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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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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9, 2016 08:49에 작성됨.

※원작과 여러가지로 설정이 다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타케P가 맡고 있는 아이돌은 호죠 카렌 1명 뿐이라는 설정입니다.

※하도 오랜만에 글을 쓰는거라 많이 부족하겠지만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로듀서 Side

 

심야 5시. 잘 시간임에도 346 프로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거기에 있는 건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 남자. 타케우치라는 이름을 가진 그 남자는 346프로의 프로듀서로서 요 며칠간 쉴 틈 없이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자신이 들어올 때만 해도 약소 프로덕션이였던 346프로. 그리고 많지 않았던 아이돌.
많은 미디어 관계자들이 346프로는 망할 것이라고 수근거렸다. 그야 그렇다. TV를 켜도 유명 프로덕션에서 배출한 아이돌들이 줄줄이 나오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유명 아이돌이 1명도 없는 346 프로에 희망은 없다고 해도 심한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따오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는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물 한방울이 모여 샘을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는 것처럼 그는 작은 일부터 천천히 쌓아가 346 프로를 세상에 알렸다.
그러자 변화가 일어났다. 조금씩 사람들 입에 346 프로에서 배출한 아이돌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조금씩 346 프로는 세상의 빛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346 프로는 해외에도 이름이 나 있는 거대 프로덕션이 되어 있었다.

 

"너무 일에 몰두하는 건 좋지 않아요. 프로듀서"
따끈한 차 한잔을 남자의 책상 위에 살며시 올려 놓는 치히로.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담겨져 있었다.
"아뇨. 이래뵈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남자. 하지만 그의 미소가 꾸며져 있는 미소라는 건 누가 봐도 명백했다.
346 프로가 유명해진 이후 당연하게 그도 바빠졌다.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업무량은 이미 용량 초과라도 해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키운 아이돌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계속해서 혹사해 나갔다.
그런 그의 몸이 한계에 도달한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아…"
남자의 손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컵. 그 장면이 치히로에겐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이윽고 컵은 바닥에 부딪치며 차가운 소리를 내며 깨지고 그와 동시에 남자의 몸도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책상에 쓰러졌다.
"프로듀서! 프로듀서! 정신 차리세요! 프로듀서!!"

 

 

그가 눈을 뜬 곳은 병원의 침대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건 자신이 쓰러진 이유가 아니었다.
자신이 맡아야 하는 업무, 그리고 아이돌들. 그것이 먼저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는 남자. 그의 팔에는 가느다란 선이 꽂혀 커다란 병에 연결되어 있었다.
"정신이 드셨나요, 프로듀서."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치히로의 목소리. 그녀는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쓰러진 거군요. 죄송합니다. 폐를 끼치게 해서…"
"아뇨. 그건 괜찮아요. 다만……"
"?"
더욱 어두운 표정이 되는 치히로. 그런 그녀를 보며 남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어두운 분위기를 깨뜨리듯 천천히 문이 열리며 백의를 입은 의사가 들어왔다.
"아 선생님…"
어두운 표정인 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치히로. 그녀를 손짓으로 제지하며 의사는 남자 앞에 섰다.
"에… 타케우치 씨. 잘 들어주세요. 타케우치 씨는…"
의사가 할 말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치히로는 참지 못하고 병실을 뛰쳐 나갔다.
그녀의 움직임을 막을 새도 없던 남자는 그저 멍하니 그녀가 빠져 나간 병실문만 볼 뿐이고 그런 그에게 의사는 단 한마디만을 전했다.
"타케우치 씨는 앞으로 4달 밖에 살 수 없습니다."

 

전조는 있었다. 갑작스레 시작된 다리의 통증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바쁜 스케쥴 중에 병원에 갈 시간이 있을리도 없다. 더욱이 이렇게 바쁜 와중에 병원에 간다는 건 그야말로 사치겠지.
그렇기에 그는 약을 타다 먹기만 했다. 완벽하게 치유가 되진 않았지만 잠깐만이라도 다리의 통증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통증을 숨기는 행위. 사라지지 않은 통증은 계속해서 그를 덮쳤고 고통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쉴 시간 없이 일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야 사람이 몇 시간이고 앉지 못하면 다리에 통증 정도야 올 수 있겠지.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순환 장애를 일으킨 피가 계속해서 다리에 모이기 시작했고 큰 병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점점 몸에 퍼져 현재는 몸 전체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이 정도까지 되면 치료법은 없다. 그것이 의사의 말이었다.

 

병실에 앉은 채 남자는 생각했다.
죽는 건 두렵지 않다. 하지만 내가 죽은 후의 일이 걱정이다.
특히 자신이 현재 맡고 있는 아이돌, 호죠 카렌.
처음 본 그녀는 연습에 못 따라가는 저질 체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계속된 트레이닝의 효과로 그녀는 현재 346 프로가 내세우는 톱 아이돌의 자리에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갑자기 자신이 죽으면 그녀의 앞길이 어떻게 될 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남자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리고 그는 결심을 했다. 설령 자신이 내일 죽더라도 그녀의 앞길만은 지키고 죽기로.

 

 

끈질기게 부탁을 해서 남자는 당일에 퇴원을 했다.
물론 그의 몸이 나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이상 일하다간 쓰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아이돌의 앞길을 막는 것보다는 낫다며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며 남자는 전화로 치히로를 불렀다.
"프로듀서…"
부른지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았는데 약속 장소에 도착한 치히로.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치히로 씨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
"이런 말을 하는 건 제멋대로이고 화내실 건 알지만…"
"……"
"역시 전 마지막까지 프로듀…"
거기까지 말했을 때 그의 앞에 손이 내밀어졌다.
작고 가느다란 손. 그 손의 주인은 조그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차피 막아도 하실거란 거 알아요. 프로듀서라면 묶어 놔도 스스로 손과 발을 잘라서 탈출하겠죠."
"……죄송합니다."
"아뇨. 설령 저라도 지금의 프로듀서랑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은 벤치에 앉아 치히로와 남자는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로 했다.
갑작스런 프로듀서의 부재는 프로덕션에 큰 타격을 준다. 게다가 아이돌의 일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걸 알기에 치히로는 남자의 병에 대해선 사장과 중요인물 외에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갑자기 쓰러지더니 시한부라니… 참으로 한심한 남자로군'
차가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목소리에는 걱정이 섞어 있는 미시로 상무.
'흐음...'
단지 무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 말도 못하는 사장.
그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그의 사정을 듣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일단 계속해서 프로듀스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어두운 표정을 짓는 남자. 하지만 곧 얼굴을 들곤 말을 이어갔다.
"……호죠 카렌 양을 다른 프로덕션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뭐라고요?! 호죠 카렌을요!?"
그녀가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호죠 카렌은 현재 346프로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런 그녀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는 건 346프로에게 있어서 자살 행위가 다름 없다.
"잠깐만요, 프로듀서. 346프로를 망하게 만들 생각이신가요?"
"……저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입니다. 그 외의 방법은 도저히……"
"346프로에는 많은 프로듀서가 있어요! 그 많은 프로듀서를 제치고 우리 아이돌을, 그것도 호죠 카렌을 다른 곳에 넘기겠다니. 병이 생기더니 머리가 이상해지신 건가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나는 치히로. 그녀의 당장이라도 남자에게 덤빌 기세였지만 이윽고 분노를 억누르며 다시 벤치에 앉았다.
"…확실히 저희 프로덕션에는 저 말고 많은 프로듀서가 있습니다. 그 많은 프로듀서 중에 호죠 카렌을 담당하는 프로듀서가 저인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346 프로이기 때문입니다."
"?"
영운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치히로. 그녀에게 남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346프로는 현재 세계에도 이름이 나 있는 프로덕션이고 그만큼 유능한 프로듀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입니다. 조그만 사건이 일어나도 뉴스에 크게 나오게 되었죠."
"그런 프로덕션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사망한다면 그야말로 대뉴스. 아마 전국은 물론, 전세계로 방송이 되는 대사건이 되겠죠."
"그런 와중에 제가 담당하는 아이돌인 호죠 카렌 양이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게다가 그녀는 충격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인터뷰를 하게 되겠죠."
"저는 그녀에게 그 이상의 상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피할 순 없겠지만 다른 곳에 가면 그만큼 그녀가 받는 상처도 적어지겠죠"
"프로듀서…"
어쩌면 남자의 바램은 헛된 것인지도 모른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현대, 조그만 정보 하나만으로 뭐든지 찾아낼 수 있는 시대이다.
어쩌면 누군가가 사무소의 컴퓨터를 해킹해 아이돌의 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호죠 카렌이 아니더라도 346 프로에는 아이돌이 많이 있다. 그 중에 담당 아이돌인 호죠 카렌만을 편애한다는 건 그야말로 그의 이기심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까지 생각 못할 정도로 절실했다. 호죠 카렌이라는 아이돌이라는 껍질을 벗기면 단순한 여자일 뿐인 그녀의 앞길을 막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알겠습니다. 전 프로듀서의 생각에 동의할게요. 하지만…"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치히로 외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 설령 그녀가 남자의 의견에 대해 동의를 했다 해도 그것은 일개 사무원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미시로 상무. 이익을 중요시하는 그녀가 346프로를 대표하는 아이돌인 호죠 카렌을 그리 쉽게 포기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도는 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조용히 미소를 짓는 그의 표정에는 죽음의 공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남자는 여러 사람을 설득하러 다녔다.
물론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진통제와 치히로 특제 드링크로 어떻게든 버터가며 그는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제일의 난관은 미시로 상무였다. 이익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그녀가 쉽게 마음을 바꿀리가 없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는 그에게 결국 미시로 상무조차 손을 들고 말았다.
"단 조건이 있다."
"조건 말입니까?"
"그래. 내가 인정할 수 있는 큰 건수를 갖고 와라. 그렇지 못할 경우 호죠 카렌의 졸업은 인정할 수 없다."

 

남자는 더욱 열심히 일했다.
그건 미시로 상무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왕 하는 졸업이라면 마지막으로 크게 터뜨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바램이 기적을 일으킨 것일까. 그는 346프로의 유례사상 없던 큰 일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형 라이브날.
"프로듀서"
"아, 카렌 양. 무슨 일이십니까?"
"헤헤. 시간이 남아서 잠시 보러 왔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표정.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남자의 입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긴장되십니까?"
희미하지만 떨고 있는 카렌의 손. 그것을 보며 남자는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자신의 몸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건만 그는 타인부터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지에 서는 건 언제나 긴장이 되서……. 헤헤, 지금은 346프로를 대표하는 아이돌인데…"
쑥쓰러운 표정을 짓는 카렌. 그녀는 작은 손으로 살며시 남자의 손을 잡았다.
"언제나 고마워,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아니었다면 나 아이돌이라는 꿈 포기했을거야."
"아뇨. 전 그저 말을 걸었을 뿐입니다.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당신의 마음이 더 큽니다."
"…그런가. 그럼 난 슬슬 공연 준비를 해야해서."
밝은 표정으로 스테이지로 향하는 카렌. 그런 그녀와 엇갈리며 미시로 상무가 들어왔다.
"……"
"솔직히 놀랐다."
"뭐가…말입니까?"
"큰 건수를 갖고 온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숨긴 자금이라도 꺼내 뇌물이라도 뿌렸나?"
이번 라이브는 단순한 대형 라이브가 아니다.
전세계로 방영되는 그야말로 세계급 라이브인 것이다.
아무리 346프로라 해도 이런 큰 라이브는 처음이었기에 미시로 상무는 솔직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약속은 약속이다. 호죠 카렌의 건에 대해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탁이…"
마지막. 그 단어 한마디에 미시로 상무는 모든 걸 이해했다.
하지만 그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남자에게 물었다.
"뭐지?"
"호죠 카렌 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그럼 타케우치 프로듀서."
그녀는 문에 손을 걸며 조용히 한마디만을 했다.
"지금까지 수고했다."

 

-下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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