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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 별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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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1, 2016 02:10에 작성됨.

헷갈릴 분이 있을까 해서..

아미의 거짓말 다음날의 이야기입니다.

다시 아미의 시점!

========

 

 

 


  "마미? 아직 하루룽 안 왔어? 으응…, 아니, 거의 다 왔어. 응, 그럼 좀 이따 봐~."
  서서히 손을 내린다. 휴대폰 상단의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한다. 아미는 사무소의 옆 건물 골목에서 몰래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린 지 벌써 30분이나 지났다. 아직까지도 하루카는 오지 않았다. 방금처럼 몇 번이나 마미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가 왔는지 확인했다. 바로 마주하기엔 너무나도 부끄럽고 미안해 아미는 마음을 졸였다.

 

  저질러버린 일은 어쩔 수 없다. 예상에 없었던, 별생각 안 하고 벌인 짓. 해선 안 될 일이라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싶은 아미의 얼굴은 여전히 화끈거렸다. 머릿속은 어제의 일로 가득 찼지만, 아미는 그곳에서 나가지 않았다. 이렇게 단순하고, 짧은 접촉으로도 얻은 행복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정말 만약, 아미의 바람대로 이루어 진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모를 테니까 괜찮…앗?"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에 철컥, 하고 문이 닫혔다. 누군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살짝 당황한 아미는 성급히 그의 뒤를 밟았다. 문 앞까진 성큼성큼 뛰다가, 안으로 들어오고 나선 조심스레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오늘은 구두를 신고 오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으흐흥~."
  위층의 계단에서 들려오는 하루카의 흥얼거리는 멜로디에 아미는 안심했다. 어느 정도 멀어진 발걸음 소리에 아미는 숨을 여러 번 고른 후 뒤따라 올라갔다.
  "하루룽! 안녕안녕~."
  사무실 안에서 마미가 하루카를 반기는 소리가 들렸다. 벽에 붙어 조금 열려진 문의 틈새로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렇게 몰래 숨어서 보는 자신이 스토커 같다는 생각은 뒤쳐두고, 지긋이 하루카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미, 왜 불렀어? 그보다 몸 상태는 어때?"
  하루카는 놀란 기색으로 마미를 쳐다보았다. 마미는 머리에 붉은 리본 두 개를 달고 있었다. 마치 그녀처럼. 어제의 자신처럼.
  "며칠간 푹 쉬었더니 쌩쌩해~!"
  하루카가 안도의 한숨을 쉬자, 마미는 고개를 저었다.
  "이게 아니지!"
  "응?"
  "어떻게 아미가 아니라 나인걸 알아본 거야?!"
  "그야, 마미니깐?"
  "으윽… 하루룽만 안 통하네…. 피요 쨩은 쉽게 걸려들었는데!"
  마미의 어깨가 축 처졌다.
  "게다가 이 머리, 아미는 마음에 안 든다고 했거든."
  하루카는 마미의 리본을 하나하나 풀어 손에 쥐여주었다.
  "아미가? 흐음…."
  마미는 머리를 쓸어내려 단정히 정돈했다. 의구심을 잠시 가졌지만 이내 별 신경 쓰지 않은 듯했다.

 

  아미는 마음에 들었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마음에 들었다. 아니었다면 그토록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슷하게 보인다는 말만으로도 부끄러워 그곳을 벗어나지 않고선 버틸 수 없었기에, 이제는 마미처럼 하루카를 따라 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당당히 장난을 칠 수 없었다.
  "슬슬 나도 리본을 떼야 하는 걸까? 나이에 걸맞게…."
  "안 돼!"
  마미는 양손으로 X 표시를 했다.
  "응? 아직 어울려…?"
  하루카는 머리의 리본을 만지작거렸다.
  "리본이 없으면…, 하루룽의 정체성이 팟! 하고 사라져버린다구!"
  "엣."
  역시 마미다. 지금이라면 자연스럽게 둘 사이에 끼어들 좋은 기회.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팔을 집어넣으며 마미에게 신호를 줬다.
  "평생을 함께해온 친구를 버리는 거야?! 하루룽 잔인해!"
  "잔인해!"
  이때다 하고 아미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깜짝 놀란 하루카는 뒤돌아보았다.
  "아, 아미? 언제 왔어?"
  "바-앙금!"

 

 


#

 

 

 

  "마미, 무슨 일로 불렀어?"
  하루카는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을 코토리의 책상 위에 올려두며 물었다.
  "나도 하루룽이랑 놀고 싶어!"
  마미의 대답에 아미는 안도했다. 마미가 그녀를 부른 진짜 이유는 아미를 상당히 곤란하게 했다. 어젯밤, 휴대폰을 뚫어지라 보다가 마미에게 들킨 직후,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하루카에게 몰래 '장난'을 했다는 것까진 말해버렸다. 오늘 아침에 마미가 먼저 가서 물어봐야겠다는걸 가까스레 말려 비밀로 해달라는 약속까지 받아내고서도 여전히 불안해 같이 와야만 했다.
  "응?
  "어제 아미랑만 놀고! 하루룽이 보내준 사진 때문에 얼마나 부러웠는데!"
  갑자기 미소를 지은 하루카가 아미를 쳐다보았다. 아미는 시선을 급히 피했다. 왜 웃는 걸까.
  "미안. 다음엔 마미도 초대해줄게."
  "얏호! 다음에 갈 때 뭘 할까나~."
  마미는 쇼파에 드러누우며 중얼거렸다.
  "아미, 이거…, 어제 나 대신 다 포장해준 답례."
  하루카는 가방에서 큼지막한 노란색 리본이 두 개나 달린 종이봉투를 꺼내 아미에게 건넸다. 어제 포장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
  "뭔데, 뭐야-?"
  게임기를 가방에서 꺼내고 있던 마미는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간식이에요~."
  하루카는 종이봉투를 흔들었다.
  "밤에 또 만들었어?"
  "응. 신세도 졌고 같은 걸 주기엔 미안해서."
  "뭘 바라고 한 건 아닌데…."
  "받아주세요. 후타미 씨?"
  하루카는 양 손으로 공손히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알고 있는지는 모른다. 가끔씩 나오는 습관인 하루카의 존댓말은 아미를 옴착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고마워."
  아미는 수줍게 종이봉투를 품으로 가져왔다. 접혀 있는 입구 부분을 살짝 열어, 안을 살펴보았다.
  "마카롱?"
  "요즈음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있어."
  아미는 마카롱의 프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거 모양 만들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잘 만들었네?"
  "에헤헤…. 다만 아직까진 시험 작에 불과해서 아미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어."
  아미는 마카롱을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단맛이 입안을 돌아 경직된 몸을 풀었다.
  "맛있어."
  "다행이다~. 자, 마미는 요거."
  하루카는 가방에서 포장끈이 삐뚤삐뚤하게 묶여있는 쿠키가 담긴 비닐봉지를 마미의 앞에 두었다.
  "땡큐 하루룽~."
  게임기를 쇼파에 던져두고 쿠키를 받은 마미는 뭔가 아니라는 듯 입술을 쭉 내밀었다.
  "어라, 아미 거랑 좀 달라. 나도 마카롱!"
  "안돼요? 이번엔 아미만을 위한 거라 다-음-에."
  "그럴수가…."
  마미는 힘없이 쇼파에 쓰러졌다.
  "하루룽의 첫 키스 빼곤 모두 선점한다는 내 원대한 계획이 물거품이 됐어……."
  마미에 농담에 아미는 움찔했다.
  "첫 키스는 왜 뺐어?"
  하루카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거야 당연 하루룽은… 잠깐."
  "응?"
  "혹시 아쉬워하는 거야?"
  "엣?"
  "어쩔 수 없지. 하루룽이 그렇게 원한다면야 내 첫 키스를 하루룽한테…."
  마미는 게슴츠레한 눈매로 양팔을 벌린 채 하루카를 향해 다가갔다. 당황한 하루카는 뒤로 물러났다.
  "자자,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어서."
  "애, 애도 참."
  하루카를 골려주는 마미를 뒤로 하고 아미는 종이봉투를 열어 마카롱을 하나 꺼냈다.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마카롱에 한입 먹은 흔적이 있었다. 아미는 깜짝 놀라 봉투 속에 다시 넣어버리고 말았다.
  "하루룽…."
  아미는 조용히 하루카를 불렀다. 하루카는 간신히 마미를 떨쳐내고 아미에게 다가왔다.
  "응? 무슨 문제 있어?"
  고개를 푹 숙인 아미는 봉투 속 마카롱을 하루카에게 보여주었다.
  "아앗? 잠깐 줘봐!"
  어젠 그렇게까지 했으면서 지금은 너무 부끄러웠다. 단순히 저 마카롱만 보아도 그때의 감정과 촉감이 되살아났다.
  "미안. 미리 맛본 게 잘못 들어갔었나 봐."

 

  무슨 생각을 했길래 그녀가 실수를 했을까. 혹시 들켜버린 건 아닐까. 혹시 깨어있지는 않았을까. 소용돌이치는 갖가지 추측들이 머릿속을 돌 무렵 정신을 환기해주는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을 모두 빼앗아가, 안심하고 이 자리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존재. 쓸쓸함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
  "어라, 다들 웬일이야."
  프로듀서가 출근했다.
  "아,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욧! 어서 옵쇼!"
  하루카와 마미는 그를 반겼다.
  "마미, 병가는 모래까지 아냐?"
  "응흥흥~. 이 마미님의 강한 재생력을 무시하지 말라구 오빠."
  시끌벅적한 주변의 풍경에, 이제야 아미는 평소와 같은 감정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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