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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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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7, 2016 22:01에 작성됨.

솔직히 처음 생각했을 때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막 데뷔하는 아이돌. 홍보를 열심히 했다고 해도, 실제로 어떨지 잘 모르는데, 어떻게 티켓을 사서 구경하러 간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단순히 346이라는 후광 때문에? 그도 아니면, 미래에 뜰 수 있는 아이돌을 내가 먼저 알아서 팬이 된다─라는 선행 투자?

 

"......이건 또 의외네?"

 

하야미 카나데의 데뷔 무대는 소규모의 극장이었다. 딱 한정된 인원만이 들어올 수 있는 장소. 좌석은 대충 100여 개 정도. 나도 그 중에서, 가로세로 포함해서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하야미는 대놓고 이 자리를 지정해서 내게 티켓을 건네준 것 같다. 확실히, 이 위치라면, 눈에 잘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특별대우 받는게 나중에 들키면 큰일날텐데'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특히, 하야미가 티켓을 몰래 가지고 나온 거라면, 주최측에서 티켓을 새로 만들 것이다. 그 결과, 자리가 겹쳐서 분란이 생기면, 그 원인을 추궁하다가, 하야미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또래의, 그것도 한 남자를 위해 아이돌이 직접 티켓을 가져다 주었다─데뷔하자마자 스캔들이 터진다니, 그건 또 무슨 폭탄일까

 

하야미도, 그걸 생각하지 못 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아마, 친구에게 준다고 말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자신의 담당 프로듀서에게 허락을 받았겠지. 책임자라면, 아마 하야미의 친구가 누구인지 확인할 것이다

 

설마설마, 해도 진짜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도는 확인하러 들겠지. 유사연애대상으로서, 순결을 장사 도구로 삼는『상품』. 그것이 아이돌. 본인들은 서로를 친구라고 해도, 외부에서 보면 연인이나 그것과 비슷한 관계로 보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믿지 않는다. 그들이 믿고 싶은 것을 보고, 듣는 것이다

 

솔직히, 이번 일이 훗날에 어떻게 작용할지 몰라서, 기왕이면 찾아오지 않으려고 했다. 죠가사키가 말하길, 뉴제네와 러브라이카는 어떤 백화점의 로비에 차려놓은 무대에서 한다고 했기에, 티켓을 따로 구할 필요없이 직접 가서 보면 된다지만,

 

──찾아와주면...기쁠 거라고 생각해

 

그런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면, 거절하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직접 표를 따로 사서, 그녀가 지정해 준 자리 바로 옆좌석에 앉기로. 그녀도 이해해 줄 것이다

 

사람들이 차츰 모여든다. 내 옆자리는 텅 비어있다. 그 자리 위에는, 그녀가 주었던 티켓만이 올려져 있다. 관객석의 조명이 어두워지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조명이 무대를 비춘다

 

또각또각. 적막으로 가득한 작은 극장에 울리는 구둣소리. 반짝반짝 빛나는 남색의 드레스 차림의 하야미가 무대 위로 걸어올라온다. 중앙에 서 있는 마이크. 주변에 둘러서 있는 밴드

 

마치 옛날, 복고풍의 무대 같다

 

정작 노래는 17살짜리 아이돌의 데뷔곡이란걸 믿기 힘들 정도의 본격적인 일렉트로 하우스라 취향을 아주 심하게 탈 것 같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여러분. 제 이름은 하야미 카나데. 이제 막 데뷔를 하는 햇병아리인 저를 위해서, 굳이 이 먼길을 찾아와주신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끈적끈적, 마치 연인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듯 나긋한 어조. 순간, 소름이 돋았다. 우, 우와아...쟤, 진짜 저럴 때는 전혀 17살의 고교생으로는 안 보인다니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노래는, 제 데뷔곡.『Hotel Moonside』. 부디, 잘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무대의 조명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반짝 켜지고 드러머가 스틱을 탁탁탁탁 반복해서 두들긴다. 그리고 10초 후, 제대로 된 일렉트로 하우스의 곡조가 깔린다. 거의 1분 가량, 시간을 끌면서, 노래가 점점 고조되는 그때,

 

『저거 봐...달이 참 예쁘지. 그래, 지금부터는 상관없어질 거야』

 

본격적으로, 그녀의 데뷔가 시작되었다

 

*

 

"감상은 어땠어?"

 

"......취향 심하게 타겠는걸? 거의 1분 동안이나 시간을 끌었다고? 어디 유명한 가수도 아닌, 이제 막 데뷔하는 아이돌이"

 

무대가 끝나고 나서, 그녀는 꽤나 피로할 텐데도 굳이 미시로 카페에 찾아왔다. 아마 뒤풀이가 있던 것 같은데, 그녀는 미성년자라는 핑계로 잠깐만 있다가 나온 듯 하다

 

'뉴제네는 어떻게 됬을까? 러브라이카도...그 이름처럼 망하지는 않았겠지?'

 

호랑이도 제말 하면 찾아온다고, 그녀들에 대한 소식을 알려줄 죠가사키가 들어왔다

 

"......안녕"

 

다만, 어쩐지 힘이 없고 약해보인다...아, 이거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 듯한 분위기다

 

"에스프레소 한 잔?"

 

"그걸로 부탁할게"

 

굳이 말 할 것도 없다. 그녀도 후배들이 잘 되기를 기대했겠지. 다만, 그녀의 반응으로 보아, 뉴제네와 러브라이카의 무대에는 상당히 큰 실책이 있던 모양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나이 차이는 크지 않지만, 먼저 데뷔한 선배라는 입장 때문일까, 하야미가 존댓말을 사용하며 묻는다

 

"응? 그게 말이야...내가 응원하던 애들의 데뷔 무대...약간의 트러블이 있었거든"

 

"네 표정과 목소리로 봐서는 약간이 아니다만?"

 

한숨을 내쉬는 죠가사키. 계속 테이블 아래만 쳐다보기에, 에스프레소가 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녀의 앞에 놔주며 물었다

 

"누구 하나 거하게 사고친 모양이지?"

 

"......미오가, 탈주했어"

 

"......"

 

탈주했다. 데뷔를 준비하던 소녀가 갑자기 뛰쳐나가버렸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무대에 오르고 난 후. 데뷔를 다 마쳐놓고, 뭔가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 그대로 자기 프로듀서랑 싸우고 뛰쳐나가버렸다나봐"

 

"......"

 

할 말을 잃었다

 

*

 

"일단...왜 일이 그렇게 된 건지 설명해봐. 무대에서 큰 실수라도 저질러서, 그것 때문에 도망친거야?"

 

죠가사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무대 자체가 심심하기는 했어. 다들 표정이 딱딱하고, 박자가 살짝 틀리고 했으니까. 다만...미오는, 어쩌면 지난번의 내 라이브를 보고 환상에 빠진 걸지도 몰라"

 

"......"

 

엄청나게 큰 무대는 아이돌에게 당연한거다─라는 환상을 품고 무대에 올라 '현실'을 보고 절망했다, 라는 말이라면 그건 살짝 틀린게 아닌가 싶다

 

"환상에 빠진 건, 혼다만이 아니라고 봐. 시마무라 우즈키는 양성소 출신이라고 했어. 시부야 린은 길거리 캐스팅이고. 혼다는 그나마 오디션을 보고 들어온 일반인이라고 했지. 그 세 사람이,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가장 늦게 들어왔다면서?"

 

"응, 맞아. 3명분의 결원이 생겨서, 보결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지금, 프로젝트 막판에 급하게 보결로 들어온 셋을, 포텐셜만 본 뒤 과도하게 밀어주고, 이들이 '실패'라는 순간적인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폭주할 가능성을 계산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기획을 추진했다는 거야?"

 

이거 미친 거 아닌가? 대기업에서 일을 이딴 식으로 처리해도 되는건가? 마에카와의 일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던 거야?

 

그 이전에, 문제는 소속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뉴제네라는 팀은 혼다 미오라는 적극적인 소녀가 리더, 남은 두 사람은 꽤나 소극적인 성격이다. 죠가사키의 무대에 한 번 올랐다고 해도, 능동적으로 팀을 이끌어 가는 것은 혼다 한 사람 뿐

 

그보다, 죠가사키의 백댄서로 무대에 올라가 실패를 했다고 해도, 그건 죠가사키의 책임이다. 그들을 백댄서로 영입하겠다고 먼저 말했던 것은 그녀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들이 직접 데뷔하는 무대. 실패하면, 그 책임에서 그녀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아직 십대 밖에 안 된 소녀들이니 그 책임의 중압감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잘 몰라도, 학예회 발표날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수준의 걱정은 있었겠지

 

"시부야와 시마무라가 혼다를 너무 의지한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아주 없다고 보지는 않아..."

 

이건 뭐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제대로 머리가 굴러가지 않는다. 오늘은 시간도 늦었고, 본인도 머리가 아플테니,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이번에는 프로듀서와 시부야 그리고 시마무라까지 전부 포함해서 죠가사키와 함께 찾아왔다. 다들 우울한 분위기. 그보다 이걸 나에게 상담하러 온 거냐

 

"죠가사키 양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역시 이건 3명을 우선적으로 밀어주었던 저의 책임..."

 

"아니요, 아니요. 일단, 사정을 전부 들어본 뒤에 결론을 내려야죠. 책임자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우산이 되어주려고 하면 안 됩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이라고 오냐오냐 키웠다가 개념없는 머저리로 키웠다는 자식농사 실패사례는 지천에 널리고 널렸다. 이건 단순히 가정 내의 문제만이 아니다

 

나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나나 씨도 어느새인가 끼어들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혼다 미오를 중심으로 3명의 남녀가 나눴던 대화. 그걸 전부 들어본 뒤에 내린 결론은,

 

"이건 뭐...누구 하나 잘못하지 않았다고 할 것 없이 총체적 난국이네요..."

 

답이 없다. 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일단 문제의 원인 중 일부를 따지고 들자면, 단순히 혼다의 착각 때문은 아니다

 

그녀는 항상 팀원을 배려했고, 프로듀서에게 항의할 때도『내가 리더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거야?』라고 언급했었다. 즉, 혼다가 프로듀서에게 화를 냈던 건 자신의 기대가 깨졌을 뿐만 아니라, 리더로서 나머지 둘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주었고, 라이브를 실패한 상황이 불러온 자기혐오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프로듀서의 말주변이 서툴렀던 것도 있다고 본다. 아니, 그 이전에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 지난번에, 마에카와를 대할 때 프로듀서는 별달리 의식하지 않은 '상냥한 협박'처럼 현실의 괴리와 자기혐오 앞에서 몸서리치는 혼다에게『그것은 당연한 겁니다』라고 선언하여 그녀의 절망감에 결정타를 먹였으며, 종국에는 미오가 스스로를 부정하고 아이돌 포기선언까지 하도록 만들어버렸다

 

물론 갓 데뷔한 신인 아이돌에게 지금같은 부족한 호응은 당연한 게 현실이었지만, 본인 딴에는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뒤 한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타이밍을 잘못 잡은데다가 첫 마디부터 잘못 꺼내는 바람에 전혀 설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프로듀서의 대답은『어디까지나 신인이니 당연하다』는 의미였으나, 혼다는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하고 있었으니, 대답만 놓고 보면『너희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라는 최악의 해석도 나올법한 상황이었다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고 보기도 힘들어요...혼다의 프로 의식의 부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아이돌 부서 설립된지가 2년 째인데, 그 나이대의 여자애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도 몰랐던 겁니까?"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고, 아직 치기 어린 소녀이니만큼 변덕이 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요 2년간 346 프로덕션에서 배출한 십대의 소녀 아이돌은 많다. 혼다보다 어린애들도 꽤 있다. 다른 부서에서도 아이돌 육성과 경영 및 관리를 맡았겠지

 

거기서 삐걱거림도 있었을 것이다. 충돌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겨내가며 지금까지 이끌어 왔던 것이 아니었나?

 

"아이돌을 대하는 부서 간의 방법 공유라든가, 그런 것도 없는 겁니까? 문제 생기면, 다른 스캔들 터뜨려서 묻어버리고 조용히 입 다물게 한 뒤 잘라내기만 했어요? 대체 현장에서의 대응 능력이 왜 그래요? 이게 최선입니까?"

 

"히키가야 군!"

 

"......죄송합니다. 말이 심했습니다"

 

답답하고, 뭔가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말을 조금 거칠게 해버린 모양이다. 나나 씨가 외치지 않았다면, 더 심한 말도 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나 씨가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일단...미오 양도 자숙의 시간을 가졌으니, 자기 잘못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거에요. 하지만, 미안하다고 말하며 돌아오기에는 여러모로 시선이 신경쓰이겠죠. 원인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테고. 누군가 속 시원하게 욕해주기를 바라겠지만, 동시에 그렇게 욕을 먹기가 두려운, 그런 입장일 거에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이야기. 역시 연륜이라는 건 무시할게 못 된다니까

 

"모두가 다 함께, 다시 모여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해요. 여기서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면 안 되요. 자신의 문제는, 자신의 손으로. 아이들끼리 싸웠을 때 선생님이 두 사람다 잘못했으니 어서 사과해─라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 하는 것과 같아요. 오히려 앙금만이 남을 뿐이죠"

 

나나 씨...아이돌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선생님이 되는 것이 수많은 학생들을 위해서 좋은게 아닐까? 라고 순간 생각했다

 

"직접 움직이세요. 그리고 미오 양과 다시 만나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보세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아요. 자신이 정말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해결해야죠"

 

세 사람은 나나 씨에게 알겠다며, 감사한다며 이야기하고 나갔다. 나처럼 단순히 잘못만 따지는게 아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납득시키며 돌려보내는 나나 씨. 어른의 관록이 돋보였다

 

"이제...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단순히 기다리는 것 뿐. 정말로 미오 양이 걱정된다면, 히키가야 군도, 미카 양도 기도해주세요. 모든 일이, 원만하게 해소되도록 말이죠"

 

"......나나 씨, 존경스럽네"

 

"그 이전까지 나나는 존경스럽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죠가사키와 아웅다웅 장난스럽게 말다툼을 하는 나나 씨. 이게, 어른의 방식인가......나도 한참 멀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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