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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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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4, 2016 09:30에 작성됨.

방 안을 감도는 짙은 커피의 향에 아직 꿈 속에 빠져 있던 방의 주인은 희미하게 눈을 떴다. 창을 가린 커텐 덕분에 더욱 어두운 방,
살짝 열려있는 문 틈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빛과 커피의 향. 잠을 깨울 정도로 짙고 향기로운 그 향에 방의 주인은 천천히 꿈에서 깨어났다.

아직 옆에 잠들어 있어야 할 사람은 없고 자신은 커다란 베개만 끌어안고 있을 뿐이다. 아마 이 베게는 자신을 떨어뜨려놓기 위해 그가 던져놓은 미끼인 것 같다.
조금 부시시한 머리를 긁적인 그녀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침대 옆에 널려있는 옷을 대충 주워입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부엌,
싱크대 옆에 서서 커피 포트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막지 못하고 그녀의 뒤로 걸어가 그 몸을 안는다.

 
"아, 일어났네."
"응... 이런 이른 시간부터 일어나서 커피? 좀 더 늑장부려도 좋을텐데."
 

놀라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기상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투정을 부린다.
휴일인 오늘 이렇게 일찍 일어나있다니 좀 이상한 것 아닐까. 아직 시계는 오전 6시를 가리키고 있고 창 밖은 어슴프레하게 어두운데 그녀가 깨어났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이상하게 잠이 안 왔거든. 하루카도 마실래?"
"우유는?"
"..이 집에 사는 건 하루카인데? 가서 찾아봐."

 
포트를 집어들며 그렇게 말하는 치하야의 지시에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치하야는 블랙을 주로 마시지만 자신은 블랙은 절대 못 마신다. 그 쓰디쓴 맛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들고 돌아선 순간 그녀에게 시선이 맞는다. 자신의 잔에 느긋하게 커피를 따르고 있는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지나쳐 내열 컵에 우유를 따른다.

 
"...치하야쨩, 아래는 없이 셔츠만 하나 입고 있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을까요?"
"응? 뭐 괜찮잖아. 하루카네 부모님들도 여행 가셨으니 누구 볼 사람도 없는데 여긴."
"나 참, 감기에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그 땐 하루카가 돌봐주지 않을까?"
"일부러 그러는거는 아니겠죠!?"
"그건 아닐거야. 아이돌인걸."

 

자신의 말에 돌아온 그녀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쓰게 웃으며 전자레인지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우유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 사이 식탁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잔을 기울이는 그녀를 보고선 작게 투덜거린다.

 
"그나저나 기왕 마시는거 함께 마셔도 좋을 것을... 왜 꼭 먼저 마시고 있는거야-"
"다 들려. 커피 타는데 손이 더 가는 하루카 죄야. 차가운 걸로 따라도 되는데 왜 꼭 데워야 하는걸까?"
"그렇지만 블랙은 써서 싫단 말야. 차가운 우유를 섞으면 온도가 어중간하고."
"어린애구나"
"...그런 일로 어린애라고 하는 치하야쨩이 더 어린애아닐까...?"

 
어른이라고 해서 꼭 커피를 잘 마신다거나 쓴 걸 잘 마신다는 법은 없다. 그녀도 그저 장난으로 한 말인지 조용히 웃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우유가 다 데워진 것을 알리는 소리에 우유를 꺼내 치하야가 미리 커피를 따라놓은 잔에 다시 우유를 따른다. 하얀 우유가 검은 커피 안으로 퍼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그녀가 미리 꺼내놓은 듯 시럽이 옆에 놓여져 있었다. 살짝 콧노래를 흘리고 시럽을 적당량 뿌린 후 티스푼으로 휘저으며 치하야의 곁에 앉는다.

 
"치하야쨩, 다 보입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매번 말하는 사람이 누군데. 어차피 하루카 앞이 아니라면 이러고 있지도 않고, 신경 쓰지 마."

 
앉은 탓에 더 짧게 올라온 셔츠 아래로 드러난 다리선에 그렇게 경고하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그렇게 딱 잘라 말하곤 커피잔을 기울였다.
블랙 커피 특유의 짙은 향미가 옆에 앉은 자신에게까지 풍긴다. 이런 모습으로 그녀가 차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자신의 옆에서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창 밖이 점점 밝아져오는 것을 바라본다. 그것을 함께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오늘은 뭐 하지?"
"휴일이니, 느긋하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그렇긴 한데... 그럼 잠이나 더 잘까."
"그럼 기껏 일찍 일어난 이유가 없잖아!?"
 

느긋하게 있으라고 했으면서, 하고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에 난처하게 웃는다. 느긋하게 있는 것도 있는거지만 그녀도 자신도 일찍 일어났는데 좀 아까운 듯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치하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역시 좀 더 잘래."
"...역시..인거야?"
"하루카도야. 이럴 때 안 쉬면 언제 쉴래? 요즘 계속 바빴잖아."
"에에? 그렇지만 나는..."
 

좀 아깝다. 그렇게 생각해서 머뭇거렸지만 치하야는 자신의 반응은 신경쓰지도 않은 채 이끌었다.
결국 그 손에 이끌려 컵을 내려놓고 다시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간다. 정말 다시 자는건가 생각해 그녀에게 뭐라 말하려 했지만 치하야는 손을 놓고선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우, 치하야쨩, 그렇지만 이건..."
"뭐 해? 얼른 와."
"에에~"

 
좀 고뇌되는 건 사실이다. 겨우 잠이 깼고 커피까지 마셨는데 바로 다시 자자니. 뭔가 좀 더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라고 생각하는 사이로 치하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녁에 같이 놀아줄테니까, 우선은 푹 쉬자."
"...저녁, 인가."
"그리고 드물게 이틀 연속 휴일이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 말에 잠시 고민을 이어가다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젓는다. 뭐 좋을 것이다. 애초에 좀 더 늑장부리면 좋을 거라고 한 것도 자신이다.
마음껏 게으름피우고 질릴 때 쯤 적당히 일어나 함께 하도록 하자. 그렇게 결정하고선 치하야의 옆에 눕는다.
밖에는 이제 해가 뜨고 있는 것 같지만 커텐이 쳐 진 방 안은 아직도 어둡다. 문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조차 이젠 없다.
그 어둠 속에서 치하야의 손이 자신을 찾아 안고 품 안에 뺨을 기대는 감촉에 작게 웃으며 그녀를 마주 안는다.
가슴에 기댄 채로 작게 웃는 감촉과 소리가 들려왔다. 품에 있는 푸른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곤 그녀를 꼭 끌어 안는다.


간만의 이틀 연속의 휴일.
늦잠이라는 사치도 좋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는 조금씩 잠에 빠져들었다.

 

 

 

 

 

─하루카가, 감기에 걸렸다. 옷을 얇게 입고 다닌건 난데 어째서일까.
감기에 안걸려본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게 건강하게 뛰어다니고 넘어져도 상처하나 없이 멀쩡하던 사람이 감기에 걸려서
이렇게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웬지 어이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얼굴이 빨개져서 그대로 드러 누운 채 울상만 짓고 있는 하루카를 바라보던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곤 일어섰다.

 
"치하야쨩...? 어디 가는거야?"
 

치하야의 행동에 하루카가 시선을 돌려 그렇게 물어본다. 그 질문에 치하야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말했다.
 

"잠깐 나갔다 올게. 집에서 얌전히 자고 있어."
"에?! 이렇게 아픈 하루카씨를 혼자 두고 나가는거야?! 나, 나도...!"
 

퉁명스러울 정도의 치하야의 말에 하루카는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그렇게 외쳤다. 이마에 올려두었던 물수건이 툭 이불 위로 떨어지고 만다.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쉰 치하야는 돌아서선 하루카와 시선을 맞춘 뒤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밀며 말했다.
 

"하루카. 지금 열이 38도야. 누워서 쉬고 있어."
"그, 그렇지만..."
"어딜 따라 나오겠다는 거야, 그 몸으로... 자!"
"우, 우앗!"
 

울상이 된 채 필사적으로 가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하루카의 얼굴을 조금 한심하다는 듯 본 치하야는 팍 하고 하루카의 이마를 밀쳤다.
독한 감기에 힘이 빠진 몸은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다시 베개로 풀썩 쓰러지고 만다. 그런 하루카의 이마에 이불에 떨어진 물수건을 올려두며 치하야가 말했다.
 

"오래 안 걸리니까 집에서 가만히 있어."
"너무해! 나만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아픈 사람은 얌전히 집에서 자. 이불하고 함께 밧줄로 묶어 두기 전에."
 

바락 외치며 일어나려고 했던 하루카는 치하야의 말에 순간 공포심을 느껴 일어날 수 없었다. 그 상태로 울상이 되는 하루카를 본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새빨개 질 정도로 열이 올라선 끝까지 집에 혼자 있긴 싫다고 아둥바둥대는 꼴이라니. 정말 하루카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걸까.

 
"하여간, 얌전히 자고 있어!"
"치, 치하야쨩─!!!"

 
처절한 하루카의 외침을 뒤로 한 채 치하야는 쾅, 하고 방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닫힌 방 문을 멍하니 보던 하루카는 눈 앞이 팽글 도는 느낌과 함께 그나마 남아있던 힘도 소진하고 완전히 늘어졌다.
아침에 갑작스레 열이 돌고 현기증이 나서 체온을 재 봤더니 38도. 둘 다 엄청나게 열이 심하다며 놀랐다.
그리고 곧장 방에서 자라고 하면서 같이 들어와주길래 당연히 함께 있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픈 사람을 두고 혼자 나가 버리다니 너무하잖아. 집에는 부모님도 없고,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같이 있어주면 하고 가장 바라는 때는 지금같은 때인데─

 
"...치하야쨩은 바보야..."
 

찾아오는 현기증에 멍해진 정신상태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하루카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열에 정신이 몽롱하다. 그 반면 지나치게 조용한 집안이 서글프다.
다시금 치하야쨩은 악마, 라고 머릿속으로 다시 중얼거린 하루카는 곧 찾아 온 잠에 의식을 맡겼다.

 

 


"..아, 일어났어, 하루카?"
"치하야...쨩..?"

 
얼마나 자고 일어났을까. 서서히 의식을 되찾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반가운 얼굴에 그렇게 묻는다. 자신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치하야는 말했다.

 
"너무 잘 자고 있길래 안 깨웠는데. 배는 안 고파?"
"...우음... 별로 식욕은..."
"그래... 역시 죽이 좋을까. 사왔으니까 가지고 올게. 기다려."

 
상냥하게 그렇게 말해주는 치하야를 멍하니 바라본다. 다시 방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에 시간차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멍한 머리로 그렇게 생각한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치하야의 발소리를 들으며 방에 있을 시계를 찾는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잠들기 전에서 4시간이 지나있다. 꽤 오래 잤던 것 같다─ 그렇게 망연히 생각하고 있을 때 치하야의 발걸음 소리가 다시 들렸다. 다행히 이번엔 어디 가지 않고 올라 오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방문이 열리며 그릇을 한 손에 든 치하야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자,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
"네에..."

 
치하야가 내민 그릇을 몸을 일으켜 받는다. 새하얀 색의 죽이 그릇 안에서 김을 내고 있었다.
별로 식욕은 없지만 우선 뭐라도 배를 체워두는게 좋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말없이 수저를 들었다. 사실 별로 말할 기운도 없었다.
 

"그리고 그거 먹고 약 먹어."
"약...?"
"응. 일단은 감기약을 대충 사오긴 했는데... 오늘 하루 경과를 지켜보고, 내일까지 열이 안 떨어지면 병원에 가자."

 
치하야를 멍하니 바라본다. 생각해보면 아침에는 분명히 약도 없다고 서로 당황하고 있었고, 요리에 서투른 그녀가 이 죽을 끓였을 리도 없다.

 
"나가서 사왔다고 했지?.."
"...그러니까 말했잖아, 하루카. 오래 안 걸린다고."

 
퉁명스럽게 그렇게 답하는 치하야를 계속 망연히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활짝 웃는다. 그 모습에 치하야가 확 시선을 돌리며 내뱉듯 말했다.

 
"질문은 이제 그쯤 하고 얼른 먹어줄래?"
"아, 응!"

 
치하야의 일갈에 죽그릇으로 시선을 돌린 하루카는 죽을 먹으면서도 어쩐지 기쁜 듯한 마음에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치하야는 자신을 분명히 생각해주고 있던 것이다. 그 사실이 기뻐서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똑같이 좋아해주고 자신이 아플 때 걱정해주고 상냥하게 챙겨준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약이랑 먹고 한숨 더 자. 그래야 얼른 나을테니까."
"이제 별로 졸리진 않은데?"
"얼른 나아야지. 아이돌이 감기로 앓아누워 있어서야 되겠어? 이번엔... 옆에 있어줄테니까."

 
책상에 있던 악보들을 집어들어 펼쳐서 가렸지만 훤히 보이는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치하야를 바라보며 하루카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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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애니마스 주행이나 할까...데드라인 정해진 상태에서 계속 쓰자니 이젠 뭔지도 모르겠네요 으허허
연달아 써있긴 하지만 솔직히 이어지고 있는 내용인지는 불명입니다 허허 알게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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