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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을 신지 않는 여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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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8, 2016 21:09에 작성됨.

          첫 무대에서 쓰러졌다. 그것은 이 두 신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으나 오히려 두 사람에게는 ‘쓰러질 만큼 힘든 필드, 그것이 무대’ 라는 인식을 준 것이 아닐까? 그 진실을 아는 것 은 오로지 당사자인 두 사람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두 사람이 어떤 심정인지는 확실히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두 사람의 얼굴에 확연히 드러난 그 감정. 다소의 공포.

          “죄송해요. 제가 계속 잡고 있었네요. 일단 두분 모두 준비 하세요.”

          이 공간을 다시 현실로 만들어주는 한 마디. 다만 자신이 두 사람을 겁먹게 하였다는 죄책감이 타카모리를 압박했다. 분주히 가방을 내려놓고 의상이 들어있는 상자를 타카모리의 조언을 받아 잘 정리한다. 대기실에서 공용공간이 아닌 곳에 ‘765 프로’의 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준비한다. 다만 어느 정도까지 자신들이 차지해도 되는가 하는 다소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 지금까지 느껴왔던 공포와 하나가 된다.

          여전히 타카모리는 무언가 말을 이어나가 두 사람의 ‘자신때문에 초래된’ 불안감을 해소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를 괴롭혔다. 아직 ‘프로로써의’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다. 그 점을 타카모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이 신인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자신 역시 경력이 길지 않음을 상기하며 ‘나 전혀 도움 안되고 있어’ 라고 자신을 비난한다. ‘가와시마씨는 어떻게 할까?’ 갑작스레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회가 있을 때 놓치면 안되’ 라고 말해주신 선배님이 계세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준비중인 두 사람에게 다시 목소리가 전해진다. 세 사람 밖에 없는 ‘사적 공간’ 에서 다시 귀를 기울인다. 타카모리는 신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 보다 ‘프로로써의 자세’에 대해 자신이 들었던 조언을 기억해냈다. 자신이 신인시절 쓰러질 것 만 같았던 과거를 얘기하기 보다는 그 신인시절 자신이 들었던 선배 ‘가와시마 미즈키’의 조언을 두 사람에게 전해주자. 그렇게 결정하였다.

          “저도 신인 시절에는 갑자기 들어오는 일이나 일정에 많이 당황하고 쓰러진적도 한번 있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었죠.”

          환복을 끝내고 어느 샌가 ‘선배’의 조언을 경청한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고 후회도 하고는 했는데, 가와시마씨가 그 말을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몰랐는데 미나미씨가 설명해주셨어요. ‘자신이 선택한 일에 책임감을 가져라’ 라고…”

          다카모리는 두 사람이 닛타 미나미를 모른다는 것 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 하다. 다만 이후 타카가키 카에데의 해설인 “좋은 남자를 놓치면 안되”는 의도적으로 마음 깊이 묻어두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 만으로도 다른 사람들, 팬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아이돌 이다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조금 멋지게 덧붙여본다. 아직 사무소에서 막내인 다카모리는 이렇게 후배에게 선배로써 조언해보는 것 이 오랜 염원이었다. 데뷔를 못한 연습생은 있지만 좀처럼 만날 기회가 적었거니와 만나더라도 이런 얘기를 하기에는 신인이라는 자신의 입장이 부끄럽다. 하지만 자신과 동등한 신인인 시죠 타카네와 가나하 히비키는 달랐다. 다행히 이 두 사람 역시 그녀의 말에서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 처음 맴돌던 공포의 기운이 사라진걸까.

          지루한 대기시간이 이어진다. 분명 자신들은 출연진인데도 아무도 부르러 오지 않고 다른 출연진들 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너무 빨리 온 걸까? 아니면 우리들뿐인 걸까? 경험이 없는 두 사람에게는 아직 판단할 수가 없다.

          “저희들만 출연하나요?”

          다소 무거운 공기에서 이어지던 잡담을 가나하가 조금 방향을 틀어본다.

          “그렇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아직 저희들 뿐이네요 그런대도…”

 

 

 

          다른 출연진들은 조금씩 늦게 도착했다. 늦게 도착했다는 표현은 다소 부적절할 수 있는데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것 이 아니라 제일 먼저 도착한 세 사람보다 늦게 도착했다는 것 이다. 대부분의 출연진들은 이번 라이브를 기획한 573 프로의 다나카 프로듀서에 의해서 섭외된 이들이 대부분 이었으며 765 프로의 제니스를 포함하여 단 한 팀 만이 그를 통하지 않고 섭외되었다. 섭외라는 표현도 조금 부적절할 지도 모른다. ‘불려왔다’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이다.

          그나마도 예정된 모든 출연진이 모인것이 아닌지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나빠진다.

          사람들이 모이자 현장은 더욱 복잡해졌으며 그에 따라 ‘여성 아이돌 대기실’에 드나드는 스탭들도 점점 많아졌다. 대부분이 출연진들과 협의하기 위해서가 아닌 573프로의 타카모리 아이코로부터 현장지휘를 받기 위함이다. 결국 얼마 안되어 그녀는 대기실 밖으로 불려나가 현장을 다니며 가와시마와 계속 통화를 하였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넘겨준다는 선택지는 선택할 수 없기에.

          여성 아이돌 출연진은 자신들과 다카모리 아이코 단 두 팀뿐이었으며 그 외에는 가요, 락, 엔카, 걸그룹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라인업이 마치 홍백가합전을 연상케 한다. 그들과 마주할 때마다 깊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함에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어색한 선후배 관계는 관계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저 서로의 이름만을 주고받고 신속히 사라질 뿐이다.

 

 

          택시에서 내린다. 6월의 날씨는 분명 작년 이맘때 즈음보다 덥다고 느끼며 더위를 식혀줄 아이스 커피를 간절히 바랬다.

          그런 바램을 잠시 접어둔다. 지금은 자신이 해결 해야 할, 그리고 자신이 구원 해야 할 이들이 있다. 그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그렇게 그녀의 결단을 묘사하였을 뿐. 니이타카 산에 오르는 비장한 각오를 다진 가와시마 미즈키는 임시 천막과 야외 스테이지가 설치중인 현장으로 몸을 움직인다.

 

 

          “아이쨩!”

          스텝들 사이에서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의 소녀를 구원하는 한마디. 단숨에 시선은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모아졌다.

          “미즈키씨!”

          그것을 신호로 그녀의 품으로 달려갔지만 결국 곁에 서는 것으로 만족한다.

          “늦어서 미안.”

          “죄송합니다 미즈키씨. 생각나는 분이 미즈키씨 뿐이었어요.”

          “괜찮아. 그래도 다행히야, 내가 근처에 있어서.”

          수 주 만에 이루어진 두 사람의 재회는 길지 않았다.

          “미즈키씨도 출연하시나요?”

          삼십대 전후로 보이는 남성의 질문. 땀을 흘리며 인사라는 기본적인 예조차 생략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의 한복판에 있는 이들중 한 사람인 그는 이번 행사 스텝들이 입은 셔츠와는 다른 카라티를 입고 있었다.

          “기획자 대리로 생각해주세요.”

          “예?”

          “무대장치나 세트와 관련된 부분은 모두 받으셨나요?”

          “예, 일단은 받았습니다.”

          어느 샌가 타카모리의 자리는 없어지고 말아 조금 뒤로 물러선다. 두 사람의 일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세트쪽은 문제 없나요?”

          “예, 문제는 일정과 순서 쪽 입니다만.”

          “그와 관련된건 일절 받지 못했다?”

          “현장에서 기획한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 인간 대체 뭘 한 거지?

          조금의 분노를 마음 깊이 삭혀둔다.

          “세트 설치는…”

          그리고 조금 주변을 둘러본다. 이렇게 보더라도 그녀로써는 자세한 내용 까지는 알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과거 방송의 디렉터로써 세트의 설치를 연출에게 지시를 내렸을 뿐 자세한 사항까지는 방송국에 있던 그녀로써도 지식 밖의 일 이었다.

          “거의 종료되었습니다. 음향, 조명 설비 설치가 끝났으니 리허설을 진행해도 됨니다.”

          “알겠습니다. 확정된 일정은 없다 그거죠?”

          “예.”

          오전에 765 프로의 제니스와 접촉 하였을 때 자신은 오후 두 시에 미팅이 있고 오후 여섯 시에 라이브가 시작된다고 연락을 해버린 상황. 그 당시에는 자신도 이 라이브가 설마 이렇게 계획이 없었다고는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이런 구멍투성이 기획을 잘도 여기까지 끌고 왔구나. 그 대견한 마음에 타카모리에 연민의 눈빛을 살짝 보내본다.

          다시금 결단을 내린다. 무대의 설치는 모두 끝났으며 별다른…

          “상품판매도 진행합니까?”

          “들은바 없습니다.”

          자신이 이런 질문을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애당초 자신이 이 ‘AN 라이브’에 대해 들은 것은 오늘 오전이었다. 갑작스레 걸려온 다나카 케이스케 프로듀서의 전화로… ‘아, 미나미쨩.’ 그리고 이제서야 오늘의 원래 일정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 올라오는 거친 감정으로부터 그녀의 이성을 지키기위해 가와시마 미즈키의 몸은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행동을 그녀의 정신을 거치지 않고 행한다. 양손 손가락으로 코 옆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간신히 끊어질 이성을 놓지 않는다.

 

 

4  

무대의 뒤에는  

 

 

 

너무 오랫동안 안 써져서 손을 놓고 있었더니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에 '써지지는 않더라도 일단 무엇이라도 쓰기 시작하면 쓰여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고있다'라는 구절이 있어서 일단 무작정 써보았습니다... 

조금은 풀린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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