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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Y] '그 광경'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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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2, 2016 00:25에 작성됨.

          혼다 미오는 스즈키 마이와 함께 역에 들어서는 지하철을 알아차린다. 역내에 열차 진입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은 두 사람이 서로 얘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며, 방송이 끝나갈 즈음 하여 고개를 들었다. 스즈키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고 혼다는 손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역을 둘러보았다. 역내에 대기중인 사람은 여섯 명 정도. 방과후로부터 시간이 다소 지난 시간이기에 역내에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근처 중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한 명. 얼굴을 모르는 혼다와 같은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한 명, 여학생이 세 명. 그리고 가벼운 옷차림의 젊은 여성 한 명.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다. 역내로 진입중인 열차가 밀어내는 공기를 느끼는 이 순간이 기분 나쁘다. 압축된 공기의 농후한 이물감이 혐오스럽다. 그런 감상을 하며 잠시 숨을 참은 혼다는 다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플랫폼으로 다가가는 이들. 그 뒤에 짧은 머리를 하고 흰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소년이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어, 거기…”

          혼다가 어째서 그 소년을 보며 그렇게 말했는지는 본인도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그 남자아이가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에서 어딘가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일까. 소년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저기…”

          역에 진입하는 전철의 굉음, 그것에 이번에는 목소리가 묻히고 만다. 그럼에도 그것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역에 진입하여 정차한 열차. 분명 그에 앞서, 흰 반팔 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입은 남자아이가 뛰어내렸다.

 

 

 

          “남자아이…”

          사기사와는 그 말을 계속해서 되뇌이면서 아직도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하얀 국화꽃을 기억해낸다. 그것이 마치 부정한 것 이기라도 하듯 그녀는 급히 뒤돌아 이미 있던 두 송이의, 지금은 한 송이로 줄어든 국화 옆에 자신의 꽃을 내려놓고는 돌아온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처음으로 혼다가 자신이 본 것을 털어놓은 이 였다. 사무소에서도 서로 안면만 있는 정도 인 이 여성에게 갑작스레 이런 말을 하게 된 것은 역시 서로의 관계가 깊지 않기 때문일까.

          “제가…”

          사기사와는 잠시 머뭇거리며

          “제가 그 얘기를 들은 건 지난 수요일 이었어요.”

          “그러면… 그 날보다 8일이나 전 이네요.”

          일주일 하고도 하루의 시차가 있는 두 현실 속에서 혼다는 납득할만한 결론을 낼 수 없었다.

          “그… 아주머니가 착각하신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남자아이인대 여자아이라고…”

          그런 말을 해보지만 ‘그 광경’을 보았다는, 괴이를 마주하게 된 혼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성별은 착각한 것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다가 본 것은 착각한 것이 아니다. 그 아이가 머리가 짧은 여자아이였다 한들 큰 관계가 없다. 어디까지나 현실은 하나, 혼다 미오는 ‘그 광경’을 보았다. 그것 하나뿐.

          “그럼 귀신 이잖아요 그거…”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부정하던 모든 것이 결국은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듯 한 혼다의 마지막 말에 사기사와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아니 애당초 위로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전철을 타지 않고 그대로 역을 빠져나온 두 사람, 정확히는 금방이라도 실신할 것 같은 혼다를 사기사와가 대리고 나왔다. 이 곳에 있으면 오히려 나쁜 영향을 계속해서 받을까 하는 걱정에서. 그녀는 영적 감각이 있는 것 도 아니고, 지금까지 귀신을 본적도 없었지만 지금 자신이 ‘이런 일’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자신도 새삼스레 놀라고 있다.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막연한 공포에 다시 혼다의 상태를 살펴본다. 다소의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으나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다. 아마 다소 충격이었을 뿐 자신이 읽던 괴기 환상 소설에서나 나오는 ‘빙의’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

          “혼다씨?”

          “네.”

          사기사와는 확신한다.

          다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시선도 여전히 아래를 향한 체, 그녀를 올려다 보지 못하며 벤치에 앉아 바닥만을 바라본다.

          “혼다씨, 같이 가죠.”

          혼다 미오는 목적지를 묻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따른다.

          조금 걸어가 혼치바역 앞에서 버스를 탄다. 그때까지도 혼다는 별다른 말이 없이 조용히 따를 뿐 자신의 스케쥴에 대해서는, 아니 자신이 본 ‘그 광경’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런 그녀를 대신해 사기사와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문자를 작성한다. 비록 자신과 혼다는 같은 회사이지만 다른 팀 이기에 혼다의 프로듀서의 연락처는 모르지만 자신의 프로듀서라면 이를 해아려 주리라 생각한다.

          ‘사기사와 후미카 입니다. 조금 사정이 생겨서 혼다 미오씨의 출근이 늦어지거나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혼다씨의 프로듀서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말아달라고 해주세요. 안정되면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쓴 사기사와는 문자를 보내기를 주저한다. 자신이 주제넘게 타 팀의 인원을 대리고 다니는 것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 하지만 그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미오의 상태이기는 하지만 결심이 서지 않는다.

          “저기… 어디로 가나요?”

          “네? 아, 치바 신사요… 일단 거기를 가는 편이…”

          왜 신사를 목적지로 하였는가에 대해서는 단순히 참배를 하기 위함이다. 평소에 자신은 이런걸 잘 믿지 않았다. 신년참배는 가족들이 그녀를 대리고 갈때나 간간히 가는 수준이었으며 그 외에 참배라고는 생각해 본적 조차 없었다. 그런 사기사와 후미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참배를 위해 신사에 간다’는 행동을 떠올린 것은 자신이 평소에 믿지 않았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자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의 보호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그녀를 불안케 한다. 혹시라도 자기 때문에 부정을 타지는 않을까? 자신은 그리 의식하지 않으며 평범한 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이런 시기에만 참배를 해서는 안되고 평소부터 꾸준히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 섞인 불안감이 다시 그녀를 덮쳐온다.

          “감사합니다.”

          혼다 미오는 의외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진정된 듯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혼다씨, 출근 늦어지지 않으시겠어요?”

          “아…”

          그런 대답을 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프로듀서. 미안. 오늘 조금 늦을 거 같아. 응, 아냐. 오늘 못 나갈지도 모르겠네… 별로. 응. 그때는 시마무한테 연락할께. 응.”

          전화 통화는 금세 끝이났다. “시간은 이제 괜찮아요.” 그 뒤에 마치 자신의 구원을 바라는 듯한 눈빛을 사기사와는 애써 마주하지 않으려 한다.

 

 

 

          주말 낮 시간대의 치바 신사는 관광객으로 가득했으나 두 사람의 목적은 당초부터 확고하였기에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참배를 끝내고 나올 수 있었다. 신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나와 벤치에 앉으며 조금은 편한 표정의 혼다를 보며 사기사와도 다소 안심한다.

          “효과가 있을까요?”

          “믿는게 중요해요.”

          마치 신흥종교와 같은 말을 하는 자신에 살짝 웃어본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음… 일단은 사무소에 가볼까요.”

          “그럼 역까지 같이 가요.”

          “후미카씨는 사무소에 안가시나요?”

          “네. 전 오늘 스케쥴이 없거든요.”

          아, 미궁초자 미팅…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다만 지금 그 얘기를 꺼내 혼다에게 사과받을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여기는…”

          “아, 전 오늘 여기에 미팅이 있어서요… 일 관계가 아니라 개인적인…”

          하지만 사기사와는 자신이 ‘혼치바역’에 온 이유는 숨긴다. 자신의 대답이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 변명을 덧붙이고자 하였으나, 그녀의 어휘력이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아직 타인을 속인다는 행위에 대해서 조금의 거부감과 요령이 없음에 그저 침묵을 지킬 따름. 그 사실을 지금의 태도와 아까 역에서의 대화로 혼다 역시 눈치챈다. 사기사와는 공양을 하러 혼치바역에 왔다는 사실을.

          얼굴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 꽃을 가져다 주는 사기사와를 혼다는 살짝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모습에서 시마무라 우즈키가 겹쳐 보인다.

          “감사했습니다 후미카씨.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아뇨, 아뇨… 큰 도움이 되지 못했는걸요…”

          고개를 숙이는 연하의 선배에게 자신도 같이 고개를 숙인다. 여전히 혼다 미오의 눈에는 조금의 공포와 불안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더 이상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남은 것 은 그녀 자신이 극복해내는 것뿐… 그러나 사기사와는 그것에 납득할 수 없다. 자신이 읽었던 책 들을 떠올려 본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없었을까? 자신이 아무리 책을 좋아한다 한들 인간이 읽을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으며 사기사와 후미카라 하여도 ‘시구레 수병의 회고’라던가 ‘중공의 야망’ ‘유엔 미래 보고서’ 등의 그녀와는 흥미와 세계가 다른 책은 결코 손댄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 어울릴만한 민속학, 주술, 심령, 괴이와 관련하여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은 결국 학술서가 아닌 ‘소설’에서 찾을 수 밖에는 없다. 사실이 아닌 각색되어 꾸며진 이야기라 한들 그 배경은 현실이자 사실인 소설들이 있을 테지만, 그녀 자신이 그것을 그리 믿지 않기에 당장에 떠오르는 것은 없다. 다만 오늘 이렇게 신사에 와서 참배를 함으로써 악귀… 일지도 모를, 사기사와가 의식하여 선정한 다른 표현인 ‘이물’인 소년, 혹은 소녀로부터 혼다 미오를 지켜달라고 참배한 오늘 자신의 행동은 역시 마음 한 구석에서 그러한 일들에 어딘가 믿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소설을 떠올려 보자. 자신이 읽었던 이런 소설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 근원을 확인한다. 그 근원을 확인함으로써 괴이는 끝이 나고 이물로부터 자신을 지켜낸다. 지금 이 순간만큼 괴이와 조우한 괴기 환상소설의 주인공들이 겪는 초자연적인 신변의 위협이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얘기라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해본다. 하지만 고작 이틀의 시간이 지났다. 겨우 이틀의 시간이 지나고서 그런 일이 일어날까?

          “혼다씨.”

          자신감에 찬 목소리에 이끌려 혼다는 그녀를 바라본다.

          “언제라도 도와 드릴께요.”

          휴대전화를 내미는 사기사와.

          “혼다씨의 번호를 주세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시면, 제게 연락해 주시고요.”

          자신도 이렇게 까지 적극적으로 남에게 나서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정말로 자신이 이 일과 맞설 용기가 있는 것인가, 대책은 있는가, 힘은 있는가 하는 걱정을 하는 한편 자신에게서 알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

          “반드시 도와드릴 깨요!”

          자신도 모르게 높아진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었다.

          “감사합니다.”

          “일단 저는 그… 아이가 누군지 찾아볼께요. 옛날 신문같은대서… 혹시 거기에 꽃이 언제부터 놓여있었는지 기억 하세요?”

          “아뇨. 꽃이 놓이고 있다는건 오늘 알았어요.”

          “그렇군요… 그럼 가게 손님들께 물어봐야 겠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저도 조금 불안해져서…”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미안한 감정.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조금은 진상에 가까워 지고 싶다. 그렇게 다짐한 사기사와 후미카는 혼다를 떠나보낸다.

 

 

 

          가까운 넷 카페에서 조금 이른 아이스 티와 함께 사기사와는 ‘그 광경’에 대해 찾아본다. 혼치바역에서 뛰어내린 한 소년(또는 소녀)에 대한 것. 검색어는 우선 ‘本千葉駅 死亡’. 찾은 것은 작년 8월 10일 발생한 자살 사건으로 혼치바역이 아닌 치바역 이었으나 여고생 한 명이 자살 하였다. ‘남자아이’를 보았다는 혼다의 얘기와 ‘여자아이’가 죽었다는 자신이 들은 말과는 다르다. 아무리 얘기가 입에서 입을 거쳐 변형된다 하더라도 여고생이 어린아이가 될 리는 없을 것 이다. 이 사건은 ‘그 광경’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다른 자료들을 조금 더 찾아보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다. 혼치바역에서의 사건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렇다면 이 사건이 ‘그것’과 관련은 없는 것 일까?

          사기사와는 일단 이 사건을 수첩에 적어둔다. 이 곳 외에도 다른 몇 군대의 뉴스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뉴스이므로 믿어도 될 것이다.

          넷 카페에서 확인한 공공도서관에 도착하기까지 약 삼십 분의 시간이 걸렸다. 하루에 이렇게 오래 걸은적은 처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본다. 아침에 얼굴도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가 불쌍하다 생각하여 집에서 나와 꽃가게에 가 국화꽃을 한 송이 사서 근처 역에서 전철을 타고 혼치바역으로 향했다. 두번의 환승을 거쳐 겨우 도착한 그 곳에 꽃 한 송이를 놓으려는 찰나 혼다와 우연히 만나 ‘그 광경’을 듣게 된다. 그녀를 대리고 역에서 나와 신사로 향해 참배를 마친 뒤 혼다를 떠나 보내고 자신은 넷 카페와 공공도서관을 전전하는, 오늘 하루는 그녀로써는 유례없는 육체노동을 강요 받았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자신이 올린 책임을 위해 자신을 움직인다.

 

 

 

          “여보세요? 후미카씨?”

          “네 혼다씨 안녕하세요. 오늘은 좀 어떠세요?”

          “괜찮아요. 오늘은 별다른 스케쥴이 없어서요.”

          “그러시군요.”

          프로듀서는 토요일 조금 불안해 보이던 그녀에게 하루의 휴가를 주었다. 갑작스레 스케쥴이 변경되어 뉴 제네레이션즈의 레슨이 다른 팀에게 할당되어버렸다는 통보를 전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다만 토요일의 그녀의 태도에서 조금 이상한 점을 그 역시 눈치채고 있었기에 깊게 파고들지 않은 체 시간을 준 것이다. 오늘 하루의 휴가로도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나설 심상으로 시부야와 시마무라에게 오늘 하루 그녀와 함께 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어제 퇴근길 시마무라는 자연스럽게 “내일 시간이 생겼으니까 다 같이 놀러 갈까요!” 라며 오늘 약속을 잡게 되었다.

          “그럼 혹시 오늘 만나주실 수 있으세요?”

          “오늘요?”

          “네.”

          혼다는 잠시 고민한다. 오전 10시에 두 사람과 만나기로 한터라 사기사와와 만날 시간이 몹시 빠듯하였기에. 후미카씨께는 죄송하지만…

          “죄송합니다, 오늘은 시마무랑 시부린과 약속이 있어서요. 급한 일 인가요?”

          “그러시군요. 아뇨, 그럼 전화로 전해드려도 되겠네요.”

          사기사와가 그녀와 만나고 싶었던 것은 혹시라도 오늘 혼자 남겨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였으나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어제 조금 찾아봤어요. 인터넷이랑 도서관에서 옛날 신문과 잡지를 좀…”

          “무언가 나온건가요?!”

          “아뇨. 아무것도요. 혼치바역에서… 최근에 자살도 사고사도 한 건도 없었어요. 작년 8월에 치바역에서 여고생 한명이 자살한 것 외에는요.”

          혼치바역에는 적어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행… 일까요?”

          “으음… 단순히 기사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훨씬 옛날일지도 몰라요. 아니면 ‘혼치바역에 있는 무언가’는 아니란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그건 귀신도 무엇도 아니었고, 단순히 혼다씨가 피곤하셔서 잘못 보신걸 수도 있어요. 우연히 소문이… 겹쳐지고…”

          “저, 정말인가요?!”

          자신 나름의 결론을 혼다에게 전해준다. 이걸로 부디 조금이라도 힘을 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쩌면 지금 이 말을 듣고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생기를 되찾은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전화기 너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럴거라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후미카씨!”

          “아녜요. 그럼 월요일에 사무소에서 뵈요.”

          “네, 안녕히계세요!”

          휴대전화를 책상위에 올린 사기사와는 셔츠의 단추를 마저 채우고 커튼을 걷는다. 지난 미팅에는 아쉽게도 참가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대가로 얻은 것이 ‘한 친구’를 구원하는 것 이었다면 결코 손해는 아니다. 다만 미팅 장소가 ‘치바역’ 근처의 카페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 결국 이 미팅 때문에 이 먼 치바까지 오게 되었으니. 다만 내리는 곳은 혼치바역이 아닌 치바역에 가까웠으며 미팅 시간 이전에 잠시 치바신사에 들려 참배를 하는편이 좋으리라는 생각에 조금 일찍 나선다.

 

 

 

          유닛의 동료이자 가장 친한 두 친구와의 시간을 보낸 혼다는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이 모두 사라진 기분이었다. 실제로 귀신도 무엇도 아니었으며 자신이 본 것은 그저 ‘헛것’ 이라는 것이 사기사와에 의해서 확실히 밝혀진 지금 더 이상 무서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지금 혼치바역으로 가보고 싶었다. ‘또 보일려나?’ 하는 가벼운 흥미까지 생겼다. 다만 ‘그 광경’에 대해 시마무라, 시부야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건 역시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이 두 사람에게 말함으로써 ‘그 것’이 두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이제는 끝낼 때 이다. 모든 진실을 안 지금 그저 역에 가 한번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납득할 수 있다. 그 날의 ‘그 광경’은 괴이가 아닌 그저 피곤하여 잘못 본 것이라고.

          언제나 이용하던 혼치바역에서 혼다는 내린다. 오후 다섯 시, 저녁을 끝으로 해어지려던 오늘의 휴가는 시마무라의 사정에 의해 저녁식사 까지는 불가능 했다. 다만 지금은 해가 지기전에 이곳에 도착한 것이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달랜다. 솔직한 심정은 지금 더 이상의 공포는 없이 오히려 아쉬운 기분 뿐이다. 오늘의 휴가가 빨리 끝난 것이. 자신을 태우고 온 전철이 떠나고 역에는 의외로 혼다 미오 외에는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다. 갑작스레 불어오는 봄의 해질바람에 손으로 머리를 다듬는다.

          열차 접근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역 내에는 방금 올라온 중년 여성 한명 그리고 혼다 미오 단 두 사람 뿐.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다. 역내로 진입중인 열차가 밀어내는 공기를 느끼는 이 순간이 기분 나쁘다. 압축된 공기의 농후한 이물감이 혐오스럽다. 그런 감상을 하며 잠시 숨을 참은 혼다는 다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플랫폼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심장이 격렬해지고 몸이 뜨거워진다.

그 뒤에 짧은 머리를 하고 흰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소년이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아니야…”

          혼다가 어째서 그 소년을 보며 그렇게 말했는지는 본인도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그 남자아이가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에서 어딘가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일까. 소년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혼다씨.”

          “에엣.”

          어깨를 잡는 손에 고개를 돌린다. 사기사와 후미카. 안경을 쓴 그녀는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저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혼다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니라뇨?”

          역에 진입하는 전철의 굉음, 그것에 이번에는 목소리가 묻히고 만다. 그럼에도 그것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역에 진입하여 정차한 열차. 분명 그에 앞서…

          “’저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흰 반팔 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입은 남자아이가 뛰어내렸다.

 

 

 

          플랫폼의 밴치에 앉은 두 사람, 아니 불안에 떠는 혼다의 어깨를 사기사와가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다.

          “보셨나요…?”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혼다에게

          “네.”

          확신에 찬 대답을 돌려주는 사기사와 후미카.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러면… 역시…”

          “’저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혼다씨, 아무것도 아니에요. 믿지 마세요.”

          “믿지 말라뇨…? 아무것도 아니라니… 후미카씨도 보셨잖아요?”

          점점 목소리가 높아진다.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이 답답한 듯 미오는 그녀의 얼굴, 눈을 노려본다.

          “네. 저도 봤지만, 그 ‘남자아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슨 뜻이에요 그게?!”

          비명섞인 외침이 사기사와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귀신도 유령도 요괴도 아니라는 뜻 이에요.”

          “하지만 저는 봤어요! 두 번이나! 처음 한번이라면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후미카씨도 보셨다면서요!”

          “여기 말고 다른 대서 얘기해도 될까요?”

          혼다를 진정시키고 혼치바역이 아닌 인근 커피샾까지 오는 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처음 그녀와 마주할 때보다 흥분한 상태의 혼다 미오는 금방이라도 소리높여 비명을 지르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 단 하나 그녀에게 용기를 주는 것 은 평소 사무소에서는 조용하며 자신감이 없던 사기사와 후미카의 자신감에 찬 태도와 모습 이었다. 그녀에게 용기를 얻은 혼다 미오는 조금 걸어 카페로 향한다.

          혼다에게 주어진 것은 한번도 마셔본 적 없는 따듯한 밀크티. 사기사와는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고 그대로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다.

          “조금이라도 드시는 편이 도움이 되실꺼에요.”

          “감사합니다.”

          부드러운 캬라멜 맛을 기대하던 그녀를 배반한 밀크티에 비치는 불빛이 야속하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께요. 신에 가깝다면 신에 가깝지만, 결코 귀신도 유령도 아니에요.”

          “네?”

          혼다는 대체 무슨 말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고, 사기사와 자신역시 무슨 말을 하는지 완벽히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 ‘이해’라는 단어는 조금 틀리다. 이해가 아닌 그녀가 완벽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이다’.

          “혼치바역에서 죽은 어린아이는 없어요. 그렇다면 ‘그건’ 귀신이나 유령이나 혼령등은 아닐 거에요.”

          떠돌던 혼이 그곳에 도달한 게 아닌가 하는 물음이 들었다. 사기사와 자신도 그러하여 그 질문을 던졌을때 그녀가 받은 답에 후미카는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요…?”

          “신… 환각이라고 해도 좋을 신 이에요. 간단히 환각이라고 할까요?”

          “네?”

          뜨거운 커피로 잠시 목을 축인다.

          “오늘도, 어제도 제가 치바에 온 이유는 동인지 때문이에요.”

          “동인지요?”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동인지를 떠올리고 후미카의 모습이 겹치자 혼다는 웃음이 나올 뻔 하였다.

          “네. 문예동아리에서 알게된 ‘미궁사’라는 동인 소설가 분들이 동인지를 계획 중이신데, 저도 거기에 참여하게 됬어요. ‘미궁초자’라는 호러 소설들을 묶은 동인지에요. 저도 거기에 작품을 하나 싣게 되서…

          굳이 ‘발표’라는 단어를 마음 깊이 숨켜둔다.

          “그 분들이 치바에서 모이셔서 저도 치바로 몇번 오게 됬어요. 그 날도, 오늘도요.”

          “네…”

          “거기서 ‘그 광경’에 대해 조금 말했어요, 아, 혼다씨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셔요.”

          “네.”

          혼다는 밀크티에 설탕을 두 개 넣고 스푼을 움직인다.

          “다들 흥미로워 하셨어요. 이렇게 가까이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니 하고… 그러더니 한 분이 자기가 아는 분도 혼치바역에서 역에 뛰어드는 ‘남자아이’를 봤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눈동자가 흔들린다. 떨리는 시야 속에서 자신의 잔을 찾아 밀크티를 한 모금, 차가웠던 그녀의 몸과 정신에 온기가 돌며 자신을 다스린다.

          “거기에 ‘신도 마쓰지’씨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이걸로 자기가 들은 게 네 번째’ 라고…”

          의외로 많은 숫자에 다시 몸이 떨린다. 오늘 자신과 후미카가 본 것 까지 더하면 일곱번 이라는 너무나도 많은 숫자. 일곱번이나 목격된 ‘그 광경’은 이미 환각이 아닌 실체가 있는 ‘현실’이 아닌가.

          “그러면서 그 분이 설명해 주셨어요. ‘처음 그 얘기를 보게 된 건 두 달 전이다.’ ‘혼치바역에서 죽은 어린아이는 없다.’ 라는 설명을…”

          들었다가 아닌 보았다라는 단어가 조금 이상하게 여겨졌다. 그것은 당시의 사기사와 역시 마찬가지 였으나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 신도라는 분은 그 광경만 조사하시나요?”

          “아뇨. 호러 작가세요. 소재로 쓰려고 그런 괴담등을 곧잘 수집하신대요.”

          “아…”

          그렇다면 혼다로써도 대충 납득이 간다.

          “하지만 아까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그건 대체?”

          “신도씨가 만들어낸 ‘것’ 이에요.”

          “네…?”

          그 괴담을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이미 괴담이 아니다. 자신은 두 번이나 목격하였으며 그 두 번째는 사기사와가 옆에서 함께 보고야 말았다. 그런대 누가 만들어 냈다는 것은 대체? 그 혼란속에 혼다는 새로운 불안한 공포가 가슴 가득 자리잡는다.

          “신도씨는 2년 전… 부터 혼치바역에 한 달에 한번 국화꽃을 놓으셨대요.”

          “왜요?”

          “글로 쓰려고요…”

          작가의 그런 이상행동에 혼다는 분노마저 느끼게 됬다. 그가 모든 일의 원흉인가? 하지만 혼다는 그런 ‘괴담’을 들은 적도 없다. 과거에 들은적도 없는 괴담을 자신이 체험한 다는 것은 불가능 할 탠데라는 본인 나름의 합리적 결론을 내보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국화꽃을 놓은지 반년이 된 날부터는 자신 말고 한송이의 국화꽃이 있었다고 해요.”

          “누가 놓은거죠?”

          “그분도 모르세요.”

          한 사람이 놓기 시작한 국화꽃에 다른 누군가는 진심으로 ‘공양’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한 송이가 아니라 두 송이, 세 송이가 되었고, 어느 날에는 그곳에 곰 인형이 놓이게 되었어요. 신도씨가 매달 꽃을 한 송이 놓았을 뿐인데 어느새 꽃이 늘어나고, 인형마저 놓이게 된거에요.”

          “엣…”

          “그리고 소문… 괴담에 가까운 소문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신도씨에게 까지 들리게 된거죠. ‘혼치바역에서 뛰어내린 어린아이’에 대한 소문을.”

          “그렇다면…”

          혼다는 아무런 결론도 이끌어 낼 수 없다. 지금 주어진 단서들이 자신의 믿음과 너무나도 다른 것 들 뿐이며 일상과 동떨어져 있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다른 현실’속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며 그녀를 괴롭힌다.

          “어린아이가 죽었다는 믿음이 생기고, 전파되면서 어느 순간 ‘그 장소’에는 믿음 속에서 생겨난 ‘무언가’… ‘그 광경’이 생기게 된 게 아닐까 하고 신도씨가 말씀하셨어요.”

          “잘 이해가…”

          “저도 사실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아요. 일단 사실만 나열할까요? 혼치바역에서 죽은 사람은 적어도 최근 10년간은 없었어요. 다음, 신도씨는 2년전부터 혼치바역에 꽃을 놓으셨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곳에 꽃을 놓기 시작하였고... 혼치바역에 어린아이가 뛰어내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 소문을 듣지 못했어요.”

          “그리고 제가 들은 소문은 ‘여자아이’ 였고요. 신도씨도 여자아이에 대한 소문은 제게서 들은 게 처음이었다고 하셨어요.”

          다소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두 모금 넘긴다.

          “그 소문을 들은 저도 꽃을… 토요일 단 한번 뿐이지만… 놓았고요.”

          “그럼 그 광경…”

          “그 광경에 대해서는 잠시 ‘비현실’ 이라는 라벨을 붙여두죠. 혼다씨도 저도… 믿고 싶지 않으니까요.”

          믿지 않기에, 믿지 않는 것과 마주한 ‘공포’. 그 두 사람이 느끼는 공포의 가장 큰 근원.

          “즉, 실제로 일어난 일을 토대로 ‘그 광경’에 대한 결론을 내어볼까요? 그 누구도 죽지 않았으며 소설가 ‘신도 마쓰지’라는 분에 의해 만들어진 누군가 에요. 아니, 정확히 하면 신도씨는 그게 어린아이인지 성인인지 조차 생각치 않으셨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것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게 신기하다고… 다시 돌아가면… ‘그 광경’은 어떠한 ‘악의’도 ‘원한’도 없이 순수하게 ‘불쌍하다’라는 많은 이들의 믿음이 만들어낸 가공의… 존재.”

          후미카는 그 뒤에 무슨 단어로 ‘그 광경’을 형용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사람의 믿음에서 생겨난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의 곁에 흔히 말하고, 흔히 접하는 ‘카미’와 같은 존재가 된다… 그게 신도씨의 설명 이었어요.”

          “……”

          혼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사실만을 나열했다 하더라도 혼다 미오에게 있어 단 하나의 사실은 ‘자신이 그 광경을 보았다’ 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적어도 그 것에는 아무런 해가 없다는 게 밝혀졌잖아요? 혹시 불안하시면 그걸 처음 만드신 신도씨를 소개시켜드릴 수도 있어요.”

          “으음…”

          “저도 사실 조금은 놀랐지만, 실제로 처음 만든 분과 만나서 얘기를 한 뒤로는 그리 무섭지 않았거든요. 뭐랄까… 호러 영화가 아무리 무서워도 촬영이 끝나면 배우들끼리 웃고 떠드는 그런 광경을 보는듯한… 그런 느낌 이었으니까요…”

          “으음……”

          혼다의 신음은 깊었으나 마음속의 불안감은 해소된 것이 후미카에게는 느껴졌다.

          “그렇군요… 만들어진 광경이라…”

          “네. 비록, 조금 초자연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와 마찬가지에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자신조차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 불안을 사기사와는 잠시 덮어둔다.

          “귀신도 유령도 혼도 아닌 만들어진 무언가… 그렇네요… 뭐, 봐버린 건 봐버린 거지만 나쁜 녀석이 아니었다면 그걸로 괜찮을지도.”

          그렇게 말하며 식어버린 밀크티를 단숨에 들이킨다.

          “조금은 진정이 되셨나요?”

          “네 그럼요! 혼다 미오, 재기했습니다!”

          “하핫, 다행히다.”

          가식없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마주한 사기사와의 모습에 혼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광경’ 본건 사실이지만 그저 ‘신기한 일’의 하나일 뿐 무서워 할 필요는 없다고. 오히려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한 거리가 하나 생겼고 꽤 긴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재밌는 얘기거리가 생겼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즉시 사고를 전환한다.

          “나도 참 단순하네…”

          “네?”

          “아뇨, 그냥 후미카씨의 말을 들으니까 왠지 바로 개운해졌거든요.”

          “하하.”

          “감사합니다, 후미카씨! 저 때문에 그런 고생을 하셔서!”

          “아뇨 아뇨. 저도 좋은 소재를 얻어서 즐거웠는걸요. 곧 저녁시간이니 오늘은 이만 해어질까요?”

          “아, 그렇군요. 네, 후미카씨. 그럼 내일 사무소에서 뵈요.”

          “네. 아, 계산은 제가…”

          서로의 몪을 계산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해어졌다. 사기사와는 역시 그렇게 말은 했으나 어두운 밤에 그 곳에 돌아갈 용기는 없었다. 아무리 믿지 않는다 해도 ‘그 광경’을 본 것은 불과 1시간여전. 여전히 생생하다. 치바역까지 걸어가는 수고를 하면서 자신의 용기없는 행위에 살짝 화를낸다.

          하지만… 도쿄에서 사무소의 숙소에서 생활하는 자신이 이 먼 치바에 까지 오게 된 계기인 ‘미궁초자’, 여기에서 만나게 된 혼다 미오와 ‘그 광경’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신도 마쓰지’와 만나는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이라는 것이 후미카의 마음속에 조금은 남아있다.

 

 

 

          두달이 지난 어느 날 사기사와 후미카는 인터넷에서 스크롤을 내리며 스쳐 지나간 ‘JR소토보선 혼치바역에서 아동이 사망’이라는 기사를 잘못 읽었다고 생각하며 마음 깊이 묻어둔다.

 

'그 광경'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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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괴기 소설에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원전은 제가 대학교2학년때 썻던 지하철 역에서 죽은 남성과 소문에 대한 단편 이었습니다.
그때는 너무 꼬아놔서 대체 뭔일인지 모르겠었다 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현실과 비현실, 정신이 혼란한 여고생이 아닌 조금 더 단순하게 해보았습니다.
처음 쓰기 시작했을때는 출근길의 사람들이 전철로 뛰어내리는 남자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전철도 긴급정지 하였으나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단 환각이라는 내용이 TV에 방영될 즈음 하여 다시 그 광경을 보게된 혼다 미오, 그러나 이번에는 승강장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전철에 뛰어드는 남자를 보게되는데...
라는 내용 이었습니다만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 다시 쓰게 된게 이 것 입니다.

2014년에 혼치바역에서 자살사건이 한건 있었습니다만 극중에서는 없다고 생각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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