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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Y] P「열차와 닮은 그 아이」 미키「라는 건, 미키를 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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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7, 2016 18:55에 작성됨.

열차라는 건, 사실은.
그렇게 안전하기만 한 교통수단은 아니다.


「… 프로듀서, 이거…」


빠르고, 강인하다. 견고한 철로를 따라 어디까지라도 질주해 나간다. 지상에서는 최속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올곧게 뻗어 있는 철로를 달리는 기차의 모습은, 하지만.


「… 이래선…」


만약 철로가 끊겨 있다면. 아니, 바퀴의 회전을 조금이라도 흐트려 놓을 수 있는 장애물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강인하고, 어디까지나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강철의 말은─ 그대로 전복되어 궤도를 이탈하는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눈치채더라도 그 때엔 이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쩔 도리조차 없는, 문자 그대로의 대재앙이다.


「미키는, 이제…」

「알고 있어」


떨리는 리츠코의 목소리를 가로막았다. 악문 입술이 아프다. 손에 쥔 종이의 무더기가 구겨지며 소리를 냈다. 아득하게 덮치는 현기증에, 건너편이 투과되지 않는 짙은 절망에, 힘없이 눈을 감았다.


「알고… 있어…」


새어나온 목소리에는 신뢰감도, 패기도 없었다. 이래선 누구도 안심시킬 수 없다. 누구도 설득시킬 수 없다. 프로듀서 실격이다.
실격, 이라. 틀린 말이 아니다. 예견하고, 두려워했으면서도, 결국 막지 못한 것이다.
내가 부족했던 탓이다. 열차 사고와는 다르다. 나는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럴 기회가 있었는데도.

입 밖에 내기조차 괴롭게 느껴지는 이름을, 속죄하듯 읊조렸다.


「미키……」


사무소에 출근하지 않은 미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무소를 나와 바라본 하늘은 맑개 개어 구름이 떠가고 있었다. 잠시 선 채로 그것을 올려다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행선지는 미키의 집이다. 연락이 없는 무단결근이었지만, 아마 미키는 집에 있을 것이다. 근거 없는 감이었지만 지금은 맹신이라도 좋으니 무언가 믿을 만한 것이 필요했다.
믿음, 인가. 리츠코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믿을 수 있는 강한 사람이다. 잠시간의 내 공백쯤은 거뜬히 메워 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내가 무책임할 뿐인지도 모르지만.

머리 위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열차의 소리다. 허공에 붕 뜬 듯해 조금 불안해 보이는 선로를, 열차는 덜컹대며 힘차게 달리고 있다. 문득 미키의 목소리가 뇌리에서 되살아났다.


「미키, 저 소리는 조금 싫은거야」


언젠가 미키가 그렇게 말했었다. 가볍게 미간을 찌푸린, 곤란한 듯한 표정이다. 의미를 알 수 없어 되묻자 미키는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시끄러운걸. 사무소에서 낮잠 자고 있으면 가끔 열차 소리가 너무 커서 잠에서 깨는 거야. 모처럼 기분 좋게 자고 있는데, 불청객이야」


과연, 납득이 갔다. 더할 나위 없이 미키다운 이유다.


「그래서 아침에 사무소에 나올 때마다 열차는 곱게 보이지 않는 거야. 빠직- 한다는 느낌」


흥, 하며 고개를 홱 돌리는 미키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작 본인부터가 전차로 출근하고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 하긴 미키는 유독 택시로 출근하는 일이 잦다. 아마 전차 시간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그런 점 역시도 미키답다.

 

「그래? 난 싫지 않은데. 열차」

「흐응. 어째서?」

「보고 있으면 미키 생각이 나서」

「에에~? 열차에, 미키? 잘 모르겠는걸」


미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확실히,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앞만 보고 나아간다. 누구보다 빠르게, 방해받는 일 없이. 최속을 타고났기에 따라잡힐 일이 없다는 게 어쩐지 미키 같잖아. 역마다 정차하는 것도 미키가 잠이 많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고」

「…… 조금 억지 같은 거야」

「그, 그러려나…? 뭐, 개인적 감상이니까」

「그치만 확실히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을지도」


미키가 선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바탕 소음을 내며 지나간 열차는 이미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저만치 멀어져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을 열차가 아직 보이기라도 하듯 미키는 하염없이 선로를 응시했다.


「있지, 프로듀서」

「응?」

「미키가 열차라면, 차장씨는 분명히 프로듀서네」

「그렇게… 되려나」

「응, 운명적인 무언가를 느끼는 거야」


미키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더니, 돌연 팔을 끌어안고 몸을 밀어붙여 왔다.


「역시 미키의 허니는 프로듀서뿐인거야!」

「왓, 잠깐만… 사람들 보겠다, 야」

「앞으로도 미키 옆에서 미키를 이끌어줘야 해? 허니」

「허니라고도 하지 마… 위험하대도」


반쯤 강제로 떼어냈음에도 개의치 않는지 미키는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치렁치렁한 금발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저 미소는, 분명 누구보다도 빛나고 있다.
눈부신 아이다.
이런 아이를─ 미키의 말마따나 '이끌어 주는' 것이 내 역할인 것이다.
축복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부담이기도 하다.


방금의 비유는 그다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키는 최근 아이돌로서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매력을 타고나, 그것을 가장 자신다운 형태로 발산하고 있다. 인기가 없는 쪽이 이상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비정상적인 속도인 것은 사실이다.
보통의 신인 아이돌이라면 이 정도의 인기를 얻는 데 몇 배나 되는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열차와 같은 기세다. 프로듀서인 나의 육성 방침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니 나로서는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막연한 불안감 역시 있었다.
연예계란 잔혹하다. 언제 어떤 식으로 실추될지 알 수 없고, 특히 아이돌인 미키는 그만큼 행실의 철저한 관리를 요한다. 논란이 될 만한 사건이나 추문이라도 발생한다면 틀림없이 남들의 배 이상의 타격을 입을 것이다. 빠르게 질주하는 열차는 그만큼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도 큰 법이니까. 때문에 미키에게도 항상 그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본인은 딱히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 눈을 조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이지…」

「정말, 허니는 부끄럼쟁이네♪」


그렇다.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징조는 있었는지도 모른다.
좀 더 주의했더라면, 내가 더 철저한 태도를 유지했더라면─


이런 일은, 분명 일어나지 않았다.


「……」


정신이 들자 미키의 집 앞이었다. 도착한 것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어지간히 깊이 생각에 잠겨 있었던 모양이다.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버튼을 눌렀다. 승강기가 움직이는 동안 갖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니, 만약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마주해야만 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미키네 집의 문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집에 없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직후에 문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느릿하게, 문이 열렸다. 열린 문틈 사이로 미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조금 가슴이 아파졌다.
붉게 부어오른 눈가, 전혀 손질되어 있지 않은 금발, 몇 번이고 깨물었을 상처투성이의 입술, 초점이 흐릿한 눈동자.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빛나고 있었을 텐데.
지금의 미키는, 그저, 애처로웠다.


「……!!」


나를 알아본 것인지 미키의 눈이 크게 뜨이더니, 문이 거칠게 닫혔다. 문 건너편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만 들려왔다.


「… 왜 찾아온 거야?」

「당연히 널 데리러지. 무단결근은 안 돼, 미키」

「… 프로듀서에게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은 거야」


얼굴을 볼 수 없는 미키의 목소리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금 미키… 전혀 빛나지 않는 거야. 이런 모습의 미키… 추하고 비참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어째서」

「… 넌 내 아이돌이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데리러」

「미키, 아이돌 그만둘게」


토해내는 것 같은 목소리로, 미키는 그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키. 농담이 지나쳐」

「… 미키가 망친 거야. 전부… 전부 미키가 잘못했는데, 계속할 수 있을 리가 없는걸…」

「… 그건 미키 잘못이」

「미키 잘못이야!!」


비명에 가까운 외침. 그 이후 이어지는 목소리는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갈라지고 약해져 있었다.


「미키가 더 조심했었으면… 프로듀서는 계속 말했었는데. 미키가 말을 듣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야. 미키가… 전부 망쳐버렸어」

「……」

「그렇게 될 거라곤… 미키는…!」


그래,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이런 결과로 이어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키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사정을 봐 주지 않는다.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빌미를 제공했다면 그 순간 모두가 등을 돌리는 것이다. 배신당했다고 외치는 이들의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스캔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연예계다.


오늘 아침 사무소에 들어서자 리츠코가 창백한 얼굴로 내밀었던 잡지의 내용을 회상했다. 그것을 본 순간 눈을 의심했다. 보란 듯이 실려 있는 사진을, 그 의미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와 팔짱을 낀 미키. 웃으며 장난을 치는 미키. 카페에서 함께 마주앉은 미키.
눈에 익은─ 그리고 결코 이런 식으로 보고 싶지 않았던 사진들이었다.
예상하고 있었다. 우려하고 있었다.


「… '호시이 미키, 담당 프로듀서와 열애 의혹'… 이라는 모양이예요」


하고 있었을, 텐데.


「이미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돼서, 여론도 좋지 않은 쪽으로…」


──끝났다.

한편으론 차분하게, 그것을 납득했다.

 

「… 미키 같은 건 내버려두고, 프로듀서는 돌아가면 되는 거야. 사무소엔 다른 아이들도 많고… 전부 미키의 탓이니까, 프로듀서는 다시…」

「문 열어 줘, 미키」

「미키가 나쁜 거라고, 미키가 유혹한 거라고 하면 분명히 프로듀서는 괜찮은 거야. 피해 입지 않아도 되는 거야…」

「미키」

「신경 안 써도 되는 거야. 애초에 미키는 귀찮은 건 질색이니까, 아이돌도 슬슬 그만하려고 했던 참이고. 그러니까」


더 듣고 있을 수 없었다. 문고리를 잡고 억지로 열어젖히자 미키가 망연한 얼굴로 서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아마 말하던 도중에 억누를 수 없게 되었겠지.


「엣……」

「미키, 너 아이돌이 좋다고 했잖아. 즐겁다고 말했었잖아」

「아… 그치만, 미키… 윽」

「정말 그만두고 싶은 거야? 그러면 왜 울고 있는 거야.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그치만!!」


미키의 외침이 말을 가로막았다. 고여 있던 눈물은 어느새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거야… 처음부터 아이돌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고, 미련 같은 거 없다고!! 왜냐면… 그렇게 안 하면, 아이돌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해 버리면!」

「… 그러면?」

「미키… 아이돌을 못 하게 된 게, 프로듀서 탓이라고… 그렇게 생각해 버릴지도, 몰라…」


미키가 품에 안겨 왔다. 등 뒤로 팔을 두르고, 엉망이 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미키는 흐느꼈다.


「미키… 허니를, 미워하고 싶지 않아…!!」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아이가 무엇보다도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한심하다. 역시, 잘못한 것은 내 쪽이다.


「… 난 미키를 내버려둘 수 없어. 미키가 소중하니까」


소리죽여 울고 있는 미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이돌도 할 수 있어. 앞으로도 같이 있을 수 있어. 믿어줘, 미키」

「… 그치만… 어떻게」

「더 이상 인기는 없을지도 몰라. 수없이 비난당할지도 몰라. 그렇지만 분명히 어떻게든 할 수 있어」


하고 있는 말은 뒤죽박죽에 아무런 근거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미키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내가 어떻게든 미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다.
설령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해도.
무언가를 믿을 수 있을 때, 사람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미키가 말했지. 널 이끌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읏… 우우우…!」

「그 말대로야. 난 미키의 옆에서 미키를 이끌어서, 반드시 아이돌로서 성공시키겠어… 그저 그 길이 약간 더 길고 험해졌을 뿐이야. 단지 그것뿐이야」


신뢰와 위로를 담아, 미키를 강하게 안아 주었다. 미키가 달라붙듯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두려워하고 있다. 원망하고 있다. 그 대상은 물론 자기 자신이다. 내버려둘 수 없다. 어떤 상황이더라도, 나는 이 아이의 아군이다. 그렇게 정했으니까.


「괜찮아, 미키.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정적이 감도는 현관, 미키를 힘주어 안은 채로 나는 계속해서 그렇게 되뇌었다.

 


미키를 진정시키고 엘리베이터로 1층에 내려와 아파트를 나서자 하늘은 여전히 눈부시게 맑았다. 기구하게까지 느껴진다. 놓여 있는 상황에 맞지 않게도, 찬란한 햇빛은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지상을 내려쬐고 있다.


─ 힘든 길이 될 것이다. 애초에 정말 가능할지 어떨지도 할 수 없다. 나는, 미키는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확신은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애초에 확신이 있는 쪽이 더 드물 것이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행동은,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신을 떼어내 버리라고, 미키는 그렇게 말했다. 열차의 비유를 떠올렸다. 실제로 객차에서 사고가 일어날 경우, 피치 못할 상황이라고 판단되었을 때는 그 객차를 분리해 버리는 경우가 잦다. 남은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자신은 괜찮으니 그렇게 하라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던 미키는 어쩐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연약하게 보였다.
들어줄 수 없는 이야기다. 현명한 선택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 굳게 쥔 주먹에 힘을 넣으며 생각했다.


호시이 미키의 프로듀서는 나니까.

 

「다시 시작하자, 미키」


장본인은 결코 듣지 못할 독백을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빛남을,
다시 한 번.

 

END

 

---

 

부대 복귀의 영향인지(…) 썩 잘 안 되네요. 급조품이나 다름없게 되기도 했고. 휴가 때 써 뒀어야 했는데…

사실 일본에선 열차가 아니라 전차가 메인이지만… 적당히 타협했습니다.

내가 이런 걸 쓰고 싶었던 게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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