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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키마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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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5, 2016 14:35에 작성됨.

765에서 퇴사하고 나서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키사라기가 내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을 때, 잠깐이지만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권유로 봉사부에 몸을 담기도 했지만, 적응하지 못 해서 다시 나와버렸다. 아니, 어디에 소속되는 것에, 이전보다 더한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활동.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부실. 겹쳐보인다. 그래서, 견디기 힘들었다

카와사키랑은, 옥상에서 자주 만나고 있다. 물론 딱히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것이 아니다. 옥상에 올라가보면, 그녀가 있다. 아무래도 함께 올라가면, 이상한 오해를 살 수 있기에 그녀가 먼저 올라가고, 내가 학교 밖을 한 바퀴 빙 돌다가 옥상으로 올라간다

"요즘 담뱃값 많이 오르는 거 알아?"

"알고 있어. 그래서 아빠 담배를 슬쩍 빼왔지"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 하나를 입에 문다. 카와사키가 싸구려 라이터를 던진다. 손으로 턱, 잡아서 불을 붙이고, 빨아들인다

입 안으로 들어오는 메스꺼운 느낌. 이전 같으면, 콜록거릴테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별다른 느낌이 안 든다. 오히려 익숙해져서, 이것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골초가 다 되었구나"

"하루에 3개비다. 아침, 점심, 저녁. 운동도 열심히 하고, 껌이랑 향수도 써가며 냄새도 감추고 있어"

운동을 하는 건, 폐에 쌓이는 니코틴과 타르를 땀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저,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밖을 뛰어다니며 운동도 겸할 뿐이다

예전 같으면, 집. 그것도 내 방에 처박혀서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었을 텐데. 765가 여전히 내 몸에 진하게 배여있기 때문일까. 방 안에 처박혀 있는 생활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주체할 수 없게 된, 지루한 시간들. TV나 인터넷을 보고 있으면, 765의 소식을 또 들을까봐 아예 집 안에 있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할 일이 없어도, 할 일을 찾아서 돌아다닌다

운동을 하거나, 서점에 들르거나, 오락실에 들르거나 그렇게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무언가를 피하듯 살아오기를 몇 개월

"오빠, 이것 봐! 큰일이야! 큰일!"

코마치가 휴대폰을 들이밀며 큰 목소리로 외친다. 코마치가 이렇게까지 놀라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리고 그녀의 휴대폰 화면이 비추는 것을 보자, 나는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너무나도 처참한 과거, 동생의 사고사, 양친 이혼, 가정의 붕괴, 동생이 죽어도 외면했다!!!』

그건 키사라기 치하야의 과거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

휴대폰을 붙들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하지만, 그 손만큼은 가만히 있지 못 했다

몇 번이고 핸드폰을 보았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마치 흡연자가 갑작스럽게 금연을 하려고 하니, 금단현상으로 괴로워하는 것처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채, 계속 그렇게 시간만 흘리고 있었다. 초조해진다.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휴대폰에 키사라기를 비롯한 765 아이돌들의 전화번호는 전부 지운 상태다

그래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내 머리는, 가족이나 선생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등록된 이들의 전화번호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전교 문과 3위를 할 정도의 두뇌이니, 이 정도 기억력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오늘만큼은 이 기억력이 싫다

'전화를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과거사가 폭로되고 나서, 키사라기 치하야의 모든 스케쥴이 끊기고 칩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연예신문을 통해서 알려졌다

내가 전화한다고 해서,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가 도움이 될까?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계속 흐르던 그때,

"쫌생이처럼 그러지 말고 전화를 해, 이 오레기!"

코마치가 내 방문을 열고 외쳤다

"코마치...?"

"전화하고 싶잖아! 안부를 묻고 싶잖아! 걱정되잖아, 그래서 가만히 있지를 못 하잖아!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굴지 말고, 정말로 궁금하다면, 걱정된다면, 오빠가 먼저 전화를 걸어!"

"......"

"키사라기 씨는...지금 혼자 있을 것 아니야? 모두에게서 도망쳐,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오빠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키사라기 씨는...분명, 지금쯤 오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코마치는 생각하고 있어"

세상이 무서울 때.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싶지 않을 때. 쥐구멍에 숨고싶을 때

수많은 흑역사로 이루어진 나의 인생. 지금 이 순간, 키사라기가 어떤 심정일지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도 되는 걸까? 그녀에게 손을 내뻗어도 좋은 걸까

"고민하지마. 일단 질러. 중학교 시절, 이것저것 생각하고 여자친구 사귀겠다며 고백하고 다닌게 아니잖아! 후회하더라도, 또 다치더라도,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더 후회할 짓 하지 말고, 일단 지르고 보란 말이야!!"

".......고맙다, 코마치"

나는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덕분에, 전화를 해 볼 생각이 들었다
 
*
 
뚜루루루, 하고 신호음을 울리는 핸드폰. 달칵, 하고 전화통화가 연결되었다
 
"......"
 
[......]
 
서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잠시간의 침묵. 그 후, 키사라기가 먼저 말했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으면...보통 먼저 말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너도 잘 알잖아. 내가, 여자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는게 얼마나 용기를 내서 한 행동인지"
 
[......그런 부분은 여전하시네요. 카와사키 선배하고 사귀지는 않는 건가요?]
 
"나하고 그 녀석은, 그런 관계가 아니야"
 
연인은 아니다. 친구...도 아니다. 그냥 그저 그런 관계다. 옥상에서 만나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그녀는 간접흡연을 하면서 가끔씩 이야기하는...아니, 여자에게 있어서, 간접흡연은 훨씬 더 몸에 나쁘지 않던가?
 
......그 녀석 근처에서 담배 피우는 건 그만둬야할지도
 
"뉴스, 들었다. 네가 노래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 때문인거냐?"
 
[......네. 그래요]
 
무거운 침묵 후, 키사라기가 대답했다
 
[키사라기 유우. 제 어린 남동생이었죠. 그 아이는 제가 부르는 노래를 정말로 좋아했어요. 제가 노래를 부르면, 그 아이는 제 모습을 스케치북에 그리고는 했지요...그러다가, 제 나이 8살 때 교통사고로 사망했어요]
 
말이 끊긴다.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다시 감정이 복받쳐 오른 것일지도 모른다
 
[우연히 저를 보고서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반갑게 달려오다가 그만 차에 치였고 저는 그 사고를 눈 앞에서 목격하고 말았는데 구급대원들이 유우를 차에 실을 때까지도 그냥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어요. 게다가 그 구급대원들은, 제가 신고를 해서 부른 것도 아니었어요...다른 사람이 대신 했었죠]
 
신고를 조금만 더 빨리 했다면, 본인이 바로 걸었다면, 어쩌면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건 키사라기 치하야의 잘못이 아니다. 8살 밖에 안 된 아이에게 그런 냉철한 판단을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오히려, 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신고를 한다면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결여되어 있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일지도 모른다며 의심해야 할 수준이다
 
애초에 가장 큰 문제는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뛰쳐나간 유우다. 그 날, 유우를 치어버린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름 밑에 빨간줄이 그여서 감옥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출소한 이후로도 살인자라는 낙인이 평생을 따라다녀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일 밤, 아이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건 언급하면 안 된다. 어차피 나는 부외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동정할 지언정 그 사람의 편을 들어줄 필요까지는 없다
 
"이해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거야. 내 여동생은 살아있으니까. 다만, 나도 코마치가 네 동생과 같은 사고를 당한다면......자살까지 생각했을 거다"
 
[......극단적이시네요]
 
"애초에 코마치가 아니었다면, 난 지금 살아있지도 않았을 거야"
 
중학생 때의 일이다. 그땐...정말로 안 좋은 일이 있어서...진심으로 자살까지 각오했다. 코마치가 울면서 말려주지 않았더라면, 진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평생 코마치에게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어쩌고 있냐?"
 
[......칩거 중이에요. 이젠 노래조차 부를 수 없어요. 노래를 부르려고 하면, 목이 메여와서......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는 거겠죠?]
 
"다른 동료들은?"
 
[......전화도 메일도, 전부 무시했어요. 선배의 전화는......그냥 의지하고 싶어서 일지도 몰라요. 같은 학교, 똑같은 외톨이, 숨기고 있는 트라우마 등......어쩌면 동질감을 느낀 걸지도]
 
죄송해요, 너무 어리광을 부렸네요─하고 키사라기는 전화를 끊으려 했었다
 
"그래서, 노래는 그만둘거냐? 이제와서? 그 날의 사고 이후, 10년 가까이 매달린 걸, 그렇게 포기할 생각이야? 그동안의 시간은, 동생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자신에게 미안하지도 않은 거냐?"
 
동료들의 응원이니, 다른 사람의 사정을 생각하란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현실은 소년만화 따위와는 다르니까. 키사라기 치하야. 그녀가 구원받으려면, 스스로 딛고 일어서야 했다. 너무 가혹한 말이기도 했지만,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만큼 집착했잖아. 그만큼 애착이 강했잖아. 팬이건, 동료건 그런 거 신경쓰지 않고, 노래만 부를 수 있으면 좋았잖아. 유우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들을, 부르고 있었잖아"
 
[......]
 
"포기하지마. 억지로라도 이겨내. 정말로 속죄를 하고 싶다면, 거기서 무너지지마. 노래가 안 나오는 건,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일 뿐이야. 네가 성대를 다쳤다면, 나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불가능해"
 
몰아붙인다. 가혹하게, 그녀를 몰아붙인다
 
실로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런 방식 밖에 모른다. 상냥하게 위로해준다던가 하는 건 무리다. 애시당초, 키사라기가 바라는 건 매도와 자학이다. 동생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그것 때문에 욕을 먹어, 자신은 죄인이라며, 그렇게 납득해서 자기 마음이 편해지려고 하는 이기심의 발로이다
 
"혼자 편해지려고 하지마. 그렇게, 노래조차 안 나올 정도로 괴로우면, 동생을 따라 죽었어야지. 비겁하게, 이제와서 도망칠 생각이야? 널 기다리는 사람들 전부를 버리고, 이기적이게 혼자 죽고 싶은 거야?"
 
[......그만두세요. 아무리 선배라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노래해. 죽어도 노래하고 죽어. 무대에 올라가서, 은퇴를 선언하든 말든, 억지로라도 목을 쥐어짜 노래해. 더 이상 미련이 없을 때까지. 사실, 칩거를 했다고 해도,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해도, 살아있는 건 그 때문이잖아? 미련이 남아있으니까. 그렇지? 서로 솔직해지자고. 겉만 번지르르하고 화려한 미사여구 따위, 우리 둘 사이의 대화에, 그런 건 어울리지 않잖아?"
 
이기적인 여자. 실로 이기적인 여자다. 정말로 괴롭다면, 사는 것이 힘들다면, 동생에게 미안해서 함께 따라가고 싶다면 혼자 다 끌어안고 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
 
사실은 매도해주기를 바란다. 사실은 위로해주기를 바란다. 피해자인 척, 가식을 떨고 있어. 빌어먹을. 내가 아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죽는 그 순간까지, 노래 부르는 걸 포기할 여자가 아니다
 
"이제와서 자기 혼자 깨끗한 척 하지 말란 말이야. 동료들의 기회까지 빼앗아가며 무대에 올랐으면서, 비극의 공주님이 된 것처럼 까불지 마. 너도, 나도. 똑같이 밑바닥의 주민들이라고. 아마미와 네 동료들이 착해서 다행이지, 다른 소속사였으면 넌 벌써 퇴출당하고 묻히는 것도 모자라, 다시는 그 바닥에 발을 들일 수도 없었을 걸?"
 
[...그렇군요. 선배는, 그런 인간이었던 건가요?]
 
"그래. 너와 똑같은 쓰레기지. 유유상종. 끼리끼리 논다잖아? 이제야 알겠네. 네가 신경쓰였던 이유. 그건 단순히 네 노래가 좋다거나, 외톨이라서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게 아니었어"
 
위선적이고 기만을 하며 이기적인 속내를 은근슬쩍 감추고 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라는 그 쿨한 척도 전부. 마치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는 듯해서 혐오스러워"
 
[나도...당신이 경멸스러워! 나에게 이런 말이나 하는 이유가 뭐야?! 그렇게도 나를 다시 무대에 세우고 싶어?! 동료들에게 민폐 끼치기 싫으면, 이제 그만 징징대고 무대에 올라라, 뭐 그런 소리인 거냐고! 이젠 나에게 관심 가지지 말란 말이야!!]
 
"관심을 바라는 건 너겠지! 그거 아냐? 좋아한다의 반댓말은 싫어한다가 아니라 무시한다야! 네가 정말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없다면, 내 전화를 받지도 않고, 그런 식으로 칩거하지도 않고, 홀로 조용히 사라졌어야 해! 나는 너와 같은 경험이 없는 줄 알아? 오히려 너보다 더 심했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마, 이 멍청한 후배 자식아!"
 
서로의 불행 자랑만큼 추한게 또 없지만, 키사라기를 자극하는데엔 이거면 충분하다
 
"무대에 올라! 그리고 노래를 불러! 정말로 속죄하고 싶다면, 노래 하나만을 가지고 정상에 군림해 보라고! 그리고 네 입으로 전부 까발려! 네 과거사, 전부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뒤에는...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일방적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크게 목소리를 내질러서인지, 목이 조금 칼칼해진다
 
"하아......"
 
나도 참, 어지간히도 오지랖 넓은 인간이네
 
 
 
 
솔직히 애니에서 치하야 에피소드가 감동적으로 나와서 그렇지, 진짜 피해자는 유우나 치하야가 아닌 차량 운전자. 신호 위반한 것도, 급발진한 것도 아닌데...
 
글에 쓴 것처럼, 치하야도 그렇지만 힛키도 추하긴 마찬가지. 리얼충들의 인간관계는 전부 '가짜'라고 치부하면서 봉사부는 다른 취급. 이중잣대 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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