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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제너레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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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6, 2016 10:54에 작성됨.

1. 미오의 경우

"미, 미오야! 전부터 계속 좋아했어! 나랑 사귀어 줄래?!"

거짓말. 미오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혼다 미오라는 소녀는 학교에서 인기인이다. 문무양도, 용모단정 등의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하고, 그러면서 교우관계는 매우 좋은 편. 스스로 학교의 아이돌이라고 자칭해도 부정할 사람은 얼마 안 될것이다.
그런 만큼, 고백 받아본 경험은 적지 않다. 정직하게 고하자면, 여태까지 고백해 온 남자애들은 고백 받기 전까지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조차 안 해 봤던 애들이었다. 진득하게 한 남자애를 관찰하기에는 혼다 미오라는 소녀는 교우관계가 넓었으니까. 얼마나 오래 전 부터 그녀를 좋아했는지를 고백해도 미오로서는 그랬구나. 몰랐어. 라고 독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거짓말이다. 확신할수 있다.
왜냐면 눈 앞의 소년은 여태까지 혼다 미오가 짝사랑했던 소년이니까.
좋아하게 된 계기는 뭐였을까. 고백이라는, 소년의 입장에서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중대사의 와중에도 미오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입학 초, 교실의 소란에도 아랑곳않고 묵묵히 책을 읽는 흔들리지 않는 지적인 면모였던 것 같다. 그런 모습이 좋았기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싶다는 모순된 사고로 미오는 소년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하지만 소년은 냉담했다. 아니, 오히려 친근한 척 시도한 스킨십에 짜증을 냈던 기억도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미오는 소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자신을 소년의 앞에 내놓았다. 그랬던 자신이, 평소 하던 말을 빌자면 차려놓은 후라이드 치킨 같은 이 상황을 이렇게 심드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뭘까?

아아, 그래. 이제 생각났다.

그런 소년의 눈길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미오가 신데렐라 무도회에 나가고 나서부터다. 미오는, 뉴 제너레이션은 그때를 기점으로 꽤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오가 유명해지자 소년이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언제나 자신을 밀어내던 소년이, 자신을 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클래스메이트 혼다 미오'가 아니라, '유명한 아이돌 클래스메이트 혼다 미오'를.

바보같아.

날 서린 비난이 입 안을 맴돌았다. 그러나 아이돌인 미오는 떠오른 말을 내뱉는 실수는 하지 않는다.

"...저기, 있지."

그저, 난처하다는 듯 목 뒤를 어루만지며, 무안한 척 웃는다. 연극으로 다져진 연기력으로, 미안함을 가장한다.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지 않을래?"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상대의 마음을 부정하면서도, 미오의 양심은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로 쉽게 변하는구나.
저 아이도, 나도.

 


2. 우즈키의 경우

"저기... 우즈키,"

"네!"

익숙한 목소리. 우즈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학교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우즈키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즈키는 친구지!'
이는 우즈키가 모두에게 친절하고 진심이 담긴 미소를 돌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즈키는 모두를 정말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즈키에게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 구체적으로는 방금 우즈키를 부른 이 소년.
언제부터 우즈키가 이 소년을 좋아했는지는 우즈키 본인으로서도 기억이 없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천천히, 천천히. 우즈키가 자신의 감정을 자각했을때는 어느샌가 소년을 좋아하고 있었다.
물론 우즈키가 감정을 자각했다고 해도 뭔가가 달라지는것은 아니다. 자신의 고민을 무의식중에 미뤄놓는 우즈키의 안좋은 버릇 탓에, 우즈키의 짝사랑은 그저 제자리걸음을 하고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소년이 말 걸때마다 설레면서도 아무런 표현을 못하는 것은 일상이나 다름 없었다.

"신데렐라 무도회... 굉장했어. 나 거기 보러 갔거든. 뉴 제너레이션즈. 정말로 아이돌같더라. 열심히 했구나. 단숨에 팬이 되어 버렸어."

"네! 열심히 했어요!"

우즈키는 마음속 깊은곳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지었다. 여태까지의 고생을 같은 아이돌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알아주었다는 뿌듯함. 더군다나 그 알아준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기쁨. 봄의 바람이 불어오듯, 우즈키의 마음속이 따스하게 벅차 올랐다.

"그래서... 부탁이 있는데 말야."

"네! 이야기만 하세요!"

"그게..."

소년은 말 하기가 머쓱한지 말하기에 앞서 시선을 외면하고 뺨을 살짝 긁었다. 우즈키가 조금 의아함을 느낄정도의 시간이 지난뒤, 소년의 입이 열렸다.

"시부야 린, 사인 좀 받아 줄 수 있어?"

"...네?"

우즈키의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있지, 내가 무도회에서 시부야 린의 팬이 됐거든. 그래서... 이렇게 부탁해 봐도 될까? 미안."

우즈키의 가슴 속에서 벅차올랐던 감정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정말 기뻤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말 기뻤는데. 그게 이 한마디에 와장창 부숴질 줄이야.
우즈키는 자신의 이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허둥지둥대느라 손이 얼굴로 올라올것만 같았다. 공황상태의 머릿속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네! 맡겨만 주세요!"

하지만 우즈키는 반사적으로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머리 속은 혼란스럽지만, 소년이 기뻐하니 자신의 혼란을 가까스로 잊을수 있었다.
자신의 고민을 무의식중에 미뤄놓는것은 우즈키의 안 좋은 버릇이었다.

 

3. 시부야 린의 경우

그는 상냥하다.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정말 그것 뿐이었을까.
그의 첫인상은 못미더웠다. 전혀 믿음직 하지가 않았다. 그와는 별 인연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행동으로 믿을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렇게 안 보였는데, 보고 있던 린이 놀랄 정도로 성실했다. 린의 퉁명스러운 말에도 친절했다. 무엇을 물어봐도, 그는 그 미련할 정도의 성실함으로 대응했다.
바보 같아. 하고 혼잣말 했지만, 그게 진심이 아니었음은 린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다. 어느쪽이냐 하면 방관자. 대부분의 경우에는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다, 가장 나은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이 시부야 린이라는 소녀. 그정도는 자각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이끌어 주는 사람에게 끌렸던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럴것이다. 아니면 이 감정을 설명할수 없으니까.

"..."

린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전부 그에게 쏟아내 놓고 싶었다. 꾸밈말을 못하는 린의 성격으로는 그쪽이 훨씬 맞기 때문에.
그는 항상 린의 근처에 있다.
그는 항상 린의 말을 경청한다.
그는 항상 린에게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은 그에게 말할수 없다.
그가 보는 것은 여자로서의 시부야 린이 아닌 것이다.
이래서야, 린이 무슨 말을 해도 전해지지 않는다. 린은 그것을 느껴 버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상냥하다.
그는 여전히 믿음직하다.
그는 여전히... 여전히...

"어째서..."

린의 아름다운 눈망울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평소에 표정 하나 안 변하던 그녀의 표정은 슬픔으로 일그러져, 그 위를 눈물이 타고 흘러내린다.

"어째서... 그렇게 상냥하게 구는거야... 차라리..."

닦을 생각도 못한 눈물은 금새 방울이 되어 린의 손등을 적신다. 마치 비처럼, 마치 린의 마음처럼, 엉망진창으로 흘러내렸다.
바보같아. 린은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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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거도 다른데 썼던 글입니다.

짝사랑하는 소녀들을 쓰고 싶었는데 어째 뉴제네 돌아가면서 괴롭힌거 같아 뉴제네한테 미안한 마음 한량 없습니다. 뉴제네 애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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