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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Y]마에카와 미쿠-천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고양이 속은 모른다-

댓글: 13 / 조회: 2020 /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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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4, 2016 22:53에 작성됨.

이제 와서 돌이켜보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그래도 굳이 돌이켜 보자면, 내 곁에는 항상 고양이들이 있었다.

 

"슈뢰딩거~ 그루먼4~ 에드거~ 그리고....."

 

냐앙!

 

"아, 아얏! 이름 잊어먹어서 미안하다냥! 그러니까 할퀴지 말라냥! 아이돌은 피부가 생명이다냥!"

 

언제부터 고양이들이 주변에 있었는가, 그건 나도 잘 모른다. 굳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느 새 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고양이 마음 같은 애매모호한 대답이지만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어릴 때 부터 고양이가 곁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니까. 언제 젓가락질을 시작했느냐 같은 질문을 받아도 곤란하다.

어쩌면, 태어난 순간부터 고양이와 함께 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누군가 물어봤을 때 자신있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우으으....."

 

냐앙. 냐앙. 냥!

 

"알았다냥.... 여기 미쿠가 가져온 캣푸드다냥. 훌쩍~"

 

냐앙~

 

이렇게 들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일은, 이미 평생 동안 굳어진 일과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고양이 매니아로서, 주변에 민폐가 되지 않는 한 의는 몰라도 식과 주는 챙겨주고 싶어지는 법이다. 다행히 이곳 미시로 프로덕션의 사람들은 고양이의 존재에 상당히 관대했다. 덕분에 나도 이 곳의 고양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후냐앙~

 

냐~앙

 

따스한 날, 잔디밭 바깥 연석에 걸터앉아 고양이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이 만한 사치가 어디 있으랴. 미시로 프로덕션에 들어오길 잘한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난 고양이가 인간에게 친숙하고 적대적이지 않은 환경을 주저없이 꼽을 것이다.

이 환경은, 내 외로움을 달래준다.

 

냐옹?

 

"으~음 이곳은 좋네~"

 

냐아냐아.

 

"괜찮아괜찮아. 잠깐 옛날 생각이 났을 뿐이다냥. 옛날이라고 해도 몇 년 전.... 까진 아닌가. 1년 전이니."

 

하지만 그 몇년은 고양이에게 있어선 인생의 반 가까운 긴 시간이다. 고양이들에게 있어, 몇 년이라는 시간은 인간의 수십 년에 해당하겠지.

이 논거를 좀 더 확장시켜보자면, 몇 개월이라는 시간은 인간의 수 년에 해당한다는 것을 추측해낼 수 있다. 몇 년이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내 인생의 1/n으로 치환할 수도 있다. 아, 여기서 n은 1자리의 자연수다.

 

"....라니, 난 또 뭔 미즈키 언니나 할 법한 생각을."

 

상경 3년, 마에카와 미쿠는 지금 18살이다. 안티에이징이니 근육통이니 숙취니 하는 걸 논하기엔 아직 이른 나이다. 벌써부터 애수에 젖어버리다간 나이먹고 나서 아베 씨 처럼 되어버린다. 16년 후의 내가 잔뜩 취해서 18살의 나에게 업혀돌아가며 푸념하는 추태를 부리게 될 지도 모른다.

 

냐오~옹

 

고양이. 어릴 때 부터 익숙하고 친한 고양이. 내 곁에 있는 게 당연한 고양이.

 

냐앙?

 

눈을 돌려 주변에 모인 고양이들을 관찰한다. 검은 털 노란 눈, 흰색과 검은색의 조합 검은 눈, 갈색 줄무니 청록색 눈, 점박이 회색 눈, 회색 약간 붉그스름한 눈, 회색과 검은색의 줄무니 올리브색 눈, 베이지색 비취색 눈, 다갈색 갈색 눈, 드문드문 보이는 청회색 은회색 눈, 일본주 술병 같은 색 카에데씨 눈, 어째서인지 우드패턴 위장색 데저트핑크 눈, 살쾡이 비슷한 색 잠깐 이거 진짜 살쾡이 아니야 어째서 도쿄에 있는거야.

품종도 털 색깔도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다 예쁜 고양이들이다. 사람을 캐틀건으로 쏴 죽이는 괴팍한 취미를 가진 살인마를 등장시키는 소설가도 이 고양이들을 보면 마음이 치유될 게 분명하다.

그래, 특히 여기 있는 비색(翡色)에 은백색 눈동자를 가진 신비한 고양이를 본다면.....

 

냐아.....

 

가방 속에서 어묵을 꺼내 찢어주었다. 내가 잘게 찢을 때 까지 기다리던 고양이들은, 잘게 찢은 어묵이 스커트 위에 떨어지자마자 일제히 내게 달려들었다. 달려든 아이들을 쓰다듬어주었다. 모두 사람 손을 타서 그런지 쓰다듬어도 도망치지 않는다. 몇 명은 엉덩이를 쳐 달라는 듯 내게 등을 보여준다. 배에 얼굴을 비비는 고양이들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 수 많은 고양이 속에서 비색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도쿄에선 구하기 힘든, 그 아이가 좋아하던 어묵까지 사 왔는데. 하지만 없는 게 당연하다. 이곳은 도쿄고, 내 고향은 오사카다. 오사카의 고향집에 두고 온 고양이가 이곳에 있을 리 없다.

 

냐앙~ 냐앙~ 냐~

 

수 많은 고양이들의 애교와 사랑이 내게 모였다. 난 고양이 하렘물의 주인공이다. 이 세상 모든 남학생들이 부러워할 그런 존재다.

 

냐아? 냐아냐아?

 

"괜찮아."

 

날 걱정스레 올려다보는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잠깐, 옛날 일을 떠올렸을 뿐이야."

 

매끈한 비색 털 은백색 눈동자의 고양이는 없다. 이곳에 없고, 이제는 없다. 그것은 이미 죽음이라는 결말에 도달해버린 과거의 존재다. 슈뢰딩거나 니노미야 아스카를 데려와도 바꿔놓을 수 없는 결과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의 죽음을 확인하지 않았다. 어리석게도, 고양이의 목숨은 9개라는 터무니없는 속설을 믿고 싶은 것이다. 미신조차 내 작은 기도를 저버렸을 때, 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조용한 속죄를 끝마칠 수 있을까.

 

---

 

냥냥냐~앙!

 

몇 살 때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릴 때의 기억이란 언제 일어났는지, 어떠한 전개를 거쳤는지 확실하지 않은 법이다. 확실히 기억나는 건,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는 것 정도다.

 

"다녀왔습니다!"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지만 활기차게 인사를 한다. 어머니는 내가 돌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잠깐 집을 비웠다. 테이블 위에 있던 메모를 읽고 나서야 집에 사람이라고는 나 혼자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사람 한 명 없는 집에 돌아온 아이가 활기차게 인사하는 광경은 현대의 씁쓸한 단면을 떠올리게 하지만, 적어도 우리 집에선 그런 단면은 존재하지 않았다.

 

냐오~옹

 

"잘 있었어?"

 

내 인사를 받은 고양이가 내게 달려와 안겼다. 유치원생이었던 내 앉은 키 보다 좀 더 크고 부드러운 게 날 감싸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큰 고양이었다. 품종에 관해서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메인쿤이나 사바나캣 근처가 아닐까. 물론 어디서 온 것인지조차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전부 나의 망상과 추측에 불과하다.

 

냐앙~

 

"알았어알았어. 잠깐 가방 좀 풀어놓고 언니가 놀아줄께."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집 고양이는 내게 있어서만은 개 이상으로 친근하게 굴었다. 중형견만한 고양이가 어린 아이 앞에서 온갖 재롱을 부리는 모습은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을 미소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 여기 좋아하는 장난감이다냥!"

 

냐아!!

 

곧 돌아올 부모님을 기다리며 고양이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녔다. 고양이를 물고 빨고 부비부비하고 고양이한테 물리고 빨리고 부비부비당하면서. 잠시 후 어머니가 돌아와서 도쿄 대공습을 당한 도쿄 같은 꼴이 된 집을 보며 날 혼낼 때, 고양이는 내 앞에 서서 어머니를 쳐다보며 처량하게 울었다. 전부 다 내가 사주했다고 주장하는 듯 했다. 고양이는 마치 어린 동생을 대하는 언니처럼 날 대했고, 날 지켜주려 했다. 그 상냥함에 눈물을 터트릴 즈음에야 어머니의 잔소리도 멈추었다.

 

냐아~

 

까슬까슬한 혀가 느껴졌다. 방에 들어가서 고양이와 함께 과자를 집어먹었다. 고양이 입에 집어넣은 과자를 빼먹어도 발톱을 세우지 않고, 그저 냐아~ 하고서 울 뿐이었다.

 

---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고양이는 나와 함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에서도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냐, 냐앙~, 냐아아아, 냐옹, 냥!, 키샤악!!

 

학교 근처의 고양이들과 친해지는 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 내가 다가갔을 땐 다들 도망갔지만, 들고양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스스로 조사해서 다시 접근했더니 고양이들 모두와 친해질 수 있었다. 부비부비 당하는 고양이 하렘이었다. 고양이를 보러 온 아이들이 내 곁에 모였고, 난 한 순간에 학급의 스타 비슷한 존재가 되었다. 고양이님 만세였다냥.

 

"......어릴 때 부터 고양이랑 같이 지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양이랑 어떻게 친해지는지 알고 있습니다."

 

"참~ 잘했어요. 마에카와한테는 선생님이 선물로 스티커를 줄께요~"

 

"와~이!"

 

그래서 학예회 때 고양이에 대해서 발표했었다. 아마 그 외의 선택지는 없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선생님에게 칭찬받고, 어른들이 인자한 눈으로 바라보고, 친구들이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을 품은 것도, 그 발원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이었을 지도 모른다. 이것 역시 그 고양이 덕분이다.

 

"다녀왔습니다! 스티커 받아왔어!"

 

아직 자기 중심적일 수 밖에 없던 시절이었지만, 난 고양이게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편의점에서 고양이가 좋아하는 어묵을 사 들고 개선장군처럼 희희낙락하며 돌아왔었다. 마침 그 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상대방, 그것도 애완동물이 좋아하는 것을 구해 오는 것은 일찍 철이 든 증거라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말씀했었던 것이 생각났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고양이에 대한 고마움이 한데 섞여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철 없는 어린아이의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냥

 

"에? 어디 안 좋은 거야?"

 

고양이는 어묵엔 하나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않고 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좋아하는 어묵을 사 가지고 왔는데 먹으려 하질 않는다. 포장을 까서 눈 앞에 들이대도, 내가 먹는 시늉을 해도, 조금 뜯어먹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날 피하는 듯, 내가 얼굴을 마주치려 할 때마다 고개를 돌린다. 어묵을 억지로 입에 넣어주려고 할 땐 앞발로 어묵을 쳐낼 정도였다.

그제서야, 요 몇 개월간 고양이가 날 점점 피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 몇 개월 동안 계속 아팠던 걸까? 어린 마음이 불안감에 먹혀들어갔다.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해서 자기가 아프다고 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자, 내 불안감은 배가 되었다.

 

"괜찮아? 어디 아파? 그런거야?"

 

그렇게 말하며 고양이를 잡고 늘어졌다. 날 피해 도망치려 하는 고양이의 꼬리까지 잡아가며. 지금 생각해보면, 얼굴에 길쭉한 스크래치가 남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행동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어른스럽게도 날 할퀴지 않았다.

 

키샤아!

 

대신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도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공중에서 몸을 가로로 돌려 착지한 고양이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중형견 정도로 큰 고양이. 중형견 정도만 되어도 연약한 어린아이는 충분히 죽일 수 있다. 그리고 고양잇과 동물들은 전부 맹수다. 인간과 동물은 다른 생물이라는 사실이 갑작스레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낮인데도 날카롭게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가 날 응시했다. 가을과 겨울의 문턱에서 약간 이른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심장 박동 소리가 관자놀이를 때리며 뇌를 흔들고 있었다.

 

.....샤아. 냥

 

"히익."

 

고양이는, 굳어버린 나의 온 몸에 자기의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닿은 순간 내가 내지른 짤막한 비명은 신경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했다. 내가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내 목을 물고서 자기가 부비기 편한 곳까지 질질 끌고갔다. 

 

냥~

 

털갈이 철인 건지, 내 온 몸에 비색 털이 묻어났다. 갑작스럽고도 기묘한 변화였다. 난 아직 고양이의 마음을 잘 알지 못했다.

 

---

 

그 날을 기점으로 개냥이는 고양이가 되었다. 물론 일반적인 애완 고양이와 비교했을 땐 여전히 과도할 정도의 개냥이이긴 했다. 하지만, 약간의 거리감도 내게 있어선 큰 상실감을 가져왔다. 어머니를 졸라 용돈을 올려받고, 공물을 바치듯 고양이에게 어묵을 사다주었다. 너무 쪘으니 얼마간 사료 말고 다른 걸 먹이지 말라고 들었을 땐, 고양이보다 내가 더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고양이 역시 충격에 잠긴 듯, 며칠동안 어머니 얼굴도 쳐다보지 않으려 했었다.

 

냐아~

 

"체에, 이럴 때만 애교야....."

 

어묵을 고양이에게 찢어주었다. 살은 쪘지만, 그 때보다 작아진 고양이가 어묵을 맛있게 갉아먹었다. 얄밉고도 귀여워서 중간에 어묵을 낚아채 뺏어먹고 싶어질 정도다.

 

갸릉

 

"알았어~ 정말이지, 고양이 마음은 하나도 모르겠다니까."

 

고양이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내가 좀 더 자랐을 뿐이다. 어린 아이는 쑥쑥 자라는 법이다. 고양이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여기서 더 커졌다간 진짜 대형견만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나보다 작다.

작아지기 시작한 오뎅 조각을, 조금 작아진 고양이가 갉아먹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았다.

 

"넌 몇 살이야?"

 

냐옹?

 

인간은 고양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양이 같은 동물이 인간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굉장한 게 아닐까.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 마음을 알 길은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리석고 자기 중심적인 나를 한심하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니, 가끔씩 고양이가 내 몸에 계속 얼굴을 비비는 일이 떠오른다. 내가 집에 돌아오면 항상 내 냄새를 맡다가 가끔씩 얼굴과 양 뺨을 내 몸에 비빈다. 내가 귀찮아서 쫓아내려 해도, 내 작은 손 따윈 아프지도 않다는 듯 계속 비벼댔다. 가끔씩 내 옷을 발톱 갈듯 긁어내려 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소대로 돌아간다. 고양이라는 것은, 어린 나한테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생물이었다.

 

---

 

"고양이의 취선은 양 뺨에 있어서, 자신의 것이라는 마킹을 남기려 할 땐 양 뺨을 대상에 비벼대려 하는 습관이 있다. 또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할 땐 손톱을 이용해......"

 

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 따스했던 날, 나는 양지바른 곳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 졸음에 잠기는 정신을 반 강제로 인양시키면서, 고양이들과 함께 공원 잔디밭에서 잠들고 싶다는 욕망을 뿌리치면서 말이다.

 

냐~아아아앙~

 

고양이의 나른한 듯 늘어지는 것 같은 하품 소리가 수면을 재촉하고 있었다. 고양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가득한 책을 이런 환경 속에서 읽으려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던 것 같다. 내 잘못된 선택을 비웃는 고양이들이, 날 따스하게 둘러싸고 낮잠으로의 유혹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고양이의 마음에 대해 알기 위해서 어려운 한자가 가득한 이 책을 선택했지만, 마음에 대한 이해라는 것은 책과 글자만으론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버릴 것 만 같았다. 취선이니 홍채니 신경이니, 고양이 해부도를 백날 들여다봐도 마음이라는 것은 알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하아~ 힘들다냥....."

 

고양이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이 딱히 도움이 되진 않지만, 그래도 고양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즐길 수는 있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가끔 몸동작을 따라해보기도 하고, 일부러 냥냥거려보기도 한다. 고양이들의 눈으로 보기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건지, 예전보다 더 많은 고양이들이 내게 다가왔다.

 

냐, 냐, 냐아~

 

뺨을 부비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소리의 파도가 되어 내 정신을 녹여갔다. 이후 집에 돌아가서 고양이에게 몇 시간동안 부비부비를 당한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난 고양이 바다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

 

"냐앙~"

 

고양이가 잠드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햇볓을 쬐고 있는 노인처럼, 거실의 양지바른 곳에 누워 세상 모르게 늘어져라 자고 있었다. 한 층 더 작아진 고양이에게,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접근했다. 내가 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양이는 귀만 몇 번 까닥하고 말 뿐이었다. 마침 겨울이기도 하니, 따스한 녹차라도 한 잔 내온다면 딱 좋은 그림이 될 듯 하다.

녹차를 먹이면 털의 윤기가 조금 돌아올려나. 시덥잖은 생각과 함께, 고양이의 곁에서 잠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내 앞에 먹다 남은 간식이 놓여있었다. 조금 뜯어먹은 흔적을 봐선, 고양이가 먹은 게 확실했다. 초등학교 졸업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겨울방학 동안의 일이었다.

 

---

 

냐~앙

 

초등학교 6학년의 시간은 빠르다. 졸업이 코 앞까지 다가올지 말지를 고민하는 가을날의 늦은 밤. 아이돌 지망생 마에카와 미쿠는 자신의 방에서 몰래 노래부르며 춤추고 있었다. TV에 비친 아이돌들을 보고, 그렇게 되고 싶다고 소망하던 작은 마음이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지금의 내가 본다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아무리 관객이 한 마리 뿐이라곤 해도, 이런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냐앙!

 

"고맙다냥!"

 

그래도,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것 하나만큼은 그 때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미쿠는 나름 연기파 아이돌이다. 고양이처럼 휙휙 변할 수 있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배우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장점 중 하나다. 그렇기에, 고양이는 내 미숙한 공연을 감내하며 찬사를 보낸 걸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땠냥?"

 

냐아!

 

"그랬지?! 정말 잘했지! 냐하하~"

 

냐~아~

 

고양이가 웃었다. 고양이의 웃음은 인간과 다르지만, 그래도 고양이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동물과 오랜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떠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어려운 말로 풀이하자면, 동물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존재를 대상으로 단편적인 감정이나마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즐거움에 절로 흥이 나 밤새 춤추고 노래했다. 정말 오랫만에 학교에서 졸았다.

하지만, 졸업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고양이가 다시 양 빰과 온 몸을 내 몸에 비벼댔다. 마지막으로 들고양이들을 실컷 안아주고 오느라 묻어난 털이 다 떨어져나갈 정도로 비벼댔다. 여전히 고양이의 마음은 이해할 수 없었다.

 

---

 

냐아?

 

"으으으으으......"

 

봄의 기운은 떠나가지만 아직 여름은 찾아오지 않은 애매한 날이다. 고양이의 은백색 눈이 날 의뭉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기껏 일어나 줬는데 집에 오자마자 종이 쪽지나 쳐다보는 주인이 상당히 한심하게 느껴지는 모양인지 큼지막한 하품도 곁들였다. 고양이랑 놀지 못했다는 약간의 죄책감을 접어두고 모든 편지를 확인했다.

 

"없어, 없어, 없다냐아앙!!! 합격통지가 하나도 없다냥!!"

 

그 편지의 내용이란, 당신을 우리 프로덕션에 채용할 수 없다는 통보들 뿐이었다. 아직 양성소에 앉아있으라는 말이다. 그나마 이렇게 정중하게 통보라도 보내주는 사람들은 좀 나은 편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고, 심하면 면접장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듣기까지 한다. 이전에만 해도 고양이 캐릭터는 질렸으니 다른 걸 가져오라는 소리를 들었다. 큰 소리가 나려던 걸 참느라 정말 힘들었다. 자, 참은 만큼 질러볼까.

 

"냐아아아아아!!!!!!"

 

냐오옹.......

 

고양이가 이쪽을 쳐다보았다. 바닥을 뒹굴덱데굴데구리딱굴데굴거리며 굴러다니던 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조용히 갖다대었다.

 

냐앙

 

그대로, 마치 시간이 멈춘 것 처럼 가만히 있었다. 눈 앞이 아직 보드라운 털에 막혀있었다. 아직 포근하고 부드러운 감각이 얼굴을 상냥하게 감싸안았다.

 

"우우.... 우와아아아아앙!!!!"

 

참 한심하게도, 고양이 앞에서 눈물을 보여버렸다. 이 정도로 꺾여선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이곳에서 꺾이고 싶어질 정도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날 다시 일으켜세우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며 고양이의 얼굴에 눈물과 콧물을 잔뜩 칠해버렸다. 고양이 애호가로서 해선 안 될 일이지만, 고양이는 그런 건 개이치 않는다는 듯 내 눈물을 핥아주었다.

까슬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 보다 윤기가 사라지고 까슬거리게 된 털이 눈물샘을 자극했던 걸 지도 모른다.

며칠 후, 합격 통지를 받고 기뻐하던 날 보며 고양이가 지긋이 웃었다. 끝까지 날 배웅하듯, 문 앞까지 따라나왔다.

 

냐옹

 

건강하고 힘찬, 그리고 귀여운 배웅이 내 등을 밀었다.

 

---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중학교에 입학한 지 1학기도 지나가기 전에 처음으로 집을 떠난 고양이가 도쿄의 중학교에서 3학년 생활을 보내고 있을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여중생의 마지막 가을을 즐기며, 미시로 프로덕션 정원에서 사는 고양이들을 잔뜩 껴안았다.

 

"미쿠는 오늘도 절호조다냥!!"

 

미시로 프로덕션은 내 가치를 알아보고 높게 평가하였다. 이전에 다니던 프로덕션과는 금방 갈라섰다. 고양이 아이돌에게 기린 아이돌이라니, 미쿠처럼 고양이 아이돌 only인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저 컨셉은 받아들이지 못할 게 분명하다.

각설하고, 미시로 프로덕션의 환경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최고였다. 이 이상 없을 귀엽고 멋진 동료들, 록하지 못한 인생 최고의 파트너, 무뚝뚝하고 붙임성 없지만 미쿠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성실한 프로듀서, 오니악마치히로, 친절한 이마니시 부장, 유능하고 냉철한 총책임자. 거기에 고양이,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미시로 프로덕션으로 이적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미쿠, 그러다간 감기 걸린다? 빨리 들어가."

 

"미쿠는 고양이랑 같이 있으면 감기 같은 거 안 걸린다냥~ 리이나야말로 로꾸가 부족해서 감기 걸리는 거 아니야?"

 

"무, 뭐어?! 사람이 기껏 걱정해줬는데에!! 맨날 고양이 같은 거랑 놀기만 하고!!!"

 

"고양이 같은 거?! 그 말은 그냥 못 넘긴다냥!!"

 

"뭐어?! 미쿠가 먼저 잘못했으면서!"

 

"흥~ 이다!"

 

"으이익.... 그럼 좋아! 오늘부로"

 

"애스터리스크는"

 

""해산이야!!!""

 

결국 리이나와 함께 사이좋게 감기에 걸렸다.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데 왜 리이나는 감기에 걸려버린 걸까.

 

"걱정하지 말도록. 최신식 의무실과 따뜻한 생강꿀차와 푹신한 침대와 난방과 근처를 지나가던 타카모리 아이코를 준비해두었다. 효능은 내가 보증하지."

 

"에..... 모두 느긋하게 쉬세요."

 

왜 상무는 환자를 찾아와서 못살게 구는 걸까. 타카모리 아이코는 대체 무슨 죄가 있길래 여기 잡혀온 걸까. 나중에 애스터리스크 전원이 알몸으로 엎드려 빌어야 할려나.

 

"오늘은 의무실에서 머물다 가도록. 집에서 간호받는 것 처럼 편하진 못하겠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집이라.... 그러고보니까 한 번 쯤 돌아가볼까."

 

"음? 집에 돌아간 적이 없는 건가? 방학 중에 휴가를 내서 한 번쯤 가보도록."

 

무심코 한 말에, 상무가 괜스레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무뚝뚝한 어조는 여전하지만. 이것도 그녀 나름대로의 배려심인 걸까.

아아, 그러고 보니 감기에 걸렸을 땐 어머니가 집에서 간호해주셨었지. 외지에 나와서 처음으로 겪는 병마는, 내 생각보다 덜 차가웠다. 따뜻한 만큼, 그리움이 넘쳐흘렀다. 어머니가 따뜻한 꿀물울 타주고, 고양이가 따뜻하게 내 곁에 있어주었다. 그리움이 한숨과 섞여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래, 이번에 고등학교 수험이 끝나면 집에 한 번 돌아가보자. 앞으로 한 달 후니까 그때까지만 참자. 참고 돌아가면, 아직 싸늘한 공기를 고양이가 따뜻하게 덥혀줄 것이다.

고양이는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고양이란 대체 어떤 존재일까. 꿈 속에서 비색 고양이가 나에게 안겼기에 물어보았다.

 

부비부비

냐앙

대답도 안 하고 가네. 정말 속을 모르겠다니까.

 

 

 

---

 

 

 

"다녀왔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환대. 1년 넘게 돌아오지 않은 집이, 이렇게 따뜻할 줄이야. 둘의 환대를 받으며 신발을 벗고 현관에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고 나서야,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잠시 멍하게 서 있자 두 분께서는 곤란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

달려와야 할 고양이가, 적어도 아는 척은 해줬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신비한 비색 털과 은은한 백은빛 눈의 그 고양이가. 어딜 가더라도 특이한 색 때문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던 그 고양이가.

 

두 분이 입을 열었다. 3분 후, 나는 동물병원을 향해 가는 승용차에 타고 있었다. 불안함이 온 근육에 쑤셔들어와 날 빌려온 남의 집 고양이처럼 얼어붙게 만들었다. 차가 속도를 올리고, 내 bpm도 같이 오른다. 두근, 두근, 불길함과 불안함이 심장 안에 방울져 떨어지며 쌓인다. 빨간 불에 걸려 멈춘 순간, 한 순간 심장마비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두 눈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 괴로운 심장마비가 계속되길 바랬다.

 

"에....."

 

산소 호흡기와, 주삿바늘. 차가 멈추고 심장이 내려앉은 순간, 내 의식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무의식 중에 부보님의 인도를 받아 동물병원의 입원실에 들어갔던 것 같다. 그대로 영원히 자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눈을 뜨자, 1년 넘게 보지 못한 익숙하고 독특한 고양이가 보였다. 입에는 산소 호흡기를 물고, 목에는 이상한 깔대기를 뒤집어쓴 고양이가. 목과 몸통과 혈관에 박힌 튜브와 주사가 고양이의 생명을 기계적으로 연장시키고 있었다.

아이돌 일에 지장이 있을 까 봐 연락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지 1개월 정도 지났다. 감기 걸렸다는 말은 나중에 들었다. 보통 동물 상대론 이렇게까지 안 해준다. 오래 살았지 않느냐.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기계음만이 귀에 거슬리는 숨소리에 맞춰 내 귀를 가득 메웠다. 눈을 감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가 눈을 떴다. 반쯤은 회백색으로 탁해져버린 눈이, 아직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 건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고양이는 내 손을 핥고, 이내 자신의 얼굴과 뺨을 부비기 시작했다.

 

어디에 갔다 이제 온 거야. 또 다른 고양이랑 놀다 온 거야? 아픈 언니 내버려두고서?

 

동물과 오래 살면, 그 동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교감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단순하면서도 미묘하고 깊은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게 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고양이가 다시 눈을 감고 잠들었을 때, 난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왔다.

 

 

---

 

 

"읏쌰! 다 끝났다냥!!"

 

고양이들이 겨울 동안 눈과 비바람을 피할 수 있을만한 별장이 완성되었다. 여기에 설치해도 되는지 허가를 받으러 갔을 땐 조금 걱정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프로덕션 측에선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대신 미시로 프로덕션에선 '고양이 아이돌 마에카와 미쿠가 만든 겨울용 고양이 별장'이라는 식으로 선전에 쓴다고 한다던가. 관련 상품도 판매하고, 제작 영상은 적당히 편집해서 인터넷에 올린다고 말했다.

 

".....크으~"

 

프로듀서가 가져다 준 음료를 마시며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설계도대로 제대로 만들지도 못한, 상당히 조잡하고 엉망진창인 별장이다. 아니, 이건 별장이라기보단 헛간 폐허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름 손재주는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거대한 작업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버렸다.

 

"그, 그래도 기능적인 면에서는 완벽하니까 괜찮아!"

 

냐앙!

 

내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고양이들이 합창하듯 대답했다. 여전히 비취색 은백색 눈 커다란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수 많은 고양이들에 둘러쌓여 있지만, 내 인생의 전부를 함께해왔던 행복의 한 조각을 찾을 수 없다. 작년에 고양이의 부고를 부모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이후, 고양이들 사이에 있을 때 마다 거대한 구멍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구멍의 존재를 잊기 위해 아이돌 일에 몰두했지만, 언제나 고양이들은 내 곁에 있었다. 고양이가 위독하다고 들은 날 밤 늦게 라디오에 출현하고 있을 때도 있었고 죽었다고 들은 날에도 있었고 양지바른 곳에 묻힌 후에도 있었다. 내 구멍을 메우라고 재촉하는 듯, 언제나

하고 울었다. 

 

"....."

 

내 발 밑에 모여든 고양이들을 보았다. 내가 고양이의 죽음을 확인하러 갈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귀엽게 울고 있었다. 몇 마리는 벌써 새로 만든 별장 안에 들어가서 놀고 있었다.

 

그래, 자격은 없다. 내게 가능한 것은 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조용한 속죄를 반복하는 것 뿐. 용서받으려 해도, 용서해 줄 고양이는 이미 이 세상을 떠버렸다. 마지막 기회마저 차 버린 내게 남겨진 것은 이 것밖에

 

냐앙

 

"......에?"

 

비취색 하얀색 눈.

냐앙, 하고 운 다음 그 고양이는 높은 울타리를 타넘고 사라졌다. 다칠 것을 각오하고 울타리를 타넘어 바깥으로 나왔을 땐 당연하다는 듯 고양이는 사라져 있었다. 갑작스럽고도 파격적인 방법으로 등장한 아이돌의 존재에 놀란 사람들만 몇 명 있었을 뿐이다.

저 멀리서, 냐앙,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따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휴가 잘 갔다왔어? 오랬만에 집 가니까 좋았어?"

 

타다 리이나가 웃으며 날 맞이해주었다.

 

"냥."

 

"그래? 그럼 선물 내놔."

 

"돌아온 사람한테 한다는 소리가 그거냥?"

 

"아, 나도 맨입으로 그런 소린 안하지. 너 올 시간 맞춰서 제대로 된 요리도 만들어놨어. 식기 전에 먹자고."

 

"알았다냥. 아, 기껏 선물 사왔는데 생선요리면 각오하고 있어라냥."

 

"지금부터 고오급 레스토랑 좀 갈까? 내가 쏠께!"

 

야 이 망할 락찔아.

 

"아, 아! 그렇지! 고양이들은 내가 잘 돌보고 있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봐봐, 이렇게 건강하잖아!"

 

리이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양이들이 걸어나왔다. 모두 다 예쁜 고양이들이다.

 

"음, 인정하겠다냥. 하지만 용서 못한다냥."

 

"어째서?! 고양이랑 계속 같이 지내던 미쿠라면 알 거 아니야. 내가 얼마나 록하게 보살폈는지!"

 

냐앙. 웃음이 나왔다. 리이나는 제멋대로인 고양이를 제대로 보고 있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그래도 굳이 돌이켜 보자면, 내 곁에는 항상 고양이들이 있었다.

언제부터 고양이들이 주변에 있었는가, 그건 나도 잘 모른다. 굳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느 새 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고양이 마음 같은 애매모호한 대답이지만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어릴 때 부터 고양이가 곁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니까. 언제 젓가락질을 시작했느냐 같은 질문을 받아도 곤란하다.

굳이 말하자면, 내가 엄마 뱃속에 있기 전부터 나와 함께 있었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쳐줬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언니 같은 고양이인지 고양이 같은 언니인지랑 계속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냐앙~

 

 

---후기---

아이커뮤 서버의 트래픽을 잡아먹는 이런 글같지도 않은 암적 존재를 읽느라 시간을 낭비하신 모든 분들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버메탈입니다. 타지에 나가있는 동안 소중히 여기던 애완동물이 죽는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죽은 후에야 살아있을 동안 잘 해줄 걸 그랬다고 후회해도 이미 늦은 법이죠. 강아지한테 잘 해줄 걸 그랬습니다. 애완동물 기르시는 분들은 있을 때 잘 해 주세요. 동물은 인간보다 빨리 죽습니다.

아이매거진에 올라가는 거 한 번 노려보다가 괜스레 조금 우울해지네요. 데레스테나 하러 가야지.

 

이만 줄입니다. 미쿠가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 미시로 들고양이의 이름은 샤미센입니다. 고양이 이름에 대한 태클은 받지 않겠습니다(엄근진)

 

아 퇴고하기 귀찮아라 아아 성인창작판에 글 쓰고 싶다. 그러므로 미쿠냥 팬 관두고 마에카와씨 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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