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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M@STER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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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8, 2013 23:59에 작성됨.

“아, 네! 저는 아마미 하루카라고 하는데요! 호, 혹시 투수신가요?”

하루카의 말에 키쿠치 마코토라는 이름의 소녀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곧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네! 투수에요! 아직 정식 경기에서는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지만요.”

정식 경기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는 것은 현재 소속팀이 없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라고 하루카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바로 스카우트를!

“혹시 정식 경기에서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으시다는 뜻은 지금 소속되어있는 팀이 없는 건가요?”

“네, 소속된 팀 같은 건 없고…. 얼마 전까지 아버지랑 같이 연습했는데 요즘은 아버지가 프로 팀 코치가 되는 바람에 혼자 하게 됐어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 그럼 저희 팀에 들어오실래요?”

“네?”

“저랑 저기 있는 치하야쨩은 같은 아마추어 팀에 소속되어있거든요.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팀이라 인원모집 중이긴 하지만, 분위기도 좋고 실력이 좋은 선수들도 많아요!”

하루카의 말에 마코토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저, 정말인가요?”

“네! 안 그래도 투수를 찾고 있는 참인데, 어떠세요?”

“저야 좋죠! 안 그래도 슬슬 팀을 찾아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됐어, 치하야쨩!”

“후훗, 잘 됐네.”

“아, 저기 있는 치하야쨩도 투수랍니다. 그리고 저는 팀의 주전포수고요. 앞으로 저와 호흡을 맞추게 되시겠네요!”

“그런가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아, 그런데 옆에 있는 분은….”

“아, 그렇지! 유키호! 나랑 같이 이 팀에 들어갈래? 응?”

“나, 나? 나는 그…. 우으….”

“유키호도 이 기회에 같이 해보는 거야. 내가 도와줄 테니까.”

“하지만…. 나 따위가 야구를 해봤자….”

“앗, 유키호 씨라고 해도 될까요? 유키호 씨도 같이 하지 않을래요?”

“저, 저요? 그러니까…. 저는….”

“자, 자. 빼지 말고! 이렇게 된 이상 정말 글러브가 필요하겠네!”

“잠깐만, 마코토쨔앙~”



“키쿠치 마코토! 나이는 17살! 가능하면 선발투수를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 하기와라 유키호입니다…. 나이는 마코토쨩과 같은 17살, 포지션은…. 그, 그런 건 잘 몰라요오….”

상반된 소개를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팀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렇게 되면 선발이 두 명. 어차피 아마야구니까 로테이션은 대충 짜 맞출 수 있게 됐네.”

“일단 키쿠치의 실력부터 테스트 해봐야겠죠?”

“안 그래도 그러려고 해.”

코토리와 리츠코는 짧은 협의를 마친 뒤 마코토와 유키호를 불러냈다.

“처음부터 갑작스럽겠지만, 일단 테스트는 해봐야 하니까.”

리츠코의 말에 마코토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키호는 지레 겁먹은 표정이 되었다.

“테, 테, 테스트라니….”

“그러고 보니 하기와라는 야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고 했지? 걱정하지 마, 너의 현재 실력을 알아야 우리가 그에 맞는 레슨을 시켜줄 수 있으니까. 단지 그걸 알기 위해서일 뿐이야.”

“그런가요오….”

“그럼 일단 키쿠치부터 시작해볼까? 자, 히비키! 하루카!”

“오우, 첫 타자는 나인가? 나한테 맡겨 달라구!”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히비키는 곧바로 자신의 배트를 잡아들고 스윙연습을 시작했고, 하루카는 포수장비를 서둘러 착용하기 시작했다.

“일단 간단명료한 방법을 채용할게, 히비키부터 시작해서 총 세 사람에게 아웃카운트 하나씩을 잡아내면 돼.”

“알겠습니다! 이거 왠지 끓어오르는데요?”

“너무 무리는 하지 마. 말 그대로 간단한 테스트일 뿐이니까.”

스윙을 끝마친 히비키가 타석에 들어서자, 마코토 역시 마운드에 올랐다. 지금까지 그녀가 상대했던 타자는 자신의 아버지와 유키호(거의 허수아비처럼 서 있기만 했을 뿐이었지만)뿐이었기에, 자기 나이 또래에 제대로 된 타자를 상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마코토는 기분이 한껏 들떠있었다.

“자, 자. 뭐든 던져보라구! 어제 치하야의 공처럼 담장 너머로 날려주지!”

“…그 얘기는 그만둬줬으면 좋겠는데.”

옆에서 치하야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히비키도, 마코토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단지 서로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히비키는 그제야 깨달았다. 마코토의 글러브가 오른손에 끼워져 있다는 것을.

‘좌완?’

마코토가 와인드업을 했다고 인식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이에, 
히비키는 자신의 머리 높이로 날아오는 공을 보고 재빨리 몸을 뒤로 빼야만 했다.

“히익?!”

“아, 미안! 요즘 하도 벽에다만 공을 던져 대서….”

포수인 하루카가 미처 반응도 못할 정도로 빠른 공이었다. 반응 했더라고 해도 앉아서 잡기엔 너무 높은 공이었지만. 만약 하루카의 뒤에 구심이 서 있었더라면 그대로 안면보호구에 직격했을 것이다.

“보, 볼이네.”

하루카의 뒤에 있을까 말까 하다 그냥 멀찍이서 지켜보기로 한 코토리는 자신의 선택이 신의 한수임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마코토의 2구. 
이번엔 완벽한 몸쪽 패스트볼, 히비키는 크게 스윙했지만 공과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 헛스윙이었다.

“우갸-! 이게 뭐야!”

좌투수가 던지는, 우타자의 몸쪽을 완벽하게 찌르는 패스트볼. 제대로 제구가 된다는 가정 하에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벌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이다.

“…하루카?”

“네, 리츠코 선배.”

“어디서 저런 애를 데려온 거니?”

“에헤헤, 우연이라고 할까요.”

“방금 던진 그 공이 제대로 의도했던 거라면….”

3구는 바깥쪽, 히비키는 이가 깨져라 깨물고는 가까스로 커트해내는데 성공했다. 4구 역시 커트, 공은 우측 파울라인을 벗어나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히비키는 이 녀석은 보통 녀석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있었던 야구부에도 이 정도의 구위를 가진 녀석은 없었기에, 3구를 커트해내고 4구는 제대로 밀어 때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공이 복판에서 약간 낮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공에 배트가 완전히 밀려버렸다.

“후우…. 집중, 집중.”

타석에서 살짝 벗어나 호흡을 가다듬는다. 직구가 빠르긴 하다만 네 번이나 봤으면 슬슬 눈에 익을 때도 됐다. 더 이상 구위에 밀리지 않을 자신도 있다. 이번 공에 제대로 승부다.
히비키가 다시 타석에 들어가 타격자세를 취하자, 마코토도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무릎을 들어 올리고, 아까와 다를 것이 없는 폼으로. 이건 분명히 패스트볼, 이번에야말로 때린다!

하지만 마코토가 던진 공은 그런 히비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깥쪽으로 살짝 꺾이며 뚝 떨어졌다. 변화구가 들어올 것이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한 히비키는 공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헛스윙을 해버리고 말았다.

“아잣-! 삼진!”

마코토가 주먹을 불끈 쥐고, 히비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하루카가 간신히 캐치해낸 공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이거….”

히비키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오자, 보고 있던 리츠코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히비키의 따라 나가는 스윙 폼을 보아하니 저건 필시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 떨어지는 체인지업. 좌투의 서클체인지업인가…. 완벽하게 허를 찔렀네.”

“서클체인지업이라고? 변화가 그렇게 심했는데?”

“물론 키쿠치가 던지는 서클체인지업 구질 자체의 변화도 심했지만, 체인지업 계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직구와 던지는 폼이 똑같다는 거야. 너는 그것으로 인해 키쿠치가 던지는 공을 100%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체인지업의 변화가 더 심해보였던 거겠지.”

“우갸-! 이 내가 헛스윙 삼진이라니잇-! 아무나 빨리 내 복수를!”

“안 그래도 그럴 거야, 테스트니까. 그럼 다음은 미키가 나가볼래?”

“미키, 금방 끝내고 오는 거야.”

하품을 하며 배트를 질질 끌고 나타난 미키는, 좌타석에 들어서 건들건들 자세를 잡았다.
초구는 파울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파울. 초구부터 거침없이 자신의 패스트볼을 때려내자, 마코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느슨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상대는 분명 타격센스가 있다고 마코토는 생각했다.

2구는 바깥쪽, 역시 커트. 3구는 낮은 공이었으므로 미키는 그냥 골라냈다. 
그리고 원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다시 한 번 서클체인지업. 미키는 좌타자였기 때문에 공은 그대로 그녀의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미키가 깜짝 놀라 배트를 휘둘렀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미키, 잠이 덜 깼을지도.”

돌아오는 미키의 표정은 아까 전의 히비키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치기 어려워? 확실히 저런 직구에 저런 체인지업은 내가 타석에 들어서도 사양하고 싶긴 하지만. 어쨌든 마지막으로 타카네,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앞선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마코토는 텐션이 잔뜩 높아져 있었다. 자신의 공이 이쪽 레벨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결정구는 서어클체엔지업이라는 말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앞선 두 사람이 무엇에 당하는지 똑똑히 봤던 타카네였기에, 타카네는 아예 서클체인지업만을 노리고 들어가기로 했다. 
타카네가 패스트볼 두 개를 휘두르지도 않고 그냥 보내자, 마코토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빨리 끝내버리자는 생각에 하던 대로 자신의 결정구를 던지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타카네가 원하던 것이었다. 
공이 바깥쪽으로 가라앉는 것을 노려 그대로 스윙, 하지만 스윙이 약간 빨랐던 탓에 타구는 밖으로 휘어져 폴대 바깥쪽 담장으로 넘어가버렸다.

“파울홈런! 크으…. 아깝다구!”

히비키가 아깝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그와는 반대로 옆에 있던 유키호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비록 파울이긴 하지만 결정구를 맞은 셈이니 분명 같은 구질을 던지지는 않겠지요. 그럼 이번엔 패스트볼입니까.’

이미 생각이 끝난 타카네는 지체할 것 없이 타격자세에 들어갔다. 그와는 달리 한참을 고민하던 마코토는 짧게 숨을 내뱉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코토가 던진 공은 커브였다.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겨버린 타카네 역시 앞선 두 사람처럼 턱도 없는 헛스윙. 마코토는 결국 세 사람에게 모두 탈삼진을 얻어냈다.

“…그 구속에 그 체인지업에 그런 커브라니, 이건 사기라구.”

“무으…. 완전히 괴물인 거야. 하지만 괴물이 저렇게 잘 생길 리는 없으니까 그냥 마코토 군이라고 부를게.”

“확실히 저희 팀에 큰 도움이 되겠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코토.”

“아아, 저야말로, 아니, 나야말로 잘 부탁해.”

키쿠치 마코토. 17세. 좌투우타. 사용하는 구종은 패스트볼, 서클체인지업, 커브. 
가는 곳마다 뉴스를 몰고 다닐 괴물의 탄생은 바로 여기서부터였다.

그리고…

“그럼 유키호의 포지션은 1루수인가.”

“일단 공 하난 잘 받으니까요.”

“마코토쨩의 공을 몇 번 받아 보다보면 당연히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

공을 받을 때마다 겁을 내긴 하지만 캐치하는 것 하나는 확실했다. 마코토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공을 몇 번 받아주다 그만두었다는데, 마코토의 위력을 견식했던 팀원들은 유키호를 잘 이해해주었다. 심지어 히비키마저 ‘나라도 그만뒀을 거라구. 그런 공을 매일 받아주는 하루카가 대단한 거야.’ 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이렇게 유키호가 1루수로 정해졌기에, 남은 포지션은 딱 하나, 3루였다. 야요이가 있긴 하지만 야요이의 작은 키로 강습타구가 많은 3루는 무리라고 판단, 코토리가 야요이를 활용할 곳이 따로 있다는 말을 해 리츠코와 다른 팀원들도 더 토를 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 오늘도 일찍 왔네, 야요이쨩.”

“연습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일찍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후훗, 그거 다행이네. 나는 야요이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물론 어렵고 힘들 때도 있지만, 코토리 감독님의 말대로라면 저도 분명히 팀에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그걸 생각하면 힘이 날까나-하고!”

“응, 분명 그렇게 될 거야. 야요이라면 할 수 있어. 아니, 야요이가 아니면 할 수 없어.”

코토리가 생각하는 것. 그것은 분명 최단신인 야요이가 가장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코토리는 지금까지 자신이 봐온 야요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에…. 그런데 뒤에 있는 애는 누구니?”

“핫-! 맞다! 미안, 이오리쨩. 소개한다는 걸 깜빡했어.”

“아니, 야요이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

야요이보다 약간 더 큰 키에 토끼 인형을 안고 있는, 척 봐도 아가씨 스타일의 소녀. 이오리라는 이름의 소녀는 코토리를 향해 다가가 그녀를 품평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저, 저기….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당신이 야요이 팀의 감독이야?”

“응, 그렇긴 하다만.”

“흐응….”

“그건 왜 묻니?”

“이 팀, 남는 자리 있어? 나도 일단 야구는 몇 번 해봤으니까.”

“그, 그래? 그렇다면 우리야 환영이야. 마침 팀원 모집 중이었으니까.”

“나도 야요이에게 듣고 온 거야.”

 “그…랬구나. 실례지만 포지션은 어디였니?”

“3루, 3루밖에 해본 적이 없는걸.”

야요이가 데려온 소녀, 미나세 이오리. 
팀의 마지막 퍼즐조각이 점점 맞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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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투우타, 서클체인지업과 커브가 주 무기
투수 마코토라면 역시 전 한화 이글스 현 LA 다저스 소속의 '괴물' 류현진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빨리 경기하는 걸 쓰고 싶어서 근질거리네요
제가 기복이 심해서 쓰고 싶은 거 쓸 때랑 그닥인 거 쓸 때 퀄 차이가 확 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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