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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Y] '그 광경'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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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2, 2016 00:14에 작성됨.

용량이 50kb를 넘어가면서 글이 중간에 자꾸 잘리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상, 하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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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인지 혼다 미오는 알지 못했다. 그저 방과후 친구와 함께 아침부터 가기로 결정한 골목길의 카페에서 마카롱을 먹어보기로 결정한 뒤, 사무소행 전철을 타기 위해 혼치바 역으로 향하기에 앞서 카페에서 짧은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은 약 십 오분 정도. 과연 평소보다 늦은, 조금 늦은 ‘십 오분’의 시간이 이렇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라 부정한다. 자신이 친구와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이런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이다. 부정한다.

          “어, 거기…”

          혼다의 목소리는 중얼거림에 가깝게 그녀와 함깨하고 있는 친구 스즈키 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왼손에는 커피를, 오른손에는 휴대전화 단말을 들고 문자를 보내고 있으며 혼다는 그 옆에서 플랫폼 끝의 ‘그 광경’을 목격한다.

          “저기…”

          역에 진입하는 전철의 굉음, 그것에 이번에는 목소리가 묻히고 만다. 그럼에도 그것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역에 진입하여 정차한 열차. 분명 그에 앞서, 흰 반팔 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입은 남자아이가 뛰어내렸다. 역에 진입중인 전철로.

          왜 다들 조용한 거야?

          전철의 문이 열리는 안내방송, 그리고 내리고 타는 승객들. 혼다와 '그 광경’사이에 있는 사람의 강은 현실과 현실을 가로지르는 비현실로써 혼다는 인식하고 있다. 세 개의 현실이 있다. 혼다 미오는 친구 스즈키 마이와 함께 전철을 타려고 기다린다. 정차한 전철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대기중인 이들이 탑승한다. 아이가 전철로 뛰어들었다. 분명 모든 것이 현실인데 어째서 이 현실의 사람들은 다른 현실의 일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인가?

          “뭐해 미오쨩?”

          현실의 친구는 현실의 혼다에게 현실로 돌아오라 명령한다. 이미 현실에 있었으리라 생각한 혼다는 이제야 현실로 되돌아와 스즈키의 손에 이끌려 전철에 탄다.

          “마잇치?”

          “응?”

          그 누구도 소리치지 않고 알리지도 않는다. 다만 문이 닫히고 전철은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할 뿐. 혹시라도 선로위의 ‘그 아이’를 밟으며 열차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

          “왜?”

          다시금 돌아오는 물음에 혼다는 입을 다문다. 분명했던 세 개의 현실중 무엇인가는 현실이 아니다. 비현실적인 광경을 받아들이기 위해 혼다의 무의식은 결론을 내린다.

 

 

          사무소로 가기위해 굳이 혼치바가 아닌 치바중앙역에서 전철을 탄 것은 어제의 광경이 잊혀지지 않아서 일 것 이다. 힘들게 정거장 하나를 지나왔다. 어제 그녀가 ‘본 것’에 대해 누구에게 말하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내내 하면서 전철 밖 보이지 않는 도쿄만에 물음을 던져보았으나 역시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분명 그녀의 옆에서 그 광경을 함깨 보았었을 스즈키 마이는 전철에서 연신 문자와 영양가 없는 물음을 계속 던져왔다. ‘마잇치는 못 본걸까?’ 설사 그녀 혼자 못 보았다 하더라도 역에는 십 여명의 사람들이 열차에 타고 내리고 있었다. 과연 그 누구도 그 광경을, 뛰어내린 남자아이를 보지 못한 것 일까? 기관사는? 역무원은? 그 누구도? 그럼 그 아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물음의 연속 속에서 혼다 미오라는 무의식은 ‘비현실’ 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결론은 짧은 가공을 거쳐 혼다 미오라는 정신은 ‘피곤해서 잘못 본거야’라는 합리적인 부연 설명을 덧붙이고 혼다 미오는 ‘그렇지.’ 라며 마음 깊은 곳에서 전해져 온 결론을 승인함으로써 이 일을 묻어두기로 한다. 그렇게 결정했지만 서도 이렇게 혼치바역이 아닌 중앙치바역까지 한 정거장을 걸어온 것은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과 의문을 가지면서도 깊게 생각치 않았다.

          사무소에 도착한 시점은 스케쥴보다 삼십 여분 가량 늦은 뒤 였다.

 

         

          “왜 그래 미오?”

          걱정 섞인 시부야 린의 물음에도 그녀는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귀신을 봤어. 그녀 자신이 귀신을 본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지 않다. 남자애가 전철로 뛰어내렸는데 아무도 몰라. 그것도 이미 비현실이라고 결론을 내린 뒤가 아닌가.

          “미안, 조금 피곤해서.”

          그 말로 납득할 시부야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조용히 혼다를 바라본다. 의도적으로 눈을 피하지는 않았으나 그 얼굴로부터 시부야는 리더가 몹시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원인까지는 도달할 수 없었다. “미안, 조금 피곤해서.”라는 혼다의 말은 ‘미안, 참견하지 말아줘.’라는 의미라는 것을 시부야 린도 이해하였으며 그녀의 뜻을 존중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너무 무리는 하지마.”

          그 짧은 한마디로 ‘자신’을 설득 해본다.

          그녀와는 너무나도 가까운 사이라서 상담할 수 없는걸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서 자신과 친하지 않지만 무언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프로듀서는 이런 거 안 믿겠지. 가와시마씨도 얘기는 들어주겠지만 믿지는 않을 것 같아… 카에데씨도… 미나미는?”

          최근에 시작된 유닛 활동으로 바쁘지 않던가? 거기에 생각이 미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히비키쨩이나 오히메찡도.” 타 사무소 소속임에도 가깝게 지내게 된 두 소녀를 떠올려 본다. 시죠라면, 어쩌면. 그녀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도 어쩐지 그녀라면 액막이 등의 주술까지 해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묘한 힘이 샘솥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으로 자신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면서 곧 끝나갈 휴식시간을 상기하고 레슨을 위해 위치로 돌아간다.

 

 

          ‘집에 가기 싫다.’ 치바중앙역에서 내려서 걷거나, 치바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돌아가도 괜찮다. 어떻게든 혼치바역만 가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십여 년 이상 이용해온 대중교통을 갑작스레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은 꽤나 큰 결단이 필요했다. 어제는 마침 혼다의 아버지가 퇴근시간이 겹쳐 집에 갈때는 아버지의 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은 다르다. 그녀의 아버지는 거래처와 미팅을 위해 하치오지에 있을 터, 오늘의 퇴근길에 그녀를 지켜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프로듀서에게 대려다 달라고 할까? 오늘은 레슨만 있는 일정이었기에 그는 다른 이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 시부야도 시마무라도 전철을 타지 않고 걸어서 귀가한다. 이 순간만큼은 그 두 사람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아무리 자신이 리더라 한들, 고등학생이나 된 자신이 ‘집 앞 지하철 역이 무서워서’ 함께 가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좀 걸어볼까. 저녁 먹은 거 소화 좀 시키게.”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킨다. 혼다는 자신이 정말로 걷고 싶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다시 ‘그 광경’이 떠오를 것만 같다. 저녁으로 먹은 구내식당의 나폴리탄과 낫토를 다시 떠올려본다. 괜찮은 조합이다. 350엔 짜리 나폴리탄 스파게티에 100엔으로 낫토를 추가한다. 파와 겨자, 간장을 넣어 잘 섞은 낫토를 겻들인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어째서인지 다른 이들은 모두 경악했다. 심지어 시부야도, 시마무라도. ‘맛있는데 말이지.’ 흥미롭게 바라보던 아나스타시아를 슬며시 제지하던 닛타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자 하던 그녀의 노력은 조금의 빛을 발했는가, 치바중앙역에서 내려 걷는 동안 햇빛이 없음에도 혼다 미오는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고 집에 오는 대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내일은? 그 다음날은? ‘지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다음날의 해는 금방 떠오르며 머리속 ‘그 광경’은 아직 생생히 떠오르고 있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대학 문예부 동아리에서 알게된 호러소설 동인지 ‘미궁초자’에 자신의 작품을 하나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비록 글쓰기는 그리 특기가 아니었으나 마침 어렸을때 읽었던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이 성인이되고 나서 다시 보게되니 새롭게 느껴지는 그 매력에 자신도 ‘호러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호러라는 쟝르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이었기에 동아리에서도 이런 저런 조언을 구해보고 자신이 읽어본 책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가며 완성한 자신의 글 초고는 다행히 미궁초자의 첫번째 미팅 이전에 완성하게 되었다.

          스케쥴이 없는 토요일날이 마침 미팅날이 된 것이 그녀 로써는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다만 치바라는 다소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야 된다는 점이 다소 부담되었으나 그런 사소한 것 보다도 자신의 글을 처음으로 ‘책으로 보게 된다’는 그 설렘이 더욱 컸다. 치바역… 분명 혼치바역에서 죽은 불쌍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조금…

 

 

 

          주말의 출근은 보통 부모님의 차로 출근했지만 이번 토요일은 대중 교통을 이용하게 됬다. 이미 치바중앙역에서 전철을 타는 건 지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하는 수 없이 혼다는 두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았던 혼치바역으로 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지금은 오전 아홉 시로 해는 하늘에 걸려있었으며 푸른 하늘빛이 강렬한 날씨,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올 공포감이 옅어질 시간이다.

오히려 지금 그 근원을 확인한다면 마음은 가벼울 것 이다. 그것이 귀신이었던, 환각이었던 자신이 ‘그 광경’을 목격한 것은 사실이다. 그 괴이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이야 말로 지금의 혼다 미오가 납득하고 그 일을 잊어버리는데 도움이 될 것 이다. 지금 역에 가서 역무원에게 물어보자. 혹시라도 여기서 죽은 아이가 있느냐고. 자신을 다그치며 용기를 낸다. 지금의 혼다 미오에게 남은 감정은 공포보다도 기분나쁜 이물감. 비현실 적인 것을 보았다는 그런 끔찍한 감정 하나뿐이다.

          그렇게 다짐을 하였음에도 역무원에게 말을 붙이는 것은 조금 망설여 진 혼다였다. 결국 언제나처럼 개찰구를 통과하여 플랫폼에 와서야 자신의 흔들리는 결단을 원망하며 다시금 그날의 ‘광경’이 떠오른다.

          “어?”

          그런 비현실 적인 공간에서 혼다는 익숙한 모습을 본다.

          “후미카씨!”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여름 원피스에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여성, 사기사와 후미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살짝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혼다씨 네요.”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이 끔찍한 공기를 바꿔줄 단 한 사람, 그녀의 곁으로 혼다는 뛰어간다. 그녀와 가까워 질수록 그녀의 가슴은 뜨거워진다. 무언가 잘못 된 거 같아… 그런 불안한 마음의 근원은 가까이 있었다. 사기사와의 손에 들린 한 송이의 하얀 국화꽃.

          “혼다씨는 치바에 사셨죠. 출근 중이신가요?”

          “아, 네? 네.”

          조금 말을 더듬는 그녀를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사기사와는 말을 이어간다. 아마도 자신이 들고있는 이 꽃 때문에 조금 당황한 것 이라는 합리적인 생각에서 나온 그녀의 배려.

          “여기서 아이가 죽었다나봐요.”

          “그… 그렇죠.”

          떨리는 사기사와의 목소리, 그에 대한 대답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대답. 그러나 이것은 ‘그 광경’을 본 혼다 이기에 납득 할만했다.

          “아직 어린 여자아이 였다는데…”

          “여자… 요?”

          “그렇다고 들었어요. 지난주쯤에 지금 알바를 하는 서점에… 자주 오시는 아주머니가…”

          “그… 렇군요.”

          흔들리는 혼다의 눈을 사기사와는 보지 못한 것인가. 그녀는 알아차리고 있을 것 이다. 혼다 미오의 정상적이지 않은 반응. 그 전염되는 불안감은 사기사와 까지 전염시키고, 그 감정을 잊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한다.

          “여기서 전철에 뛰어든 여자아이가 있다고 하셨어요. 부모님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서, 여기까지 도망 왔다가… 전철을 타고 도망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지러워서 쓰러졌는데 하필이면…”

          바닥을 향하고 있는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아 보이던 얼굴을 돌리며, “죄송합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다. 하지만 아니다. 여자아이가 아니다.

          “남자아이가 아닌가요?”

          “네…?”

          돌아오는 공포, 떨리는 혼다의 눈은 후미카를 응시한다.

          “직접 보신 게 아니고요?”

          “아뇨… 가게 단골 아주머니가 말씀해주신 거라서… 전 그냥, 그 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그러면서 자신의 뒤를 가르킨다. 플랫폼 한 구석, 용캐 바람에 날리지 않은 두 송이의 국화꽃이 바닥에 놓여져 있다. 사기사와를 바라보는 혼다가 얻은 답은 “제가 오기 전에 이미 다른 분이 놓으신 것 같아요.” 이다.

          “남자아이 였어요.”

          작은 목소리는 사기사와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남자아이 였나요?”

          “제가 본건…”

          “아… 보셨나요…”

          “이틀 전에…”

          “네?”

          “남자아이가 뛰어드는걸...”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그 광경'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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