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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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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5, 2016 22:43에 작성됨.

"작문 숙제?"

 

"...네"

 

타치바나 아리스가 학교에서 작문 숙제를 받아왔는데 롤모델에 관한 글을 써오라는 것이었다. 그 롤모델에 대한 이야기, 그 사람의 비전, 그리고 배워야 할 점 기타 등등 초등학생에게 시키기에는 조금 많다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하야미 카나데는 아리스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누구를 롤모델로 할 것인지 정했니?"

 

"......유감스럽게도, 제 주위에서 보이는 어른들 중, 가장 존경스럽다고 할 수 있을만한 분은 한 사람 밖에 없어서요"

 

그녀가 소속된 프로젝트 크로네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유닛. 개중에서 사기사와 후미카는 잘 따르고 있지만, 역시 존경스럽다고 칭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미시로 전무님.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존경해도 이상하지는 않잖아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미시로 전무는 상무이던 시절 기존의 프로젝트를 전면 백지화하고 재구성 함으로서 단기간에 커다란 성과를 이뤄낸 공적으로 전무로 승진했다. 한편으로는 프로젝트 크로네를 비롯해서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아이돌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프로듀스한 것도 그녀이며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이들에게도 특별히 앙갚음을 하지는 않는 등 꽤나 능력있고 괜찮은 상사이다

 

농담이 통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는 딱딱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아이돌들에게는 계모였을지 몰라도, 우리들에게는 성으로 이끌어 준 요정이었지"

 

전무의 방침은 이런 것이었다. 팬들과 한 걸음씩 오르는 것도 좋겠지만, 정상에 단숨에 올라가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도 있다─라는, 신데렐라 프로젝트 쪽 사람들과는 또 다른 시각을 피력했었다

 

"그래서, 전무에게는 직접 말했어?"

 

"...그게, 아무래도 본인 앞에서 직접적으로 존경하는 롤모델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워서"

 

평소에는 어른스러운 척 하고, 타치바나라고 부르라며 똑 부러지는 소녀지만, 이럴 때만큼은 그 나이대의 소녀다움이 나오는 아리스. 카나데는 속으로 그녀를 귀엽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들어올렸으나, 아리스는 그녀의 생각을 바로 간파하고 뒤로 물러났다

 

"머리 쓰다듬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런 면은 귀염성이 없는데"

 

아쉽지만, 이번에는 넘어가자─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손을 내리는 카나데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사람은 신데렐라 쪽과 달리 정식 프로듀서가 아니라 전무라는 높은 위치에 있는 임원이라고? 경영인으로서 주주들이나 다른 사원들과 함께 회의를 할 수도 있는데, 거기까지 따라갈 수 있겠어? 아이돌 이전에 초등학생인 네가?"

 

"그건...확실히 무리겠지만..."

 

난처한 표정의 아리스. 그때, 등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누군가가 아리스를 와락 끌어안았다

 

"우왓?! 놀랐잖아요! 놓아주세요, 프레데리카 씨!"

 

"흥흐흥흥~! 그래도 될까나? 프레짱에게는 아리스짱을 도와줄 수 있는, 아주 멋진 비책이 있는걸!"

 

"......정말인가요?"

 

못 믿겠다는 눈초리로 프레데리카를 쏘아보는 아리스. 변함 없이 웃는 낯짝으로 대답한다

 

"당연하지! 프레짱도 나이는 겉으로 먹은게 아니걸랑? 속는셈 치고 한 번 믿어보라궁. 혹시 알아? 성공할지? 어차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 하고 있잖아?"

 

"......"

 

아리스는 잠시 고민했다. 미야모토 프레데리카는 그녀가 알고 있는 어른들 중에서 가장 어른스럽지 않은 어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아리스보다 9년은 더 많이 살아온 어른. 그녀도 아리스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녀 말대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 썩은 동앗줄이라도 한 번 쯤은 당겨봐도 좋을지 모른다

 

"...좋아요. 한 번 믿어보도록 하죠. 그래서, 방법이 뭔가요?"

 

"믿고 맡겨만 두라니깐~!"

 

재밌어 보이는 듯한 프레데리카의 표정에, 아리스는 자신이 선택을 잘못한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

 

"......뭐라고 했지?"

 

"그러니까...전무님의 일상에 저도 끼어보고 싶어요"

 

망설이면서도 대답하는 아리스. 무덤덤한 전무의 눈빛이 쏘아진다. 딱히 위협을 하거나, 압박감을 주려는 의도은 아니었지만, 웃는 얼굴 한 번 보기 힘들고 항상 냉정하며 차갑고 표독스러운 표정을 자주 짓는 그녀였기에 오해를 사기 쉽다

 

'프레데리카 씨...! 이 바보가...!'

 

대책없는 정공법은 역시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서 아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나섰습──"

 

"날 따라오겠다는 이야기인가? 이유가 뭐지?"

 

그러나 전무는 화를 내지 않고 진지하게 이유를 물었다. 아리스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는 사이, 벌컥! 전무의 집무실 문을 열고 프레데리카가 들어왔다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셈 치고 한 번쯤 데리고 다녀보라구, 미시로짱!"

 

"...인재를 키운다?"

 

"고럼~! 우리 아리스짱이 어디 가서도 똑 부러지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담한 아이라는 건 알고 있지? 교내에서 성적도 좋고, 인기도 많은 모양인데, 나중에 아이돌 은퇴하고 나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회사 내 지분으로 경영에 참가할지 또 누가 알겠어?"

 

평소의 바보같은 모습이 아닌, 어딘가 약간 날카로운 듯한 눈초리를 치켜 뜨며, 프레데리카가 덧붙인다

 

"이전에 미시로짱이 직접 말했지? 이야기에는 나아갈 목표가 필요하다고. 모두가 동경하는 빛나는 목표가. 그렇기에 성은 고상하고 아름다우며 그곳에 서는 자들은 그에 어울리는 빛을 가진 자가 아니면 안 된다고 말이야. 그건, 아이돌에만 해당하는 말? 언젠가 미시로짱이 회장님이 되면, 지금 미시로짱이 있는 자리에 아리스짱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제 막 13살이 되어가는 아이를 두고 따지기에는 너무 멀리 내다본 말. 아리스는 이제 그만하라고 그녀를 말릴 생각이었지만,

 

"아주 나쁜 생각은 아니군. 오랜만에 상식적인 발언을 하는구나, 미야모토"

 

"프레짱도 나이를 겉으로만 먹은 건 아니라서 말이지"

 

"...에? 에?"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을 따라가지 못 하는 아리스. 미시로 전무는 가볍게 대답했다

 

"바라는 대로 해주지. 따라와라, 타치바나 아리스. 네게 경영인의 하루 일과를 직접 보여주도록 하마"

 

"예? 아, 예"

 

떨떠름하게 대답한 아리스. 그리고 미시로 전무가 방을 나선 뒤에야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뭐하는 거지, 타치바나? 따라오지 않을 건가?"

 

"아, 아니에요! 지금 갈게요!"

 

어쩌다보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일이 커졌지만, 이제와서 무를 수도 없는 노릇.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고, 아리스는 일단 그녀의 뒤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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