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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에 묻힌 진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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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7, 2016 01:05에 작성됨.

8

" 흠흠... 흠흠.. "

 

꼬락서니 하고는.
이 인간은 이러고 돌아다니고 싶을까.
옷 하나 추하게도 입었군.

 

보아하니 잘 안 벌리는 기자 같은데.
이 사람이 나의 과거를 알고 있다라.

 

" 무슨 용건이신지, 오셨으면 말을 해야할 것 아닙니까. "

 

" 아이쿠, 이거 실례. 저는 히라자와라고 하는 기자입니다. "

 

히라자와라. 역시 못 들어본 이름이다.
이런 무명 기자가 갑자기 이 타이밍에, 그것도 17년 전에 있었던 일을 거론한다라.
그럼 그 다음에 나올 말은 안 봐도 비디오다.

 

" 17년 전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이 기자,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아주 사악한 웃음이다. 어디서 본 것도 같다.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에서 돈 벌 기회가 생겼다며 웃음 짓는 악역의 웃음이다.

 

" 뉴스는 보셨겠지요. 카나가와 현에서 백골 사체 하나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

 

역시... 그 이야기인가.

 

" 뭐, 아직 언론에는 이야기가 새어 나가지 않았지만, 제가 또 경찰 관계자와 아는 사이여서 말이지요. "

 

" 서론이 참 기시군요. 주둥이에 침 바르셨습니까? 빨리 본론을 이야기하지지요? "

 

두려우니까, 오히려 더 태연한 척 한다.
그래야 얕보이지 않으니까.

 

" 당신이 죽인 거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와 거래하시지 않겠습니까? "

 

역시 이 자식도 그런 쓰레기인가.
너무 예상대로 이야기를 꺼내서 오히려 긴장감이 식었다.
이 정도 협박에 넘어가면 안된다.
넘어가면, 밑도 끝도 없게 된다.

 

" 그래서, 나에게 돈 좀 뜯어 보겠다는 건가? "

 

" 빙고! 바로 알아맞추셨네요. "

 

" 하하.....아하하하하하핫! "

 

미친듯이 제껴 웃었다.
오히려 협박하고 있는 사람이 당황할 정도로.
이것이 나의 방법이다.

 

" 이미 한 사람을 죽인 나야. 두 사람이라고 못 죽일 것 같아? "

 

" .......... "

 

" 그딴 소리 지껄일 거면 당장 꺼져! "

 

좋아. 이 정도면..
이라고 생각했던 찰나에 기자는 오히려 더 강렬하게 웃으며..

 

" 뭐, 그렇다면야 제가 마음을 바꿔들여야죠. 기대하시죠. "

.

...라고 말하며 문 밖으로 나갔다.
찝찝하기 그지 없는 최후의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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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나 어떻게 해야할까? "

 

아직은 28살의 애송이 경부인 나에게는 이 시련은 너무 고달프다.
정말, 말 그대로,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내가 정해야한다.
아니, 이미 답은 정해져있다.
하지만 나는 그 답을 애써 회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나는 이 사건을 나의 친구에게 상담하고 있다.

 

" 그러니까, 종합해보자면, 네가 수사하고 있는 사건의 범인이... 네가 좋아하는 여자라는 거냐? "

 

" 그렇지. "

 

바보 같다.
이제와서 생각해보지만 정말 바보 같은 고민이구나.
나의 정의로운 친구는 고민하지 않고 말하겠지.

 

" 이 바보야! 너 경찰이야, 임마! "

 

당연하지.

 

" 의(義)를 따라야지! 예전에 맹자님이 말씀하신 인의예지 중에 의 말이야! "

 

" 머리 아프니까 맹자님 이야기는 꺼내지마. "

 

" 이봐! 정신차려, 타카하시 신이치! 너 이러려고 경찰 되었어? 너 나에게 말했잖아! 범인 다 잡는다고! "

 

그랬었지...
그랬으니까 지금 그 말한 것을 엄청 후회하고 있는거잖아.
하지만, 이 친구 놈 덕분에 결심이 섰다.
역시, 범인은 잡아야지.

 

" .....하지만 힘들 수도 있겠다, 네 입장에서는. "

 

응? 무슨 소리를 하려는거지.

 

" ....만약 나라면... 만약 나라면 말이지... "

 

" 만약... 너라면? "

 

" 만약 나라면... 죽을 힘을 다해 그 사람이 무죄임을 증명해보고... 그렇게 해도 진실히 확연하다면, 그 때에 그녀를 잡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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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무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미 사무소 나간지 오래인 내가 너무 자주와서 그러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아까부터 이상하게 탐문하고 다니는 양복 입은 남자가 눈에 거슬린다.
누구지? 왜 이렇게 쏘다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그 남자가 다가왔다.

 

" 저기,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성함이... ? "

 

" 키사라기 치하야입니다. "

 

" 아, 키, 키사라기 치하야 씨로군요! 만나뵈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

 

" 당신 누군데 이렇게 함부로 돌아다니는 거지요?! "

 

발칵, 화를 먼저 내버렸다.
왜인걸까, 나 이런 성격 아닌데.

 

" 그, 그러니까 이름 말하려 하잖아요. 저는 카나가와 현경의 타카하시 신이치 경부라고 합니다. "

 

" 아, 네.... 겨, 경찰 분이시로군요. "

 

경찰?! 경찰이 왜 우리 사무소에...
혹시 타카기 사장님이 횡령을 하셨나?
그래!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야!

 

" 혹시 아마미 하루카 씨에게서 이상한 점 발견 못하셨습니까? "

 

" 에? "

 

무슨 소리야? 하루카라고?
경찰에 하루카에게 무슨 관심이 있는거지?

 

" 제가 알기로는 두분께서는 꽤 친한 사이라고... "

 

" 저, 저는 아무것도 모르니, 직접 가서 물어보세요! "

 

또 화를 내버렸다.
왜 그러는거지? 내가 이런 성격이었나?

 

" 아.. 네,... 그렇다면야.. 뭐... "

 

남자는 뻘쭘한듯이 느기적대며 사라졌다.
아마 하루카에게 직접 가려고 할테지.

.

...나는 위기감을 느끼는 걸까.
어제 하루카의 반응이 아직도 신경쓰인다.
그 냉정 침착하던 하루카가 당황한다라...

.

...아니야, 나라도 하루카를 믿어줘야지.
하루카는 절대 경찰과 엮일 사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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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내 눈 앞에 아마미 하루카가 있다.
물론 용건은 그것이다.
그래도 나는 감동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16년 간 동경하던 그 분이 내 눈앞에 앉아있다.
나와 눈을 마주치며, 몇 미터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하지만 이런 감상을 만끽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나는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이고, 아마미 하루카는 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방법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 저기요, 바쁜 사람 불러냈으면 말을 하셔야죠. "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이 빌어먹을 상황을 내려준 하늘을 원망하며 그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을 뿐이다.

 

그나저나, 이 아마미 하루카의 상태가 이상하다.

눈을 회피하질 않나, 손을 부들부들 떨지를 않나.
절대 정상인 상태는 아니다.
불안한건가, 경찰인 나와 대면한다는 것이..
그렇다면.. 정말로...

 

처절하게 슬픈 심문은 그런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 17년 전 사건... 기억 나십니까? 지금 막 뉴스에도 나오고 있는데. "

 

" ...글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

 

" 카사하라 시게노부 씨라고 아십니까? "

 

" 아주 오래 전에, 희미하게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

 

" 그 사람을 죽인 권총에서 당신의 지문이 나왔습니다. "

 

" 아아, 그러고보니 예전에 그 사람 집에서 권총을 보여주길래 만졌던 것 같네요. "

 

" 확실합니까? "

 

" 17년 전인데 확실할까요? "

 

" ....그것외에 그 사람의 옷에서 당신의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

 

" 뭐, 우연히 그 사람 옷에 각혈이라도 했나보죠. "

.

......나는 진심을 담아, 눈물을 감춰가며 또박또박히 이야기하였다.

 

" 아마미 하루카 씨! 17년 전의 살인 사건... 자수하시지 않겠습니까? "

 

팬으로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만,

더 보기 흉한 장면을 보지 않기 위해 여기서 자수를 권한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았다.

 

" 그러니까, 살인 따위에 관여한 적은 없단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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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이런 말과는 모순되게도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다.
방금 그 형사, 나를 17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벌써.
내가 그 때 너무 허술했다.
흉기의 지문도 닦지 않았다니.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한 탓이다.

 

일단 그 형사의 추궁에는 부정하였다.
내가 의식적으로 한 것도 아니다.
그저 부정만 해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이미 의심하기 시작한 이상, 이제 내가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더 늦기 전에 자수를 해야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쌓아온 17년의 금자탑을 여기서 무너뜨려야 하는 것인가?
.....아니야.

 

"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

 

고개를 푹 숙이며 귀를 막는다.
그래도 주변의 미세한 소리는 흘러들어온다.
내 사무실의 시계 소리.
만약 내가 잡힌다면 이 소리도 다시 못듣겠지.
나의 꿈도..... 산산히 부서질테지.
그것만은 죽어도 싫다.
카사하라 시게노부라는 인간 쓰레기 자식 하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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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CCTV 영상은 있어? "

 

" 있을리가 없잖습니까, 17년 전 CCTV 자료를 아직도 가지고 있답니까? "

 

제길,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하긴, 17년 전 자료를 가지고 있을 하등의 이유가 전혀 없잖는가.

 

그 녀석의 말... 나는 실천해야한다.
온 힘을 다해 그 사람이 무죄임을 증명해보고... 그렇게 해도 진실히 확연하다면, 그 때에 그녀를 잡는다.

 

그렇기에 다시 이 곳에 와서 수사를 재개한다.
하지만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7년 전 사건에, 목격자도 없으니...
제대로 된 수사는 커녕 탐문 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 저기, 경부님. 지난 번에 그런 말 하지 않으셨습니까? "

 

" 응? 무슨 말? "

 

" 카사하라 시게노부라는 이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고요. "

 

" 아, 그 때 생각하던 것이 입으로 흘러나왔구나. 근데, 왜? "

 

" 그 사람에 대한 중요한 자료 하나를 찾았는데, 보시렵니까? "

 

"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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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3편이 마지막이 될 것 같지만, 일단 폴더 안에 박혀 있는 분량은 여기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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