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글러먹은 P와 글러먹게 만드는 쿄코 - 0

댓글: 8 / 조회: 1140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3-04, 2016 21:21에 작성됨.

북적이는 낮과는 같은 공간일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한 밤의 사무소.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내 책상 위 형광등 하나만 켜두었다. 사무소의 풍경이 마치 구름을 뚫고 비치는 한 줄기 빛처럼 되어 헛웃음이 나왔다.
타닥타닥.
정적을 가르는 키보드 소리가 홀로 독주곡을 연주하는 기분에 빠지게 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이미 자정을 넘어 귀신 나오기 딱 좋다는 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끄응~"
장시간 앉아서 타이핑만 했더니 기지개를 펴는 것만으로 온몸에서 뿌득뿌득 소리가 났다. 서류 내용이 슬슬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걸 보니 피곤한거겠지. 옆에 따놓은 스태미너 드링크 병을 흔들어보았지만 가벼움만이 나를 반겼다.
"하아..."
한숨을 내쉬고 드링크를 하나 더 꺼내려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마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 마냥 시야가 핑 돌았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제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내 몸은 경고 신호를 멈출 생각이 없는지 구토감이 덮쳐오기 시작했다.
"우욱...!"
곧바로 입을 막고 빙빙 도는 시야를 애써 바로잡으며 사무소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팍-!
누군가에게 부딛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체구로 보건데 아이돌인 것 같았다.
"....로...서..!! 프로...서....?!!"
그녀가 외치는 소리가 멀어져가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팔락팔락.
다시금 정신이 들자 기분좋은 바람이 얼굴에 불어오고 있었다.
팔락팔락.
열리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열자 나는 소파에 앉아있었고 내 옆에서 클리어 파일로 내 얼굴에 바람을 부치고 있는 갈색 사이드테일 머리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쿄코?"
"프로듀서!"
내가 깨어남을 확인한 그녀는 만면에 밝은 미소를 띄우다가 갑자기 표정이 험악해졌다.
"도대체 몸에 무리가 갈때까지 일을 하다니 무슨 정신인가요?!!"
"아니, 나도 설마 잠 안 잔지 나흘만에 쓰러질 줄은 몰랐다고."
"...네? 나흘?"
"그래. 나흘. 적어도 일주일은 버틸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나 허약하구나..."
"프로듀서!!!"
쿄코가 불같이 화를 냈다. 어.. 우리 쿄코는 화내는 얼굴도 귀엽구나.
"나흘동안 쉬지않고 일을 하다니 인간을 초월할 셈인가요? 아니면 과로사 희망자인가요?"
"아니, 그게..."
"도대체 프로덕션은 무슨 정신머리인 거에요?! 사람 부리는게 너무 블랙하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노동청에 신고해야겠어요! 이건 살인미수 수준이라구요!"
"아니라니깐?!"
"그럼 뭔데요!"
"...실은 그게... 듣고 안 웃을거지...?"
"이런 상황에서 누가 웃어요?!"
"그게... 너희들이 일을 하고 성장하고.. 즐거워하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즐거워져서... 정신차리고 보니까 일주일치 일을 땡겨서 하고있더라고..."
"......"
"부장님이나 치히로씨도 야근 좀 그만하라 그러고... 그래서 야근 안 찍고 야근을 했는데 그것도 들키고말아서..."
"...그래서요?"
"그래서 퇴근한다 그러고 건물내에 숨어있다가 밤새 야근하고 아침에 일찍 출근했다고 얼버무리..."
"바보에요?! 프로듀서 바보에요오?!?"
"그래! 난 너희를 위해 바보가 되기로..."
퍽!
"아야! 아야! 클리어 파일은 말아서 사람을 때리는 용도가 아냐! 아야!"
그렇게 십여차례 나를 때리던 쿄코는 문득 손을 멈추고 내게로 안겨왔다.
"...흐극... 프로듀서 바보... 히끅... 그대로 프로듀서가, 훌쩍. 죽는 줄 알았잖아요...! 흑..."
"어... 그게... 그... 미안..."
그렇게 쿄코는 내 품에서 엉엉 울었다.

"쿨..."
그렇게 한참 울던 쿄코는 그대로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자는 얼굴도 귀엽다니. 반했습니다. 쿄코P 계속합니다.
그럼... 쿄코는 살포시 눕혀놓고 쿄코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일을 마저...
꽉.
어째서일까. 방금까지 지쳐 잠들었을 쿄코가 빛이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소매를 붙잡고 있는건.
"어, 그.. 조, 좋은 아침?"
고고고고고-
"아니, 그게... 화장실이나 갈까하고...,
고고고고고고-
"하하.. 하하하하.."
"원상복귀."
"네?"
"원상복귀!"
"넵!"
그렇게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나흘은 쉬지않고 했으니 조금 쉬어도 괜찮겠지... 라고 긴장의 끈을 놓자마자 엄청난 피로감이 덮쳐왔다.
"아으으..."
두통이 몰려오는 머리를 붙잡고 신음하고 있으니 갑자기 머리에 쿄코의 손이 둘러지는가 싶더니,
털썩.
몸이 가로로 누워있었다. 어라? 뭐지? 세상이 90도 회전했나? 아닌가, 회전한 건 난가?
"읏, 가만히 있으세요... 프로듀서..."
잠깐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랬다. 나는 지금 쿄코의 말랑말랑한 허벅지 위에 머리를 베고 누워있었던 것이다!
"에, 에?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턱.
스륵스륵.
쿄코는 일어나려는 나를 다시 눕히고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어라... 왠지... 엄청 편해...
"괜찮아요. 프로듀서 마음은 다 이해하니까... 그래도, 프로듀서가 자기를 망치면... 우리가 슬퍼할거라구요...?"
가느다란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빗기고 뺨에는 말랑말랑한 감촉이 느껴지면서 점점 정신줄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누나력(力)에 나는 그대로, 글러먹게 되었다.

"아아아... 글러먹게 된다아... 쿄코한테 기대게 되어버린다아..."
"괜찮아요. 프로듀서. 조금 글러먹게 되어도. 오히려 지금이 너무 성실한 거에요. 글러먹게 해드릴게요...?"

점점... 정신이... 혼미...해... 몸뚱이가, 수면을...

말캉.

...?
허벅지를 베고 누운 쪽이 아닌 반대쪽에 뭔가 부드럽고 말캉한 것이 닿았다. 거의 무의식으로 내려가던 정신이 점점 부상하고 눈을 뜨니 그 곳에는 피곤했는지 졸고있는 쿄코가 있었다. 다만, 하필이면 앞으로 숙여서 조는 바람에 내가 가슴, 배, 허벅지 사이에서 천국을 맛보게 된 것이다.

어... 난 이런 의미로 글러먹고 싶다는게 아니었는데...
"쿄코...? 쿄-코-?"
"스...하... 스.... 하아아...."
망했다. 이건 조는게 아니라 숙면중이야. 이대로 가다간...!

아침이 된다 -> 치히로씨가 출근한다 -> 현장을 목격당한다 -> 인간 미만의 존재로 격하 -> 아이돌들에게 소문이 퍼짐 -> 신뢰를 잃는다 -> 死

...안돼! 내 미래가 영겁의 어둠으로 추락하고 말아! 벗어나야 해!
위기감에 얼른 머리를 빼냈다. 빼내면서 쿄코가 "응흣..." 하는 기묘한 소리를 내긴 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아니, 무시해야만 한다! 그리고 반대쪽으로 누워 팔걸이에 머리를 베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때 쿄코가 어째서인지 안긴 상태로 있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치히로씨가 나를 보는 눈빛이 쇠똥구리만도 못해졌다는 건 여담이다.

 

---------------------------------------------

 

[그나마] 나은 팬픽으로 돌아왔습니다... 혼자 영화보고 돌아오면서 버스 안에서 후딱 쓴거라 글이 중구난방인 점 죄송합니다.

앞으로 글러먹게 되는 P와 글러먹은 P 제조기인 쿄코가 알콩달콩 하기 위해 적은 프롤로그입니다.

처음 적었을때 용량이 6.5KB가 나오는 바람에 급히 삭제하고 뒤를 새로 썼네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