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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애니 우즈키 흑화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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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2, 2016 21:14에 작성됨.

1.

시마무가 961프로덕션으로 이적했다.

모든 일이 원만히 끝나고, 무도회도 성공적이어서 CP의 존속을 보장받고 좋아하던 참에 생긴 일이었다.

난 아직도 프로듀서와 뉴제네만 모인 공간에서 공허한 미소를 지으면서 961로 가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하는 시마무를 잊을수가 없다.

자신의 재능없음에 한탄할때, 유일하게 도움을 준 것이 쿠로이 사장이었다고. 그 보답으로 이적하기로 했다는 덤덤한 통보. 시마무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얼굴에도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좀 더 빨리 눈치 챘어야 했다. 그 감정이 풍부하던 시마무가 나랑 시부린이 찾아갔을때는 별 감정 없는 말투로 벌써 이겨냈다고 말했으니까. 그리고 그 뒤로도 기계적으로 스케줄을 소화했으니까. 이상하단 낌새정도는 눈치 챘어야 정상이었다. 어째서 눈치 못챘을까. 시마무가 돌아왔다는 기쁨에 그런 낌새들을 무시했던걸까.

시마무의 이적은 큰 파란을 불러왔다. 우선 뉴제네가 해체되었다. 시부린과 프로듀서는 둘다 며칠동안 이나 무단 결근 하더니 아예 회사를 그만둬 버렸다. 상무... 아니, 전무님은 좀 더 꼬장스러워졌고, 난... 미시로에 남았다.
물론 뉴제네가 없는 미시로에 미련은 그다지 없다. '아이돌 혼다 미오'는 '뉴제너레이션의 리더 혼다 미오'니까. 아-쨩과 히놋치에게는 항상 고마워하고 있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고.
그래서, 왜 내가 계속 아이돌을 하고 있냐면...

"아이돌 얼티메이트에 나가고 싶다? 특이한 조건이군. 그 뿐인가?"

"네. 전무님. 그 외의 부분에서 제 프로듀스는 전부 전무님 뜻대로 하겠습니다."

"...그 대회에서 시마무라 우즈키를 만나고 싶은건가."

"......네."

"...좋을대로 해라. 내 방침에만 따라준다면 그정도는 힘 써주도록 하지."

어떻게 해서도,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리고, 해야 하는 말이 있어서.

 

2.

"어머, 오늘도 왔구나, 미오쨩. 괜찮겠어? 우리 딸, 여전히 널 만나고 싶지 않아 하는데."

"괜찮아요. 요즘은 몇마디 대화도 되는걸요."

"...고마워, 미오쨩. 네 덕에 린도 많이 밝아졌어."

 

"프로듀서, 나 왔어! 새 취직 축하해!"

"....몇번이나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더 이상 당신의 프로듀서가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프로듀서가 없었으면, 아이돌 혼다 미오는 없었을거야. 아무리 프로듀스를 하지 않는대도, 나에게는 영원히 프로듀서인걸. 자, 자. 미오쨩이 사온 햄버그 먹고 기운 차리시라!"

 

"...어째서, 계속 찾아오는거야?"

"응? 무슨 말이야, 시부린."

"더 이상 아이돌도 아닌, 꼴사나운 나에게 계속 신경 써 주는 이유가 뭐야? 우즈키를 저렇게 만들어 버린 나에게 다정한 이유가 뭐야? 그렇게 나에게 친절한 이유가 뭐야? 이런 모습을 보고도 그 즐거웠던 그 시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째서, 계속 찾아오시는겁니까."

"에이. 우리 사이에 왜 그래, 프로듀서."

"저는, 더 이상 당신의 프로듀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일도 있는데 저에게 더 이상 신경 써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혹여, 저에게 다시 프로듀스 받고 싶으시다 해도, 저는 더 이상 그때처럼 당신을 빛낼수 있을 자신이 없습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십니까."

 


정말, 둘 다. 똑같은 질문이나 하고 있고 말야.

"그럼, 돌아갈수 있고 말고!"

나는 진심을 담아 웃어 보였다.

 

3.

...아이돌 얼티메이트에 듀엣곡 미션이 생겼을 줄은.
뭐야 진짜. 아이돌 얼티메이트는 유닛 구성 하건 말건 자유 아니었어?
아니, 이런 생각할 시간에 이 위기를 타개할 생각부터하자. 어떡하지. 누구와도 친해질수 있는 친화력의 대명사인 나지만, 그렇다고 듀엣곡 같은 것을 맞춰볼만한 상대가 많다는 것이 아니다. 아-쨩? 히놋치? 둘 다 연극때문에 바쁘고. CP 중에서는... 그나마 애스터리스크 정도인데 애스터리스크 with 나츠나나는 지금 전국 순회중이잖아. 나머지들도 바쁘고. 당장 사흘 뒤까지 준비해야하는데...

"흐음. 어딘가 곤란해 보이는거 같은데."

골치를 썩고있는 나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시부린? 분명 이틀 전까지만 해도 방구석에 틀어박혀 내 얼굴도 안 보고 한두마디밖에 대화 하지 않던 시부린이 여기에...?
고개를 들어 시부린을 보았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것은...

"흠. 흠. 나는 의문의 아이돌 도겐자카. 듀엣곡으로 곤란해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

"시부린이잖아!"

가면을 쓰고 딴 사람 행세하고 있는 시부린이었다.
...아니, 아이돌이 얼굴 가려서 뭐 어쩔건데. 암만 맨 얼굴로 나오는게 쪽팔리다 해도 그렇지. 그리고 맨날 입던 검은 가디건 입고 다른 사람인척 하지 마. 응?

"...그, 그리고. 저는 의문의 프로듀서 슌ㅉ..."

"...됐어, 프로듀서. 그걸로 충분해."

 

4.

복도에서, 우즈키랑 마추쳤다.

"안녕하세요?"

"...안녕. 시마무."

"저번주 우승 소감 들었어요. 인상깊던걸요."

시마무의 눈은 공허한 그대로,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내 저번주 우승 소감이 뭐였더라. 그래. 시마무를 생각하면서 한창때의 프로듀서가 빙의한것 처럼 꿈과 미소에 대한 역설을 했었지. 시마무가 그 말을 누구 들으라고 했는지 모를리 없다.

"있죠, 미오쨩. 미소라거나, 꿈을 쫓는다거나. 미오쨩은 말하지만. 그건 잘못된 거에요."

선선히, 시마무는 내가 했던 말을 부정하고 나갔다.

"왜냐하면, 그때 미오쨩은 절 지켜주지 않았잖아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지만, 잔인하게.

"미오쨩이 옳다면, 어째서 그때 지켜주지 않은거에요?"

내가 아무말도 하지 못하게, 치사하게.

"그때 나를 구해준건, 내 감정을 죽이라는 쿠로이 사장님의 지시였어. 그러니까 사장님이 옳아. 미오쨩이 틀렸어."

시마무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울고 있었다. 절규하고 있었다.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것 이상으로 우즈키는 슬퍼하고 있었다.
...그래. 시마무. 그 감정에 대답해줄게.

"...미안. 시마무. 난 시마무가 얼마나 절망했는지, 잘 모르겠어."

내 말 소리에 눈물이 섞이기 시작한다. 어쩔수 없어. 정말로 난 울고 싶었으니까. 울고 싶어서,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

"하지만... 지금껏 외로웠지? 일찍 눈치채지 못해서 미안. 너무 늦었지만... 사과하고 싶었어. 시마무는 내 소중한 꿈이었으니까. 시마무가 다시 웃는걸 보고 싶어. 그 뿐이야."

"...네...?"

 

5.

자신을 죽이면 빛날수 있다. 양성소에서 절망하던 나에게 쿠로이 사장님이 가르쳐준 진실의 말.

하지만 나 답다는게 그렇게 나쁜걸까? 그 날 이후 진심으로 웃은 기억이 없어.

그래... 난 이런 아이돌 활동이 내 꿈이라고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항상 뉴제네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사실은 항상 뉴제네를...!

"아아아아아아아악!"

우즈키는 머리를 싸매쥐며 미오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공허한 미소조차 사라진지 오래. 우즈키는 머리를 싸매쥔채로 매서운 눈으로 미오를 노려봤다.

"...그래서 어떡하란 거에요? 이제와서 뉴제네로 돌아오라고요? 재능이 없어서... 자신을 죽여가면서까지 노력해야 하는 심정을 알아요? 즐거웠던 시기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이제 그만하죠. 다음 라이브로 미오쨩을 탈락시켜드리겠어요!"

"..."

그래도, 끝까지 미오쨩이라고 불러주는구나. 미오는 그런 우즈키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래. 진심으로 부딪혀 줄게."

 

6.

"미오쨩... 전 돌아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그건, 시마무가 스스로 찾아내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일단,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겠지. 시부린에게, 프로듀서에게, 그리고 CP 모두에게. 재대로 고개 숙여 사과해야만해."

"...엄하네요. 지금의 미오쨩은 제 기억속 미오쨩보다 훨씬 엄해요."

"그렇겠지. 리더로서, 나쁜 아이를 혼내는 중이니까.
...그래도, 뒷 일은 생각하지 마. 작은 소속사로 가서라도, 뉴제네로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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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키 흑화루트라면서 그냥 미오가 주인공이네요.

그냥 단편적인 네타만 적으려 했던게 쓸데없이 길어져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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