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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쓰는 뻔하고 진지한 정통파 치하야 SS 2

댓글: 14 / 조회: 1415 /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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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9, 2016 00:21에 작성됨.

수, 순서에 안맞춰 읽으시면 재미가 없다구요?

프로듀서! 2편이에요 2편!

 

추천 BGM은 약속. TV랑 치하야버젼 둘다!

 


5. 살짝 수줍음

 

"치~하~야~ 쨩!"
"꺄, 하, 하루카!"


아마미 하루카.

하루 5번 넘어지는 밝고 활기찬 여자아이다. 나보다는 50배는 활발하고, 500배는 귀엽고, 5000배는 매력있는 여자애다.
내가 5배 정도 노래를 잘부르기는 하지만… 앗, 프로듀서에게 옮았나….

"치하야쨩, 새 프로듀서씨는 어때?"

"어, 어?"
"치하야쨩, 설마 모르는 척하는거야? 하루카는 슬퍼."

흑흑, 하면서 옷소매로 눈물 훔치는 하루카. 물론 거짓이다. 애초에 하루카가 이정도로 우는 정도라면 넘어질 때마다 울었을 테니까.

"치하야쨩의 미소는 나만의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프로듀서랑 있을 때 더 많이 웃는거 아니야?"

"그, 그럴리가 없잖아!"

무엇이 하루카를 이렇게 장난꾸러기로 만들걸까. 아마 그건 프로듀서… 아니, 나겠지.

"그래도 아직 한달조차 지나지 않았잖아."
"그래도, 치하야쨩. 여기 차 드세요오."

"아 유키호쨩, 차 고마워~"

"고마워 하기와라씨."

상냥하게 웃으면서 하루카와 나 사이에 차 세잔을 놓는 하기와라씨. 그리고 자신도 하루카 옆에 살짝 앉는다.

"치하야쨩과 반년이나 지냈는데, 아직 데뷔도 못한 시절을 함께 보낸 나보다, 프로듀서가 순식간에 친해지다니."
"에헤헤, 그런걸까나. 나도 조금은 쓸쓸할지도오…."
"장난 치지마 둘다. 프로듀서씨, 최근 약속도 조금씩 어기고 있고. 믿을 수 있을거라고 순간 생각했던게 후회 스러워질 지경이야."

조용히 헛기침을 하면서 말하자 하루카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왔다. 역시 이 또래 여고생은, 이렇게 귀여워할텐데, 프로듀서는 어째서 나를 고른걸까? 정말 그때 한순간에?

"헤에? 어떤 걸 어겼는데?"

"노래랑 다른 일을 5:1 비율로 하기로 했는데 최근에 계산해보니 3:1에 가까웠어."


"…."

"…."


""프로듀서씨 치하야쨩을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구나아….""

둘다 동시에 이쪽으로 플래쉬라도 터뜨릴 듯 가깝게 가져다 댔던 몸을 소파로 푹 기댄다. 부럽다는 말투다.

"그거야…. 그렇지만. 프로로써 프로듀서도 당연하게 해야하는게 아닐까."

"치하야쨩."

하기와라 씨를 바라보니 차를 올려온 판으로 입을 가리고선 수줍게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버지는 '받았다면 손가락으로라도 갚아라'라고 자주 말씀하시는데, 그, 프로듀서도 타카기 사장님이 돈을 지급하는 만큼은 하는거겠지만은…."
"…유키호쨩, 그거 예시가 너무 험악하지 않을까~ 아하하…"
"우우웅… 땅딸보에 몸매도 나쁘고 예시 하나 제대로 못드는 나는 구멍 파고 묻혀있는게 나을까나…."

자신을 비하하는게 너무 습관화 되어있는 하기와라씨는 내버려 두고, 나는 하기와라씨가 무슨 말을 한건지 조금도 이해못했다.

"아, 사무소에서 구멍파면 안된다구 유키호쨩! 아, 그러니까 치하야쨩. 물론 프로듀서씨도 열심히 하는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는거지만, 그걸 넘어서 치하야쨩을 위해 맞는 일을 그대로 구해오고, 아. 물론 3:1이지만 최대한 맞춰서 가져와 준다면, 그 정성이라는게 멋진게 아닌가- 해."


"…."


"그럼 지금 당장 가서 감사하다고 얘기하지 않으면 안되겠네."

"어?! 치, 치하야쨩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치하야쨩 너무 행동파에요오… 역시 안될 저 따위하고는…."
"유키호쨩은 알겠으니 삽 좀 내려놔-!"


생각해보니 그렇다. 왜 나는 깨닫지 못한걸까. 프로듀서는 언제나 분골쇄신하며 일을 구해와주고, 나는 가서 편하…게는 아닐지 모르지만, 가서 일하면 될 뿐인데.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간청하는, 그런 노력을 나는 왜 그저 당연하게만 여겨왔다.

응.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가서 이야기를,

 

끼익 -

그러나 일단 일어선 발걸음은, 익숙한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등장한 프로듀서 앞에서 멈췄다.

"응? 키사라기씨, 뭐하고 있었어?"
"아니, 저."
"아하, 평소의 그 멤버와 잡담인가. 부럽네. 나는 고등학교 시절은 이미 지나버려서. 그렇다고 코토리씨하고 수다떨면, 사장님이 화낼게 분명하고 말야."

"그렇습니까….
"노래도 소중하지만, 우정도, 친구도 소중히 하자고!"

그걸 들으면서 가볍게 싱글 웃는 프로듀서를 보자, 나까지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베였다. 본래 목적은 까맣게 잊어버린체.

"치하야쨩! 기회야!"

그러나 그것도 잠시, 뒤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나를 재촉한다.


"기회?"
"아, 그, 프로듀서."

하지만, 웅얼거림만이 내 입에서 나올뿐.

"응? 키사라기씨? 뭐라고? 안들리는데?"
"저… 습니다."

"뭐라고? 좀 더 크게 말하면 안될까?"

 

 


"…저, 보컬 레슨, 다녀오겠습니다!!"

"아니, 다음은 방송국이니까! 어디가는 거야 키사라기씨!"

 

 


6. 숙면


그 직후, 프로듀서는 왜 그랬냐며 나한테 몇번 질문을 던지긴 했으나, 내가 노골적으로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자 질문을 포기했다.
그다음의 일은 꽤 큰 일이었기에, 긴장 탓에 금세 고맙다고 할 이야기를 잊었지만.

그리고 생각해보니, 잊어버린건 또 하나 있었다.

원래는 가방을 챙겨서 나왔어야 했는데, 완전히 잊어버리고 사무소에 놔둔 체였던 것이다. 꽤 녹화가 늘어져서 12시를 넘어 끝난 지금, 이제 와서 누구한테 가져달라고 할 수도 없고.

"…가서 가져와야겠다."

오늘은 원래 끝난 직후 바로 집에 가려는 예정이어서 프로듀서씨도 벌써 퇴근했을 거라는게 문제다. 사무소 스페어 키정도는 765 프로덕션 전원이 가지고 있으니 문제는 없었지만.

미리 예약된 택시에 올라타서, 집 주소대신 사무소의 주소를 말했다.

 

.
.
.

 

사무소는 이미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는 상태. 불도 물론 꺼져있다. 밤에 와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만, 이 거리도 은근히 한산한 거리구나라고 실감했다. 이미 콧로 숨쉬는 것까지 김이 되어 보일 정도로 사무치게 추운 거리에서, 평소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어둡고 무서운 건물에 들어갔다.

끼익 -

경첩이 녹슬어 소리를 내는 문을 열고, 사무소로 들어서자,

"쿠우- 쿠우-"

익숙한 자는 소리가 났다.

"프, 프로듀서?!"

빼꼼 고개를 내밀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곳.
살짝 몇발자국 내딛자, 그곳에는 안경을 옆에다가 살짝 벗어둔 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프로듀서가 있었다.
…행복해보이는구나.

"침으로 서류가 엉망진창이 되겠는데…."

거기다가 안경까지 옆에다가 살짝 벗어놨다는건. 확신범이네요. 완전히 잘 생각이었습니다. 스탠드만 켜놓고, 조용히 잔업중이었던 듯 하다. 서류는 호시이씨의 것. 요즘 인기가 늘어났으니까.

"그럼, 여기쯤이 탕비실이었을텐데."

자고 있는 프로듀서를 깨우기로 하고, 잠시 어둠속을 헤매어서 탕비실에 갔다. 이유는 물론 차라도 한잔 끓이기 위해서. 매번 하기와라씨가 물만 내리면 될 정도로 준비를 해놓기 때문에, 어둠속을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서 끓일 필요는 없다.

--삐이

아, 다 됐나보다. 그럼, 찻잔을 들고, 엎지 않게 조심조심히 프로듀서 옆으로 가기로 하자. 하루카도 아니니까.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위태롭게 내딛자, 스탠드 불빛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으면서, 잘도 자고 있는 프로듀서가 보였다.

그럼 깨우도록 할까.

"아."

찰칵-

"나중에, 아미 마미에게라도 보여줄까. 후훗."

…배경화면으로 하는건 이상하려나? 그럼.

"일-어-나-세-요!"

"우와아아앗?!! 사장님 죄송합니다!"

귀에다가 소리쳤더니 경기를 일으키며 사죄를 비는 프로듀서. …도대체 무슨 꿈을 꾸고 계셨던 겁니까? 아까까진 행복해보였잖아요.

"저, 화났습니다. 프로듀서."
"아, 그러냐…. 가 아니라, 왜 화난거야? 자서?"

프로듀서는 비몽사몽한 체로 자기 안경을 찾아 헤매며 말했다. 자, 여기요.

"땡큐…. 아, 깜짝 놀랬네."
"프로듀서는 한번 깜짝 놀라야할 필요성이 있어요."

그제서야 내 말투가 달라진걸 눈치챈 프로듀서는 나를 바라봤다. 생각해보니, 누구한테는 휴식의 중요성을 누누히 강조하면서 자라고 하더니. 자기는 이 꼴이다.
확실히 여기서는…

"아, 앞으로는 일하다가 안졸테니까…."
"거기가 아니에요!"
"…."
"…."

"안경 벗고 자서?"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걸까….

"왜, 무리하시는거죠? 뻔히 몇일이나 밤샌건 다 아는데, 오늘은 제 앨범 홍보도 슬슬 끝나고, 쉬실 때 아닌가요?"
"아니, 나 너 말고도 류구제외 전원을 프로듀스 하고 있기도 하고…."

따끔, 하고 가슴이 아팠다. 나는, 그저 프로듀스하고 있는 아이돌 중 하나일 뿐이라는건가?

"그래도, 이제는 쉬실 때 아닌가요?"
"…그래도, 키사라기씨의 일이 끝났다고, 나는 일이 끝나는게 아니라서 말이야."

따끔,

"ㅡ그래도, 여기서 졸거라면, 아예…"
"일이 남아서 내가 한다는데 왜 그러는거야. 정말."

따끔,

"제 프로듀서가, 아파서야 제 체면도 안서니까요."
"…나는 3일 철야했으니까 괜히 짜증내지마."

따끔, 따끔

"제가 언제 짜증을 냈다는거죠?"
"지금. 너는 그냥 일하고 쉬면 될지 모르지만, 나는 마음대로 쉴 수 있는게 아니란 말야."
"그럼, 사장님께 말씀드리면 되잖아요."

"그러니까, 얘기하고 있잖아. 내가 한다는데 왜 그러냐고."
"그러면, 그럴거면,"

"아니!"

쾅,

프로듀서가 책상을 손바닥으로 쳤다.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움츠러들었다.

"ㅡ윽…."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조용히, 고개를 숙이면서, 프로듀서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사무소에서 뛰쳐나왔다.

 

 

 


8. 진정한 친구

 


"어라, 가방… 두고 나왔네."

집으로 걸어가던 중, 깨달았다.

"나도, 참."
"프로듀서랑, 이야기… 하느라."

…말이, 잘 안나온다. 목이 잠긴 것 같은데. 아이 참.

"정말, 귀찮게."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정말, 귀찮게. 아, 정말. 어디라도 들려서, 잠깐 앉아있다가 가는게 나을까.

"우, 우우우… 우우웃…. 후웃, 윽, 으으웃…."

정말, 정말 귀찮게….

집에 가던 길중, 살짝 옆길로 빠졌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갈까봐 평소엔 들어간 적도 없는데. 왠지 모르겠다.
유우가 떠난 이후로 한번도 가본 적 없는데.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그네에 앉아있었다.

역시, 소리높여 울면 민폐겠지. 그리고, 이제 더 울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그런 속마음과 별개로, 눈물은 자꾸 흘러나와서 뺨을 적셨다.

이제는 목까지 흘러내려가서, 옷까지 적실 지경이다. 아아- 어차피 빨 옷인데 상관 없을까. 아, 정말, 귀찮게.
나는, 그럼, 프로듀서에게.

이 눈물같은 존재였을까.


…나는, 프로듀서에게 귀찮을 뿐이었을까.

『나 너 말고도 류구제외 전원을 프로듀스 하고 있기도 하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일이 남아서 내가 한다는데 왜 그러는거야. 정말.』

귀엽지도 않고, 그런 주제에 참견만 하고. 매일 짜증만 내고.

『괜히 짜증내지마.』

"우으웃…."

안되겠다. 다시 울 것 같다. 살짝 멈췄었는데. 이래서야 집에도 못들어가고, 밤새 놀이터에만 앉아서, 울다 그치다 할뿐인걸…
하지만, 진짜 어떻게 하면 좋지? 아이돌, 그만두는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 줘!』

"…하루카."

우습게도, 프로듀서한테 잔뜩 깨지고 난 후에도, 나는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할 사람으로 프로듀서가 떠올랐다.
한심하지만, 그정도로 나는 인간관계가 좁다. 프로듀서를 빼면. 그걸로 끝나는… 한참이나 생각해야 하루카가 떠오르게 된 나는 어느샌가, 그정도로 프로듀서에게 의존한 것이다.

「뚜루루 루- 뚜루루 루- 탈칵,」

「여보세요~ 아마미 하루카입니다!」

"하루카."

「에, 치하야쨩!? 이 늦은 밤에 웬 일이야?」

"아니, 그냥."

「…치하야쨩은, 아무 일도 아닐 때는 집전화로 하는걸.」

"…하루카, 지금 보자고 하면, 민폐일까?"

「잠깐만 치하야쨩!」

「… …! ……? ……!」

전화 밖에서는, 무언가 웅성거리는 이야기가 오가는 듯하다. 하루카랑 하루카네 어머니가, 뭔가 실랑이라도 벌이는 듯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 나한테, 하루카가 대답해왔다.

「응 치하야쨩! 자고 갈게!」

"…응?"

「치하야쨩, 지금 집 근처지? 곧 갈테니까, 미리 들어가 있어! 뚝-」

"아 잠-"

벌써 끊겼다. 하루카는 언제부터 이렇게 남의 말을 끝까지 안듣고 끊어버리게 된 걸까.
역시, 남을 생각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일까.

 

 

9-1. 프로듀서


"…나는 무슨 짓거리를."

키사라기씨가 뛰어나간 문을 닫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온 후, 나는 곧장 집으로 가기로 했다.

"나같은 머저리는 죽어야 마땅한데…."

잠에 취해서 미쳤었다. 확실히 미쳤었다. 한심하게도 그걸 깨달은건, 키사라기씨가 슬픈 표정으로 뛰쳐나간 후, 내 앞에서 찻잔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여린 아이를, 얼음장같이 차가운 듯, 살얼음처럼 여린 아이를. 나는 도대체 무슨 소리로 그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고 만걸까.

"…치하야."

이제 슬슬 새벽 2시다. 이제 거리의 사람들 중 취객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갈 때다.
그리고, 나는 취객도 아닌 주제에, 여기에 없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첫 만남때. 몰래 리츠코씨를 따라 레슨을 견학온 날.

뒤에 숨어서 키사라기씨를 바라본 나는 진심으로 느꼈다.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에,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래. 어쩌면, 첫눈에 반한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그후 그 아이에게 일의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아이는, 처음으로 일에 대해 자기에게 상담했다며 약간 쯤은 기뻐보였지만, 나는 오히려 죄책감이 들었다. 그저, 그 아이랑 잠시만이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못말리는 쌍둥이 자매가 결혼 상황처럼 장난쳤을 때. 키사라기씨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나는 더욱 행복해졌다.

그래서, 그래서.

더 행복한 치하야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키사라기씨의 아름다움을, 그저 알려주고 싶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자택에 도착했다.

"키사라기씨가, 말한대로… 이제 그냥 씻고 잘까."

내일, 나는 쉬는 날이니까. 평소라면 그냥 오프라도 출근하겠지만… 내일은 어차피 미키같이 극단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애들은 없고, 리츠코씨가 알아서 해주겠지.

"…자자."

씻는 것도 귀찮다. 내일, 알람없이 그냥 자고, 일어나서 대충 씻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휴대전화 알람까지 완벽히 끄고 잠들려는 찰나였다.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우-웅」

「우-웅」

"시끄럽게, 사람 자려는데 울리고 지X이야..."

「우-웅」

마침 기분좋게, 잠들려고 했는데. 이 기분나쁜 현실에서 도망칠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그리고 이내 핸드폰을 잡아 보자, 화면엔 대문짝만하게 적혀있었다.

'아마미 하루카'

"하루카가? 드문 일이네. 밤에는 문자일텐데."

일단 확인하자.

"여보세요?"
「프로듀서씨-!!!!!」

집어 던질뻔 했다. 한 쪽 귀가 나갈뻔 했다. 노래를 그렇게 불러라. 노래를.

"하루카, 왜."
「하루카, 왜?가 아니에요 프로듀서씨!」

굉장히 화난 목소리인데. 아니, 깜짝 놀란 목소리같기도 하고. 한쪽 귀를 연신 문지르며 나는 핸드폰에 대답했다.

"뭔데 그럼."
「치하야쨩이 우는데, 프로듀서 도대체 뭘하신 건가요!!」
"…."

울었구나…. 나는… 키사라기씨를 울린건가.

「치하야쨩, 저한테 이야기할게 있다고 했다구요. 프로듀서씨.」
"…"
「평소 매일 치하야쨩과 이야기하고, 상담하고 상담받는 프로듀서씨는 모르겠지만요.」

「치하야쨩은 절대로 남한테 의지하는 아이가 아니에요. 아시겠어요?」
「그런 치하야쨩이 저한테 의지해줬다는 거에요.」

하루카는 한층 격정적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치하야쨩이 저한테 의지해주는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하지만, 하지만,」
「치하야쨩은 한번도 저한테 울면서 전화하거나, 울음섞인 목소리로 전화한 적 없어요!!」
「아시겠어요?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는, 치하야쨩에게 그정도의 큰 의미에요.」

나 따위가 키사라기씨에게…

「저는, 지금 치하야쨩한테 가고 있어요.」


「한번도, 단 한번도 제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 없는 치하야쨩이, 담당 프로듀서와 한번 다퉜다고 우는건.」

「어떻게 생각하면, 조금 부럽네요. 프로듀서씨.」

하루카는 자조섞인, 어쩌면 한탄같이 들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스스로 잘 생각해주세요. 그럼 끊을게요. 뚝-」

전화를 끊었다.

빈방이 더 공허하게 느껴졌다. 하루카의 전화의 밖에는 바람소리가 몰아친다. 아마, 그정도로 뛰고 있다는 거겠지.
내가 돌아올 때만 해도, 바람은 잔잔했는데. 내가, 돌아올 때는… 잔잔했을, 텐데….

키사라기씨.

"나는…, 나는…."

어떻게 하지.

 

 

 

10. 최고의 친구

 


"치하야쨩! 문열어줘!"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빨간색 코트 차림의 하루카가, 인터폰 카메라에 잡혔다. 이쪽은 안보일텐데, 이쪽을 보며 빈틈없이 미소지어준다.
역시, 정통파아이돌인걸까, 아니면.

나와는 다른, 귀여운 여자아이여서 그런걸까.

찰칵, 끼익-

"들어와 하루카."
"우와- 춥다 추워."

하루카가 호들갑을 떨며 손을 비빈다. 확실히 밖이 춥기는 하지만.

"오늘 자고 간다면, 내 방에서 같이-"

이전에도 와봤으니까 알겠지만, 워낙 덜렁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살짝 방안내를 하려는 사이, 하루카는 내 등을 톡톡 치며 말을 걸었다.

"치하야쨩. 그거 알아?"
"응?"

내가 뒤돌아보자, 하루카는 갑자기 확- 하며 코트를 열었다. 그리고 그안에는-

"…파자마?"
"응응! 치하야쨩, 걸즈토크야! 걸즈토크!"

하루카는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침대로 잡아끌었다. 순간, 넘어질 뻔했다. 하루카도 안넘어지는데.

"앗차차,"

그리고 말 끝나기가 무섭게 침대 바로 앞에서 넘어져서, 그대로 침대로 다이빙했다. 저건 분명 일부러한 거겠지.

"하루카도 참, 코트아래에 바로 그걸 입으니까 춥지."
"하지만 옷갈아입고 하기 귀찮은걸."

『장례식장에서 귀찮으니까, 하나로 다 쓰려고 검은색 정장을 샀어.』

혀를 빼꼼 내밀면서 귀엽게 변명하는 하루카 앞에서, 나는 또 그사람 생각을 했다.
이렇게, 그 사람한테 상처입은 직후에도 생각하는 나는. 이상한 사람일까.

"아, 치하야쨩 슬픈 표정 포착."

꾸욱- 꾸욱-

"햐, 햐루카 햐디먀! 이거 냐!"

그렇게 외치면서 하루카는 양 손가락을 내 입꼬리에 가져다 대고 위로 쭉쭉 밀기 시작했다. 강제 스마일, 이라나? 사무소 사람들이 가끔 슬픈 표정을 지을때 강제로 집행하는 웃음이다.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자주 당했는데. 요즘은 당하는 일이 없다.

"후후, 치하야쨩도 이제 웃음 가득이야?"
"우, 웃음 가득이야."

여기서 인정안하면 잔뜩 간지럽히니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아래서 올려다보는 하루카는, 역시 귀엽다.

"그럼, 자, 치하야쨩."

그리고 갑자기 양쪽 다리를 쭉 뻗더니, 자기 허벅지를 손으로 팡팡 친다.

"응?"
"누워. 하루카씨 대서비스야."

허벅지와 하루카를 번갈아 바라본다. 응? 무릎베개? 진짜로?

"정말, 치하야쨩, 꾸물거리지말고!"
"그, 그럼 부탁할게…."

머리카락을 살짝 메만지고는 그대로 하루카의 무릎에 실례했다. …적절히 탄력있는, 좋은 무릎베개.
등급이 있다면 상급일까나….

"지금 치하야쨩 실례되는 생각하지 않았어?"
"아, 아니야!"

했구먼요~ 라는 얼굴로 고개를 내저은 하루카는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럼 치하야쨩. 이야기해볼 생각 있어?"
"…."

무릎베개와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하루카는 편안하게 해주는, 하루카 특유의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봤다.
정말 겉치레로 하는 말과 달리,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아무 얘기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상냥한 마음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밤 중에 여기까지 한달음에 찾아온 친구에게,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루카, 나, 프로듀서에게 방해되는 존재일까. 그렇게 생각했어."
"그렇구나. 치하야쨩."

그저 하루카는,

"… 그때, 그래서, 프로듀서랑 있었던 축하파티, 아, 하루카는 없었지만…"
"응응."

동의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근데, 프로듀서씨한테, 나 외에도 전원을 프로듀스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그랬구나."

그저 내 옆에 앉아서.

"…더 이상,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말씀하셨구나."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한참동안의 이야기 끝에, 하루카는 내 이야기가 끝나자 말을 꺼냈다.


"근데 치하야쨩?"
"응?"
"내 생각에는 말야."


"치하야쨩은 정말, 정말 서툴다고 생각해."

더없이 상냥한, 품어주는 목소리로 하루카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미소지으면서 얘기했다.

"치하야쨩도 기억났어?"
"…어떤게?"

하루카는 물어봤다. 프로듀서씨와의 추억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몇번이나 울음을 삼켰다가, 뱉으면서. 웃음을 참으면서, 또 웃으면서. 나는 프로듀서씨와의 애정어린 추억을, 전부 이야기 했던 것이다.

"프로듀서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치하야쨩을 소중하게 생각해줬던거."
"…."

그리고, 이제야 그 뜻을 알 것 같다.

"프로듀서씨에게 감사 한마디, 전달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는, 우리 부끄럼쟁이 치하야쨩이, 나한테 이렇게 다 이야기해줘서 너무 기뻐."

"그런데, 있잖아? 치하야쨩."

"나는 프로듀서씨의 자리를 질투했어."

그리고 하루카는, 그 답례를 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줬다.

"항상, 치하야쨩의 옆자리에서, 필사적으로 도와주면서. 극복하게 도와준 나는 말야."
"단숨에 등장한 프로듀서씨에게 모든 자리를 빼앗기고 만거야."

하루카는 괴롭게 웃으면서, 나를 위해 이야기해줬다.

"생각했어. 나는 여자여서 안된걸까. 웃기지? 혼자서, 착각하고."
"근데, 나는 그때 그랬어. 내 옆에서 나를 위해 웃으면서 도와주는 프로듀서씨가. 좀 미웠어."
"하루카…. 나는,"
"알고 있어 치하야쨩. 치하야쨩을 둘 중 누구하나 빼놓지 않고, 정말 좋아하는데 말야. "

"그래서 어느날, 프로듀서씨에게 물었어. 치하야쨩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정말? 하루카가? 프로듀서에게?

"그런데, 그후에 느꼈어. 행복한 듯 기쁘게 치하야쨩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프로듀서씨는, 진심으로 치하야쨩을 아끼고 있구나.라고."
"하루카…."
"치하야쨩. 나는 프로듀서씨를 직장 상사로써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치하야쨩을 친구로써 좋아하지만,"

"내가 보아온 모습중 가장 예뻤던 모습은, 프로듀서씨를 보며 웃는 모습이었어."

그리고 줄곧 하루카의 배쪽만 바라보던 내가 하루카의 얼굴로 고개를 들었을 때는,
그곳에는, 눈물 맺힌 하루카의 표정이 있었다.


"치하야쨩, 끅, 내일, 프로듀서씨하고, 꼭 화해하자?"

이제는 하루카의 숨길 수 없는 울음 소리가, 말 사이로 새어나왔다.

ㅡ이렇게 소중한 친구와, 소중한 사람이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치하야쨩도 참, 울보라니까."
"하루카아- 우으읏-."

그 상태로, 그 날 밤은, 눈물에 적신 채로, 함께 잠들었다.

 

 

 


11. 비온뒤 땅이 굳는다.

 


"안녕하세요."
"…안녕."

오늘 아침은, 특별히 하루카의 동행으로 함께 시작했다. 여전히 녹슨 경첩이 내는 끼익 소리를 들으며, 문을 열자, 프로듀서가 답례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 말투는 평소와 달라서, 평소엔 없을 딱딱하게 굳은 말투였다. 덕분에 오토나시씨까지 나와 프로듀서를 번갈아보며 에?에?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프로듀서는, 어제 내가 쉬라고 한 후, 제대로 집에 들어갔을까? 옷 상태나 여러모로 봤을 때 집에 들어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조금 안심했다.

"…"
"…"
"…"

그러나 여전히 사무소의 공기는 끝없이 무거워서, 그 오토나시씨도 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공간에 못견디고 성실하게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치, 치하야쨩. 나, 갑자기 이제 집에 가고 싶어졌어.)
(뭐, 뭐어?! 하루카가 지금 집에 가면, 너무, 그렇잖아!)

결국 어제의 수퍼하루카씨도 항복 선언, 내 귀에 집에 가고 싶다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 치하야쨩에게 그럴 마음이 들게 하는 것만 목적이었지, 이런 분위기 일 줄은 몰랐어!)
(한번 손댄 일은, 책임지라고 하루카!)

그렇게 속삭이며 서로 이야기하던 중, 프로듀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키사라기씨, 12시 반까지 사쿠라TV인거 아시죠."
"ㄴ, 네!"

여전히 차가운 말투… 혹시, 진짜로 날 싫어하게 된걸까. 프로듀서….
가슴이 푹하고 찌르는 듯 아프지만, 그래도 하루카를 바라봤다.

하루카는 여전히 웃으면서,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럼,"

그리고 성큼 성큼 걸어 내 옆을 지나쳐버린 프로듀서의 뒷모습을 따라, 나는 프로듀서와 단 둘만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따라갔다.


.
.
.
.


그럼 잠깐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담당 아이돌이 프로듀서가 운전하는 차에 앉을 경우, 대부분 그 좌석은 옆자리다.

"…"
"…"

사쿠라 TV는, 우리 사무소에서 상당히 가까운 편이라 가는데 30분도 채 안걸리는 방송국이다. 무엇보다, 가까운 덕에 술집 인맥으로 사장님이 꽂아준 방송이지만.
그리고 평소에 프로듀서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가면 너무나도 짧다고 느꼈던 30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지금, 안타깝지만 나한테는 이 침묵의 공기를 깨고 사과 하던 요구하던, 말 한마디 꺼낼 용기가 솟아오르지 않았다.
겁쟁이라, 겁쟁이라서 스스로 껍질을 만들고 틀어박혔던 나한테.
그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꺼내준 프로듀서를 대할 용기는 없었다.
그런 겁쟁이인 나는, 필사적으로 프로듀서로 부터 눈을 돌리다가, 프로듀서의 자동차에 산처럼 쌓여있는 CD들을 보게 되었다.

…모두, 하나도 안 빼고, 내가 노래한 것이다.

단독은 아니더라도, 모두 나의 목소리가 안담긴 것이 없었다.

아, 저건 내가 처음으로 불렀던 노래다. 저건, 내가 몇번이나 불만족하고 다시 부른 노래다. 저건…

『키사라기씨는 이미 최고니까, 이제 사람들한테 인정만 받으러 가면 되는거야!』

모두, 하나하나가, 이사람과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사과할 수 있다. 화해할 수 있다. 그런 확신도 섰다.

"저, 저ㅡ"

그러나, 그런 확신은, 그의 한마디에 힘을 잃고 떨어졌다.

"도착이야."

"…으, 응…."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프로듀서는 차를 멈춰세웠다. 사쿠라 TV 바로 앞. 약간 못미친 거리다.
어차피 횡단보도 하나 사이이긴 하지만….

"그럼."
"네…."

오늘은, 이걸로 끝, 집에 가면 된다. 그렇게 되면, 오늘은 더이상 이야기할 수가…

"치하야, 오늘 끝나고 남아. 데리러 갈테니까."
"아, 네…. 네?!"

방금, 치하야라고 불렀지…?

 

 

 

 


12. 끝?

 


결국, 하나도 집중 못했다.

토크쇼인데도, 하나도 집중하지 못해서. 멍때린다고 진행자한테 웃음사고, 일단 뭔지 모르겠으니 '정말입니까~"라고 했다가 완전히 다른 상황이어서 웃음사고….
담당 감독님은 키사라기 치하야의 다른 모습 대발굴이라며 좋아했지만.

그리고 끝난 후, 정확히 어디에 남아있어야 할지 몰라 사쿠라 TV 정문 근처를 서성이자, 낯익은 봉고차가 나타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들 이정도 유명해진 수준이면 더 이상 옛날 봉고차는 바꿀 때가 된 것 같은데….

"여기야."
"네."

그리고 당연하게 옆자리 문을 열고, 받침대를 밟으며 약간 높은 의자에 올라 앉았다.

"…."
"…."

그러나, 내 생각과 달리, 오히려 아까보다 무겁다면 무거운 침묵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아까는, 어떻게 하면 될까 걱정만이라도 했지, 지금은 옆의 프로듀서를 의식해서, 정말 문자 그대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오늘 일, 어땠어?"
"조, 좋았어요."

…그렇게 대답하면 어떡해! 나는! 치하야는 바보! 바보바보…. 게다가 일이 좋았다는건 뭘까.

"그렇구나."
"네. 좋았습니다."

기계적인 응답. 나조차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프로듀서는, 정말로 딱딱하게 굳은 체, 운전만 하고 있었다. 아, 아차. 분명 데리러 온다고 할때, 어디인지는 묻지 않았는데….

그렇게 차안에서는, 그 짧은 대화 후, 침묵만이 계속됐다.

"…"
"…"

그리고 그렇게 영겁만 같은 길고 긴 시간 후, 결국 우리는 765프로덕션 사무소에 도착했다.
물론, 데리러 간다는게 이거인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뭔가 허무했다.


"주차할테니까, 옥상에 가있어."
"네."

옥, 상… 이구나.


.
.
.
.


생각따윈 하나도 나지 않았다.
고작 프로그램 하나 했을 뿐인데. 어느새 저녁에, 꽤 어두워졌다. 심지어는 하늘마저 구름이 뒤덮어서, 구름 사이로 달빛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이런 걸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멈출 수 없을 정도의 가슴의 두근거림만 가득했다.

바깥에 자동차가 다니는 걸 보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는 옥상의 난간에 기댔다.


철컥 -

그리고, 이내 바람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프로듀서가 옥상 철문을 열고 내게 다가왔다.

"…키사라기씨는, 지금 아이돌해서 행복해?"

정확히는, 내 옆에. 절대로 나를 바라보지 않고, 프로듀서는 나한테 오늘 첫번째 제대로 된 질문을 던졌다.

"저는…."

"저는…"


그날처럼. 그 말을 들었던 그날처럼.

『키사라기씨. 내 아이돌이 되어줄래』

지금에 와서는, 랭킹 5위권에도 너끈하게 올릴 수 있는, 그런 아이돌이 됐다. 그런 나는, 아이돌을 해서, 행복했던 것일까.
바람이,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걸 느낀다.

너무 차가운 바람이다. 나도 느꼈다. 이제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질문에 담긴 무게를. 어제 내가 하루카와 함께 이야기하며 내뱉은 그 이야기 이상으로-
고민과 추억이 담긴, 고통스러워하면서, 최악의 상황만을 생각하면서, 두려워하면서 내뱉은 질문이라는걸.

그때의 질문을 거절했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질문을 거절한다면.


프로듀서는- 떠난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프로듀서도 그걸 알고 있을게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아뇨."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그적-

내가 말하는 것과 같이,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프로듀서의 품에서 난 소리였다. 그쪽을 보자, 프로듀서는 양복의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辭表.

사직서다. 분명, 저게, 내가, 프로듀서가, 우리가 맞이할 결말일거다.

"내 사표야. 나 대신 사장님께,ㅡ"

하지만, 이르다.

 


"ㅡ저는, 당신의 아이돌이라서, 행복했습니다."

이제, 나는 더이상 사표를 보고 있지 않았다.
나는, 프로듀서를 보고 있었다. 프로듀서도 이제 더 이상, 저 비루한 종이따위를 보고 있지 않았다.

"키사라기씨…. 그건."

"죄송해요. 프로듀서."

나는 고개를 숙여서 사과했다. 어제의 사과도, 지금까지의 실례에 대해서도.

"저는, 당신의 아이돌이 될 수 없어요."
"…."

"저는, 당신만의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프로듀서. 저를,"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다. 더 이상 바람은 차갑지 않다. 이 옥상에서, 이 세상에서는 프로듀서와 나만 있는, 둘뿐인 기분이다.
가슴 속의 뜨거움이 말과 함께 뱉어져 나오면서 온몸이 함께 뜨거워진다.


"-치하야라고 불러주실 수 없을까요?"

『치하야쨩은, 사랑을 하고 있는거야!』

그때의 하루카가 맞았다. 나는, 사랑을 고백했다.

아무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다시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불안감은 없고, 그저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는 편안함만이 마음에 가득했다. 프로듀서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나도 프로듀서를 바라봤다.
그러나, 프로듀서씨는, 조용히 사직서를 나한테 건내주었다.

"이건…."

거절, 일까….

 

"키사라기, 아니, 치하야!"

프로듀서는 내 노래에 대해 맘대로 말했던 그날처럼, 내손을 다시 맞잡았다. 이런, 생각해보니, 모두 이전에 한번씩 했던거다.

"나, 한심하게 도망다니면서, 너한테 짜증부리는 한심한 남자지만, 이거, 네가 맡아줬으면 해."
"…네?"
"내가 한번만 더, 너를 울리면 네가 제출해버려."

그런, 그런 말은 하면 안되잖아요.

"프로듀서…."
"너한테, 부족하고, 너를 슬프게 해버렸지만,"

이번엔, 프로듀서가 고개를 숙였다.

"계속 좋아해왔어. 치하야!"

 


그리고, 손을 넘어 전해져오던 프로듀서의 따뜻한 애정이, 이젠 입술로, 나와 맞닿았다.


"…푸, 푸아…."
"…그, 말로는, 전할 수 없는데, 나는 노래도 못하니까…."

프로듀서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때처럼, 그리고 언제나처럼, 웃음으로 나를 여전히 따뜻하게 보듬어주면서.

"저는, 아이돌 실격이네요."
"나는, 프로듀서 실격이니까."

공범이네, 라면서 웃는 프로듀서는, 이제는 나만의 프로듀서다. 아참,


"프로듀서."
"응?"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아이돌-프로듀서 관계는 끝났다.

하지만, 그건 분명 연인관계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사무소에 올때, 한쪽 가슴에 프로듀서의 사직서를 품고 온다.

그리고 다른 쪽 가슴에는, 프로듀서의 팔로 팔짱을 끼고 있다는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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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진심으로 이거 쓰는데 합쳐서 20시간은 썼습니다.

대본체 짤막짤막 툭툭툭이 치하야를 위해서 마음 잡고, 한번 써봤습니다!!!!

 

치하야에 대한 거라면, 역시 다크한거, 사랑이 무거운거, 하루치하... 뭐 그런거 있잖아요?

죄다 버무려봤습니다.

 그나저나, 제 평소신조는, 자고로 치하야는 어두워야하며, 치하야는 귀여워야하고, 치하야는 행복한 결말을 맞지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평소 신조대로, 치하야가 귀엽고 귀엽게, 써봤습니다.

부디 마음에 드셨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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