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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죄송하지만 사직하겠습니다.」 미시로 「......」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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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8, 2016 19:06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아니, 이젠 P 씨라고 부를게요.

저 치히로에요.

 

천국은 어떤가요? 지낼만한가요?

제 마음대로겠지만 천국이 여기보단 지낼만하시니까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으시는거라고 생각할게요.

 

P씨가 회사를 떠난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네요.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가요.

 

그동안 저는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무려 3kg이나 쪄버렸다니깐요?

나름대로 외근도 다니면서 이리저리 움직였는데도 그정도니, 가만히 앉아서 일을 했다면 분명 10kg 이상 쪘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오는 솔로로 데뷔한지 6개월이 넘었어요!

어떤 질문이든 솔직하게 대답하거나, 솔직하게 표정으로 나타내니까 각종 예능에서 섭외하려고 안달이 났어요.

물론 그녀의 앨범도 절찬리에 판매중이라서 정말로 기쁘답니다.

 

린을 비롯한 신데렐라 프로젝트 인원들은 예전부터 잘 나가던 아이들이라 제가 드릴 말씀이 없어요.

올해 말의 가요랭킹 프로그램에서 1위를 거머쥐진 못했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엔 10위 위로는 신데렐라 프로젝트 곡들만 있을거 같아요.

 

저야 뭐...

위에 말한대로 살이 찐거 외엔 특별하다고 할건 없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바쁘디바쁜 연말 합동 콘서트장 무대 뒤의 관계자 대기실에서 쓰는거니깐요.

 

다만 카렌은... 카렌은......

 

죄송해요.

카렌의 얘기를 먼저 써야했는데, 그 아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서......

 

카렌은 병원에 입원해있어요.

그 아이는 예전에 큰 병으로 입원했었잖아요? 아, 그때 프로듀서 씨는 안 계셔서 모르시겠구나.

 

사실 P 씨가 귀국하시고 얼마 안 되서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카렌이 쓰러졌거든요.

그 뒤로 카렌이 의식을 되찾고는 얼마나 P 씨에게 '죄송하다, 죄송하다'면서 그랬는지......

 

그래서 사과하러 직접 P 씨네 본가로 찾아갔다니깐요?

 

네, 맞아요.

본가가 있는 부산으로 갔어요!

 

그런데 본가에서 소식을 들어버린거에요.

P 씨가 군에서 실족사 했다는 것을.

 

그 뒤로 카렌은 자기가 P 씨를 죽였다고 자책하는 것인지 계속 자기 가슴쪽을......

흠...

 

어쨌든 그 아이는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해있어요.

본의 아니게도 자기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서 벌어진 나비효과를 눈으로 직접 보고 말았으니깐요.

 

P 씨라면 분명 카렌이 그렇게 되는 걸 원치 않았을거에요. 그렇죠?

분명 당신은 그 아이를 안아서 토닥여줄거라고 생각해요.

 

가끔씩 저는 P 씨가 귀국하기 전날, 함께 맥주를 마시던 때가 떠올라요.

만약 그 때 제가 당신에게 남아달라고 부탁했다면 지금 이 상황이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이런 가정은 참 무의미하다고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건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또 하나.

제 마음에 응어리진 것이 뭔지 아세요?

당신을 좋아했었다는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거에요.

 

그래서 P 씨의 묘지에 직접 찾아가고 싶지만, P 씨의 어머님께서는 한사코 알려주시길 거부하시더군요.

아마 P 씨에 대한걸 잊고 살아달라는 뜻이겠죠. 저를 배려해주시는 어머님의 그 마음은 P 씨가 떠올랐어요.

 

저도 참.

조금만 쓰려고해도 자꾸 쓸게 많이 떠올라서 편지가 두서 없네요.

대기실에 혼자 앉아서 이렇게 쓰는 것도 괜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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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밤 11시 50분.

 

한창 빛나는 콘서트장 뒤에 위치한 조그마한 관계자 대기실.

무대를 지켜보기위한 모니터에서는 합동 콘서트에 열중하는 아이돌들이 비치고 있었다.

 

모든 콘서트 일정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안심이 된 치히로는 P 에 대한 편지를 쓰고 있었다.

원래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P 를 나름대로 기린다는 명목으로 편지를 쓰기로 했지만 합동콘서트 준비로 오늘에서야 겨우 짬이 났던 것이다.

 

그 때, 갑자기 문이 활짝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

 

타카네 「죄송하옵니다. 765 프로덕션의 시죠 타카네라고 합니다만, 여기서 잠시 대기해도 될런지요.」

치히로 「아, 네! 여기는 당분간 비어있으니까 쓰셔도 됩니다.」

타카네 「네, 감사합니다.」

 

합동콘서트로 인해서 각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이 정신없이 대기실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는 상황이니, 비어있는 관계자 대기실을 내어주는건 치히로로썬 당연한 일이었다.

 

타카네 「혹시 폐가 되지 않는다면 뭘 쓰시고 있었던 것이온지 여쭈어봐도 될런지요?」

치히로 「?!」

 

순간적으로 깜짝놀라 튀어올라버릴뻔했던 자신의 몸을 가다듬은 치히로는 타카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타카네의 연지색 눈동자를 바라보자 왠지모르게 조금은 솔직해져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치히로 「그냥... 그... 자기반성이라고 할까. 천국에 계신 분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어요.」

타카네 「아... 그런가요. 염치없게도 그런걸 여쭈어보다니 무례했사옵니다.」

치히로 「아뇨, 괜찮아요.」

타카네 「그럼 글을 쓰시면서 마음의 정리는 다 되었는지요.」

치히로 「네,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용기를 낼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후회는 남지만. 후훗, 이런 얘기해도 잘 모르시겠죠.」

타카네 「물론 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치히로를 바라보던 눈동자를 돌려 대기실의 문쪽으로 향하는 타카네.

 

타카네 「분명 당신이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잘 하실 수 있을겁니다.」

리츠코 「죄, 죄송합니다! 765 프로덕션의 아카츠키 리츠코입니다! 저희 아이돌이 여기에... 앗! 타카네!! 여기에 있으면 어떡해?! 한참 찾았잖니? 어서 무대로 올라가야해!!」

 

또 다시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여성에 의해 시죠 타카네는 밖으로 끌려나가듯이 나갔다.

치히로는 타카네를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왠지모르게 자신보다 연상의 느낌이 난다고 느껴버렸다.
 


한편, 도쿄 시내의 한 병원.

어둑어둑한 복도를 나이가 든 중년 남성과 이제 막 성인티를 벗은 듯한 앳된 여성이 걷고 있었다.

 

교수 「얼마 뒤면 새해구만.」

인턴의 「그렇네요, 교수님.」

교수 「자네는 이런 시기에 밖에 나가서 놀고싶은 생각은 없는겐가.」

인턴의 「인턴의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교수 「어허, 놀땐 놀고, 공부할땐 공부하고. 그러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이 바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긴 힘들게야.」

 

그 때, 갑자기 복도 한 켠에서 찰그랑찰그랑 거리는 소리가 났다.

 

인턴의 「무, 무슨 소리 못 들으셨나요?」

교수 「에휴... 또 시작이구먼.」

인턴의 「네?」

교수 「자네는 여기 온지 얼마 안 됐으니 저 환자를 모를 수도 있지.」

인턴의 「죄...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환자 차트를 다 외우도록 하겠습니다!!」

교수 「아니아니, 자네한테 뭐라고 하는게 아닐세. 어쨌든 905호실 앞으로 가보도록 하지.」

 

그들은 곧바로 어느 병실의 문을 '달칵'하고 열고 들어갔다.

병실 안은 매우 좁았고, 병상 하나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인턴의 「!!」

 

인턴의는 상당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창 나이대의 소녀가 병상에 팔과 다리를 결박당한채로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소녀는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채로 계속해서 결박을 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교수 「이 소녀는 자신의 짖굳은 행동들로 인해서 누가 죽게된 원인을 제공했다더군.」

인턴의 「괴롭힘이나 뭐, 그런걸 말씀하시는건가요?」

교수 「그렇다고 해두지. 어쨌든 죽은 사람은 자살이 아니라 사고사인 모양이야.」

인턴의 「그럼 자신의 탓이 아닌거잖아요?」

교수 「그 장소로 가게 만들었으니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겠지.」

인턴의 「근데 왜 이렇게 묶여있는건가요?」

교수 「구속구를 풀게되면 자신의 가슴을 계속 긁어내려고해. 환자복을 들춰보면 알겠지만 한때는 관상동맥이 있는 곳까지 파내버려서 죽을뻔도 했지.」

인턴의 「설마......」

교수 「마음이 너무 옥죄여오는거겠지. 그래서 손으로 계속 긁어내려고 하는거고. 참으로 여린 아이야. 세상에는 그것보다도 더한 짓을 하고도 떵떵거리며 살고있는 사람도 많건만.」

인턴의 「......」

교수 「하지만 오늘은 이 아이에게 진정제도 듣질 않나보구먼. 내가 자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것보다 더한 환자들도 많다'라는 거네. 앞으로 정신의학의 전문가가 되려면 이것보다 심한 환자들을 보게 될거야. 그러니 열심히 하게나.」

인턴의 「넷!」 꾸벅

 

둘은 대화를 마치고 병실을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그 병실문의 명패에는 '호죠 카렌(17)' 이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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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카렌아, 미안하드아아아아!!

재미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다음에는 행복한(위통위통한) 글로 여러분을 찾아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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