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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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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8, 2016 15:05에 작성됨.

어느 날의 일이었다. 연예기획사무소 765 프로덕션에 소속된 두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와 키사라기 치하야는 같이 방송 녹화에 들어갔다. 일본의 무수한 케이블 채널 중 하나에서 진행되는 토크쇼 프로그램. 모두가 퇴근하고 그나마 여유로울 시간대에 방영하는 그것은 케이블 방송 치고는그리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보이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화제를 내주고, 각자 주어진 보드에 간략하게 대답을 적고, 그 다음으로 그에 대해 보충 이야기를 하는 구성으로 진행되는 토크쇼. 하루카와 치하야는 주어진 화제에 대해 나름대로 경험을 살려 대답을 했다. 밝고 긍정적으로,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며 착착 즐겁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하루카에 비해, 치하야는 지지부진한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하핫! 다음으로는 여기에 대해서 수다를 함 즐~겁게! 떨어볼까용?"

 

진행자가 유쾌하게 웃으며 세트 벽에 걸려있는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다. 따단! 효과음과 함께 나오는 이번의 화제는 바로 추억의 음식.

 

"에, 추억의 음시익?"

 

고정 패널이 일부러 리액션을 크게 하며 주어진 화제에 다들 집중하게 만든다.

 

"예! 그렇습니다. 다들 살다보면 이런 거 있지 않습니까? 저는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신 카레가 떠오르는 군요."

 

자기 경험을 이야기한 진행자는 바로 게스트 두 명과 패널들에게 보드를 쓸 것을 요구했다.

 

"그렇네요. 누구나 있기 마련이죠 이런 건."

 

"좀 특이한 게 나오면 좋겠는데."

 

"그러고보니 전에 여행 갔다왔을 때 진짜 맛있는 거 있었는데......"

 

"와, 진짜요? 뭔데요?"

 

패널들은 와글와글 떠들면서 보드에 매직 팬을 찍찍 그어갔다.

 

"음......"

 

반면에, 게스트 측 두 사람은 전혀 진전되지 않는 중. 패널 중 한 사람이 근처에 있던 하루카에게 말을 걸었다.

 

"하루카쨩, 왜 그래?"

 

"저, 그게....."

 

하루카는 에헤헷, 하고 곤란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너무 많아서 뭘 써야할 지 모르겠어요."

 

"뭐야, 그런 거였어!?"

 

패널은 킥킥 웃으면서 아예 전부 써버릴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하루카는 뒤늦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 사이, 사람들의 대답을 기다리던 진행자는 아까부터 조용하게 가만히 앉아있는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저기요, 치하야쨔앙?"

 

"......."

 

말을 걸어봤지만 치하야는 묵묵부답이었다. 진행자는 다시 한 번, 조금 더 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 네!"

 

그제서야 황급히 응답하는 치하야.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탓이다.

 

"하루카쨩처럼 너무 많아서 못 고르는 거야?"

 

"그게......"

 

치하야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을 피한 체 어두운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보는 사람이 즐거워야할 토크쇼에는 맞지 않는 자세였다. 이상하다, 원래 좀 조용하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침울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데. 진행자는 의아해하며 혹시 재촬영에 들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허나 그가 예상한 것처럼은 아니었다.

 

"그리 부담가질 필요는 없다구. 릴렉스, 릴렉스. 안 잡아먹어요."

 

".....네."

 

그래도 찜찜한 마음에 다시 한 번 말을 거는 진행자. 치하야는 그에 억지로 쥐어짜듯 대답하고는 도로 입을 꼭 다물었다. 펜을 사용하는 일도 없었다. 결국,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가도 그녀의 보드는 백지였다. 바로 옆의 하루카가 가지고 있는 보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이게 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산해진미 부럽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아하.....그래서 최근에 먹어본 결과는?"

 

"그다지.....아주 그냥 밀가루 맛이 철철 흘러넘치던데요."

 

가난했던 시절 자주 먹었던 어육소세지, 라고 적었던 패널은 그리 말하면서 과장되게 고개를 팍 숙였고. 그에 맞춰 방청객들의 웃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다음으로 하루카쨩이네요. 아까 제대로 못 쓰는 것 같았는데.....어떻게 됐나요?"

 

".....여기요. 역시 좀 너무 많을까나."

 

그들의 사연이 끝나고, 이제는 하루카 차례. 카메라가 그 쪽으로 향한다. 보드를 빼곡하게 채운 그 나이대 여자애스러운 동글동글한 글씨체가 화면 가득 송출되었다.

 

"와, 이게 다 뭐에요?"

 

"마, 말 그대로 제 추억의 음식들이에요."

 

수줍게 웃는 하루카. 보드에는 어렸을 적 엄마가 소풍날 싸줬던 도시락, 자기가 처음으로 만들어본 쿠키, 중학교 친구들과 하교길에 종종 사먹었던 크레페, 언젠가 친구들이랑 같이 가서 먹었던 안미츠, 완전 생초짜 시절 큰 실수를 하고 울고 있을 때 프로듀서가 건네준 캔커피 같은 것들이 적혀져 있었다.

 

"아 그렇지, 하루카쨩은 과자 만들기가 특기라고 했지."

 

"네!"

 

"정말일까?"

 

"정말이에요! 다들 맛있다고 해주는 걸요."

 

"하하, 이거 증인이 필요한데. 마침 치하야쨩이 있으니 물어봐야겠다. 어땠어?"

 

"네, 네에? 아, 그러니까....."

 

갑자기 자기에게 질문이 들어오자 당황한 치하야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때다 하고 하루카를 골리는 두 패널. 악감정이 있다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방송의 재미를 위한 것이다.

 

"거짓말 확정이네."

 

"그렇네."

 

"우와, 치하야쨩! 뭐라 말 좀 해줘봐, 응?"

 

"괘, 괜찮았어요. 정말로."

 

얼굴을 새빨갛게 한 하루카가 허둥지둥 손짓발짓 해가며 재촉한 끝에 치하야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마치 누군가에게 억지로 강요당한 것만 같은 떨떠름한 대답처럼 느껴졌다.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지금 와서 해봤자 늦었어~"

 

그 멘트 뒤로 방청객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이 기세를 몰아 다른 패널들이 질문 공세에 들어갔다.

 

"그래서 하루카쨩, 처음 만든 쿠키는 어땠어?"

 

"그게......"

 

하루카는 처음 나왔던 결과물을 상기하고는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실제 방송에 나가게 된다면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 같은 자막이 실리고 있을 것이었다. 경험 미숙과 하루카 특유의 덜렁이짓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첫 쿠키는 그야말로 엉망이었기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탄 맛이....아, 아, 방금 건 잊어주세요!"

 

"녹음 완료되었습니다."

 

"와아아아앗!?"

 

의도적이던 그러지 않던 간에 예능감이 폭발하고 있는 하루카. 그와 달리 치하야는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

 

"안미츠라.....나도 좋아하는데."

 

"에헤헷, 값도 싸고, 양도 많고. 맛도 괜찮았어요."

 

"이상 현재 슬슬 날개짓을 하려는 신인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의 홍보였습니다. 들리신가요 안미츠 가게의 할머니? 당신이 키운 아이돌이 이렇게......"

 

"그, 그만하세요 정말!"

 

하루카를 놀리는 것에 가까웠던 떠들썩한 이야기가 끝나고 이제 스포트가 치하야에게로 옮겨졌다. 그런데, 그녀의 보드는 검은 점 하나 없는 백지. 연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었기에, 방청객들이 일제히 놀라는 소리를 낸다. 토크쇼의 진행자는 당황한 눈빛으로 촬영 스탭들 쪽을 바라보았다. 컷,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치하야쨩? 왜 하나도 안 쓴거야?"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걸까. 그리 생각하며 진행자는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 물었다.

 

"그게.....없으니까요."

 

"에, 정말?"

 

그 말을 한 본인을 제외한 모두가 깜짝 놀랐다.

 

"정말로 없는 거야?"

 

"네."

 

혹시나 해서 같은 질문을 던져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아까만해도 좋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한 없이 어색한 공기다.

 

"치하야쨩, 정말로.....?"

 

마지막으로 하루카가 소근거렸지만, 치하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사실, 그녀라고 해서 정말로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름 축제날 동생과 같이 들고다니던 사과 사탕의 맛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혼자서 식어빠진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다보면 언젠가 어머니가 해줬던 따듯한 저녁이 떠오르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좋은 추억만으로는 남아있지 않게 되버렸기에, 그녀는 입 밖에 내질 못했다. 그녀의 성격상 있는 걸 덮어버릴 수는 있어도 없는 걸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온 대답, 없음. 백지.

 

"하, 하하......어머니 요리 실력이 별로였나봐?"

 

"그렇지는 않았습니다만."

 

"다른 거 없어? 하루카쨩처럼 친구들하고 뭐 먹으러 다녔다던가."

 

"별로....."

 

황급히 엉망이 된 현장의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패널들이 차례로 말을 꺼냈지만, 사교성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대답에 무너져내렸다.

 

"자, 자 그러면 다음 분 차례로 넘어갈까요?"

 

"넵! 저는 이겁니다!"

 

더 이상은 안되겠는지 진행자가 끼어들어 어찌어찌 수습에 들어갔다. 그 뒤부터로는 철저하게 치하야를 배제하는 쪽으로 진행된 녹화가 끝을 알렸다. 맥없이 터덜터덜 세트장에서 걸어나오는 두 사람. 프로듀서가 그들에게 후다닥 튀어나갔다.

 

"죄송합니다."

 

치하야는 사죄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하아......"

 

프로듀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었다. 다음부터는 좀 꾸며서라도 이야기하라고 하면 듣지도 않을 게 뻔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리를 감싸쥔 체 괴로워하는 프로듀서.

 

"일단 둘 다 수고했어."

 

형식 상의 말을 흘린 뒤 프로듀서는 허리가 부러져라 촬영장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사죄의 인사를 거듭했다. 말로는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현장에 흐르는 공기는 그게 아니라는 걸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 무언의 압박에 쫒기듯 그는 하루카와 치하야를 이끌고 황급히 방송국에서 나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량에 탑승하는 세 사람. 일이 어찌되었던 우선 끝나기는 했고, 사무소로 돌아가야한다.

 

"치하야쨩."

 

축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하루카가 툭툭 창가를 바라보던 치하야의 팔을 쳤다.

 

"응?"

 

"정말로, 없는 거야?"

 

시선은 여전히 창가에 둔 체로, 치하야는 그 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차량의 창문에 비치는 동료의 옆 얼굴을 바라보며 하루카는 속으로 결심했다.

 

......

 

"치하야쨩, 뭐 좋아하는 거 없어?"

 

"갑자기 왜?"

 

"그냥, 궁금해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카가 치하야에게 기호를 물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조금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울려주기로 한 치하야.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로 어느 한 단어를 입에 올린다.

 

"좋아하는 거라면, 클래식 음악 감상인데."

 

"으응, 그랬었지.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건 좋아하는 음식 쪽."

 

"글쎄....."

 

키사라기 치하야에 있어서 음식이란 영양 보급의 목적을 강하게 띄고 있었다. 거기에 좋고 싫음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예 없다는 건 아니기에 그나마 좋아하는 걸로 대답했다.

 

"커피, 정도일까."

 

"그런가......그, 그럼.....과자는 좋아해?"

 

당분 또한 신체에 있어서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지나친 섭취는 독이 된다. 치하야 스스로 즐기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얼마 없는 배려심이 발동되고 만 모양이었다.

 

".....너무 달지 않는 거라면."

 

자기가 말하고도 이상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치하야.

 

"그렇구나. 그럼 나중에 만들어줄게!"

 

하루카의 난데없는 선언에 그녀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괜찮아. 내가 만들고 싶어서 하는 거인걸. 솔직히 말하면, 그 때 맛있다라고 안해줘서 조금 상처받았단 말이야."

 

"그, 그건......."

 

갑자기 질문받아서 말이 안 나왔을 뿐이었다. 그렇게 전해도 하루카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여튼 만들어올테니까, 그 때야말로 맛있다고 해주기야. 알았지?"

 

그녀의 얼굴에는 눈부신 미소가 떠올랐다. 이러면 더 이상 거절 할 수 없다. 치하야는 떠듬떠듬 고맙다는 한 마디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며칠 뒤.

 

치하야는 소파에 앉아 음악 감상을 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자신 빼고 아무도 없는 사무소. 할 수만 있다면 쭉 자주 트레이닝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공간도 없고 또 몸을 지나치게 혹사해서도 안되는 만큼 어쩔 수 없었다.

 

쿠당!

 

그 때, 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그녀의 귀를 막고 있는 이어폰을 가볍게 통과할 정도의, 누군가가 대차게 넘어지는 소리였다. 놀란 치하야는 벌떡 일어나 출구 쪽으로 향하자 알아서 열리는 문. 하루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하하.....안녕."

 

"괜찮아?"

 

"으, 응. 괜찮아."

 

꽤 아픈 모양인지 연신 무릎을 문지르는 모습으로서는 설득력 없는 한 마디였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 체 실없는 웃음을 흘리던 하루카는 곧장 멍하니 서있던 치하야의 손을 붙잡고 빠른 걸음으로 탁자로 향했다. 그러고는 바로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짜잔하고 뭔가를 꺼냈다.

 

"앗, 그건....."

 

포장지에 감싸져있어도 느껴지는 달콤한 냄새에 치하야가 두 눈을 깜빡거렸다. 그 때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킨 것이다.

 

"응. 구워왔어. 치하야쨩 마음에 들면 좋을텐데."

 

꽤 자신작이라고. 하루카는 그리 말하며 자신있게 불투명한 포장봉지의 아랫부분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느껴지는 묘한 감촉에 움찔하고 말았다. 이번에 자신이 구워온 건 초코칩이 조금 들어간 살짝 길쭉하고 단단한 쿠키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완전히 바스러진 감촉은 대체 뭐란 말인가.

 

"자, 자 잠깐만......"

 

하루카는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리본을 풀고, 입구를 벌려 내용물을 확인했다. 오늘따라 지하철에 사람들이 무지 붐벼서 그랬던 걸까, 아까 넘어지면서 부딪치다보니 그렇게 된 건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도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기껏 구워온 쿠키가 엉망이 되었다는 결과는 명확했다.

 

"왜 그래?"

 

"으, 으음.....그게.....미안!"

 

하루카는 두 손을 모아 사과했다. 쿠키가 완전 가루가 되어버렸다고, 그러니 다음에 제대로 된 걸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하야는 그 봉투에 손을 뻗었다.

 

"치하야쨩?"

 

"괜찮아."

 

어째서 하루카가 자기에게 잘해주는지 그녀로서는 알 수 없다. 왜 특별히 쿠키를 구워주겠다고 했는지, 그것 또한 모른다. 치하야는 호의를 받는데 서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에 보답하는 데에도 서툴었다.

 

그렇지만, 서툴어도, 그녀는 받은 호의에 대해 최대한 보답하려는 사람이었다.

 

"......."

 

하루카의 손에서 과자가 든 봉투를 가져간 치하야는 가루가 되다시피한 조각을 꺼내들어 입에 넣었다.

 

"어, 저기....."

 

하루카가 놀라거나 말거나 계속 쿠키를 꺼내서 먹는다는 행동을 반복하는 치하야. 다음 식사의 양은 좀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손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고마워. 맛있는 쿠키네."

 

안에 든 내용물을 어느 정도로 줄인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여는 치하야. 하루카의 호의에 대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저, 정말?"

 

"응."

 

"그럼, 나중에 정상적인 걸로 갖고 올게!"

 

그렇게 말하는 하루카의 눈이 반짝거렸다. 방금이라도 울 것만 같은 난처한 표정이 확하고 밝아졌다. 이래서야 또 가져오는 거, 확정인가. 한동안 먹는 양을 좀 줄여야할 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치하야는 또 한 번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하루카."

 

덕분에 다음에는 말할 수 있겠어. 그 말만큼은 하지 못한 체, 생긋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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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와 왓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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