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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에 묻힌 진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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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6, 2016 23:46에 작성됨.

전에 썼던 미래 이야기와 같은 세계관입니다.

내용 상으로는 별로 안 이어졌으니 안 읽어도 상관 없습니다.

(1) 하루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  - [하루카 27세]

(2) 12년 후의 그녀들은 - [하루카 28세]

(3) 추억 속에 묻힌 진실 - [하루카 3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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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도, 아직도 그 곳에는 그것이 남아 있을것이다.
가끔씩, 삶이 지칠 때 생각나기는 한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런 것이 생각나보았자 무엇할까.
이미 돌이킬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아니, 돌이키려고 하면 얼마든지 돌이킬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돌이키고 싶지 않다.
내 나이 33세에 이만큼 성장했다.
아이돌 활동 17년 차.
17년이나 아이돌 활동이 가능하냐고 누가 안 물어보겠냐만은 가능한 일이다.

 

이제 은퇴가 눈 앞에 다가온 때에 이제와서 그런 일이 세상에 드러나면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어차피, 죄책감 따위는 없다.
그래서 나는 영원히 이 일에 대해서 입 다물고 있으려고 했다.
그래, 그러려고 했는데.

 

갑자기 닥쳐온 짜증나는 폭풍우는,
나의 인생을 망치려고 하고 있었다.
정말, 짜증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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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름 : 아마미 하루카
나이 : 33세
직업 : 아이돌

 

" 나 참... 너 진짜 질기게도 버티는구나. "

 

옆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치하야 쨩이 웃으며 말한다.
키사라기 치하야, 32세.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한 가수다.

 

" 그렇게 발광을 해가며 은퇴 안 하겠다고 버텨댔는데, 이 정도도 못하겠어? "

 

다른 나의 동료들이 은퇴 한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나는 아직 은퇴를 안하였다.
왜 일까. 이미 톱 아이돌의 자리에 서서 더 오를 곳도 없건만은.

 

" 뭐, 은퇴 이후에 유명한 가수가 된 너라도 될 수 있다면 은퇴 생각해볼게. "

 

" 농담도, 참. "

 

그렇지만 나도 아예 은퇴 이후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에게도 나름대로의 비전이 있다.
34세, 나의 생일 때에 은퇴식을 한 뒤, 프로듀서의 길을 걷는것이다.
이제 1년도 안 남았다.

 

" .....우리가 업계 초짜일 때, 혹시 기억나? "

.

..왜 자꾸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보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 나도 물론 과거에 대한 향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여러 해를 거쳐오면서 나도 과거를 여러번 돌이켜보았다.

 

좋았던 추억... 떠오르면 기쁘지만..
역시 안 좋았던 추억까지 함께 떠오른다.
그 중에 가장 압권인 것은 17년 전에 우리 집 근처에서 있었던 그...

.

...아니다. 왜 나는 또 그 기억을 떠올리려 하는 걸까.
이제 다 끝나간다... 다 끝나가는 일이다.
이제... 며칠 만 있으면...

 

그 찰나에, 내 눈에는 치하야 쨩 뒤에서 틀어져 있던 뉴스 보도가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넋을 놓고 말았다.

 

" 저기... 하루카? 왜 그래? 응? "

.

....말도 안돼.
이제와서... 17년이나 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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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여기는 나카 군 니노미야 정! 시노하라 경시님, 들리십니까! "

 

정말 짜증이 치솟는다.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해야하는 거지?
나는 오늘 휴가였단 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휴가 가는 길에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히지 않나....
그 산사태에 휩쓸려서 튀어나온게 무슨 백골 사체이지 않나...

 

" 시노하라 경시님, 무전 들리십니까. "

 

" 아, 타카하시 경부. 상태는 어떤가? "

 

" 말 그대로 정말 백골입니다. 그냥 한 눈에 봐도 한 10년은 된 것 같네요. "

 

범인이 궁금하냐면, 그건 또 아니다.
다만 이 사건이 묻히던가 해결하던가 그냥 끝나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위에서 닥달하는 일도 없을테니까.

 

그래, 이 사건은 살인이다.
애초에 살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렵다.
치명상인지 아닌지, 아직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 백골 사체의 두개골에 총알이 한 발 박혀있다.

 

뭐, 사건은 금방 종결될 것 같다.
아까 흉기로 추정되는 권총에서 지문이 발견되었다고 하니까.
지금 대조 중이니까 금방 나오겠지.

 

" 타카하시 경부님! 이것 좀 보아주십시오! "

 

" 뭔데, 또 그렇게 소란이야? "

 

" 권총 지문의 주인. 알아냈습니다! "

 

벌써? 참 빠르기도 하다.
그래, 과연 이 지문들의 주인은 누구일까.

 

" 총 2명이 찍혔는데, 1명은 피해자 카사하라 시게노부 씨의 지문입니다. "

 

카사하라 시게노부...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누구지?

 

" 17년 전에 갑자기 실종된 연예 사무소의 사장이라고 합니다. "

 

" 그래? 그럼 이 사람은 17년 전에 살해된 거군. 그러면 공소시효 다 된거 아니야? "

 

" 저기 경부님.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된지 벌써 꽤 되었지 말입니다. "

 

엉? 그랬던가?
아아, 그러고보니 그런 뉴스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 그래서? 나머지 1명의 지문이 범인이겠네. 누구야? "

 

" 저... 그것이... "

 

이 녀석 왜 이리 부들부들 떠는거야?
뭔가 심상치 않은데.

 

" 야, 빨리 말 안하냐? 누군데 그래? 유명인이야? "

 

" ...그... 직접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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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어... 잠깐만..
이거 뭔가가, 뭔가가 이상하다.
이렇게.. 이렇게 일이 돌아가면 안되는데...

 

" 저기... 경부님? 경부님? "

 

" 어? 어..어..  그래. 무슨 말 하고 있었지? "

 

" 저기, 힘드시다면 이 사건 다른 형사님에게 맡기시고... "
 

" 시끄러, 또 무슨 소리야! "

.

.....사실 힘들어 죽을 것 같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왜 하필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그...

 

" ...왜 하필 아마미 하루카야... "

 

그래, 그 총에서 발견된 지문의 주인은 아마미 하루카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 경부님, 아마미 하루카의 팬이라고 했었죠.... "

 

" 바보야, 그런 이야기는 지금 왜 꺼내? "

 

내 나이 28.
나름대로 엘리트랍시고 이 나이에 벌써 경부지만,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으면 경찰 안 했을 것 같다.

 

아마미 하루카는.... 아마미 하루카는..
나의 우상이었다..

 

" ....일단 용의자 정보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 기자들에게 퍼지면 시끄러워지니까. "

 

" 아, 네! "

 

" 그 사이에... 수사나 더 하자고. "

 

그나저나 피해자 이름이... 뭐냐, 카사하라 시게노부였던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17년 전이면 내가 겨우 11살 때인데...
대체 어디서 들어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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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루카의 상태가 영 이상하다.
갑자기 나와 이야기 도중에 굳어버렸다.
하루카의 시선이 꽂힌 것은 내 등 뒤에 놓여있는 텔레비전.
거기에는 카나가와 현에서 백골 사체가 하나 발견 되었다는 뉴스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여전히 말이 없다.
왜 그러지? 혹시 아는 사람인건가?

 

" 저기 TV에 나오는 피해자, 혹시 아는 사람이야? "

 

" ...아, 딱히 그런 것은 아니야, 치하야 쨩. "

 

" 그렇다면 왜 그렇게 놀라? "

 

하루카는 잠시 벙찐 표정을 하더니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윽고, 하루카는 대답하였다.

 

" 저, 저기 우리 집 근처라서... 그냥 놀란거야. "

 

아아, 과연. 그럴만 하다.
바로 집 근처에서 저런 무서운 사건이 일어났으니 당황할 만 하지.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냉정 침착해져가는 하루카가 저러는 것은 드문 일이기는 하다.

 

" 요즘 세상, 참 무섭지~ 저런 무서운 살인범도 횡행하니.. "

 

" 그, 그렇네... 그래... "

 

그냥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은건가?
안색도 안 좋아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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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렇게 좋아하며 우러러 보았다.
천하를 호령하던 세기의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를.
그저 좋아하고, 그저 동경했다.

 

내가 중학생 때 였나, 초등학생 때 였나.
그래, 퍼스트 라이브 때 였으니까 12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을 것이다.
그 때부터 무려 16년 동안이나 그녀를 좋아하였다.

 

힘든 수험 공부 시절에도 힘이 되준 그녀였다.
그렇게 바라만 보며, 언젠가는 눈 앞에서 만날 수 있을 기회가 오기를 바랐는데.

 

" ...어찌보면 소원을 이룰 수 있겠네. "

 

수사 용의선상에 오른 이상, 한 번 만나봐야하니까.
말이 용의선상이지, 거의 확실하다.
17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은 아마미 하루카다.

 

총에서 나온 지문, 피해자 시계에서 나온 지문.
아마 피해자의 옷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것이 아닌 혈흔도 그녀의 것일 것이다.
자... 어떻게 해야할까.
이대로 그녀를 만나러 가야하는 것인가?
765 프로덕션으로 달려가야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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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손톱을 잘게잘게 씹어보아도,
이를 바득바득 갈아보아도,
이 두근거리는 마음은 진정되지 않는다.

 

단순한 긴장이 아니다.
이건... 아마 공포일 것이다.
그 때 텔레비전에 비친 장면은 17년 전의 그 곳이다.

 

잊고 싶었지만 아직도 잊지 못한 그 사건...
결국은 세상에 드러난 그 사건.

 

" 왜 이제 와서... 이제와서 이런 일이 일어난거야. "

 

진정하자.. 아마미 하루카!
진정하는거야!
무려 17년 동안 숨겨왔던 진실이다.
이제와서 밝혀질리는 없다.

 

" ....하지만 그 때, 당황해서 숨길 것도 제대로 못 숨기고 묻었는데... "

 

똑똑독

 

단순한 노크 소리지만 심장이 매우 놀랐다.

 

" 왜, 왜 그래? "

 

" 아마미 씨를 만나뵙고 싶다는 손님이 계시는데요. "

 

지금은, 안된다.
내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지금 손님 접대 따위를 할 수 있을리가 없다.
대충 둘러대서 돌려보내야겠다.

 

" 저기, 지금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그러는데... "

 

" 아니... 엄청 중요한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17년 전 이야기라고 합니다. "

.

...뭐?
17년... 전?!
뭐야, 뭐야, 대체 이거!
이 타이밍에, 17년 전 이야기를 하러 왔다고?
설마.... 설마...!

 

" 아, 알았어! 당장 들여보내! "

 

나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건가?
....그래... 보자..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놈의 면상을 보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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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편만 나눴지 장편이 아니라 단편입니다.

아무튼 이번이 마지막 글이라는 각오로 쓰고 있습니다.

이유는... 잘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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