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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RM)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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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1, 2016 20:27에 작성됨.

내 이름은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한자로 쓰면 比企谷 八幡라고 쓰는데, 그 중에서 특히 성 부분은 히키가야가 아닌 히키타니라고 읽을 수 있다. 일단 대체로 교내에선 날 히키가야라 부르는 사람은 4명 정도다
 
히라츠카 선생님,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그리고 하야마. 물론 이건 단 둘이 있을 때만이라고 할까. 일부러 나를 히키타니로 부르고 있는 거니까...은근히 성격 나쁘다니까, 그 녀석...
 
물론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천사 같은 토츠카라든가, 천사 같은 사이카라든가, 자이모쿠자 같은 녀석이라던가. 토츠카의 경우에는 중요해서 두 번 말했다. 성과 이름 따로 언급해서 말했다
 
어쨌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를 히키타니로 알고 있다. 이걸 악용하면,
 
"땡땡이가 가능하다는 거지"
 
"오오~ '히키타니 하치만'은 교실에 있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은 교실에 없다는 거?"
 
존재감 없는 외톨이면서 동시에 혼동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한 기술이다. 언어란 참 유기적이지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가 대체 뭐야?"
 
비록 내가 교실에서 제대로 대화하는 사람이라고는 토츠카 뿐이고 유이가하마와는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봉사부에서 유키노시타와 같이 있을 때만이라고 해도 땡땡이를 쳐 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중학교 3학년 때처럼 졸업을 얼마 안 남겼을 때라면 또 모를까
 
"응? 내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려고! 회사의 동료들이야!"
 
"...아니, 그러니까 네 회사의 동료들, 분명 아이돌일텐데...왜 나에게 소개시켜준다는 거야?"
 
그보다 나 교복 차림인데? 집에 가서 갈아입고 나온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일반인이 아이돌의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아이돌들을 만나러 회사에 들어가도 되는 거냐?
 
"내가 친구들에게 힛키냥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만나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어때, 가보지 않을래? 사진만 찍지 않으면 만나서 이야기하는 정도는 OK라구. 회사 밖에서 만나는 거라면 조금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내에도 카페가 있으니까"
 
그리고, 라고 덧붙이며 고양이 같은 입모양으로 웃은 이치노세가 말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굳이 안 따라와도 되는 걸 내가 부른다고 땡땡이까지 치면서 나왔잖아? 정말이지 힛키냥은 츤데레라니까~ 귀여워"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히라츠카 선생님을 거쳐서 온 교장의 의뢰니까, 널 핑계로 삼으면 수업을 빠져도 대충 용납될 수 있으니까 나온 것 뿐이야"
 
별로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딱히 지난 번 만남 이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갑자기 유이가하마의 핸드폰을 통해서 온 연락이라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긴게 아닐까 싶어서 빠져나온 건 절대로 아니다
 
"정말이지 솔직하지를 못 하네......뭐, 아무래도 상관 없나"
 
이치노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따라오라는 말은 없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잠자코 따라오라고. 만약 내가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따라갈 거라고 생각한 거라면─정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까지 나와서, 별 다른 일도 없이 이치노세를 방치한 채 집에 돌아가버리면, 나중에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맞을 테니까
 
*
 
"여기가 346인가......"
 
346 프로에 대한 첫인상을 말하자면, 우선 압도되었다─라고 할 수 있겠다. 앞에는 옛 건물 같은 본관이, 그 뒤로는 요즘 시대의 건물인 신관이 있다. 특히 본관의 경우에는 개화기 무렵에 지어진 듯한 성처럼 고풍스러운 건축물이었다
 
"자~ 자~ 빨리 들어오라구"
 
이치노세의 뒤를 따라 본관 안으로 들어간다. 본관은 출입구와 안내 데스크 정도의 역할만 하는 모양인 듯, 신관과 연결되는 통로를 따라 걷는다. 양 옆에 펼쳐져 있는 유리창들 너머로 사내 공원까지 보인다
 
...얼마나 부지가 넓은거야, 여기? 땅값도 장난 아니겠다
 
신관 안으로 들어서자, 확실히 이번에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아이돌부터 시작해 TV에서 자주 보이는 배우, 탤런트, 개그맨, 가수 등 별의별 사람들과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그보다, 역시 너무 눈에 띄나'
 
넥타이도 풀고, 블레이저도 입고 있지 않다. 소속 학교를 밝힐만한 증거물은 전부 학교에 두고 왔는데도 척 보아도 남자 고교생처럼 보이기 때문인지 지나가면서 다들 한 번씩은 이쪽을 보고 지나간다
 
주변에도 교복을 입은 소녀들은 꽤 있다. 아마 십대의 아이돌이나 연예인이겠지. 아니, 그냥 내 자의식 과잉일 수도 있고 모두가 주목하는 건 이치노세일지도 모른다. 이 녀석의 성격이나 행동방식을 생각해 보면 346 내에서 좋은 의미로든, 안 좋은 의미로든 소문이 쫙 퍼졌을 수도 있다
 
"몇 층으로 가니?"
 
"15층으로 부탁할게"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층수를 묻자 반말로 대답한다. 귀국자녀라고 해도 이건 좀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노인은 신경쓰지 않고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눌러주었다
 
"그보다 이치노세 군. 옆의 소년은 누구지? 처음보는 얼굴인데"
 
"아, 저는..."
 
"내 친구야. 데려와도 문제 없지?"
 
내 말을 자르고 이치노세가 대신 소개한다. 그보다, 네 친구가 된 기억은 없는데
 
"친구라...친구인가...너무 요란한 일만 벌이지 말게"
 
10층에서 내리며 사라지는 노인. 친구라는 단어를 몇 번 되뇌일 때, 은근히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애초에 이런 회사에서 연예인도 아니고 저런 노인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걸 보면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겠지
 
일단 외모로 나이를 추정해 보면 명예퇴직하고도 남는데...임원일까?
 
엘리베이터는 15층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뒤를 따라, 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얏하로! 시키냥 왔어!"
 
유이가하마가 자주 쓰는 인삿말을 하며 이치노세가 인사하자, 안에 있던 다른 4명의 여성들도 화답해준다
 
"아, 시키. 어서와"
 
창백해 보일 정도로 흰 피부와 백금발에 가까운 머리색, 그와 대조되는 진한 검은색인 눈동자, 그리고 도도하고 쿨해보이는 이미지의 소녀
 
"어머, 뒤의 남자가 시키가 말했던 그 사람일까?"
 
교복을 입고 있지만, 전신에서 풍겨나오는 성숙미와 요염함은 도저히 학생이라고 보이지 않는 여성
 
"안뇽~! 썩은 눈의 소년! 미야모토 프레데리카에요~!"
 
금발에 연녹색 사백안. 혼혈...일까?
 
"엣...? 일반인...? 데려와도 되는 거야?"
 
핫핑크 갸루...우와, 인상 엄청 강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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