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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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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8, 2016 00:14에 작성됨.

봄이 찾아오고, 꽃이 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꽃은 잎을 떨어뜨리고, 짙은 녹음을 자랑한다. 그리고 태양이 미친 듯이 뜨겁게 내리쬔다. 여름이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여름의 열기가 식어가고, 하늘이 높아지며, 공기가 차가워지면, 나뭇잎들은 다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천천히, 붉게, 혹은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는 잎들을 보면 누구나 생각한다. 아아, 이제 가을이구나.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모든 잎들이 떨어지고 헐벗은 나무들이 눈을 기다린다. 그러면 겨울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이처럼 자연스러운 이치를 거스를 생각이 없는 히비키는, 창밖을 보며 가을을 실감하고 있었다.
 
불그스름하게, 그리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은 바람에 흩날려 공중을 수놓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울긋불긋하다, 라는 말이 그 만큼 잘 들어맞는 풍경도 없다. 선명한 색상들이 아름다웠다.
낭만적인 풍경이었지만, 히비키는 그 낭만과 거리가 먼 곳에 있었다. 서류를 둘러보며 하아, 하고 깊게 한숨을 내쉰다.


"아니 애초에 왜 자신이 이걸...피요코는 대체 어딜 간거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칠 만한 양이다. 그 양에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던 히비키는 갑작스런 방문자에 당황했다.


"가나하씨!!"
"우걋?! 치, 치하야? 무슨 일이야? 놀랐다고..."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문을 열어 제치고 등장한 푸른 머리칼의 여성- 치하야의 극적이라면 극적일 등장에 화들짝 놀랬던 히비키는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치하야는 그 말에 대답하기보다, 사무실을 가로질러 걸어가 히비키가 자리하고 있는 책상 위에 탕, 소리가 나도록 손을 얹곤 말했다.


"가나하씨, 지금 바로 따라나와 줬으면 해."
"어, 어어? 대체 무슨 일인데? 그, 서류도 아직 있고..."

 
박력이라면 정말로 엄청난 박력이다. 오늘따라 왜 이럴까?
그에 당황하며 그렇게 되묻는 히비키에게 치하야는 단 한마디를 내뱉음으로서 히비키의 모든 말을 무산시켰다.


"시죠씨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 나와. 알았지?"
"뭐? 타카네도?"
"그래, 그러니까 얼른 준비해줘. 난 준비할 게 있어서 먼저 갈 테니까?"
"잠, 잠깐, 치하야!!"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서두르며 그렇게 말한 치하야는, 황급히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치하야를 멍하니 바라보던 히비키는 무슨 일인진 몰라도 나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죽고 싶지 않았던 히비키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뭔가 챙겨갈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옷 갈아입어야 하잖아. 아 진짜! 피요코!!"

 

 

 

 

 

 

 

"아, 히비키쨩!"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나온 히비키는 치하야가 말한 사무소 앞에서 하루카와 타카네와 이오리를 발견했다.
먼저 나간 치하야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약간 의아함을 느낀 순간 아직 갑작스레 치하야가 자신을 불러낸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히비키는 약간 숨을 돌리곤 말했다.


"근데 하루카에...이오리까지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갑작스레..."
"그것이... 아. 치하야, 야요이."

 
그에 설명해 줄 듯한 표정을 짓던 타카네는 건너편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치하야와 야요이가 황급히 뛰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죄송해요, 준비가 늦어서! 모두 온 건가요?"
"예, 일단은. 자아, 그럼 가도록 하죠."
"...잠, 잠깐, 타카네, 치하야, 거기에 야요이까지, 난 아직 이 상황이 뭔지 모르겠다고...?"

 
자연스레 화제를 돌려버리는 그녀들을 보고 당황하며 그렇게 외치던 히비키는 치하야와 타카네가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머뭇거리던 히비키는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하루카를 바라보곤 물었다.


"하루카랑 이오리는 혹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
"그랬으면 좋겠지만..."
"너희도 멋대로 끌려나왔나 보구나. 나도 갑자기 타카네가 끌고 나와서 끌려온 것뿐이야."


그러나 두사람의 대답은 그녀가 기대한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세 사람은 다시 이 상황을 만든 다른 세 사람 쪽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들은 질문을 곧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타카네와 치하야와 야요이가 뭔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끼어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히비키는 하루카와 이오리가 보여준 예를 따라, 입을 다물고 조용히 그녀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가을산의 붉게 물든 단풍. 모든 것이 붉고, 노랗게 물든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 위로 내려앉은 단풍은 묘할 정도로 아름답다.


"우그... 대체 어딜 가는 거냐고..."
"설마 납치인가요! 납치!"
"..가끔 네 머리속이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지곤 해."


그러나 끌려나온 세 사람에겐 그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 가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어느 샌가 산에 와 있다. 사무소에서 가까운 곳이었지만, 아무래도 목적이 불분명한 이상 불안하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히비키는 원래 인내심이 좋지 않았다. 결국 참다 참다 못 참은 히비키는 입을 열었다.


"저어, 타카네!"
"네, 무슨 일이시죠?"


다행히도 타카네는 자연스레 그녀를 돌아보며 그렇게 응답해주었다. 만약 응답하지 않았다면 어째야 했을지 몰랐을 것이다. 그런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살짝 안도하며, 히비키는 궁금했던 사실을 물었다.


"지금 어디에 가는 거야?"
"네?"


그 질문에 잠깐 놀라는 표정을 지었던 타카네와 야요이는 치하야를 돌아보며 말했다.


"치하야씨, 설명 안 해주셨나요?"
"어?.......아.... 조금 들떠있어서 깜빡했나봐."
"...야요이도 나한테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았는데?"
"엣...?"


하루카의 말에 야요이는 당황하며 잠시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곧 야요이는 하루카에게 자신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곤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으..죄송해요, 저도 조금 들떴었나봐요. 설명해주고 데려왔었어야 했는데."
"뭐, 타카네도 나한테 별다른 말도 없이 데려왔으니 야요이만이 잘못한건 아냐."
"기이한!"
"...그래서 뭔데? 지금 어디에 가는 거야?"


평소의 그녀들 답지 않은 행동에 잠깐 말을 멈췄다가 히비키는 그렇게 물었다.


"톱 시크릿입니다."
"...타카네씨?"
"그냥... 외출일까."
"...넌 그냥 외출에 다른 둘은 그렇다치고 이 이오리님까지 대동하고 나가고 싶은 거야?"
"그렇다치고라니!?"


하지만 치하야의 대답은 매우 애매한 종류의 것이었고, 이오리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렇게 물었다. 특히 히비키는 일하다가 끌려나온 상황에 그런 어설픈 대답은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그에 치하야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야요이가 나섰다.


"이오리쨩, 무슨 말이 그래? 치하야씨는 다들 걱정해서 계획한 건데!"
"응? 계획?"


야요이의 말에 치하야는 더욱 난처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런 치하야를 본 타카네는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숨길 것도, 당황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옵니다. 어차피 이미 나온 것이고.. 그냥 말하십시오, 치하야."
"아, 네... 그게, 타카츠키씨한테 요즘 단풍이 예쁘단 소리를 들어서. 모두도 지칠 대로 지친 것 같고... 이럴 땐 역시 쉬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래서... 단풍 구경이나 할까 하고 부른 거야. 미안, 진작 설명하지 않아서."
"가능하다면 전부 올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영 시간이 안맞아서 그나마 가장 많이 모인 지금의 6명으로 온거구요."


그에 잠깐 히비키와 하루카, 이오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 반응에 치하야는 더욱 당황했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일이 바쁜데 괜히 쓸데없는 짓으로 방해한 거 아니냔 소리나 들으면- 이라고 치하야가 생각할 때 즈음, 하루카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응응, 그런 거구나! 신경 써 준 거구나! 기뻐, 치하야쨩~"
"으응?"
"뭐야~ 그런 거라면 조금은 언질을 해달라고."
"정말이지, 애도 아니고...뭐, 이번엔 특별히 어울려줄까?"


예상한 반응과는 전혀 다른 반응에 치하야는 잠시 멍하니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시 바라보아도 싱글싱글 웃고 있는 하루카와 히비키, 그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오이. 그 세 사람의 모습은 절대로 바뀌지 않았다.
그 모습에 잠깐 당황하는 치하야를 보던 타카네가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제대로 통했나보군요? 치하야."
"...네. 후훗"


그 말에 그제야 치하야는 웃었다.

 

 

 

 

 

 

 

 

푸르고 높은 하늘 위해 채색되듯 드리워진 단풍의 향연은, 지나치도록 아름다운 색의 배합이다. 푸른 물감 위에 붉은 색을 떨어뜨린 듯, 혹은 섞은 듯, 그렇게 담담히 단풍은 그 자리에서 푸른빛과 어울린다. 자연의 색이란 지나칠 정도로 잘 어울려서, 거기에서 어색함이라고는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근데 왜 너희도 여기 있는거야?"
"일 끝나고 아즈사가 다른 길로 세는 걸 쫓아왔는데 같이 길을 잃은 거야!"
"리츠코씨가 안계시다보니 아즈사씨를 통제할 수가 없어서어..."
"아즈사씨가 길을 잃는건 늘 있는 일이지만, 미키랑 유키호는 왜..여기 뒷산이잖아?"
"여기 풍경이 좋잖니? 다음 스케쥴까지는 시간도 어느 정도 있고 해서 잠깐 머물다 가기로 했단다."
"웃우-! 사람은 많을수록 좋지요!"
"이렇게되면 못 온 사람들을 데리고 나중에 한 번 더 와야 겠네."
"그렇군요. 이런 풍경을 못본다는 건 실로 아쉬운 일. 그때는 저도 다시 참가하겠사옵니다."
"....타카네 넌 먹을 것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고."


그리고 우연히도, 산을 오르는 도중 얼마 안가 유키호와 아즈사, 그리고 그 옆에서 자고 있던 미키와 만나게 되었다. 뜻밖의 만남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이 만남에 일단은 감사하기로 했다.
바람이 약간 쌀쌀했지만, 좋은 날씨였다. 타카네씨가 얼마 전 우연히 산에 갔다가 발견했다는 장소.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마치 공터 같은 좋은 곳이었다. 용케 이런 곳을 발견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는 치하야네가 싸온 샌드위치를 입 안에 넣었다.
언젠가 벚꽃놀이를 갔을 때도 꽤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도 치하야의 요리 실력의 상승은 현재진행형인지 입 안에 들어간 샌드위치의 맛은 일품이었다.


"응, 치하야쨩, 그 때도 잘만들었지만, 이후로도 요리실력이 많이 늘은 것 같아."
"그래? 고마워. 약간 쑥쓰럽네."
"치하야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일이지."


예전의 치하야쨩이라면 보지 못했던, 보지 않았던, 푸르고 맑은 하늘.


"날씨가 좋구나~"


하루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들은 것 같이 뒤에서 아즈사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치하야쨩이 계획한 날에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마빡아, 주먹밥은 없는거야?"
"끌려온 처지의 사람한테 물어ㅂ..아니 마빡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하우우, 이오리쨩, 화내지 마.."
"유키호는 가만히 있어!"
"...뭐, 평소와 다를 바 없을까나?"


짧게 그런 생각이 하루카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평소완 분명히 다르면서도, 평소와 같다. 그런 묘한 느낌이 하루카의 마음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참, 그러고보니 치하야씨, 카메라 갖고 다니시죠?"
"어..응. 그러네. 전부 모인건 아니지만,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볼까?"
"오~ 치하야쨩이 먼저 인물사진을 찍자고 하다니, 하루카씨는 기뻐요! 그때처럼 귀엽게 찍어줘!"
"정말, 놀리지마..."
"에헤헤, 농담이야, 농담!"


하루카의 기억 속에, 언젠가 한번 새겨진 듯한 때의 대화.
그리고 하루카는 소원을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빌었다.


'모두와 즐겁게 지내는 이 시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길...'


푸른 스케치북에서 뛰쳐나온 붉은 빛이, 바람을 타고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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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 중심인 줄 알았나요? 유감!
.......뭐 사실 등장인물이 늘어나면 자신이 감당이 안됨다 ^호^..
미안 리츠코 아미 마미 마코토...랑 코토리랑 P도?
근데 나와도 뒤로 갈수록 하루카나 치하야가 축이 됐을거야..후..후후후..


여담입니다만,
마지막 문단의 잇단 9대사는 전부 다른 사람으로 해봤지만
구분이 될지 모르겠시유/?

쓰면서 느낀거지만 전 인물 구분을 말투보다도
거의 서로간의 호칭으로 하는 것 같아서요오 '~`...


아-이번 휴가엔 얼마나 올리고 복귀할런지요오-
이번엔 성인창작에도 하나 올라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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