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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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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4, 2016 15:06에 작성됨.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마에카와를 보고, 잠시 표정을 굳히더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여러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데뷔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 달에, 최소 하나 혹은 둘 정도, 그런 유닛으로 만들어 데뷔시킬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부디...조금만 더 절 믿고 기다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허리를 숙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무릎까지 꿇는다. 그에, 마에카와를 비롯한 주변의 구경꾼들도 당황한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꿈을, '또다시' 놓쳐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마에카와 미쿠를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는 프로듀서의 열의는 잘 전달되었다. 하지만, 저 사람은 부탁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
 
그냥 사무적으로 데뷔시켜 주겠다고 말하며, 카페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다며 사과를 하고 가면 됬을 일이다. 하지만, 지금 저 행동은, 오히려 마에카와를 밀어붙이는 꼴이 된다
 
그것은 상냥한 협박
 
여기서 마에카와 거절하면 그녀는 순식간에 나쁜년으로 낙인 찍혀 매장당해 버린다. 하지만, 수락한다고 해도, '프로듀서가 저렇게 열심인데...배가 부른 녀석 같으니...게다가 어른을 무릎 꿇려? 괘씸하기까지 하네'라면서 뒤에서 욕을 먹을 것이다
 
이 상황, 위험하다. 제대로 수습하지 못 하면, 이도저도 안 되서 다 망해버린다
 
관심의 대상을 바꿔야 한다. 모두의 주의를, 관심을, 그 생각을 다른 곳에 모아야 한다
 
'어쩔 수 없나......'
 
내가 나서려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은 순간, 누군가 등 뒤에서부터 프로듀서를 덮치듯이 끌어안았다
 
"우와~ 정말 멋진 프로듀서네요! 마에카와 양이 부러울 정도에요. 그러니까, 프로듀서.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도 재데뷔 시켜주시지 않을래요? 저, 다른 캐릭터로도 나가보고 싶거든요"
 
오픈 쇼털 형태의 의복, 자세히 보면 양쪽 눈의 색이 다르며, 눈 밑에 눈물점이 새겨져 있는 미인. 346 프로덕션의 대표적인 아이돌이자, 톱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타카가키 카에데였다
 
"타, 타카가키 씨? 하, 하지만 지금의 타카가키 씨는 이미..."
 
"미리아도 데뷔하고 싶어!"
 
"리카도! 이미 데뷔한 사람 재데뷔 시킬 시간에 우리들에게 관심을 달란 말이야!"
 
이번에는 아이 두 명이 달라붙는다. 뒤에 있던 나나 씨가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아아~ 정말, 다들 부럽네요! 나나는 데뷔를 해도, 할 일이 없어, 이대로 가만히 있는데! 어디의 능력있는 프로듀서 분이 도와주지 않으시려나~"
 
다른 둘은 몰라도, 타카가키 씨와 나나 씨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직 앞길이 창창한 후배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선배의 마음이겠지. 마에카와 미쿠는, 정말로 끝까지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마에카와의 등을 떠밀어 주었다
 
"...빨리 가서, 상황을 마무리 지어"
 
그녀도 아주 눈치가 없지는 않은 모양인지, 아니면 이성을 되찾은 것인지 프로듀서에게 다가가, DOGEZA를 시전했다
 
"미안하다냥! 미쿠의 욕심으로, 프로듀서와 주변의 모두에게 폐를 끼쳤다냥!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책임은 전부 미쿠냥에게로!"
 
"아, 아닙니다! 마에카와 씨! 제가 어떻게 당신께...!"
 
프로듀서가 당황한다. 허리 숙이고, 무릎 꿇는 것보다 더한 DOGEZA. 마에카와가 먼저 선수를 친 이상, 게임은 끝났다. 각자 몇 번이고 사죄하면서, 은근히 웃긴 듯한 장면에 누군가 웃음소리를 내고, 웃음이 전염되듯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분위기가 환기된다. 모두의 웃음거리가 된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 그리고 사방에 사죄의 인사를 올리고, 넘어져 있던 책상과 의자들을 일으킨 뒤, 돌아간다
 
돌아가기 직전, 마에카와가 나를 돌아보았다
 
"거기, 썩은 눈의 남자!"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마에카와가 내게 삿대질을 하며, 선언하듯이 외친다
 
"두고봐라냥! 미쿠는, 꺾일 지언정, 굽히지는 않아! 반드시, 톱 아이돌이 되어 보일테니까, 그때까지 잘 지켜보고 있어라냥! 당신이 훈계한 아이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어가는지, 그 자리에서 똑똑히 지켜봐, 알겠어?!"
 
"......그래. 열심히 해봐라"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능력도 좋아하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타이밍과 운도 좋아야 한다. 오늘의 일로 보아, 마에카와는 은근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분명 잘 해내갈 수 있겠지
 
딱히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해서, 유키노시타 수준으로 고양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뭐...지켜볼만 하기는 한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후우...그보다 정말로 큰일이었네요. 한때는, 진짜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러게나 말이다. 젊은 때의 혈기로 인한 실수라고 치기에는, 사건이 너무 컸어"
 
나나 씨와 점장님이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나도 그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눈치 빠른 몇 사람의 도움과 운이 따라줘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회사 차원에서, 엄청난 사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히키가야 군. 아까, 마에카와 양을 도우려고 했었죠? 그 마음가짐은 좋지만, 일단 수단은 가리는게 좋아요. 악역을 떠맡는다는 건, 상당히 리스크가 큰 행동이라고요? 특히 이런 '사회'에서는, 단순히 미성년자의 치기 어린 말실수로 넘어가긴 어려워요. 저와 카에데 씨가 눈치 빠르게 나서서 다행이지, 자칫 잘못하면 히키가야 군도 함께 묻힐 수 있었다구요?"
 
"......눈치가 빠르시네요?"
 
그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을 뿐인데,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꿰뚫어 보았다. 과연. 연륜이라는게 폼은 아닌 모양이다. 나나 씨가 나를 찌릿, 하고 노려본다
 
"히키가야 군. 지금 엄청나게 실례되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나요?"
 
"착각입니다"
 
'여자의 감'이라는 것도 히라츠카 선생님 급으로 뛰어나고
 
"히키가야 군...세상 일이라는 건, 뭐든지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아요.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수많은 불평등과, 불합리와, 부조리가 있죠. 그걸 정면에서 부딪히고 해결하는 건 어려워요. 그래서, 세상에는 샛길이라는게 있답니다. 빙 돌아서 가든, 변칙적인 길을 선택해서 가든, 그건 개인의 선택이에요. 하지만...사회의 부조리를 짊어지기에는, 히키가야 군은 아직 너무 젊어요. 아시겠나요? 그런 히키가야 군의 선택으로, 마음을 다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
 
예전 같았으면, 아무 상관없이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상처입지 않을 수 있다고, 막 내 몸을 내던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나 씨의 말에, 여러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후지모토 리나, 오오츠키 유이, 죠가사키 미카, 코마치,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그리고 나나 씨 등. 덤으로 이곳에서 알게 된 인연들까지. 그때 내 행동이, 내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해도 섬뜩해진다. 그러니, 지금은 인정하자. 내 고집보다는, 때로는 어른의 연륜에 기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임을
 
"......고맙습니다, 나나 씨"
 
"별 말씀을요. 그러면, 이제 히키가야 군도 퇴근해도 된답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싱긋, 미소지으며 자기 할 일을 하러 가는 나나 씨.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 안타까움도 함께한다. 저런 좋은 사람이, 어째서 아이돌로 성공하지 못 하는 것일까
 
 
 
 
 
 
 
나나 씨. 진짜 참 어른.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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