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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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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2, 2016 12:44에 작성됨.

결국 세 사람이 노력한 끝에, 혼다 미오는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아이돌이 탈주했던 건에 대하여, 프로듀서가 책임져야 하는 일도 있었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뉴제네에게 별다른 스케쥴이 없던 시기에 그녀가 탈주했던 지라 유야무야 잘 덮을 수 있던 모양이다

 

"짜잔, 시키 등장!"

 

"......너 또 왔냐?"

 

그 사이, 나는 새로운 손님을 맞이했다

 

"힛키, 손님에 대한 취급이 너무 박한거 아니야?"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고. 손님 대접을 받고 싶다면, 제대로 된 손님의 모습을 보여라"

 

그녀의 이름은 이치노세 시키. 외국에서 월반하고 생화학박사 학위를 따고 돌아왔다는 천재 소녀. 마치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그녀는 항상 수상한 화학실험을 하고, 이상한 약물을 만들어 가지고 온다

 

"냐~ 냐~ 소녀를 너무 막대하면, 미움받는다구?"

 

"소녀도 소녀 나름이지. 너 같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제대로 된 사람 취급 받기도 힘들잖아"

 

솔직히 이놈의 346 안에는, 어떻게 아이돌이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인 아이돌들이 많다. 뭐가 되었든, 눈에 띄기만 하면 좋다는 걸까? 방송사고라도 나거나, 언론에서 물어뜯으려고 덤벼들면 어쩌려고 이러는지......이것도 대기업의 배짱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거 마셔줘"

 

"거절한다"

 

"에이~ 그러지 말구!"

 

"그 수상쩍은 녹색의 용액을 먹으면 뭐가 어떻게 되어버릴지 몰라서 무섭다고. 최소한 임상실험이라도 거쳐서 오란 말이야. 이 매드 사이언티스트. 인체실험은 절대로 거절이다"

 

그녀는 천재다. 생화학박사 학위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호기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별의별 해괴한 약물을 만들어서 가지고 온다. 본인은 절대로 안 마시면서,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두 사람...참 사이가 좋네..."

 

옆자리에 있던 죠가사키가 쓴웃음을 짓는다

 

"나, 히키가야가 그렇게 거리낌 없이 대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

 

죠가사키의 말은, 완전히 틀린게 아니다. 후지모토 리나와 오오츠키 유이의 경우에는, 그녀들 쪽에서 내게로 먼저 다가와, 내 손을 붙잡고, 등 뒤를 밀어서 앞으로 이끌어 주었다면, 이치노세 시키의 경우에는...내가 먼저 손을 뻗었으니까

 

"흐흥~ 미카짱, 지금 시키가 부럽지? 질투의 냄새가 난다냐~"

 

시키의 입꼬리가 음흉하게 꼬이더니, 죠가사키에게 접근해서 놀리듯 올려다본다

 

"적당히 하고, 자리에 앉아라. 이치노세"

 

"냐~ 너무 정색하지말라구, 힛키. 단순히 장난쳐 본 것 뿐이니까"

 

이치노세 시키는 다른 사람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는 리얼충이라고─한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다. 뿌리 내리지 않는다. 변덕쟁이처럼, 여기저기에 돌아다니며 기웃거리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은, 접근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길고양이처럼, 어디를 배회하는지 알 수 없이, 어디론가 실종되었다가 며칠만에 다시 나타나 빈혈로 쓰러지기도 하는, 그런 소녀. 시선을 뗄 수 없는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게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건 범인(凡人)의 특징이야. 미카짱에게「천재」는 어울리지 않는걸?"

 

재수없고, 잘난척에, 사람 심기를 잔뜩 건드리는 그녀는─그때만큼은, 정말로 쓸쓸해 보인다

 

"선배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바보야"

 

"아얏?! 정수리 때리지 마, 힛키! 일격에 뇌세포가 500개나 죽어버린다구?!"

 

이치노세의 정수리를 향해서 수도를 내리쳤다. 옛날에 코마치에게 자주 하던 일이 떠올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별로 아프게 때린 것도 아니잖아. 죠가사키에게 사과해라"

 

"우우...어쩔 수 없네. 미안해, 미카짱. 놀린 것에 대해선 사과할게"

 

"아, 아니 괜찮아...그러고보니, 나...이제 스케쥴 때문에 가봐야겠네. 그럼, 두 사람 다 잘 있어. 나는 먼저 갈게"

 

죠가사키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한적해진 카페 내부. 점장님도, 나나 씨도 점심시간이기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 가끔씩, 점심시간인데도 이 카페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때가 있다

 

뭐, 점심을 단순히 카페에서 때우는 사람은 많이 없지. 직원용 식당도 있지만, 그보다 더 싼 도시락을 사러 가는 사람이나, 패스트 푸드점에 찾아가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조용하네~ 마치, 이 세상에 우리 단 둘만이 있는 것처럼. 안 그래, 힛키?"

 

생긋 웃으며 말하는 이치노세. 그 미소만큼은, 정말로 아이돌에 걸맞는다고 할 수 있겠지만,

 

"너랑 단 둘만이 있는 세상이라니...싫다고, 그런 건"

 

이치노세의 손에서 약물을 빼앗아 바로 입 속으로 털어넣었다. 맛은 당연히 형편없다. 그보다, 이건...맛 이전의 문제가...

 

"크, 으윽...!"

 

몸에서 힘이 빠지고, 카운터에 쓰러지듯 몸이 기울어진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이치노세의 시선이 느껴진다. 지금쯤,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밝게 웃고 있을까. 무표정할까. 아니면, 서글프게 눈물 짓고 있을까

 

"힛키는 말야...어째서 내가 만든걸 간단히 마셔버리는 걸까? 제대로 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주제에"

 

이치노세 시키가 만드는 건, 뭐가 되었든 다 형편없는 것. 다 이상한 것. 몸에 좋지 않은 것 뿐. 그래도, 아주 독극물인 건 아니다. 지금도 이렇게...적당히 피로한 것 뿐이다...아, 이런...식은땀이 흐르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이성적이고 침착한 힛키는 어디로 갔을까?"

 

"...글세, 모두가 좋아하는지, 이성적이고 침착한지는...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있을걸? 나랑 너 외의, 다른 사람들의 마음 안에는..."

 

"지독한 해답이네"

 

이치노세 시키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리고, 하얀 가운의 안쪽에서 약물을 하나 더 꺼내들어, 내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또다시 목 안을 타고 흘러가는 정체불명의 용액

 

"맛 없어"

 

"그래도 이제 원래대로 돌아왔잖아?"

 

나른함과 무거움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역시, 이거 독 같은 거였나? 해독제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나도 이만 돌아가볼께. 아키하짱이 기다리고 있거든. 그럼, 바이바이 힛키. 다음에 또 봐~"

 

딸랑, 하고 방울소리를 울리며 닫히는 문. 이젠, 정말로 카페 내부에 나 홀로 남았다

 

"흥...바보 같으니..."

 

그녀가 남기고 간 것은, 두 개의 용액을 마시고 난 뒤에 남겨진 막대 형태의 플라스크 2병

 

"무리하고 있는 건, 네 쪽이잖아"

 

2병의 플라스크를 처분하면서, 중얼거리는 말은,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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