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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R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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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0, 2016 16:28에 작성됨.

제멋대로 나가버린 이치노세를 당연히 우리는 쫓았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도 피곤한 성격이었다. 여기저기 흥미를 가지고 기웃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금방 질리는지 던져버린다. 마치 어린애 같다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금방 백기를 들어올렸고 결국 남은 건 나 한 사람 뿐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간다. 어느덧 석양이 지고 있다. 이 나이 먹고 통금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이치노세 같은 눈에 띄는 여자가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건 좀 안 좋을지도 모른다
 
"이봐, 슬슬 돌아가자"
 
"싫~ 어~"
 
"......"
 
억지로 끌고가려 하면 소리 지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할 무렵, 이치노세가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호신용 스프레이...?
 
"에잇"
 
"윽...!"
 
그 스프레이를 갑자기 나에게 뿌린다! 이게 뭐 하는 짓거리...?!
 
"...!"
 
순간, 시야가 멀어져 간다. 다리에서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뭐지, 왜 갑자기 온 몸에서 힘이 빠지는──
 
"너, 대체...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잠깐 동안 힘을 빼는 거야. 시키냥의 전문분야는 화학 쪽이걸랑? 시키냥의 앞가림은 시키냥이 알아서 잘 하니까,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이치노세는 멀어져 갔다. 태평하다라고 할까...이기적이다
 
잠시 후, 다시 몸에 힘이 돌아온다. 대체 무슨 수상한 약을 스프레이로 뿌린거람. 그보다도...이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그렇게 3일 동안, 이치노세는 우리들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요! 시키냥, 등장이라는 거야!"
 
"......"
 
점심시간. 엎드려 자는 척 하고 있던 내 앞에 갑자기 이치노세가 나타났다. 신출귀몰...얘는 대체 정체가 뭘까?
 
"...일단 자리를 옮길까..."
 
주변에는 시선이 너무 많다. 이상한 오해를 사는 건 사양하는 바이니까
 
"자, 잠깐, 힛키...!"
 
유이가하마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곧 입을 다문다. 여기서 나서는 건 안 좋다는 걸 본인도 눈치챈 거겠지. 이치노세는 천진난만하게 뒤따라 온다
 
"...그래서, 지난 3일간 어디서 뭘하고 있던 거지?"
 
"음~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고 할까?"
 
"그 여기저기가 어딘데?"
 
"여기저기는 여기저기야. 그냥 여기저기니까, 여기저기라고 알고 있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지나친 마이페이스. 왜 문제아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보다, 힛키냥은 왜 그리 시키냥에게 관심이 많아? 응? 혹시 반했어? 아핫, 유감이지만 힛키냥의 마음은 못 받아들여. 그럴만한 사정이 있거든"
 
"반한 적 없어. 내가 아무리 쉬운 남자라고 해도 잠깐 만났다가 3일 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이상한 여자에게 반할 정도로 취향이 편향되어 있지는 않아"
 
이건 순수하게 걱정되서 하는 말이다. 이치노세 같이 눈에 띄는 여고생이 3일 동안 아무도 모르게 실종되었다가 다시 나타났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했던 대로 취미가 실종이라고 했던 것처럼 그녀의 부모도 이치노세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신경쓰지 않는 모양인데,
 
"밥은 어디서 먹었지? 잠자리는? 이상한 사람에게 걸린 거 아니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말해 봐"
 
"......"
 
이치노세가 아무 말 않고 나를 응시한다. 그녀의 입꼬리를 비틀려져, 말아 올려가 있다. 그러더니,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네준다
 
"명함...?"
 
346 프로덕션의 명함이다. 346 프로덕션은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진 대형 프로덕션으로 많은 배우와 가수 등을 보유하고 있다. TV ・ 영화 ・ 영상 콘텐츠의 기획도 하고 최근 아이돌 부문에도 발을 걸치는 모양인데, 이 녀석이 이 명함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이돌이라도 된 거야?"
 
"빙고! 그쪽의 기숙사에서 뒹굴거리다가 왔어"
 
"...부모의 허락은?"
 
"그런 거 몰라. 어차피 내가 뭘 하던 그냥 냅두걸랑"
 
방임주의...아니, 방치인가. 슬슬 내가 왜 이 녀석에게 계속 신경 썼던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스탠드사가 스탠스사를 알아보듯이, 외톨이는 외톨이를 알아보는 법
 
"아이돌을 하는 건 진심이 아니지?"
 
"빙고~ 어차피 심심하니까 한 번 해본거야. 그쪽에서 먼저 다가오기도 했고. 아마 흥미가 식으면 바로 훌훌 털어버리고 나가버리지 않으려나~"
 
천재, 들쑥날쑥한 관심, 실종 그리고 외톨이
 
"삶에도 흥미가 사라지면 스스로 자살이라도 할 생각이냐?"
 
"......글세에─. 그건 어떨까?"
 
가끔씩 그런 사람이 있다. 겉보기에는 그냥 생각없고 밝은 또라이 같아 보여도 사실은 너무도 앞서나가는 천재다 보니 일상에 대한 환멸을 느껴서 애써 해맑은 괴짜인 양 미친척하고 다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누구라도 좋으니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외톨이들. 애써 진심에서 눈을 돌리고 도망치는 녀석들...나와 같다
 
'이성적인 관심이 아니라 혐오 혹은 동질감, 그런 건가'
 
물론 나는 그녀 같은 천재가 아니다. 단지 똑같이 도망치는 녀석이니까, 그게 보기 싫은 것일수도 있다. 왜 너처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모으고 순식간에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아이돌까지 해내는 녀석이 허구한 날 도망만 다니냐고. 그런게 짜증나서 그런 거다
 
어지간히도 속이 좁은 남자로구나, 나란 놈은...
 
"힛키냥은 삶에 흥미가 있어?"
 
"...없지는 않아"
 
옛날에는 어땠을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겠지. 아마 분명히 있을 거다. 그치만, 내게는 코마치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행동을 하지 못 했다...아니, 어쩌면 코마치가 있다는 것도 핑계일지도. 그냥 죽는 걸 바라면서, 죽는게 무서운 애송이였을지도 몰라
 
"나는 말이지~ 그냥 이것저것 다 지루한게 많아. 그러니까, 내 흥미를 끌 수 있는 걸 찾아다니는 거야"
 
양팔을 쫙 펼친다. 하늘과 마주보듯이. 그 팔 안에 넓게 펼쳐진 하늘을 다 감싸려는 것처럼
 
"있지, 힛키냥은 말이야, '하늘을 날고싶다'라고 생각해 본 적 있어? 뭐, 그런 사람이 있어서 실제로 비행기가 만들어진 거긴 해...그치만, 개나소나 하늘만 바라보는 건, 좀 식상하지 않아? 어차피 인간은 중력을 거스를 수 없어. 비행기나 우주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말이야"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 저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어쩐지 편안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건 너무 평범해. 평범해. 평범해. 평범해. 일부러 중력을 거스르는 의미도 모르겠어. 알게 뭐람, 그런거"
 
"...그럼, 하늘을 걸어보지 그래?"
 
평범한게 싫다. 비일상을 바란다. 소년만화처럼 자극적인 일상을 보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절로 냉소를 짓고, 그런 식으로 쿨한 척을 하며 자기를 위로하는 사람도 분명 많이 있다. 흔히들 그런 걸 고2병이라 부르지
 
"...어?"
 
"아니, 뭐...자기부상열차였던가? 그런 것도 있는데...사람이 하늘을 걷게 되는 날도 멀지 않아 찾아올지도 모르지"
 
그래도 사람은 꿈을 꾼다. 내심으로는 하늘을 날기를 바란다. 불가능을 가능케 할 때의 그 쾌감과 성취감. 중독되지, 그런 건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까, 좀 더 앞을 내다본다고나 할까...네가 바라는 건 그런 거 아니야? 이 관심종자 녀석아"
 
"......아핫♪"
 
모욕적인 발언인데도, 이치노세는 웃었다. 정말로 재미있다는 듯이. 흥미가 생긴 것처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시키냥에게 그런 소리를 한 사람, 힛키냥이 처음이야. 아아~ 관심종자 녀석이라. 지나치게 푹 꽂히는 발언이라 아픈데? 흑흑, 힛키냥은 여심을 너무 몰랑~"
 
그치만, 이라고 덧붙이면서, 이치노세는 개구쟁이처럼 웃는다
 
"하늘을 걷는다, 라...그건 마음에 드네"
 
"......너에게 맞추려면 정말로 필사적으로 달려야 할 것 같구만"
 
이 바보가 바라는 걸 알았다
 
 
 
 
이치노세 시키를 시리어스하게 풀어내면 시구마 리카가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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