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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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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8, 2016 17:42에 작성됨.

"치하야쨩, 치하야쨩! 얼른 와~!"
"알았다니까, 정말이지..."


즐거운 듯 먼저 달려가 손짓하는 하루카를 보며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하루카와 치하야가 하루 종일 오프. 아주 드문 날이다. 그런 날에 대뜸 치하야를 붙잡고 한 말이라고는 소풍을 가자- 라니.
아무리 휴일이라고 해도 보통 하루를 다 개인연습도 안하고 쉬는 데에 쓰는 건 좀 헤프게 쓰는 거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끌려오는 것이 자신이다.
언제나 하루카한텐 약해져버린다. 그렇게 생각하며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카의 손에 들린 피크닉 바구니가 어쩐지 조금 바보같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잖아, 하고 자신을 위로하며 치하야는 손에 들고 있던 악보집을 펼쳤다. 책을 읽으며 걷는 것 쯤은 익숙했다. 하지만 자연히 걸음은 느려지게 된다. 하루카와의 거리는 당연히 더 벌어졌다.

그리고 그 사실을 하루카가 눈치채고 치하야에게서 악보를 뺏었다가 머리를 얻어 맞은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치하야쨩, 치하야쨩."
"응?"


넓게 펼쳐진 초록색 들판 위에 자리를 잡고, 커다란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에서 앉아 가져온 피크닉 바구니를 뒤적거리던 하루카는 심심했는지 나무에 기대어 악보를 보고 있는 치하야에게 접근했다. 잠깐이라도 자신을 돌아봐주지 않을까 기다려보던 하루카는 그녀가 악보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에 부루퉁해졌다.
아무래도 자신의 연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노래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며 치하야에게서 악보집을 빼앗는다.


"하루카-"


그런 하루카의 태도에 타이르듯 이름을 부르며, 손을 내뻗는다. 하지만 하루카는 악보를 돌려줄 생각이 없는지 피크닉 바구니가 있는 쪽으로 던지곤 퉁명스레 말했다.


"치하야쨩은 왜 악보만 보는건가요!"
"...그럼 뭐가 하고 싶은데?"
"그렇지만, 하루카씨랑 놀러온 거잖아~ 놀아줘, 치하야쨩-"


떼 쓰는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졸라대는 하루카의 모습에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정말로 아직도 어린애다.


"치-하-야-쨔-앙-"
"정말이지, 하루카는..."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던 치하야는 하루카의 머리를 붙잡아 눌렀다. 우왓, 하면서 하루카가 잠깐 반항했지만 그대로 꾹 눌러서 하루카를 눕혔다.


"어, 치하야쨩-?"
"하루카, 놀 생각만 하지 말고 이럴 때 좀 자두는 게 좋아."


그대로 무릎베개를 시켜준다. 하루카는 잠깐 당황하는 듯 했지만 이내 곧 편한 자세를 취해 그녀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은 채 눕는다. 치하야는 하루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좋아서, 무릎에 뺨을 부빈다.
요 며칠간 무리만 했으면서 꼭 이런 날도 놀자고 한다니까, 이라고 생각하며 치하야는 뺨을 부벼대는 하루카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갈색 머리칼이 손에 걸린다.


"아- 치하야쨩. 기분좋다~"
"그러니?"
"응!"


상냥한 손길이 기분이 좋았다. 그대로 하루카의 머리를 쓰다 듬어주던 치하야는 하루카가 악보를 피크닉 바구니 쪽으로 던져 버린 것을 깨달았다. 이 상태면 그 책을 다시 가져올 수도 없다. 한숨을 내쉬며 하루카의 머리카락을 쓰다 듬어주던 치하야는 갑작스레 하루카가 몸을 일으키는 것에 놀라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하루카?"


치하야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일어나선 악보집과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온다. 그렇지만 아직 악보를 돌려줄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악보를 한 쪽에 놓고선 피크닉 바구니를 연다.
피크닉 바구니에는 몇 개의 샌드위치와 쥬스로 추정되는 물건이 하나. 그리고 과일이 잔뜩 들어있었다. 전형적인 내용물이다. 그 안에서 샌드위치를 꺼낸 하루카는 샌드위치를 집어들어 치하야에게 건내주었다. 얼떨결에 받아든다.


"직접 만든거야?"
"당연하지! 수제에요 수제! 아침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느라 힘들었다구."
"기왕 휴일인거 조금 늦게 일어나서 사와도 됐을텐데..."
"자자, 그런 말 말고 먹어봐! 하루카씨 특제 샌드위치!"


뭐,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손에 들린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간다. 한 입을 베어물자 확실히 다른 맛이 난다.


"맛있지?"
"응, 그렇네."


하루카는 대체 샌드위치 하나를 어떻게 만들길레 이런 맛이 나는 걸까 궁금해져 버리게 만들 정도였다. 점심을 안 먹었기 때문인지 더 맛이 좋다고 느꼈다.


"치하야쨩!"
"응?"
"아- 해보세요~"


싱글싱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마자 치하야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손을 뻗어서 하루카의 얼굴을 꾹 눌러버린다.


"꺄욱!"
"이,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 그렇지만 나도 해보고 싶단 말야!"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해!"
"어째서 말이 안된단 거야! 너무해!"
"애초에, 두 팔이 멀쩡한데 왜 남의 손을 빌려 먹어야 하는건데.."


그렇게 말하곤 홱 고개를 돌려버린다. 하루카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큿.."
"치하야쨩 너무해...난 치하야쨩 생각해서, 사람도 없는 장소 고른건데.."


불쌍하게까지 느껴지는 소리에 치하야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저대로 두면 하루 종일 너무하다고 투덜댈 것 같았다.
언제나 하루카한테는 심하게 약해진다.


"...그만 해, 하루카."
"... 그치만 난..."
"정말, 왜 그런 거에 그렇게 집착하는거야?"
"우... 그치만, 치하야는 내 애인이잖아?"
"그런 세계관이었어?!"
"뜬금없이 메타 발언은 하지 말아줘, 치하야쨩..?"
"아..미안. 순간 당황했었나봐."
"응, 아무튼 사이... 좋아보이잖아. 그야 치하야쨩이 이런 거 별로 안좋아하는 건 알지만 지금은 둘 뿐이니까, 조금은..."
 

다시금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예전에 노래를 잃은 자신을 세상으로 끌고 나와줬을 때나, 아레나 라이브에서 리더로서 모두를 이끌어줬을 때나,
분명 자기보다 한살뿐이지만 나이도 많고 어른스럽기도 한 사람인데.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투정의 레벨도 조금 더 높아진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카."
"응?"
"...자."


그렇지만, 졌다. 그 눈동자엔 역시 이길 수가 없다.
자신의 손에 들었던 샌드위치를 잘라내 하루카에게 내민다. 잠깐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루카는 기쁜 듯 환하게 웃었다.


"팔 아파."
"아, 응!"


덥썩, 받아먹는 하루카를 바라보고 한숨을 내쉰 치하야는 조용히 물었다.


"만족했어?"
"응- 기뻐, 치하야쨩!"
"...단순하다니까, 정말."
"꼭 한마디 붙여야 하나요!?"


정말로 단순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치하야의 입가에는 얇은 미소가 걸렸다.

 

 

 

 

 

 

 

"하루카?"


대답이 없다. 치하야는 시선을 내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쉬고 있는 숨이 고르다. 치하야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있는 하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잠들었다. 그것도 아주 깊이.


"...피곤했으면서, 정말로 무리한다니까... 하루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작은 잠투정이 들렸다. 그 소리에 피식 웃은 치하야는 하루카의 어깨를 토닥이다가 곁에 놓인 악보를 집어들었다. 하루카도 잠들었겠다, 할 일도 없고 방해할 사람도 없다.
마음껏 노래연습이나 해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손은 자연스레 하루카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바람이 소녀들이 앉아있는 초록의 들판을 한바탕 휘젓고 지나갔다.

분명 지쳤을 것이다. 하루카가 체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요 근래에는 댄스 레슨도, 하루카 중심의 라이브도 늘어나고, 일정이 빽빽해서 쉬는 건 이동간에 잠깐 뿐이다.
그런 일을 휴일도 없이 계속 해왔으니, 분명 지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쉬기보다는 자신과 함께 있는 게 좋다고 고집피우는 하루카를 보면 할 말이 없어져버렸다.


"난 이제 어디가지 않는데 말야..."


하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중얼거린 치하야는 악보집을 펼쳤다. 책갈피가 좀 엉망이 되어 있었지만, 다행히도 빠지진 않았었다.
시원한 바람이 이번엔 그녀들의 머리를 흔들며 휘감고 지나갔다.


"우응... 치하야쨩..."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만연히 미소를 띄운 채 하루카는 잠꼬대까지 중얼거리고 있었다.

 

 

 

 

 

 

 

"...응..."


뭔가가 머리칼을 간질이는 듯한 느낌에 치하야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세상. 잠시 상황을 판단하지 못했던 치하야는 자신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에 그 손의 주인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아, 이제 깼어, 치하야쨩?"
"...하루카?"
"응, 하루카씨에요!"


하루카의 따스한 손이 치하야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붉은 석양이 하루카의 모습을 이질적인 것으로 바꿔놓고 있었다. 잠깐 그 모습을 멍한 느낌으로 바라보던 치하야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붉은 석양이라고?


"잠, 잠깐! 지금, 몇 시인-"
"아. 벌써 해가 지고 있어."
"에에?! 어, 어째서 깨우지 않은거야, 하루카!"
"엣? 그, 그렇지만, 치하야쨩이 너무 푹 자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이러고 있던거야?"


당황하며 치하야는 몸을 일으켰다. 하루카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는 것만 해도 미안해 죽겠는데, 그 시간을 생각해보면 미안하다 못해 얼굴이 붉어진다.
그렇지만 하루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치하야쨩이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잠깐, 치하야쨩, 책으로 때리지마!?"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정말로...부끄럽잖아."
"그렇지만, 치하야쨩도 지쳤던 거잖아?"
"...!"
"치하야쨩도, 그간 많이 지쳤을 거고... 그러니까, 푹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거기다가 치하야쨩도 내가 잠들었을 때 똑같이 해주고 있었는데, 잘못한 건 아니잖아?"


당당히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응시한다. 생각처럼 어린 마음은 아닐지도 모른다.


"...알았어. 너무 늦어서 놀랬을 뿐이야."
"응."
"전철 끊기겠다. 얼른 가야지."


고개를 돌리며 그렇게 말하곤 피크닉 바구니를 챙긴다. 붉은 하늘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붉게 물들어서 평소와는 다르게 아름답고, 사물에 묘한 마력을 집어 넣어버린다.
그러니까, 이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그냥 그 빛에 취한 것 뿐이다.


"하루카."
"응?"
"...언제나 고마워."


그렇게 중얼거리곤 휑하니 돌아 내려가 버리는 치하야를 멍하니 바라보던 하루카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를 쫓았다.


"아, 치하야쨩, 기다려~!"
"얼른 와."


붉은 석양 때문에, 왠지 그런 말을 하는 그 사람이 따스하고- 멋지게 느껴져버렸다. 곤란하다고 생각하며 치하야는 발걸음을 옮겼다.
나쁘진 않은 휴일이었지만.


"치하야쨩?"
"응?"
"즐거웠어!"
"...응."


그래, 하루카와 함께라면 즐거울지도 모른다. 어떤 모습이어도.
앞으로 어떤 시간이 지나간다고 해도.
사실은, 정말로 좋은 휴일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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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루치하 왓호이로 회귀입니다 '~`

...메모장 20개에 하나당 평균 약 12kb가 아직 남아있지만

반절은 같은 마음처럼 장편이니 그건.....다음 휴가인 6월이나 7월에..?

아니면 뭐, 메일로 보내놨다가 사지방에서 받아서 올ㄹ...

메일로 첨부파일 받아지나 사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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