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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M@STER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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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7, 2013 23:03에 작성됨.

“미키의 이름은 호시이 미키야. …이제 가도 돼?”

치하야의 타구를 모자로 잡아챈 금발의 소녀 호시이 미키는 척 보기에도 나른한 표정으로 다섯 사람에게 말했다.

“미키, 미키라고 했지. 잠시만 기다려줄래?”

“오래는 못 기다리는 거야.”

“금방이면 돼!”

미키를 등지고 의견을 나누기 시작한 팀원들이었지만, 답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코토리와 리츠코와 하루카가 그렇게나 열을 내면서 찾아 헤맨 인재가 코앞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리츠코가 미키에게서 공을 받아들자마자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이다.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것 같네요.”

“그런 반응속도는 남자 선수들 중에도 찾기 힘들 정도니까.”

“이미 다른 팀에 소속되어있으면 어쩌죠?”

“일단 물어보기라도 하자.”

결국 코토리가 대표로 나서서 미키의 의중을 묻기로 했다.

“저기…. 미키쨩이라고 불러도 될까?”

“응, 상관없는 거야.”

“미키쨩, 그러니까…. 야구 해본 적 있니?”

“본 적은 있어도 해본 적은 별로 없는 거야. 미키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하다가 금방 그만뒀으니까.”

“그럼 우리랑 같이 다시 해보지 않을래?”

“그건 싫은걸.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땀나니까. 그리고 귀찮기도 하고. 미키, 공 쫓아다니다가 잠들지도 모르는 거야.”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금방 재미있어질 거라고 생각해. 야구는 상당히 매력적인 스포츠란다.”

“하지만 미키는 관심 없는 거야. 미키는 그것보다 더 미키에게 어울리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

“야구야말로 미키쨩에게 어울려, 틀림없이! 미키쨩은 야구를 위해 태어난….”

코토리가 열변을 토하는데도 불구하고, 미키는 곧 하품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런 미키의 눈에 보인 것은….

“앗, 저거!”

“얘, 말하는 도중에 어디 가니!”

미키가 찾아낸 것은 연습 후에 먹기 위해 코토리가 직접 만들어온 주먹밥이었다.

“주먹밥!”

“저기….”

“코토리라고 했지? 코토리가 직접 만든 거야?”

“아, 응.”

“안에 뭐 들었어?”

“그야…. 주먹밥에 넣을만한 건 종류별로 다 있지.”

“명란젓!”

“있어.”

“만세!”

“자, 잠깐. 지금은 그것보다… 핫!”

코토리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개같이 스쳐지나갔다. 곧 코토리는 미소를 지으며 미키의 어깨를 붙잡았다.

“응? 아직 할 얘기 남은 거야?”

“미키쨩이 원한다면, 우리 주먹밥을 나눠줄 수도 있어.”

“정말로?”

“응, 일단 하나 먹어볼래? 여기 차도 있으니까.”

“코토리 정말 고마운 거야!”

미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피크닉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주먹밥을 하나 집고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맛있니?”

“응! 대단해! 미키의 마마가 한 것보다는 약간 덜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는 거야.”

“후훗, 먹고 싶은 만큼 먹으렴.”

싱글싱글 웃으며 미키를 바라보는 코토리의 뒷모습을 보며, 다른 네 사람은 의아한 시선을 교환했지만 일단은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미키가 주먹밥 3개를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자,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코토리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이제 다 먹은 거니?”

“후아…. 이제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는 거야…. 고마워, 코토리. 코토리는 좋은 사람일지도.”

“저기, 미키쨩. 미키쨩이 우리랑 같이 야구를 해준다면, 이런 주먹밥 정도는 매일 만들어줄 수 있는데.”

미키의 고개가 꺾어지는 것이 아닐까 염려될 정도로 강하게 코토리를 향해 돌았다.

“그, 그게 정말이야?”

“당연하지. 나 오토나시 코토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걸.”

“무으…. 어쩌지. 그건 분명히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매일 이런 맛의 주먹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하지만 역시 여기저기 뛰어다니거나 하는 건 귀찮을지도….”

마치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무슨 일을 할 것이냐 라는 말이라도 들은 것마냥 심각하게 고민하던 미키의 시선이 이번엔 아즈사에게 향했다.

“코토리.”

“응?”

“저 사람도 야구해?”

“아즈사쨩? 물론 우리 팀원이지. 우익수를 맡고 있단다.”

“…미키, 정한 거야. 야구 해볼게.”

“정말이니? 됐다!”

코토리가 주먹을 불끈 쥐자, 먹을 것 정도로 간단히 회유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네 사람은 모두 놀란 눈이 되었다. 특히 코토리를 탐탁치 않게 보고 있던 리츠코의 놀라움은 다른 세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더 컸다.

“어, 어떻게….”

“자, 자. 모두 현시간부로 새로운 팀원이 된 호시이 미키쨩에게 환영의 박수를!”

“와아-! 잘 부탁해, 미키!”

“미키, 주먹밥을 위해서라도 한 번 해보는 거야.”

“그럼 미키쨩의 포지션은 어디가 좋을까…. 일단 장비는 내일 이쪽에서 맞춰줄 테니까.”

“포지션이라면 미키는 외야 쪽이 좋아. 내야는 왠지 위험해 보이는걸.”

“그럼 좌익수로 결정이네. 중견이랑 우익은 이미 자리가 있으니까. 이의 없지?”

“응.”

“오늘은 일단 연습하는 걸 참관하고 있으렴. 미키쨩의 본격적인 연습은 내일부터라는 걸로 하자. 그럼 다시 위치로!”

주먹밥에 혹해 팀의 다섯 번째 멤버가 된 호시이 미키. 
다른 팀원들이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게 되기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 미키! 이번엔 미키 쪽이니 잘 받아! 요령은 알고 있다고 했지?”

“응, 이야!”

“자, 간다! 레프트!”

코토리가 쳐낸 노크볼을 미키는 안정된 자세로 잡아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마찬가지. 미키는 자신의 느긋한 성격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털레털레 걷다시피 하며 날아오는 공을 캐치해냈다.

“…성의가 없는 것 같은데요.”

미키가 막 열 번째 타구를 잡아내자, 보고 있던 치하야가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함께 보고 있던 리츠코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성의가 없는 게 아니야.”

“네?”

“우리는 아마 엄청난 아이를 발굴해낸 걸지도.”

“무슨 말씀이세요, 리츠코 선배?”

하루카의 말에 리츠코는 안경을 슬쩍 고쳐쓴 다음 입을 열었다.

“물론 포수나 내야수들에게도 중요한 항목이지만, 특히 외야수들이 수비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건 다름 아닌 상대 타자가 쳐낸 공이 어디로 떨어질지 판단하고 그곳으로 달려가 공을 잡아내는 것. 즉 타구판단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

“네, 그렇죠.”

“저 미키라는 애, 타구판단능력이 말도 안 되게 좋아. 그러니까 저런 성의가 없어 보이는 수비가 가능한 거야. 자, 감독이 공을 쳐낼 때 미키의 움직임을 봐봐.”

리츠코의 말대로, 코토리가 공을 쳐내는 순간에 미키는 이미 낙구지점을 판단하고 그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빠른 판단이 가능하기에 설렁설렁 움직여도 공이 떨어지기 전에 이미 낙구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전력질주해서 공을 잡아내는 수비나 멋진 다이빙캐치에 팬들은 더 열광하겠지. 하지만 감독이 좋아하는 외야수는 절대 쉬운 타구를 어렵게 잡는 선수가 아니야. 반대로 어려운 타구도 쉽게 잡아내는 선수지. 그건 당연해. 그런 면에서 미키의 저런 수비는 전혀 나무랄 곳이 없어.” 

하지만 미키의 재능은 수비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었다. 수비훈련 다음 곧바로 진행된 타격훈련에서도, 좌타석에 들어선 미키는 발군의 센스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5툴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타격의 정확도, 장타력, 스피드, 수비력, 송구능력.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춘 선수를 일컫는 5툴 플레이어. 아직 첫날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미키가 팀원들에게 보여준 것은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상대를 평가하는 것에 인색한 리츠코가 보기에도 합격점 그 이상이었다. 

“이제 대충 끝났으니 주먹밥 먹어도 돼?”

“…이런 천재가 고작 주먹밥 하나에 휘둘린다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지만.”



미키가 팀에 합류한지 사흘이 지난 날. 
하루카와 치하야가 끌어들인 두 사람과 코토리가 끌어들인 미키 이후, 이 팀에 드디어 자발적으로 합류한 두 명의 소녀를 보며, 팀원들은 전부 함박웃음을 지었다.

“흐흥, 이 팀 어쩐지 재미있어 보이는데? 아차차, 소개부터 해야지. 나, 가나하 히비키! 타격도 수비도 모두 완벽! 2루는 나한테 맡겨 달라구!”

“시죠 타카네라고 합니다. 포오지션은 유격수. 부족한 몸이지만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키스톤! 키스톤 콤비가 왔다!!”

코토리는 거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대흥분하기 시작했기에, 결국 리츠코가 한숨을 쉬며 코토리 대신 두 사람을 맞이했다.

“드디어 내야에도 자리가 생기는구나. 난 이 팀의 주장인 아키즈키 리츠코. 앞으로 잘 부탁해.”

리츠코가 주장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하루카가 코토리에게 폐부되기 전까지 야구부의 주장을 맡고 있었다고 하자, 코토리는 ‘감투도 써본 사람이 써야 잘한다.’라며 그녀에게 반강제적으로 주장을 맡겼고, 덕분에 코토리는 리츠코가 주장 완장을 차게 된 것과 동시에 지금까지도 시달리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히비키와 타카네는 같은 학교 야구부 출신. 2루수와 유격수를 가리키는 호칭인 키스톤(key-stone) 콤비라는 말에 맞게 두 사람간의 호흡은 연습할 때나 평상시에나 척척 맞아떨어졌다. 

“그야 나랑 타카네는 어릴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으니까.”

“그럼 야구부는 어째서 탈퇴하게 된 거야?”

“어쩔 수 없었다구. 우리 학교 야구부, 우리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선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으니까. 이렇게 억울하게 벤치에만 있을 바에야 차라리 아마추어 팀이라도 찾아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타카네랑 같이 나와 버렸어. 그런 다음에 온 곳이 여기지.”

“우리로서는 잘된 일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팀원이 이것밖에 없어?”

“아직 모으는 중이라….”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애 중에 야구하고 싶다고 하던 애가 있었어.”

“응? 정말로?”

모두의 시선이 히비키에게 향하자, 히비키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웃우-! 만나서 반갑습니다! 타카츠키 야요이! 아직 초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리츠코는 문득 생각했다. 설마 히비키가 자신이 팀 최단신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해 이 아이를 데려왔나 하고.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야요이는 키가 땅딸막했다. 
거의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작은 키의 야요이였지만, 그 기세만은 대단했기에 그대로 팀에 넣기로 했다. 히비키가 추천한 아이이기도 하고.
그리고….

“타, 타카츠키 양이라고 했지?”

“네! 반갑습니다, 치하야 씨!”

“큿….”

“응? 왜 그래, 치하야쨩. 어딘가 기분이 안 좋다던가?”

“그, 그럴 리가…. 그냥 타카츠키 양이…. 그러니까….”

“…야요이가?”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어서 연습 시작하자.”

황급히 마운드 위로 달려가는 치하야를 보며, 하루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찌됐든, 이것으로 팀원은 여덟 명. 아직 포지션이 정해지지 않은 야요이를 제외하면 남은 포지션은 1루와 3루. 그리고 치하야와 로테이션을 이룰 선발투수가 한 명 이상 필요했다.

“오늘도 수고했어. 자, 그럼 이만 해산!”

코토리의 말에 팀원들은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하루카와 치하야는 언제나처럼 함께 돌아가기로 했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약간 달랐다. 하루카의 포수미트가 연습 중 찢어져버렸기에, 새것을 사러 스포츠용품점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아아…. 꽤나 아꼈던 건데.”

“그거, 꽤 오래 썼으니까.”

“응, 그래도 아깝긴 아깝네.”

“하루카의 마음, 충분히 이해해. 나도 지금 쓰는 글러브를 못 쓰게 되어버린다면 꽤나 슬프겠지.”

“응, 맞아. 정말 슬퍼. 그러니까 미트는 치하야쨩이 사주는 걸로?”

“그럴 리가.”

“히잉…. 그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후훗.”

“쓰던 거랑 같은 종류의 미트, 팔고 있겠지.”

꽤 오래 걸어서 도착한 스포츠용품점은 작긴 하지만 두 사람이 항상 애용하던 곳이었다. 

“안녕하세… 어라?”

작은 스포츠용품점. 게다가 근처에 이곳보다 훨씬 더 큰 매장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하지만 오늘은 두 사람보다 먼저 가게를 찾은 손님이 있었다.

“자, 자. 유키호도 하나 골라봐, 응? 내가 하나 골라줄게!”

“마, 마코토쨩…. 고맙지만 난 역시 야구는 무리야….” 

하루카와 치하야가 본 광경은 미소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잘생긴 소녀가 그와는 정반대로 척 보기에도 가냘픈 소녀로 보이는 소녀에게 글러브를 건네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 혼자 벽에다 공을 던지는 건 이제 지쳤는걸. 적어도 유키호가 내 공을 받아줬으면 하는데…. 둘이 하면 분명 재미있을 거야.”

“마코토쨩, 물론 나도 그러고는 싶지만, 마코토쨩을 성심성의껏 도와주고는 싶지만, 역시 그런 빠른 공을 잡으라는 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하루카와 치하야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치하야쨩.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겠지?”

“응.”

치하야의 대답에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저기….”

“네?”

두 사람이 동시에 하루카를 바라보자, 하루카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실례합니다만, 그쪽 분….”

“키쿠치 마코토라고 합니다.”

“아, 네! 저는 아마미 하루카라고 하는데요! 호, 혹시 투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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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화.
팀원들을 모두 모을 때까지는 조금 루즈해질 수도. 그래봤자 몇 화 안가겠지만요.

참고로 캐릭터들의 야구성향은 모두 각각의 캐릭터들과 성향이 비슷한 실제 조..KBO 프로야구선수들로 정했습니다.
그 중의 첫 번째, 미키의 야구컨셉은 바로 미키와 같은 만능 플레이어이며 게으른 천재라는 오해를(미키의 경우는 각성 전까지 진짜 게으른 천재지만) 받고 있는 LG 트윈스의 이병규 선수입니다. 두 사람이 상당히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 같더군요.

다른 캐릭터들은 스토리가 진행되면 차차 밝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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