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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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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9, 2016 12:45에 작성됨.

벽에 포스터가 붙어있다. '뉴 제네레이션즈'라는 이름의 유닛의 데뷔 겸 미니 라이브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드디어 데뷔하는 건가..."

 

시마무라 우즈키, 혼다 미오 그리고 시부야 린. 이전에 죠가사키의 백댄서로 무대 위에 올랐을 때부터 뭐, 저 3명이서 유닛으로 데뷔하겠지─라는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었지만

 

"응...?"

 

또다른 포스터도 붙어있다. '러브라이카'라는 이름의 유닛이다. 분명, 아나스타샤와 닛타 씨라고 했던가. 라이카, 라는 건 분명 유사 이래 최초로 지구 궤도에 진입한 러시아의 개 이름인 걸로 알고 있다. 아나스타샤가 러시아의 혼혈이라는 이야기는 신데렐라 PR 영상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묘하게 불길한 이름 아닌가, 이거?'

 

라이카는 분명 우주선 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었을 텐데......

 

조금 더 안쪽으로 걷는다. 또다른 포스터가 있다. 이번에는 하야미 카나데였다. 이 녀석도, 드디어 데뷔하는 건가?

 

346 프로덕션 내에, 아이돌을 관리하는 부서는 한두 개가 아니다. 꼭 신데렐라 프로젝트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부서에서 자기들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아이돌을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자랑하러 오겠네'

 

하야미 카나데는 그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분위기의 여성이지만, 은근히 소녀심이 돋보일 때가 있다. 본인은 그걸 부끄럽게 여기는 듯 하지만, 사실 나는 가끔씩 흘러나오는 그녀의 중2 돋는 발언이 더 부끄럽다. 어째서 부끄러움은 듣는 이의 몫인가

 

*

 

"안녕 히키가야 군"

 

"아아, 그래"

 

하야미는 눈쌀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도, 그 아름다움이 변하는 일은 없지만

 

"반응이 조금 심심한데? 나랑 당신의 관계는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거였을까? 나하고는 단순히 즐기는 것 뿐이었어?"

 

"......오해를 살 법한 말은 삼가해줘, 하야미. 그게 이상한 식으로 와전되어 퍼지면, 매장당하는 건 너뿐만이 아니라고"

 

아이돌과의 스캔들이라니, 미치지 않고서는 그런 짓 못 하지. 사생팬에게 칼침 맞고 죽을 일 있나?

 

"후후후, 그러려나? 나, 이번에 데뷔하게 되었어"

 

"그래. 포스터 잘 봤다"

 

포스터에 나온, 남색빛의 드레스를 입은 하야미 카나데는 무언가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본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그런 식이니, 컨셉을 몽환적인 숙녀로 잡고 나아가는 것일까

 

"다만, 동시에 다른 유닛들도 데뷔하는 모양이야. 내가 있는 부서하고 살짝 경쟁관계 놓여있던 것 같던데? 그, 신데렐라 프로젝트─라는 부서 말이야"

 

"실적을 올리지 못 하면 짤릴테니까"

 

프로젝트도, 프로듀서도, 아이돌도, 전부

 

"로망이 없네"

 

"회사에 로망을 품고 들어오는 녀석부터 내부의 부조리를 견디지 못 하고 떠나가는 거야"

 

회사나, 학교나 다를 바 없다. 아니, 어른이 되면 이제 법적으로 고소당할 수 있으니까, 학생 때보다 더 음습하고 유치한 괴롭힘이 돌아온다. 옹졸하고, 졸렬하며, 추악하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나도...데뷔와 동시에 미니 라이브를 할 거야"

 

하야미는 은근슬쩍 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내 내밀었다

 

"찾아와주면...기쁠 거라고 생각해"

 

"......"

 

은근슬쩍 시선을 돌리며 말하는 하야미. 언제나 유혹하는 듯한 말을 하면서, 의외의 부분에서 소녀심을 드러내며 부끄러워 한다. 그게 또 갭모에처럼 느껴져 남자를 자극하지만

 

"......시간이 나면, 가도록 할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 하도록, 조용히 가져간다. 이런 것, 보였다간 어떤 식으로 비춰질지 모르니까

 

"후훗, 고마워"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하야미.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인기 없는 남자는 바로 착각해버릴 정도로 유혹적이다. 본인이 꼭 의도를 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너도 참 피곤하게 살겠네"

 

"......틀린 말은 아니려나"

 

푸념하듯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저기 히키가야 군...당신의 눈에도, 내가 불여우로 보여?"

 

"......"

 

남자들 사이의 괴롭힘은 직접적인 폭력성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여자들 사이의 괴롭힘은 다르다. 음습하고, 비열하며, 저열하다. 마치 뱀처럼, 조용히 기어가, 한순간에 물어뜯듯이

 

"아무에게나 꼬리치는 불여우라고 들었어?"

 

"......혹시 우리 학교 학생이야?"

 

"그럴리가"

 

흔한 일이다. 남학생 A가 있다. 여학생 A가 있다. 여학생 A는 남학생 A를 좋아한다. 여학생 A는 하야미와 친구 혹은 그와 준하는 사이. 하지만 남학생 A는 하야미를 좋아한다.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차였거나, 여전히 짝사랑 중. 그리고 그걸 여학생 A는 잘 알고 있다

 

여학생 A는 하야미에게 질투를 느낀다. 하지만, 질투한다고 해서, 그녀 본인이 하야미를 이길 수 있는 요소는 단 한 가지도 없다. 그렇다면, 집단을 모아, 등뒤에서 몰래 하야미를 깎아내린다

 

남학생 A도 분위기에 휩쓸린다. 혹은, 자신을 거절한 하야미에게 악감정을 품어, 자신도 똑같이 집단을 모아, 등뒤에서 몰래 하야미를 깎아내린다

 

이렇게 따져보면 남자도, 여자도 다를 바 없다. 어차피, 그 피부를 벗겨내고 보면, 다 똑같이 붉은색의 피로 가득찬 고깃덩어리니까

 

"데뷔 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야?"

 

"그건 모르겠어. 내가, 독심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아이돌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매체는 바로 SNS다. 만약, 여기서 그 남학생 A와 여학생 A가 하야미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퍼뜨린다고 해보자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익명성이 보장되니까, 남들이 다 하니까, 재밌어 보이니까 참가한다. 물론 개중에는 하야미를 실드치고자 하는 이들도 있겠지

 

그 사이에서 병림픽이 벌어지고, 하야미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진흙탕으로 추락한다

 

하야미가 무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 346의 높으신 분이 하야미를 쳐낼 가능성도 있다

 

아이돌은 하나의 상품. 그 행보에, 수많은 돈이 오고간다. 그러니,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더 이상 데리고 있을 필요성이 없어진다

 

"담당 프로듀서에게 미리 말해봐. 어차피 진흙탕에 빠져들 거라면, 작정하고 악플러들을 고소하게 해달라고. 아이돌은 대중의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일단 관심을 많이 받아야 뜨지 않겠어?"

 

"......꼭 그런 걸 위해서 아이돌이 된게 아니야"

 

유리잔을 돌리며, 하야미가 말한다

 

"영화관에서 나왔을 때였어. 인생이라는 이름의 무도장에서 헤매고 있을 때, 다가온 그에게 스카웃 당했지. 드라마의 시작치고는, 각본이 나쁘지는 않아. 제대로 연기해냈는지 자신은 없지만 말이야"

 

아아, 또 시작됬다, 이 녀석. 무슨 특정한 스위치라도 있는 건지, 그게 꾹 눌리면 이런 단 말이지

 

"...그렇지 저 뒤쪽, 어두운 뒷편이 좋아. 내가 가고싶은 곳은...밤하늘 저편에 있는, 달 뒷편에서 볼 수 있는 호텔이야. 감춰진 마음이, 새로운 매력이 되어 퍼져나가는...그런 장소...밤의 세계, 나의 스테이지에서, 헤매어 보고 싶어. 그때와, 다른 느낌이 들지, 같은 느낌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Hotel Moonside"

 

하야미 카나데의 데뷔곡

 

"후후훗, 잘 알고 있네? 포스터, 꼼꼼히 잘 읽어줬구나?"

 

성숙한 중2와 소녀를 순식간에 오고가서 참 곤란한 아가씨라니깐

 

 

 

 

하야미 카나데 은근 중2병(작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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