 출연이 예정되어 있던 여덟 팀 중, 네 팀이 본 공연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참가할 수 없다. 남은 네 팀중 한 팀이 현장에 장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공연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더 빠지고, 여기에 제니스가 참여하여 결과적으로 출연할 수 있는 것은 총 네 팀으로 정해진다.

          스케쥴이 정해지고 출연을 할 수 없는 이들은 금세 모습을 감춘다. 이대로 남겨진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라이브는 진행할 수 있다. 애당초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라이브이니 네 팀이 반짝 공연을 하고 끝나면 되도록 하면 될 터이니.

          조금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아냐 그건.’ 시럽이 들어간 아이스 커피, 그것만이 지금 그녀가 바라는 것 이다.

          “수고 하십시오 누님.”

          “몸 조심하고, 잘 가 쇼우쨩.”

          떠나가는 이들을 배웅하며, 남겨진 여섯명의 출연진들. 제대로 된 출연료 조차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과 함께 가와시마 미즈키는 한가지 사실에 미소가 지어진다. 제니스를 제외하고, 가와시마를 돕기위해 남은 ‘미후네 미유’와 ‘야마토 아키’ 두 사람을 제외하면 결국 다나카 프로듀서를 위해 남은 이는 현재 솔로활동을 하고 있는 남성가수 ‘미시마 카츠유키’와 ‘키무라 나츠키’ 두 사람뿐이라는 사실에. 결국 이 정도가 그의 인덕인 것이다.

 

 

          “프로듀서. 리허설은?”

          오랜 시간 버려져 있던 두 사람은 다소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그를 부른다. 일정은 몹시 지체되고 있었고 좋지 않은 분위기와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는 타카모리에게 들은 바다. 과연 여기에 자신들의 자리가 있는 걸까 하는 걱정을 프로듀서가 해소해주기를 기다렸다. 프로듀서는 ‘아이돌 대기실’로 오지 않았다. 일정 구성에 좀처럼 진척이 생기지 않아 도저히 두 사람에게 얼굴을 비칠 여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스태프실 밖으로 나와 전화기를 꺼내 든 순간 자신을 찾아온 두 사람과 마주한다.

          “아, 미안. 아직 일정구성이 다 끝나지 않았어.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러면서 그는 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라도 대기중인 인원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리츠코와 류구코마치는 오늘 녹화이므로 부를 수 없다. 아무런 연습도 되어 있지 않지만 적어도 누군가 부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에. 분명 하루카와 치하야가 있을탠데.

          전화를 받은건 오토나시였다. 간단한 상황설명, 그리고 아마미와 키사라기가 현장에 파견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하루카쨩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녀의 대답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노래 일이 아닌 백댄서의 역할이나 안내일터인데 키사라기로부터 얼마나 협조를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적 이었으나 이번 기회에 두 사람의 얼굴을 이 곳 모두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지 모를 노릇이다. 제니스가 가와시마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어 오늘 이렇게 갑작스런 일이 생겼으니 어쩌면 두 사람의 미래에도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아직 가와시마와의 협의는 되지 안은체 적어도 아마미 하루카 한 사람을 확보하는대 성공 했다. 아직 연습생이라는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잡무정도라면 협력해 줄 수 있을 것 이다.

          “잠깐 가나하씨도 시죠씨도. 일정에 대해 좀 물어볼테니 기다려줘.”

          두 사람의 대답을 듣지 않은 체 그는 스태프실로 자리를 옮긴다.

          “네 타임 정도가 비어요.”

          아직 문도 닫기 전 그는 가와시마 미즈키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 지금의 일정도 토크를 억지로 잡아 늘린 것 인데 그러고도 네 타임 정도가 빈다는 것을 프로듀서는 시간으로 환산해본다. 아키즈키 프로듀서로부터 들은 내용에 의하면, 네 타임이라면 넉넉히 잡아 약 한 시간 정도. 오늘의 라이브는 정해진 시간도 없고 티켓을 판매한 것 도 아니므로 라이브를 일찍 끝내면 되지 않는가 하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시된다.

          “그렇다고 세곡만 하고 끝내기에는…”

          가와시마는 그 점에 대해서는 말꼬리를 흐렸다. 현장 시설책임자 하야미와 눈빛을 교환한다.

          “언제 끝나건 큰 상관은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계약은 오늘 하루 일정이니까요.”

          가와시마 미즈키는 현재의 일정에 대해 생각해본다. 결국 식비로는 저녁식사까지 지출되는게 당연하다. 이미 점심…

          “다들 점심 드셨나요?”

          라는 말에 프로듀서와 고개를 저었고 하야미는 스태프들이라면 식사를 끝냈다고 전한다.

          “제, 제니스의 식사부터 해결해주세요!”

          “앗, 네!”

          “일정은 전화 하겠습니다.”

          “네!”

          급히 스태프룸을 나선 그는 밖에서 기다리는 두 사람에게 먹고 싶은 도시락을 묻는다.

 

 

          미시마는 두 곡을, 키무라는 현 시점에서 세 곡을 부를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라이브의 시작 시간은 오후 다섯 시로 토크 전반과 진행은 가와시마 미즈키 자신이 맡아서 하며 대본은 없이 자신의 ‘감’을 믿기로 한다. 키무라 나츠키는 “가능하다면, 녀석들을 불러보겠지만 시간이 너무 애매해. 다섯 시라니. 나오더라도 게스트 정도로 노래는 부르지 못할 것 같아.” 라며 자신들의 지인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이런 급작스런 상황에 맞추어줄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제니스는 이들과 아직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너무나도 신인이라는 사실이 가와시마를 다소 불안케 하지만 그 점은 애써 마음 깊이 묻어둔다.

          “중간의 시간이 비어 있습니다만…”

          하야미가 오늘의 라이브 일정표를 보면서 비어있는 마지막 한 시간을 지적한다.

          “한 명, 섭외하겠습니다. 우선은 이 일정대로 리허설을 진행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시작은… 두 시부터요.”

          이내 결심을 내린 그녀에게 평화협정이라는 선택지는 존재치 않았다. 남은 것은 싸우는 것 뿐이다. 그녀의 결단은… 확고하다.

 

4  

무대의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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