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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음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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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1, 2016 01:45에 작성됨.

전쟁은 오래 갈 것 같았다.
일전의 처음 시도된 정전 협상이 결렬된 이후로, 인간군은 일단 마왕성 앞에서 물러났다. 그 피해는 커다랗고,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감정은 더욱 악화되어 있었다. 마족은 인간을 경멸했고, 인간은 마족을 미워했다. 감정은 더 이상 완화될 수도, 악화될 수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마계 내부, 이 마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가장 커다란 건물 안에는 그런 감정따윈 아무래도 상관 없는 장소가 한 군데 있었다.


"결국 협상은 결렬에, 전쟁은 더욱 잔인해졌고... 이걸 어째야 할까... 이젠 정전 협상조차 안 받아들일 것 같아."
"상황만 악화됐네."


그 말에 하루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보던 치하야는 잠깐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고 고개를 기울였다. 그 모습을 보던 하루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인간과 마족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었을 때, 그 사실에 가장 슬퍼한 것은 인간을 좋아하는 마계의 젊은 여왕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인간을 좋아한다는 것은 마왕성 내부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그 슬픔에 동조해 주는 자는 없었다.
마왕성 지하의 인간이라면 동조해 줄 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그 기대에 별다른 걸 걸진 않은 채 왔기 때문에 치하야의 반응에도 하루카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감정에 동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조금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런 하루카의 감정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식사를 끝마치고 턱을 괸 채 앉아있던 치하야는 잠시 후에서야 입을 열었다.

 
"...정전 협상을 꼭 하고 싶다면, 방법은 있는데."
"으, 응? 그게 뭔데?!"


황급히 묻는 하루카의 모습에 턱을 괸 채 있던 치하야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냥 들을 셈이야?"
"어? 아, 아아..."

 
치하야의 말에 하루카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잊어 버리고 있었다. 상대는 그런 대우는 받고 있지 않았지만, 엄연히 '포로'였고, '적군'이었다. 거기다가 무려 인간들의 왕국의 '공주'다. 그런 사실을 쉽게 말해줄 리가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하루카는 당황하며 억지로 말을 이었다.

 
"그, 그렇지만, 혹시 풀어달라거나, 그런 거라면 들어줄 순... 아, 우아아, 하지만, 정전은 해야 하고... 으응... 그, 그러니까..."
"...됐어, 그런 무리한 요청 안 해."

 
눈에 띄게 더듬으며 말하는 하루카의 모습에 턱을 괸 채로 한심하단 듯한 표정을 지으며 치하야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하루카는 안심한 듯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 자신이 치하야가 내세울 조건이 뭔지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약간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뭔데?"
"마석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줘... 그 사용법이라는 건 묻지 않을테니까 그런 표정 짓지마. 마석이 뭔지만 이야기 해 줘. 그거면 충분해."
"우, 우웅..."


그 말에 하루카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동안의 만남으로 그 것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치하야는 턱을 괸 채로 그를 바라보며 잠시동안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에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마석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해줄게."
"그래. 그럼, 시간이 어느정도 돼?"
 

그 말에 하루카는 잠시 고민했다. 지하 감옥에 내려와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무한정인 것도 아니었다. 그 것을 고민하던 하루카는 음, 하고 짧게 내뱉고 말했다.

 
"한 30분 정도일 것 같아. 마석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 할 것은 별로 없으니, 10분 정도면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을거야."
"그래? 그럼 나도 길게 이야기 할 건 없으니까, 나 먼저 이야기할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루카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말 그대로 경청할 듯한 모습에 치하야는 잠깐 미소지었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 좋은 마계의 왕에겐 무리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보급로를 끊어."


그렇기 때문에 치하야는 모든 설명을 생략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하루카가 당황한 듯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치하야는 옅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보급로를 끊으면 되는거야. 먹을 게 없으면 누구라도 싸우지 못해. 귀족들은 그런 사실을 용납하기 싫어하겠지만, 어차피 싸우는 건 일반 백성인 병사들. 병사들이 싸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귀족들이 난리를 쳐도 어쩔 수 없어. 그러니까 보급로를 끊어. 하지만, 퇴각로는 남겨둬야해. 궁지에 궁지까지 몰면 생쥐도 고양이를 물려 들테니까."
"으, 으응..."

 
하루카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 표정을 힐끗 본 치하야는 가볍게 손 끝으로 돌바닥을 두드렸다. 톡톡, 하는 작은 소리가 그 커다란 공간에 울렸다.


"...물론, 보급로를 끊을 때 저항이 없다곤 장담하지 못해. 보급로를 집중공략하기 시작하면, 보급병들의 경계도 철저해지고 저항도 철저해질거야. 그러면..."

 
잠깐 말이 끊겼다.


"피는 확실히 많이 흘릴지도 모르지만, 인간군 전부를 전멸시키는 것보단 훨씬 적은 피를 흘릴 수 있을거야."
 

그 말에 하루카가 입을 다물었다. 치하야는 묵묵히 그녀의 녹색 눈동자를 보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언은 다 했다. 그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루카 나름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고민하던 하루카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상의해볼게. 조언 고마워!"
"뭐..마음대로 해. 자아, 그럼 대가."
"응, 마석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걸 이야기하면 되는 거지?"


하루카의 말에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 무관심해 보일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심장은 호기심으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하루카가 입을 열었다.
 

"마석은 말 그대로 마력을 갖고 있는 돌이야. 하지만 일반 돌이 마력을 가질 순 없지. 잘 세공한 보석에 마력을 집어넣는 것도 있지만, 마석은 그 돌 자체가 마력을 갖고 있는 거야."
"세공한 보석에 마력을 집어넣는다고? 그런 것도 있어?"
"응. 스타피스 메모리즈... 그러니까, 좀 쉽게 설명하자면 부적같은 거랄까. 너희들도 그런 게 있지? 신관들이 만드는 거."


하루카의 말에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동생인 유키호가 바로 신관이었다. 부적같은 것은 수없이 봐 왔었다. 하지만 그 것이 마계에 있을 줄은 몰랐다- 라고 생각하는 치하야의 머릿속으로, 하루카의 말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마력을 집어넣은 보석은, 보통 마법을 한 번 발동하면 바로 쓰지 못하게 돼. 원래 마력이 없는 것을 강제로 집어넣은 거니까. 어린애들 장난감으로나 쓰는 거지."
"...왠지 문화의 격차가 느껴지는데."

 
그런 게 인간계로 흘러들어오면 분명 엄청난 가격에 팔릴거다. 치하야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은 하루카도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그런거야. 하지만 마석은 그 자체가 마력을 갖고 있어. 너희들과 교역하는 교역품은 아무 위험이 없어서 밝힌 적은 없지만, 마석은 돌이라기보단 생명체에 가까울거야."
"생명체..?"
"마력을 갖고 있지 않은 생명체라고 해야할지... 그 자체가 마력을 갖고 있지 않아서, 마력을 주변에서 흡수하기 때문에, 마력을 소비하면 소비하는 대로 다시 흡수하지. 아, 물론 너희들과 교역한 물품은 그런 위험이 없는 거니까 인상쓰지 마. 그 증거로 건네준 마석은 쓰다보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잖아?"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마력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력을 주변에서 흡수한다면 분명─ 그런 위험한 물품을, 이라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던 치하야는 하루카의 설명에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건네군 마석은, 우리들의 손으로 가공한거야. 만약 우리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마석을 인간들이 사용한다면, 인간들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죽음을 불러오는 셈이 되겠지. 그리고 마석은 번식도 하거든."
"...돌이 번식한다고?"
"그러니까 돌이 아니라고 했잖아? 물론 모든 마석이 번식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특정한 마석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마석의 '모체'라고 부르지. 어머니라고나 할까? 다른 마석들보다 굉장히 크고, 훨씬 짙은 푸른 빛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그것이 마석을 번식시켜서, 그것을 내버려두면 마석은 끊임없이 늘어나기 때문에, 우린 그 마석의 모체가 발견되는 즉시 모체를 제거해."


그 말에 치하야는 잠깐 고민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 거라면 인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석에 대해 설명하면..."
"불가능해."
"어째서?"


그 질문에 하루카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마법이 아니면 마석의 모체는 파괴되지 않거든..."


그 말에 치하야의 표정이 굳었다. 치하야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그 표정을 보던 하루카가 말을 이었다.
 

"너희들의 요구 조건은 '마석을 내주는 것'이었다고 들었는데 그냥 마석을 내 줄 수도 없고... 마석의 교역량을 늘리는 것은 우리에게도 불가능하니... 마석을 손질할 수 있는 이는 이 마계에도 적구."
"결국 지금이 최선이었다, 라는 소리네."
"응. 거기다가 대량의 마석은 위험해. 우리도 발견한 지 얼마 안 된 사실인데, 대량의 마석이 있을 때 그 안에 모체가 없다면 마석끼리 서로 공명하여 그 안에서 모체를 탄생시켜내는 듯하니... 모체를 보내지 않는다고 해도, 모체가 탄생할 확률이 높잖아?"


그 말에 치하야는 한숨과 함께 웃어버렸다.
인간군이 바라는 것은 결국에 자살에나 쓰이기 딱 좋을 법한 물건이었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아, 알고 나니까 왠지 허무한데."


그리고 치하야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했다. 그 말에 하루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에게는 신비의 돌 정도로 인식이 되었던 듯 한데..."
"그렇지. 지니기만 해도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근데 전혀 아니네."

 
그렇게 말하며 헛웃음을 짓는 치하야를 보던 하루카는 잠깐 생각에 빠졌다가 말했다.


"저어, 치하야쨩. 혹시 이 사실을 인간군에 알리면..."
"아니, 안돼."
 

하지만 하루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치하야는 하루카의 말을 잘랐다. 그 반응에 하루카는 입을 다물었다. 왜냐고 묻고 싶었다. 그리고 그 뜻을 이해한 듯 치하야는 설명했다.


"이미 서로에 대한 불신과 악감정이 지독하다며. 그 상황에서 사태를 설명하겠어. 이래서 마석의 소유는 안돼. 자아, 이제 돌아가세요- 라고 하면 누가 돌아가?"
"...으, 응... 그, 그럴까... 하기사... 어차피 인간한텐 밝힐 수 없지만, 그래도..."
"하루카."


자신을 부르는 치하야의 목소리에 하루카는 녹색 눈동자를 깜박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치하야는 잠시 그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피를 볼 수밖에 없으면, 흘리는 피를 줄여."
 

그 말에 하루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치하야는 그녀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피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만남이 짧았다고 할 순 없었다. 하루카는 분명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은 전쟁에 필요없다.


"...지금 그 사실을 안 이상, 난 인간군을 응원할 수도 없어. 그렇지만 인간들이 죽는 건 싫다, 그게 솔직한 내 마음이야. 그리고 내가 알기론 하루카도 마찬가지겠지."
"...응."
"그럼 결론은 하나야."


치하야는 담담하게,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평화롭게 끝낼 수 없다면, 죽이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최대한 적은 피를 흘리고 끝내는 쪽은 택할 수 있겠지."


그 말에 하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고개를 떨궜을 뿐이었다.
그 선택은 마계의 젊은 여왕에겐 가혹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상황에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다.

 

 

 

 


"보급로를 끊는다?"
"응."
"그게 그 인간의 조언이야?"
"...응."


마코토의 날카로운 말에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숨길 것도 없었고, 숨길 이유도 없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마코토은 잠깐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보급로를 끊는다라, 우리들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말인데."
 

이오리가 그렇게 내뱉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던 야요이도 그 말에 긍정했다.
 

"우리는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으니까요."
"응. ...인간의 조언이니, 인간에 대해 더 맞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서, 모두에게 묻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


그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에 잠깐 당황하며 앉아있는 이들을 하루카가 둘러보자,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미키가 보다 못해 말했다.


"그 인간의 말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거야."
 

그 말에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안에 있던 인물들이 긍정을 표했다는 것을 하루카는 알 수 있었다. 그 반응에 하루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까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인지 이 반응 하나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코토가 조용히 말했다.


"인간들의 보급로의 위치를 우리가 모른다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아, 그거라면 치하야쨩이 자신이 잡혀오기 전까지 아는 것을 말해줬어.."


그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모두 당황하며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그 당황에 하루카가 의아해하며 모두를 바라보자, 야요이가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건 기밀일텐데, 밝혔단 말인가요?"
"으, 으응. 치하야쨩도, 전쟁은 빨리 끝나는 편이 좋으니 이 쪽에 협력하겠다고..."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어느새 하루카가 포로로 잡혀왔던 '인간'에서 '치하야쨩'으로 호칭이 바뀌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간 있었던 대화는 왕을 잘 알고 있는 그들로선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짐작에 그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마왕성 안이더라도, 포로라고 해도 어쨌든 적군이다. 그리고 보통은 고문으로 알아낼 기밀을 '친해지는 것'으로 알아내버린 왕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할지 넌 왕이라는 자각이 있는거냐고 문책해야 할 지 그들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들의 왕에 대한 경의는 알고 보니 옆집에 이사와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만큼이나 적었다.
 

"어찌됐든 어떻게든 시도해보는 편이 좋지 않겠니? 이렇게 있는 건 무의미하니까."


왕의 바보같음에 할 말을 잃었던 이들 사이에서 아즈사가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루카는 아즈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난 되도록 치하야쨩의 말을 믿고 싶어. 그렇지만 분명 이 일에 찬성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난 왕이 되고 최초로 '명령'하겠어."


그 말에 안에 있던 모두가 숨을 죽였다.
왕의 명령.

왕에 대한 경의라곤 이미 전당포에 갖다 맡긴 지 오래인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불문율은 있었다. 그 것 중 하나가 왕의 명령에 거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들의 왕처럼 권력의 지배자이며 모든 이의 위에 서는 자가 아닌, 단순한 친구이고 대표자에 불과한 마계의 왕은 명령을 내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명령은 그만큼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진심이야, 하루카?"

 
그 사실에 마코토은 그렇게 물었다.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를 인간 하나의 조언에 거는 것이다.

 
"응."


하지만 하루카는 당당히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이 계획의 이행에 대해 거부할 권한은, 이 계획이 실패하고 나서나 주어질 거야. 이 계획이 모두 거짓이었다면,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 하지만, 그 전까지는 모두들 말 없이 이 계획에 따라주길 바라."


서술은 바란다지만, 그 의미는 명확히 '명령'이었다. 조용한 분위기에 잠시 숨을 들이쉰 하루카는 숨을 내쉼과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 이 계획은 내가 지휘할거야."

 
그 말에 순간 마코토가 반론을 제기하려 했지만, 왕의 '명령'이 내려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마코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하루카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성의 수비는 카나쨩에게 맡길게."
"에, 저, 저에게?"
"응. 카나쨩이라면 성의 수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이 마계에서 배리어를 펼칠 수 있는 사람이 흔한 것도 아니고... 카나쨩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말에 한 쪽에 앉아있던 카나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비룡을 향해 쏟아지는 화살을 거대한 범위의 실드로 막을 정도로 강한 방어주문과, 동시에 무시 못할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녀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것이라면 그녀 자신의 자신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리고 유리코짱, 시호짱. 너희들도 카나짱을 도와 성의 수비를 맡아줘. 총지휘는 카나지만, 참모인 유리코의 지휘에 따른다면 무리는 없을 거야."


그 말에 유리코가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호전적인 시호는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카나의 표정은 눈에 띄게 안도되었다. 그 모습을 본 하루카는 웃곤 말했다.
 

"인간들의 보급로 공격은, 마코토가 총지휘야. 그리고 마코토를 따라 이오리, 미키, 리츠코씨, 아즈사씨가 갈게. 이쪽의 모든 것은 마코토에게 일임하겠어."
"...알았어."
"그 이외의 사람들은 나와 함께 인간군의 본대를 쫓는거야. 인간군의 본대를 쫓되, 그들이 도망갈 길은 남기며 쫓는 것. 어려운 일이겠지만, 잘 부탁할게. 그리고-"


잠깐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하루카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 계획이 인간에 의해 수립된 거란 사실은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 외에는 비밀로 해줄래? 분명 반발하는 이들이 생겨날테니... 그럼, 모두 부탁할게."

 
그 말에 모두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일일이 그들을 신경쓸 순 없었다. 그리고 그 중엔 왕의 최초의 '명령'에 거역할 이들도 없었다.


"그럼, 이상으로 회의를 마칠게. 모두들 수고해줘!"


쓸데없이 푸른 하늘 위로, 마계의 더운 태양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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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시어터조는 저 셋의 지금 출현으로 이후 출현은 아마...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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