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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R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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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9, 2016 21:50에 작성됨.

아이돌
 
그들은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며, 머나먼 존재
 
텔레비전 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노래하고 춤춘다. 때로는 가수로서 노래하며, 때로는 배우로서 연기하고, 때로는 엔터테이너로서 웃음을 준다
 
보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그 모습은, 틀림없이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보이는 광경만이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말로 성격이 좋은 걸까. 애인이 있는 것 아닐까. 뒤에서는 더러운 짓을 하는 것 아닐까.
그런 비방과 중상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목적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쪽이 많을지도 모른다
 
아이돌은 '우상'. 자신의 이상이나 신념을 주위 사람에게 퍼뜨리고, 숭상한다. 그러나, 그렇기에 알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환상이고, 사실은 현실이 있다는 것을. 자신은 상상도 못 할, 그런 진실이 있다는 것을
 
물론, 그럼에도 계속 믿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웃게 만들며, 희망을 주고, 힘을 준다. 반드시 그런 아이돌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진심으로 이루고자 하는, 진정한 아이돌이
 
아무튼, 그거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거냐면──
 
"좀 천천히 가지 그러냐"
 
"싫은걸~ 저기서 좋은 냄새가 난다구~"
 
이치노세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고 있다.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간다. 그녀는 겉모습만 보면 지나가다가 한 번쯤 뒤돌아 볼 만한 미소녀다. 나도 처음에 보았을 때는 움찔, 하고 놀랐지
 
다만...그 실상을 알고 보면...정말로 성가시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아, 어디선가 개다래나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정신나간 후각에는 솔직히 감탄사가 나오는 수준인걸"
 
어쩌다가 이런 녀석과 얽힌 것인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 더 시간을 뒤로 돌려야 한다
 
*
 
평상시와 같은 방과 후. 봉사부실에서 나는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들, 나와 유키노시타는 책을 보고, 유이가하마는 핸드폰으로 메일을 하는 그런 정도다. 가끔씩 유이가하마가 화제를 꺼내들고 나와 유키노시타가 그 화제에 맞춰 적당히 대화를 나누는...평범한 일상이다
 
너무 평범해서 때로는 지루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아나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나는 다르다. 아니, 우리들 모두 지금의 이 관계를 끊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들 겉으로 내색만 안 할 뿐
 
"들어간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히라츠카 선생님이 들어온다. 유키노시타는 제발 노크 좀 해달라고 말하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씹는다. 그 결과 이제는 유키노시타도 그에 대해서는 태클을 걸지 않는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승리였다. 딱히 승부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신가요, 선생님"
 
"봉사부로 들어온 의뢰 하나를 가지고 왔다...아니, 의뢰라기보다는 사실은 짐짝 떠넘기기라고 할까, 애 돌보기라고 할까. 어쨌든 그런 거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표정이 피곤으로 찌들어 있다. 척봐도 엄청나게 귀찮은 일이라는 건 알 수 있다. 좋아. 이제 하교할까
 
"기다려라, 히키가야. 어디로 도망치려는 거지?"
 
"하, 하하하. 도망이라니요. 선생님, 그런 편견은 좋지 않──"
 
"도망치면 다른 두 사람은 그냥 보내더라도 너 한 사람만큼은 반드시 붙잡아서 질질 끌고 가주마"
 
히익?! 무셔! 혼인활동 실패경력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럴까? 뭐 하나에 집착하는 기색이 보이면 무서울 정도의 박력을 보인다. 어쩌면 맞선 상대에게 저런 모습을 보여주어서 상대방이 먼저 질려 떠나간게 아닐까
 
누구라도 좋으니, 빨리 이 선생님 데려갔으면 좋겠다. 아니, 선생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의 남자가 몇이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흠흠...선생님. 의뢰의 내용은?"
 
유키노시타가 헛기침을 하고 묻는다. 히라츠카 선생님도 그제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는지 이미 늦어버렸는데도 애써 어른의 관록을 유지하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의 대학 시절 동창에게서 날아온 의뢰다. 딸을 좀 봐달라더군. 나이는 너희들과 같다. 단지...조금 대하기 까다로운 아이라고 할까. 히키가야 이상의 문제아다"
 
"...그건 사람인가요?"
 
"어이. 그 말은 엄청나게 실례거든. 주로 그 사람에게"
 
"힛키에게 실례인게 아니라?!"
 
유키노시타의 독설은 이제 익숙하다. 없으면 더 이상할 정도. 아니, 딱히 내가 M으로 각성한 건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름은 이치노세 시키. 유키노시타처럼 귀국자녀로 일단 천재라는 설정인 모양이다. 취미는 수상한 과학실험과 실종...전부 본인이 밝힌 거다"
 
"......"
 
수상한 과학시험은 둘째치고 실종이 취미라는 건 대체 뭔지 모르겠다. 그보다 천재라는 설정은 또 뭐야. 그런 질문을 담아 히라츠카 선생님을 응시하니,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백문에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들어와라"
 
"네엥~"

교실의 문 바깥에서 한 소녀가 걸어들어왔다. 약간 자주색이 감도는 머리카락에 블레이저 코트를 느슨하게 어깨에 걸치며, 상의의 단추도 여기저기 풀어둬 가슴팍의 하얀 언덕과 배꼽이 보인다......뭐지, 이 빗치는? 갸루인가?
 
"일단...자기소개라도 해봐라"
 
"네넹! 헬로, 나는 시키! 이치노세 시키야! 시키냥이라고 불러도 좋아!"
 
일단 첫인상만으로 보면 활발한 미소녀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미소녀다. 단지,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를 떠올리게 한다. 유키노시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건지,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유일하게 유이가하마만이 똑같이 미소지으며 인사한다
 
"만나서 반가워 시키냥. 나는 유이가하마 유이라고 해"
 
"그래? 그럼 유이냥이구나! 다른 쪽은?"
 
"...유키노시타 유키노란다. 참고로 유키냥이라고 부르지 마렴"
 
사전에 냥이라는 호칭을 원천봉쇄하는 유키노시타. 하지만,
 
"싫어. 유키냥이라고 부르는게 더 귀여운걸?"
 
"......"
 
이치노세는 단번에 무시했다. 그러자 유키노시타가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무례하구나. 사람이 먼저 그런 식으로 불리는게 싫다고 말했는데도 그런 태도인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과연 유키노시타. 저런 식으로 정색하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당황하게 만들지. 이치노세도 이번 경우는 조금 의외였는지 입을 다물고 벙찐 표정이다
 
"저, 저기 진정해, 유키농! 시키냥도 악의를 담아서 그런 건 아닐테니까! 그리고 시키냥도, 조금은 주의해줘. 알겠지? 유키농, 너무 가벼운 건 싫어하는──"
 
씨익. 이치노세는 웃었다. 입가만 웃고 있었다. 두 눈은 간드러지게 뜨고 유키노시타를 바라본다...아, 이거 하루노 씨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꺼려지는 녀석인데
 
"알겠어. 그러면, 이쪽은 어떠려나?"
 
드디어 내 차례인가. 평범하게 대답해도 또 냥이라고 붙여서 부르겠지.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딱히 태클 걸 생각이 없다. 귀찮기도 하고, 이미 유이가하마부터가 나를 힛키라고 부르니까
 
이름을 말하려고 할 찰나였다
 
"킁킁♪ 너, 왠지 좋은 냄새가 나네!"
 
"...?!"
 
이치노세가 갑자기 내게로 다가와 내 목에 고개를 묻고 냄새를 맡는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입가와 콧잔등을 간지럽힌다. 좋은 향기. 어떤 향수를 쓰는 걸까. 아니,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이봐, 너무 가까운──"
 
"이치노세 양. 당장 그 남자에게서 떨어지렴. 그 남자가 갑자기 이성이 날아가버려 당신을 덮치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맞아! 힛키도...그, 남자니까...그런건 자극이 강할거야"
 
나는 어디까지 신용받지 못 하는 겁니까...아니, 뭐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다. 실제로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기도 했고. 그래도 아직 아무것도 안 했다?
 
이치노세는 샐쭉하고 웃으며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또다시 얼굴을 들이밀며, 시선을 유키노시타와 고정시킨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매우 좁다. 유키노시타는 잠깐 당황한 듯 했지만, 피하지 않는다
 
유키노시타는 차갑고, 이치노세는 웃고 있다. 유이가하마가 유키농거리며 달라붙을 때 느껴지는 백합스러운 분위기는 없다. 저 두 사람, 서로 상극이다. 그걸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유키농, 이라고 했던가? 질투하고 있어? 그런 냄새가 나는데"
 
"사람의 감정에 냄새는 없어. 당신은, 상당히 이상한 사람이네. 머리에서 나사가 한두 개 빠진게 아닌 모양인가봐"
 
"글세~ 그렇지만, 유키농은 내가 부러운 것 같은데? 그도 그럴게─유키농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 나는 단숨에 좁히니까?"
 
"......"
 
명백한 도발. 분위기가 심각해진다
 
"어이, 너. 적당히 하지? 시비거는 거냐?"
 
이런 녀석은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노 씨가 하는 것처럼 마구 휘둘릴지도 모른다. 그러자, 이치노세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샤프트 각도로 목을 꺾고,
 
"오~ 무셔라. 단지 장난쳤을 뿐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평범하게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건 범인(凡人)의 특징이야. 힛키냥에게「천재」는 어울리지 않는 모양인가봐"
 
살랑살랑 손을 흔들고, 안녕! 이라고 말하며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는 이치노세. 폭풍이 오고간 듯 한 정적이 부실에 내려앉았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직접 체감했듯이, 저런 녀석이다. 그러니까, 뒤는 부탁한다"
 
앗, 도망쳤다!? 히라츠카 선생님, 비겁해!
 
 
 
 
 
시키냥으로 시리어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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