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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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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7, 2016 23:16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A-1 Pictures

안즈는 내키지 않는 듯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로 공연장을 둘러보는 반면 프로듀서는 자신감 넘치는 환한 표정으로 안즈를 달랬다.

"자, 그럼 시간 됐으니까 가볼까?"
"응, 알았어."
안즈에게 카메라 스태프가 붙었다.

오늘 방송을 위해 움직이는 차량은 스태프와 출연자 탑승용 승합차와 홍보용 경트럭. 경트럭엔 개폐기능이 있는 컨테이너가 붙어있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자주 보는 구조다. 안즈가 방송을 보고 선거 유세 현장 같다는 말을 괜히 한 게 아니다.

안즈는 카메라 앞에서 게릴라 라이브에 대한 각오와 예상, 기대 같은 이야기를 혼자 풀었다.

"안즈는 큰 기대는 안 해. 그냥 오는 사람이 있으면 노래하고……. 그런 거지 뭐……. 괜히 기대했다가 상처 입긴 싫으니까."
영상은 나중에 편집을 통해 자막과 나레이션이 삽입된다. 안즈는 지금 혼잣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 방송에선 나레이션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식으로 나올 예정이다.

안즈가 먼저 승합차 뒷좌석에 탑승하고, 안즈 옆에 카메라 스태프가 앉았다. 그 뒤로 프로듀서와 마이크 담당 스태프, 그리고 촬영 감독이 앉았다.

차량이 출발한다. 트럭이 앞장서고 승합차가 뒤따른다. 차량이 도로를 타고 거리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번화가에 주차. 승합차에서 안즈 일행이 내렸다. 트럭의 컨테이너가 열리고 안즈가 걸어 올라간다. 안즈의 손에는 확성기가 들려 있었고, 프로듀서의 품에는 두꺼운 전단 뭉치가 올라왔다.

-일하기 싫어!

안즈가 적당히, 큰소리로 외쳤다.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 안즈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런 기분, 어디서 풀고 싶지 않아? 난 후타바 안즈! 언젠가 니트 왕국을 세울지도 모르고 안 세울지도 모르는 그냥 귀찮지만 인세를 위해 노래하는 니트! 오늘 안즈의 게릴라 라이브가 열려! 안즈의 인세 생활에 기여해줄 사람 있어?

"뭐지? 누구야?"
"어? 저거 후타바 안즈다! 인터넷에서 봤어."
"컨셉 참 이상하네."
"뭐지? 재밌어 보이는데?"
사람들이 점점 트럭으로 모여든다. 프로듀서는 안즈를 보려고 멈춘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누어주었다. 열에 여덟은 전단을 받았고 둘은 거부했다.

좋은 페이스다. 반응이 좋다. 프로듀서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기뻤으니까. 손은 바빴지만 웃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게릴라 홍보는 이런 식으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홍보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돌아왔다. 홍보 트럭과 승합차가 바리케이드로 구분된 차도를 타고 관계자 전용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량이 주차장으로 향하며 바리케이드 몇 개로 구분된 일반 입장 대기 줄 옆을 지난다. 차를 알아본 사람들이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든다.

안즈도 얼떨결에 손을 흔들었다. 안즈가 앉은 자리의 창문은 선팅이 되었으므로 밖에선 잘 안 보이겠지만.

차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무대 뒤편의 천막 사이. 안즈 일행은 차량에서 내려 천막으로 이동했다. 카메라가 안즈를 담는다. 안으로 이동하기까지 몇 장면을 찍고, 이후 영상에선 콘서트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런고로 카메라 촬영은 잠시 휴식을 맞이하였다.

"순조롭네."
"사람들 많이 왔어?"
"이미 목표량을 넘었어."
"우와……."
"기뻐서 그래?"
"설마 진짜로 넘을 줄은 몰라서."
"겨우 200명이야. 너 정도면 충분히 넘는 수치야. 좀 더 자신감을 가져보는 게 어때?"
"자신감이라……."
자신감,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음……."
안즈는 입가를 우물거렸다. 입술이 움직이며 턱에 주름이 졌다.
"으으으으음……."
안즈는 눈을 반쯤 감고 턱을 쓰다듬었다. 엄지로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프로듀서, 이번에 주는 사탕은 뭐야?"
"골든 캔디야."
"좋아. 그래."
안즈는 손가락을 멈췄다.

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이 솟아올랐다.

라이브가 성공할까? 당연하다. 라이브가 성공하면 사탕을 먹을 수 있다. 그러므로 안즈의 라이브는 성공한다는 결과로 고정됐다.

"의욕이 솟았어."
안즈는 주먹을 꾹 쥐었다.
"좋아, 안즈는 이렇게 차근차근 올라가면 돼."
프로듀서는 안즈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감도 있고, 의욕도 있고, 응원도 받았다.
오늘 라이브는 실패할 리가 없다. 반드시 라이브에 성공해서 사탕을 빨아 먹을 테다. 안즈의 두 눈에 거센 불길이 일었다.

"프로듀서. 죄송하지만, 잠시 이쪽을 봐주셨으면 하는데요?"
스태프가 프로듀서를 불렀다. 라이브 진행 구성을 맡은 스태프였다.
"잠깐 디렉터께서 급하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요."
"예정에 트러블이 났나요? 그럼 안즈는……."
"후타바 씨는 예정대로 나가시면 되어서 딱히 상관은 없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가도록 하죠. 그럼 안즈는 예정대로 나가. 알았지?"
"응."
프로듀서는 스태프를 따라 천막에서 나갔다. 안즈는 혼자 남아 생수병을 열었다. 생수를 마시기 직전 천막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프로듀서가 뭘 두고 갔나? 하지만 들어온 인물은 프로듀서보다 체격도 작았고, 성별도 달랐다. 안즈는 천막에 들어온 인물을 보고 생수를 마시려던 걸 멈췄다.

유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 잘 지냈어?"
안즈는 입을 반쯤 벌린 채 침묵했다. 손에 들린 생수병도 기울어진 채 멈췄다.
"왜 그래?"
"조금 놀라서."
안즈는 생수병을 닫고 테이블에 올렸다.
"무슨 일이야? 왜 여기에……."
"안즈 쨩 보러 왔지!"
유이는 잽싸게 의자를 가져와 안즈 바로 옆에 붙어 앉았다.

"이렇게 마음대로 들어와도 돼?"
"괜찮아. 허가는 받았으니까."
유이는 안즈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유이의 어깨가 안즈의 어깨에 찰싹 달라붙었다.
"불편해."
"스킨십이야. 후후, 귀여워라~"
유이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는다.

"오늘은 안즈 쨩이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왔어."
"일반 입장 줄은 저쪽이야."
"에이, 너무 매정하다! 모처럼 놀러 왔는데!"
"오늘 촬영을 어떻게 알았어? 한가할 것 같진 않고, 우연히 신주쿠 근처를 지나가다가 들린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안즈는 유이에게서 어깨를 떼었다. 그리고 의자를 들어 유이와 거리를 벌렸다.
"날카롭구나. 그런 점도 정말 재밌어."
유이는 모자의 챙을 내렸다. 유이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고, 그림자 속에서 유이의 안구가 하얗게 빛나며 안즈를 쳐다봤다.

"오늘 촬영이 있다고 들어서 왔어. 소식통으로."
그럴 줄 알았다. 유이 정도의 인기 아이돌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게 부자연스럽다. 사전에 스케줄을 조정했거나 아니면 펑크를 내야 시간이 날 테니까. 그러면 답은 하나. 오늘 안즈가 게릴라 콘서트 촬영을 한다는 소식이 유출된 거다. 이 방송은 방송 특성상 출연자 정보는 같은 업계인에게도 비밀이다.

출연 계약서에도 명시된 사항이다.

"그게 말이야, 걱정되어서 말이지. 아하하, 안즈 쨩. 프로듀서 쨩이랑 잘 지내?"
"프로듀서 쨩?"
"지금 안즈 쨩의 프로듀서이자……."
유이는 말끝을 흐리다가 챙을 올렸다.

"유이의 예전 프로듀서."
유이가 씨익 웃었다. 순간 안즈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등에 얼음 덩어리를 갑작스레 비벼댄 것처럼 차가운 것이 안즈의 등에 흘렀고 오돌토돌한 닭살이 올라왔다.

"전에 안즈 쨩이랑 프로듀서 쨩이 이야기하는 걸 봤거든. 어색하던데? 지금도 그래?"
"쓰,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게 정말 궁금해서 왔어."
유이는 키득거렸다. 짓궂은 의도가 다분히 섞인 웃음. 마치 소악마처럼.
"제대로 대답을 못 하는 걸 보니 잘 안 되는 모양이네?"
유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빙글빙글 천천히 돌면서 음향기재까지 느긋하게 걸어갔다. 유이는 기재 위에 올려진 마이크 두 개 중 하나를 집었다.
그리곤 마이크를 입 앞에 대고 입을 열었다.

"자아, 후타바 안즈 씨, 오늘 게릴라 콘서트가 성공할까요? 지금 심정이 어떤가요?"
전원은 꺼져있으므로 스피커는 잠잠했다.
"오늘 콘서트는 성공할 거고, 지금 심정은 영문을 모르겠어."
"그래?"
유이는 손가락을 쉴새 없이 움직여 마이크를 가지고 놀았다.
"그래, 오늘 콘서트는 성공하겠지."
"무슨 뜻이야?"
"별다른 뜻은 없어."
"진짜로 뭐하러 왔어?"
"글쎄, 이제부터 뭘 할까?"
안즈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이는 여전히 마이페이스.

"후타바 안즈 씨, 슬슬 준비해주세요."
촬영 스태프가 안즈를 불렀다. 스태프는 유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천막에 얼굴만 비치고 사라졌다.
안즈는 유이에게 다가갔다. 정확히는 유이 옆에 있는 음향기재 쪽으로. 안즈는 남은 마이크 하나를 잡았다.

"열심히 해."
"안즈는 니트니까 적당히……."
안즈는 유이에게서 등을 돌렸다.
"적당히, 성공할 정도로 할 거야."
속이 끓어오른다. 발산하고 싶어졌다.

무대와 연결된 계단, 합판으로 나누어진 경계에서 안즈는 마이크를 쥐고 신호를 기다렸다. 스태프가 옆에서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안즈는 계단을 밟았다. 꾸욱 밟은 기세를 유지하며 튕겨 나가듯 무대에 올랐다.

안즈가 무대에 오르자 압축공기를 타고 종잇조각이 화려하게 휘날렸다. 조명 몇 개가 현란하게 안즈를 비춘다. 안즈는 눈부신 조명 속에서 관객들을 똑바로 바라봤다. 300개가 준비된 간이 좌석엔 사람들이 전부 앉아 있었고 좌석 뒤 공터에도 서서 무대를 보는 시선이 빼곡하게 늘어섰다.

200명은 거뜬히 넘었다. 수많은 시선이 안즈를 주목했다. 조금 긴장했지만, 조금이다. 긴장이 오히려 누그러지며 스릴로 변했다. 속에서 끓어올랐던 감정이 약간의 긴장에 반응하여 안즈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스릴이 또 한 차례의 가열을 거쳐 의욕으로 변했다.

몸을 거침없이 움직이고 싶다. 목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다. 평소와는 다른 그런 감정이 안즈의 전신을 감쌌다.

안즈의 개성을 침범하듯이.

“자아, 모두! 기다렸어?”
안즈는 그렇게 힘차게 외쳤다.
관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수백 명의 함성이 바람이 되어 안즈를 지나간다.

“오늘의 안즈는, 왠지 모르게 속이 뜨거워졌어. 아무래도 발산해야 할 것 같아!”
안즈는 마이크를 꾸욱 쥐었다.
“시, 싫어! 난 일하지 않을 거야!"
안즈의 힘찬 독백이 지나자 전주가 흐른다. 낮은 반주에 따라 안즈의 자세가 낮아졌고…….

"일하지 않는 모든 이에게 전한다! 이건 놀이도 라이브도 아니야! 우리의 정의를 위해!“
반주가 높아짐에 따라 안즈가 뛰어올랐다. 그리고 바닥에 힘차게 착지! 안즈는 스텝을 밟고 팔을 휘저었다. 허리를 움직였다. 흉부를 젖혔다. 그렇게 온몸을 움직였다.

속에 쌓였던 것이 분출된다. 분출된 것이 안즈의 입을 통해, 몸을 통해 표현되고 나타나고 의미를 갖춘다.

“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노래하고 싶다! 춤추고 싶다!

“좀 더 자도 괜찮잖아잖아잖아! 놀고 싶어! 자고 싶어싶어! 24시간 연중유휴!”
안즈가 노래 한 마디 한 마디를 입에 담을 때마다, 속에서 긴장과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희열이 피어났다. 희열이 안즈의 마음속을 점점 채웠다. 그것이 연료가 되어 안즈의 몸을 움직였다.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빠르고, 힘차게.

“아, 사탕 먹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이거 계속해야 해?”
계속하고 싶다. 안즈는 속에 쌓인 울분을 좀 더 풀고 싶었다. 오오츠키 유이가 심어놓은 감정을 자기 안에 하나도 남기고 싶지 않았기에. 그래서 춤추고 노래했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객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안즈는 정신없이 노래하는 데에 열중했고 노래하는 데에 빠졌고 노래하는 데에 홀렸다.
안즈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노래했다.

“이런 꿈을 꿨어.”
안즈는 노래를 마무리했다. 몸을 좀 더 움직이고 싶었지만 정해진 분량이 끝났다. 노래가 끝나고 안즈는 숨을 헐떡였다. 등이 축축해졌다. 의상이 안즈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관객석에서 박수갈채가 들려온다. 함성도 들려온다. 그러나 음량이 영 시원찮았다. 그나마 나오는 반응도 공연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아닌 그저 형식적으로 예의상 치는 박수였다.
안즈는 당황했다. 안즈의 시야가 맑아져 관객석을 또렷하게 잡았다. 다들 표정이 이상하다.

“재밌긴 한데……. 생각했던 거랑은 다르네.”
“역시 컨셉인가.”
“노래 가사랑 완전 따로 논다.”
“귀엽지만 아쉽네. 안 어울려.”
“이것도 좋지만 기대한 거랑 달라.”
관객들이 제각기 중얼거린다.
안즈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촬영 구성상 이제 관객들의 반응을 떠보고 앙코르에 들어가야 할 부분이지만 안즈는 마이크를 입 근처에 대고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기만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아……. 우…….”
마이크가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성량의 신음만 흘러나왔다.
안즈가 가만히 있자 관객들이 술렁거리는 게 심해졌다.

“쟤 왜 저래?”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가짜 니트! 컨셉 종자! 내려와라!”
“야 그런 말은 좀 심하잖아. 애 상처 입는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무대에 유이가 난입했다.

유이가 무대를 밟자 관객들의 환호성이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네네~ 오오츠키 유이예요~ 예이~ 모두 잘 지내셨나?”
유이가 손을 흔들어 환호성에 답하자 환호성이 더더욱 크게 번졌다. 유이가 한 손으론 귀를 막고 다른 한 손을 위아래로 흔들고 나서야 환호성이 잦아들었다.
“다들 기운이 넘치네! 화끈한걸?”
유이는 킥킥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오늘은 아는 친구가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고 들어서 급히 왔어! 다들 재밌게 즐겼어?”
유이가 관객석에 마이크를 가져가자
“유이 최고!”
“유이! 유이! 유이! 유이!”
“여기 봐줘!”
반응이 아주 열광적으로 돌아왔다.

“무대에 왜 올라왔어?”
안즈는 간신히 정신을 다잡고 물었다. 유이가 여전히 시선을 관객 쪽으로 고정하고 대답한다.
“도와주러 올라왔어. 굳어서 말도 못하고 있던걸? 곤란해 보이니까 도와주러 왔지. 아이돌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하잖아?”
“쓸데없는 참견이야.”
“글쎄? 쓸데없는 참견인지는…….”
유이는 양팔을 뻗어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의미 없는 퍼포먼스. 하지만 관객들은 그런 의미 없는 퍼포먼스에 환호했다.

“보면 알겠지?”
유이는 안즈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입 앞에 대고 안즈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여러분~ 우리 이렇게 친한 거 보이죠? 어때요? 은근히 잘 어울리지 않나? 밸런스 좋지 않아?”
유이는 안즈의 어깨를 자기 허리에 밀착시켰다. 안즈는 불쾌했지만 가까스로 표정을 다듬었다. 보는 눈이 많다. 여기서 유이를 뿌리치면 안즈의 평판이 안 좋아질 거다. 안 그래도 공연 반응이 안 좋았는데 여기서 관객 눈 밖에 날 필요는 없으니까.

“이제 그만 내려가.”
안즈는 유이에게 속삭였다.

유이는 안즈에게 귀를 가져다 대는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곤
“어? 진짜? 그래도 돼? 여러분! 안즈 쨩이 지금 지쳐서 유이보고 대신 한 곡 뽑아달라고 그러네요? 괜찮을까요?”
천연덕스럽게 마이크를 통해 내뱉었다.
안즈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관객들의 반응이 돌아왔다. 관객들은 열정적으로 긍정적인 환호를  보냈다.

“와오, 열기가 굉장하네! 근데 너무 덥다! 그럼 열기를 조금 식히는 의미에서 Snow Wings로 가볼까? 겨울 노래라서 지금 시기엔 안 맞지만, 뭐 어때?”
반주가 흘러나온다. 안즈는 모르지만 유이에겐 익숙한 멜로디다. 유이가 골반을 움직여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어서 와, 계절의 문을 열면~ 눈부신 거리로 연주하는 목소리가 내려오네~”
유이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유이의 목소리가 시원하고 맑은 톤으로 객석의 열기를 단숨에 휘어잡았다. 유이의 노랫가락이 관객석을 이리저리 휘저어 열기를 꽉 묶는다. 그러나 열기를 가라앉히진 않고 그저 유이 입맛대로 조절할 뿐.

만약 지금 관객의 함성을 음악 플레이어의 그래프, 스펙트럼 애널라이저에 입력하면 예쁜 파도가 칠 것이다.

"그 미소를 조금 후에 볼 수 있으니까~“
유이는 어느새 안즈에게서 떨어져 무대의 중앙에 자리했다. 유이가 춤추는 동안 안즈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지금 이 순간 관객석에서 안즈를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든 시선이 유이에게 향했고, 안즈는 그저 배경 취급.

안즈는 춤추는 유이의 등을 보고, 유이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보고 주먹을 부르르 쥐었다. 얼굴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답답한 가슴 속에서 메케한 연기 같은 감정이 피어올라 목구멍을 넘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당혹, 무력감, 수치, 굴욕.

이런 것들이 안즈 속에서 소용돌이쳐 안즈를 흔들었다. 안즈는 무대 구석으로 향했다. 유이는 무대 한가운데에서 춤추고, 안즈는 무대 구석에서 그걸 지켜본다. 무대에서 내려가진 않는다. 안즈의 마지막 자존심이 내려가는 걸 말렸으니까.

“Wing of Snow~ 나의 Dreaming~ 이 마음을~ 조금만 더 비밀로 하고 싶어~ 언젠간 반드시 너의 가슴에 뛰어들 거야~”
유이는 즐겁게 노래했다.
“Wing of Snow~ Wing of Snow~ Wing of Snow~”
노래가 끝났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유이는 박수갈채를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환호성이 더 거세졌다. 유이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돌아 안즈에게 시선을 맞췄다.

안즈와 시선이 딱 맞은 채로 유이가 방긋 웃는다. 안즈는 묵묵히 발걸음을 떼었다.
노래 두 곡이 끝났다. 촬영은 원래 안즈가 앙코르를 포함해 두 곡을 부른 다음에 프리 토크로 잇고, 마무리로 노래 한 곡을 더 부르고 끝날 예정이었다.

지금은 프리 토크 시간.
유이는 여전히 내려갈 생각이 없는지 무대 한가운데에 있다. 안즈는 유이 옆에 섰다. 유이는 다시 빙글 돌아 관객들과 마주했다.

“이야, 정말 재밌네! 다들 재밌어요?”
유이의 물음에
“와! 유이 쨩! 재밌어!”
“대박이야! 유이!”
“유이 진짜 멋져! 사랑해!”
격렬한 반응이 돌아왔다.

“좋아 좋아! 오길 잘했네! 그렇지? 안즈 쨩?”
유이가 안즈의 입가에 자기 마이크를 내밀었다.
“어? 어어.”
안즈는 당황했기에 말을 간신히 짜냈다. 유이가 다시 마이크를 가져갔다.

“실은 안즈 쨩이랑 유이는 인연이 깊은 사이야! 사저와 사매 같은 사이라고나 할까? 유이가 사저고, 안즈 쨩이 사매! 진짜로 같은 스승 아래에서 배운 건 아니지만, 그거랑 비슷한 느낌?”
프로듀서 이야기인가.
유이의 생뚱맞은 발언에 관객들이 조금 웅성거렸지만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유이는 안즈에게 밀착했다. 관객들이 보기엔 어떻게 보일까? 안즈에게 스킨십을 하는 유이,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안즈.
좋은 선후배 사이로 보일까?

“지금은 유이가 다른 사무소에 있지만 유이에게 있어 346 프로덕션은 마음의 고향이야! 정말 소중했던 곳!”
고향 사람을 공개적으로 태연하게 짓밟는 주제에 이런 말을 능청스럽게 내뱉다니. 안즈는 속으로 혀를 찼다.
지금 흐름으로 보아 마지막 곡도 유이하고 같이 부를 기세다. 참고로 마지막 곡은…….

“자, 그럼 마지막 곡으로 We're the friends! 가볼까?”
유이가 떠들썩하게 발표했다.
안즈의 예상대로다. 안즈는 속 쓰린 걸 이를 악물어 참았다.

We're the friends!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서의 공통 사용 곡 중 하나다. 특정 유닛이나 특정 아이돌 지정곡이 아닌, 346 아이돌 누구나 다 부를 수 있는 곡이다.

유이는 346 프로덕션 출신이다. 346 프로덕션의 공통 사용 곡을 익히고 있다 해서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하필이면 오늘 We're the friends!를 유이와 함께 부를 줄이야.
안즈는 상상도 못 했으며 지금에 와선 같이 부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불러야 한다. 일이니까. 보는 사람이 많으니까. 안즈는 체념하고 마이크를 들었다.
안즈는 We're the friends!를 친구가 아닌 유이와 함께 노래했다.

노래가 끝나고 게릴라 콘서트는 무사히 폐막. 겉으로 보기엔 선배가 친한 후배를 지원하러 온 훈훈한 라이브로 막을 내렸다. 어디까지나 일반 관객이 보기에만.

무대 뒤 천막 안의 분위기는 관객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날이 섰고 경직되었다.
천막 안. 테이블에 프로듀서, 안즈, 유이, 프로그램 디렉터가 둘러앉았다.

프로듀서가 먼저 경직된 분위기를 깼다. 깨진 분위기가 살벌하게 흩날렸다. 예로 들면 유리창에 벽돌을 던지는 그런 과격한 기세로, 프로듀서가 디렉터를 쏘아붙였다.

“오늘 건은 346에서 정식으로 항의할 만한 사건입니다.”
프로듀서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디렉터는 프로듀서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태연하게 받아쳤다.

“상관없습니다. 계약은 지켰어요. 후타바 안즈를 방송에 출연시킨다. 우리 쪽에서 지켜야 할 사항은 이 정도입니다.”
태연한 투였지만 어디까지나 프로듀서의 위협에 대해서만 태연한 채로. 디렉터의 표정 한구석에서 찝찝하고 석연찮은 기색이 엿보였다. 본의가 아니라는 티를 팍팍 낸다. 프로듀서도 뭐라 할 말이 더 없었는지 한숨을 내쉬곤 꼬리를 내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프로듀서는 디렉터에게 고개를 숙였고 디렉터도 프로듀서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디렉터는 그렇게 고하고 천막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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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저녁에 올릴 예정이었는데 외출하느라 늦게 올리네요.

모바일로 올리려고 오늘 업로드 분량 파일을 폰에 담아서 갔는데 아이커뮤 모바일 버전에선

붙여넣기 오류가 나서 이제야 올립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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